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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164화 (164/309)

제164화

-번-쩍!

게이트 수복을 담당하던 공격대원의 입에서 당황 섞인 비명이 터져 나온 순간.

그의 기이한 발언에 미간을 찡그릴 새도 없이 게이트에서 음울한 청록빛이 주변을 휘감았다.

세상이 빙글 도는 것 같은 어찔한 감각과 함께, 순간적으로 몸이 붕 떠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건 또 뭐….”

-철퍽!

시야를 가득 메운 청록빛의 향연에 의문을 토해내려던 찰나.

휘청거리며, 간신히 바닥을 디딘 발에서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아스팔트 바닥에선 절대 느껴질 리가 없는 질척하면서도 미끈한 감촉에 순간적으로 소름이 쫙 끼쳤다.

[이건…. 애송이 네놈의 그 ‘나쁜 예감’이 맞아떨어진 모양이로구나. 허어…. 벌써 왜곡형이 나타나다니. 빌어먹을 성좌 놈들의 저열한 장난인지, 아님, 그 낙오자 놈들이 뭔가 술수를 부린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있어야지.]

내가 질 좋은 가죽 워커에 들러붙은 수수께끼의 점액 덩어리를 떼어내려 애쓰는 사이.

뜻 모를 소리를 중얼거린 위철용은 찌푸린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왜곡형 게이트라니.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 게이트도 있었어요?”

[그래. 보통은 필멸자들이 침식형에 완전하게 적응한 뒤에야, 비로소 내보내는 놈이다만.]

‘왜곡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주변의 풍경은 어느새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푸르른 하늘은 게이트의 영향으로 완전히 왜곡되고 뒤틀려, 갑갑한 천장과 탁 트인 하늘이 공존한 듯한 기묘한 모양새가 되어 있었고.

거리를 뒤덮은 아스팔트와 사방에 우뚝 서 있던 건물 역시, 마치 초현실주의 화풍이 그림처럼 기묘하게 왜곡된 형태를 자랑하고있었다.

[현실을 완전히 뒤틀고 왜곡시키는 놈이기에, 현재 평범한 필멸자들의 정신력 수준으로는 버텨낼 수 없을 것이 분명하거늘. 도대체 어떤 놈의 소행인지….]

심각한 표정으로 주변을 바라본 위철용은 이를 부드득 갈았다.

아무래도, 이 ‘왜곡형’ 게이트라는 것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위험한 곳인 모양이었다.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당장 이곳에 휘말린 놈들을 찾는 편이 좋을 게다. 그들의 정신이 온전하길 바란다면 말이다.]

인상을 찌푸리며 누군가에게 욕설을 퍼붓던 위철용의 입가가 돌연 기묘하게 뒤틀어졌다.

말로는 이곳에 휘말린 이들을 구하라고 지시했지만, 그의 뒤틀어진 입가엔 장난기 가득한 악동의 고약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예? 그건 또 무슨 소리십니까.”

[애송이 네놈이야 위대한 본존이 적절한 조취를 취해준 덕에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놈들은 지금쯤 정신이 왜곡되어 제법 볼만한 꼬라지가 되어있을 테니까.]

…볼만한 꼬라지라고?

위철용의 심술궂은 장난기가 가득한 목소리에 오한이 든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다른 이들의 행방을 눈으로 좇았지만.

암석처럼 단단한 인상의 황윤형과 서른 명을 훌쩍 넘기는 팬텀 사파이어 공격대도

저 멀리 떨어진 채로, 사진을 찍어대던 민간인들도 지금의 내 주변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다들 어디로 사라진 거지?

“꼬꼭! 꼬고곡!”

“…?”

갑자기 종적을 감춘 이들의 행방에 의문을 품은 채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

어디선가 인간이 어설프게 닭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때아니게 괴악한 소리를 따라가 보니, 조금 전 창백한 얼굴로 게이트의 이변을 알려왔던 공격대원의 모습이 들어왔다.

“저기? 이봐요?”

“꼬꼬댁! 꼬곡꼭곡!”

…볼만하다는 것이 바로 이런 거 였나?

위철용의 말대로 정신이 왜곡되어 버린 것인지. 공격대원의 상태는 해괴하기 짝이 없었다.

닭과 정신이 적절히 뒤섞이기라도 한 모양인지, 그는 계속해서 홰를 치듯 팔을 퍼득 거리며 연신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돌조각을 입술로 쪼아먹고 있었다.

[푸흡! 평소에 닭을 유난히 좋아하던 친구였나 보군.]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한 마리 닭이 되어버린 공격대원을 바라보는 위철용은 심술궂은 표정으로 킬킬 웃어댔다.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겁니까?”

눈대중으로 어림잡았을 때.

청록빛에 휘말려, 왜곡되어버린 공간은 대충 어림잡아도 건물 두어 개는 훌쩍 넘어 보였다.

그곳에 휘말린 사람들의 상태가 죄다 이럴 것이라는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나는 위철용에게 다급하게, 그를 원래대로 되돌릴 방법에 대해 물었다.

[방법이 있으니, 네놈에게 다른 이들을 찾을 거라 명한 것 아니겠느냐?]

여전히 닭처럼 행동하는 공격대원을 바라보며 심술궂게 웃던 위철용은 자신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이놈의 정신은 이곳의 기운에 잠식된 것 뿐이니라. 먼젓번에 말해준 대로, 삿된 기운은 양기로 태우는 것이 최고이니…. 어떻게 해야할진 알겠지?]

위철용은 이번에도 훈훈하게 웃으며, 살벌한 해결법을 내놓았다.

-화르륵!

머리 주변을 불태운다는 살벌한 해결책이 그리 달갑지는 않았지만.

지금으로선 딱히 다른 방법을 떠올릴 수 없었기에, 나는 즉시 염룡등천의 구결에 따라 내력을 강력한 양기로 바꾸어 공격대원의 머리를 화르륵 불태우기 시작했다.

“흐, 흐아아악!”

내 손에서 비롯된 양기가 공격대원의 풍성한 머리를 화르륵 불태운 그 순간!

폐부를 쥐어짜는 듯, 비통한 비명과 함께 공격대원의 입에서 사람다운 비명이 터져나왔다.

휘둥그레 뜨여진 그의 두 눈에 초점이 또렷하게 돌아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효과를 발휘한 것 같네요. 어때요? 정신이 좀 드십니까?”

“당신은…? 그때 그 손님…. 설용호 산군님이십니까?”

정신을 차린 최상호에게 공격대원에게 안부를 묻자.

멍하니 내 얼굴을 바라보던 공격대원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는 그의 눈에 당혹감이 서리기 시작했다.

“저, 저는 분명히 형제들과 닭장에서 평온하게…. 아니지! 게, 게이트는 어떻게 된 겁니까!”

괴이쩍은 소리를 내뱉은 공격대원은 뒤늦게 정신을 차린 모양인지.

너무나 달라져 버린 주변의 풍경에 당황섞인 비명을 토해냈다.

“아무래도 저흰 신형 게이트에 휘말린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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