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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169화 (169/309)

제169화

《보아하니. 다른 쓰레기 놈들은 아직 깨어나지도 못한 것 같군.》

서민혁을 어설프게 닮은 얼굴이 기분 나쁜 미소를 머금었다.

인간의 형상과 유사한 얼굴 아래에서 곤충이 그것과 같은 날카로운 아래턱이 딸깍 소리를 내었다.

《푸흐흐흐. 이 얼마만의 식사인가 아주 군침이 도는군. 그래.》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토해낸 놈의 탐욕스러운 시선은 서민혁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곤충의 날카로운 아래턱과 그 위에 붙어있는 인간의 입에서 녹색의 침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제물로 바쳐진 ‘숙주’의 피륙으로서 내 불완전한 강림이 완전해 지리니….》

딸깍거리는 아래턱이 탐욕스레 움직인 순간. 주변의 공기가 꽝꽝 얼어붙었다.

모든 것을 질식시켜버릴 듯한 살기가 얼어붙은 공기 속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났다.

뜻 모를 소리를 중얼거린 놈의 낫 모양의 앞발이 서민혁의 육체를 향해 서서히 휘둘러지기 시작했다.

-따악!

《푸흐흐흐. 그래. 너희 필멸자들은 동족의 죽음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 마련이었지. 아쉽지만 식사는 나중에 해야 할 모양이로군.》

어둠달의 창날이 서민혁에게 휘둘러진 앞다리를 쳐내자.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바라본 놈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놈과 눈을 마주친 순간, 이제껏 상대해온 마족들과는 격을 달리하는 압도적인 마력에 전신의 솜털이 쭈뼛 곤두서는 느낌이 들었다.

-으드득!

아래턱이 부서져라. 까득 이를 깨문 나는 그동안 검은 심장이 곤충형 몬스터들에게서 흡수해놓은 마력을 모조리 내력으로 바꿔 몸에 불어넣었다.

어둠달에 새겨진 마력회로를 통해 증폭된 한차례 증폭된 마력이 내력이 되어, 내 몸속으로 흘러들어오자.

시커먼 내력의 와류가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역시. 놈들이 떠든 대로 이 몸의 여흥거리 정도는 될 수 있는 놈인가 보군.》

내 변화를 감지한 놈의 분위기가 순간적으로 바뀌었다. 마족답지 않게 신중한 목소리를 토해낸 놈의 몸에서 암녹색 기운이 쫘악 퍼져나갔다.

“크읏!”

음울하면서도 사악하기 그지없는 마력에 다른 공격대원들이 기겁하며 물러섰다.

침음성을 삼키며 멈칫 물러선 돌격조장의 얼굴에 시퍼런 힘줄이 후두둑 돋아났다.

고위 마족이 역병처럼 흩뿌리는 공포와 정면으로 마주한 공격대원들은 뱀 앞에서 굳어버린 한 마리 연약한 토끼와도 같은 몰골이 되어버렸다.

《이 몸의 이름은…. 베타라. 망자들을 포식하는 망자들의 군주이니라.》

공포로 인해, 뻣뻣하게 굳어버린 공격대원들의 모습을 보고 만족스럽게 웃은 고위 마족, 베타라는 우아한 손동작과 함께 자신의 진실 된 이름을 밝혔다.

베타라라니. 처음 듣는 이름인데….

[…망자들의 군주라고? 어디 보도듣도 못한 낙오자 놈이 시건방진 흰소리를 해대긴.]

위철용 역시, 베타라의 이름이 낯선 모양이었다.

‘망자들의 군주’라는 칭호가 그리도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인지. 사납게 웃은 그의 눈가엔 못마땅한 감정을 품은 살기가 진득하게 맺혀있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좀 열받으신 모양이네요. 마침 저도 열이 좀 받았는데.”

위철용에게 동조한 나는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어둠달을 움켜쥐었다.

어둠이 불길하게 일렁거리는 어둠달의 창대를 훙훙 돌린 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거만하게 버티고 서 있는 베타라를 노려보았다.

“애석하게도. 그쪽이 ‘숙주’ 운운하는 사람은 나와 인연이 좀 깊은 사람이거든.”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필멸자 놈들은 하찮은 인연 따위에 제 목숨을 걸어대는 모양이로구나, 그러니 너희들이 불완전하다는 말을….》

“혓바닥 진짜 기네. 생기다 만 사마귀 같은 새끼가.”

베타라의 말을 툭 끊은 나는 이죽거리는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

동시에 운룡보를 운용하며, 나는 놈에게 가까이 파고 들었다.

“일단. 한 대 맞고 시작하자.”

-뻐억!

이죽거리는 속삭임 소리와 함께, 어둠달의 창날이 베타라의 입가를 파고 들었다.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인간의 그것을 닮은 싯누런 이빨이 우수수 박살 나 허공에 흩날렸다.

《푸흐흐흐! 필멸자 치고는 제법이로군! 제법 봐줄만한 움직임…》

“말 진짜 X나 많네”

기습을 허용한 베타라는 호기롭게 외치며, 다시 고개를 돌렸지만.

애석하게도 놈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한가한 만담 따위가 아니었다.

-꽈과과광!

약식 암룡출동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베타라의 머리가 옆으로 뿌드득 꺾였다.

내력과 화염이 뒤섞인 파편의 폭풍 속에서 놈의 머리가 녹색 체액을 흩뿌리며 산산히 분쇄되었다.

《끄으르륵! 푸흐흣!》

서서히 재생되어가는 머리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자.

나는 인정사정보지 않고, 놈의 박살 난 머리통을 향해 계속해서 창날을 휘둘렀다.

화염이 이글거리는 창날이 남아 있는 뼈를 썽둥 잘라냈다. 길쭉하게 붙어있는 살점을 활활 불태웠다.

《이 얼마만의 전투란 말인가! 정말 좋구나! 아주 좋아!》

공격에 무력하게 얻어맞던 베타라가 돌연 벌떡 몸을 일으켰다.

갈갈이 분쇄되고 저며지며 타들어갔던 머리는 어느새 완전히 재생을 끝낸 상태였다.

나를 바라보는 베타라의 주변에 돌연, 암녹색 기운이 용암처럼 들끓었다.

《푸흐흐흐! 푸흐흐흣! 질식해라!》

웃음소리와 함께 베타라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용암처럼 들끓는 암록색 기운이 거대한 천막처럼 사방을 뒤덮었다.

마력으로 이뤄진 죽음의 커튼이 내 머리 위에서부터 뚝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닿지 않으면 될 뿐!

-쿠왕! 쾅! 쿠와앙!

화안금정의 힘으로 황금빛으로 변한 시야에서 베타라의 공격이 감지된 순간.

온몸에 와류처럼 들끓고 있던 내력의 소용돌이가 무서운 힘을 발휘하였다.

놈의 공격을 피해, 다른 곳으로 도약하자. 폭발하는 듯한 굉음과 함께 바닥이 쩍쩍 갈라졌다.

몸이 쭉 늘어지는 듯한 감각과 함께, 주변의 풍경이 휙휙 바뀌었다.

《제법 몸놀림은 날쌔다만! 이 몸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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