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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175화 (175/309)

제175화

“이 시퍼런 애송이 놈잇!”

이를 까득 깨문 황태용은 눈에서 귀기 어린 시퍼런 안광을 토해냈다.

동시에 그의 몸을 둘러싼 외골격의 형태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철컥

일본 무사의 갑옷과 비슷한 외형을 지닌 외골격의 손 부위가 위아래로 길쭉하게 전개되었다.

위아래로 길게 뻗어 나간 외골격은 곧이어 거대한 왜궁의 형태로 변형되었다.

이글거리는 살기를 토해낸 황태용은 활 형태로 변형된 외골격의 시위를 단단히 붙잡았다.

-끼아아아악!

황태용이 제 몸쪽으로 거칠게 시위를 확 잡아당기자.

그의 몸을 감싼 외골격에서 섬뜩한 귀곡성이 울려 퍼지며, 외골격에 얽매인 원혼들이 화살의 형태가 되어 시위에 걸렸다.

“네깟놈이 감히! 내 실력을 보고 싶다. 지껄였느냐? 그 광오한 주둥아리를 단숨에 꿰뚫어주마!”

노기에 가득 찬 고함과 함께, 시위에 걸렸던 원혼의 화살이 발사되어 내 숨통을 노려왔다.

대기를 갈라 찢고 날아드는 화살엔 일전에 칼날에 실려 있던 마력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렬한 마력이 어룽거리고 있었다.

“고작 그렇게 느려터진 화살로?”

-꽈직!

화살에 실린 마력과 황태용이 뿜어내는 기세는 범상치 않은 것이었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공격은 내 양 눈에서 이글거리는 화안금정에 모조리 읽히고 있었다.

비웃듯 노릿한 황금빛 안광을 흘려낸 나는 어둠달의 창날로 날아든 화살을 단숨에 둘로 쪼개버렸다.

“크, 크읏!”

“쯧쯧. 쓸데없이 자존심을 세우기는, 더 험한 꼴 보기 전에 그만하시오. 형님. 형님이 그리도 자랑하던 무기들도 다 놓고 온 판국에 꿰뚫긴 뭘 꿰뚫겠다는 거요. 쓸데없이 발광하는 모습이 그저 철없는 애새끼 같구려.”

귀곡성이 깃든 화살을 내가 너무도 가볍게 쳐내자.

흉신악살처럼 얼굴을 와락 구긴 황태용은 불쾌한 침음성을 토해냈다.

여유롭게 사탕을 씹으며 사태를 관망 중인 강태백의 입에선 비웃음 섞인 독설이 흘러나왔다.

“다, 닥쳐라! 이 애송이 놈 따위를 상대하는 데는 외골격에 내장된 기본 무기로도 충분하거늘!”

“허이고. 아무렴. 그러시겠지.”

…어쩐지. 5대 길드 중 하나인 오닉스 길드를 이끄는 길드장 치곤 약해 빠졌다고 생각했더니.

특정한 무기를 이용해 자신을 강화하는 타입의 특성 트리였나 보군.

강태백의 독설에 황태용이 부들거리며 노성을 터뜨리자.

그의 반응에 냉소로 화답한 강태백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내 눈치 볼 것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아직 협상이 끝나진 않았네만. 지금은 고집불통 늙은이의 머리를 좀 식혀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

아무래도 모종의 무언가를 대가로 오닉스 길드에 지원을 구하는 강태백의 ‘협상’은 온전히 마무리된 상황이 아닌 듯했다.

비웃음 속에 노회함을 숨긴 강태백의 눈빛엔 적당히 힘의 우위를 보여, 황태용의 기를 꺾어 놓으라는 무언의 지시가 담겨 있었다.

뭐, 나로서도 나쁠 건 없지.

안그래도 황태용의 특성 트리가 무슨 능력을 지녔는지. 궁금하던 차였으니까.

-카가가가각!

대답 대신 눈을 빛낸 나는 즉시 어둠달을 휘둘렀다.

파천 복룡창의 제 이식 독룡아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형태로 펼쳐졌다.

시커먼 어둠에 휘감긴 어둠달의 창날이 순식간에 시퍼런 외골격에 틀어박혔다.

“크으윽! 제, 제법 재빠른 공격이다만. 이 정도는 아무것도….”

“그러셔?”

제대로 된 권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이긴 하나.

외골격의 내구력 하나만큼은 길드장이란 지위에 걸맞게 제법 단단한 모양인지.

외골격의 어깨 부위가 꿰뚫린 황태용은 여전히 사납게 살기를 피어 올렸다.

그런 그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한번 히죽 웃어준 나는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나갔다.

-피슛! 피슛! 피슛!

황태용의 외골격을 꿰뚫고 나온 어둠달의 창날이 신기루처럼 촤르륵 분열되어 허공을 어지럽게 수놓았다.

어둠이 머금고 음험하게 이글거리는 일곱 개의 창날이 황태용의 몸을 노리고 칠흑빛 번개처럼 매섭게 쇄도했다.

“이, 이 애송이 놈이!”

창날에 실린 내력이 심상치 않음을 간파한 모양인지, 황태용의 눈가가 순간 가늘어졌다.

눈을 가늘게 뜨며, 침음성을 삼킨 그는 거친 호흡과 함께 자신의 외골격을 변형시켰다.

-파차차창!

갑주 형태의 시퍼런 외골격은 이번엔 거대한 방패의 형태로 변형되었다.

파천 복룡창의 제 일식 연포, 칠룡격이 변형된 방패를 매섭게 두드리자.

꽁꽁 언 얼음이 박살 나는 듯 날카로운 파열음이 연속으로 터져 나오며, 부서진 외골격의 시퍼런 파편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크으윽! 잡았다!”

자신을 감싼 방패가 산산 조각난 상황임에도 불구.

황태용의 입가엔 순간적으로 승리의 미소가 음침하게 떠올랐다.

-흐어어어!

곧이어 귀곡성과 함께, 박살 난 외골격의 파편이 어둠달의 창날에 들러붙었다.

살아 있는 거머리처럼 어둠달의 시커먼 창날에 달라붙은 외골격의 파편들은 이내 차디찬 한기를 발하며, 꽝꽝 얼어붙기 시작했다.

“옥죄라! 얽어매라! 업보의 사슬이여!”

-촤르르륵!

황태용의 일갈과 함께, 그의 외골격이 또다시 변형되었다.

이번엔 어른 엄지손가락만 한 굵기의 굵직한 사슬이 그의 외골격에서 뻗어 나와, 꽁꽁 얼어붙은 어둠달과 내 몸을 단단히 붙들었다.

그러자 사슬에 휘감긴 부위에서 꼼짝할 수 없을 만큼 묵직한 저항감이 느껴졌다.

“죽엇!”

곧이어 황태용의 눈썹이 험악하게 꿈틀 움직이더니,

그의 외골격에서 막대한 마력이 사슬을 타고 내 몸을 향해 거센 해일처럼 밀려왔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했는지, 황태용은 무서운 힘을 발휘하여 사슬을 자신 쪽으로 힘껏 당겼다.

-화르르륵!

사슬에 속박된 내 몸이 황태용 쪽으로 거칠게 끌려가려던 찰나.

나는 염룡등천의 구결을 외워, 외골격 위에 이글거리는 화염을 둘렀다.

시뻘건 화염이 탐욕스럽게 혀를 날름거리며, 내 몸을 감싼 사슬을 단숨에 끊어버렸다.

“아, 아니! 업보의 사슬을?!”

황태용의 당황 섞인 비명과 함께.

산산이 조각나며 녹아내린 사슬의 파편이 사방을 푸르고 붉게 물들였다.

그의 반응에 히죽 웃음을 지은 나는 꽝꽝 얼어붙은 어둠달에 내력을 주입해, 창날에 들러붙은 얼음을 조금씩 녹이기 시작했다.

“그, 그럴 리 없다! 업보의 사슬은 햇병아리의 마력 따위론 끊어낼 수 없는 물건이거늘!”

-슈와악!

불신과 경악의 감정이 깃든 비명을 질러 낸 황태용은 나를 향해 거칠게 손짓했다.

그러자 다시 한번 황태용의 외골격에서 시퍼런 사슬이 거미줄처럼 발사되었다.

시퍼런 사슬은 살아있는 촉수처럼 꿈틀거리며, 엄청난 마력을 뿜어냈다.

-푸스스스.

하지만 내게 날아든 사슬은 내 외골격에 미처 닿기도 전에 허공에서 허무하게 바스라 졌다.

불길하게 이글거리는 시뻘건 화염이 깃든 어둠달의 창날이 그가 자랑하는 사슬을 모조리 녹여버렸기 때문이었다.

-저벅. 저벅.

새하얀 미소를 얼굴 가득 띄운 채.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황태용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한 걸음씩 발걸음을 옮길수록, 불길하게 이글거리는 시뻘건 화염과 끊임없이 요동치는 어둠의 와류가 황금빛 외골격 위에서 흉험한 살기를 아지랑이처럼 퍼뜨렸다.

“외골격을 다양한 형태로 변형하는 특성 트리라…. 흥미로워. 아주 흥미로워. 또 어떤 형태로 변형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흥얼거리듯 중얼거리며, 묘한 박자에 맞춰 어둠달을 어깨에 탁탁 두드렸다.

화안금정의 효과로 황금빛으로 물든 노릿한 시선이 황태용의 가늘게 떨린 시선과 정면으로 마주치자.

황태용의 얼굴에 조금씩 조금씩 공포의 감정이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이, 이럴 수는 없다. 고, 고작 태백의 산군 따위가. 햇병아리 따위가 어, 어떻게 이런 실력을.”

거창한 이름을 붙인 사슬을 지나치게 맹신한 모양인지.

고작 두 번의 공격이 파훼 되었을 뿐인데도 황태용은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의 목소리에 공포가 번질 때마다. 황태용의 몸을 둘러쌌던 시퍼런 외골격이 점점 흐려져 갔다.

“…한심하군. 나 역시 현장에서 멀어진 지 오래지만. 투쟁심은 아직 잃어버리지 않았는데 말이오.”

강태백은 어느새 내 옆에 다가와 서늘한 눈길로 패닉에 빠진 황태용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내 어깨에 슬며시 손을 올린 강태백의 손에서 모종의 의도가 느껴지자, 나는 그의 뜻에 따라 활화산처럼 이글거리던 내력과 살기를 조용히 거뒀다.

“…이럴 수 없어. 나, 나는 우리 오닉스는….”

“이토록 한심한 모습이라니…. 냉철하면서도 강인했던 후계전쟁 시절의 모습은 어디로 가버린 거요. 형님.”

공포에 질린 황태용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패닉에 빠진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강태백은 그의 모습에 씁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쉰 뒤. 주머니에서 사탕을 몇 개 더 꺼내 입으로 가져갔다.

“생각 이상으로 충격이 컸나 보군. 높은 곳에서 군림해온 세월이 그로부터 투쟁심을 완전히 거세 해버린 모양이야.”

쓰게 웃은 강태백은 주머니에서 사탕을 하나 더 꺼내더니. 내게 건넸다.

그답지 않게 사탕을 권해오는 강태백의 표정에선 복잡한 감정이 뚝뚝 묻어나오고 있었다.

“….”

“이해하네. 내가 저런 한심한 인간의 협력 따위를 얻기 위해. 이토록 애쓰는 꼴이 이해가 가지 않을 테지. 뭐…. 거기에 본의 아니게 우리의 과거사를 단편적으로나마 들었을 테니. 더더욱….”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강태백이 건넨 사탕을 받아들고 있으려니.

피식 웃은 강태백은 내게 변명이라도 하듯 황태용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네에게 패해, 한심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황태용은 본디 훨씬 강한 남자일세. 전성기 시절의 나조차 그에겐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으니 말일세.”

…황태용이 강태백보다 더 강하다고?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지금 시점에서야, 신흥 강자들이 나타난 탓에 명성이 조금 바래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알기론 강태백은 전성기 시절, 이 나라 헌터계의 정점에 이르렀던 자였다.

그렇기에 나는 그런 강태백조차 황태용을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회귀 전의 기억으로도 황태용의 실력은 그리 대단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말이지….

“그의 특성 트리는 까다롭기 그지없는 것이라. 특성 트리와 감응하는 고유의 무기를 들어야만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지. 자네와 상대한 그는 반쪽짜리에 불과했단 말일세.”

…그딴 특성 트리가 진짜 존재한단 말이야?

특성 트리 중엔 무기의 여부에 따라, 일부 스킬의 성능이 제약되는 것들이 존재하긴 했다.

하지만 그것들도 어디까지나 성능이 미묘하게 달라질 뿐, 강태백의 말처럼. 아예 위력 자체가 달라지는 특성 트리는 회귀 전의 나조차 들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권력을 손에 쥔 뒤로. 투쟁심과 함께, 아예 손에서 놓아버린 모양이네만…. 뭐.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지.”

강태백의 말에 벙찐 표정으로 황태용을 응시하고 있으려니.

나직이 헛기침을 내뱉은 강태백은 진중한 목소리로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내가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오닉스 길드와 협력하려는 이유는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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