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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163화 (163/309)

제163화

《키르르륵!》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들은 마치 사슴벌레와 사마귀를 반쯤 섞어놓은 듯한 생김새였다.

사슴벌레의 그것과 같은 시커먼 껍질은 어지간한 금속 이상의 강도를 지닌 듯 단단해 보였고

사마귀의 앞다리처럼 낫 형태의 앞다리는 모든 것을 찢어발길 듯 날카로운 광채를 흩뿌리고 있었지만….

-콰지직! 콰직!

팬텀 사파이어 공격대는 몬스터들의 갑각을 너무도 쉽게 깨부수고 있었다.

특히 공격대장 황윤형의 해머가 놈들의 몸을 후려칠 때마다, 도자기 깨지는 소리와 함께 몬스터들의 갑각이 퍽퍽 깨져나갔다. 날카롭게 날이 선 앞다리가 곤죽이 되어 으스러졌다.

[호오. 한때 다른 성좌놈들에게 제법 유명했던 놈들이라 그런지. 실력이 보통이 아니로고.]

“…이 정도 되는 실력의 공격대가 고작 1+ 등급 게이트 따위에서 전멸당했을 리가 없을텐데요.”

위철용의 감탄사처럼 팬텀 사파이어 공격대의 무력은 지금껏 만나본 공격대와는 감히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수준이었다.

발생과 동시에 과부하된 보랏빛 게이트에서 쏟아져나오는 곤충형 몬스터들은 잔뼈가 굵은 나조차도 처음 보는 놈들이었지만,

팬텀 사파이어 공격대원들은 황윤형의 지시에 따라, 전혀 동요하지 않고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놈들의 맹렬한 공습을 막아내고 있었다.

분명 현재 시점에선, 우리 태백 길드의 태백 공격대가 한국 최강의 공격대라 칭송받고 있었지. 아마?

쟤네들에 비하면 걔들은 그냥 허영심에 가득찬 거품 덩어리에 불과한데?

솔직히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유영화의 장례식장에서 마주쳤던 태백 공격대 또한, 국내 최강이란 이명에 걸맞게 인간의 거죽을 뒤집어쓴 호랑이와도 같은 흉포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지만, 지금 내 눈앞의 팬텀 사파이어 공격대와 비교하자면, 귀엽게 갸르릉 거리는 아기 고양이에 불과할 정도였다.

“대충…. 첫 공습은 막아낸 것 같군. 각 조장들. 상황 보고해.”

묵직한 해머를 휘둘러 버둥거리는 몬스터의 머리를 박살 낸 황윤형은 묵직한 카리스마가 깃든 낮은 목소리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돌격조! 부상자 무! 사망자 무! 총원 12명! 이상 없습니다!”

“방패조! 부상자 무! 사망자 무! 총원 10명! 이상 없습니다!”

“지원조! 부상자 무! 사망자 무! 총원 8명! 이상 없습니다!”

우렁차게 대답하는 각 조장들이 목소리엔 자신들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팽배해 있었다.

아무런 피해 없이 첫 공격을 막아냈다는 보고를 들은 황윤형은 서늘한 눈길로 허공에 입을 쩍 벌린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지원조 박 조장은 길드에 게이트 안정화팀 지원 요청하고, 방패조는 조장의 지시에 따라 이곳에 바리케이트를 구축해. 나머지는 다음 습격에 대비한다.”

황윤형의 지시를 받은 팬텀 공격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서늘한 눈길로 게이트를 바라보던 황윤형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입꼬리를 슬쩍 비틀었다.

“견학 요청은 처음 받아보는 거라. 남의 눈길이 영 익숙지는 않군요. 태백의 산군님께 괜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진 않았을지 걱정입니다만….”

말투는 겸손했지만. 황윤형의 입가엔 호전적인 비웃음이 깃들어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엔 자신이 지닌 무력에 대한 자부심이 듬뿍 묻어나오고 있었다.

어찌나 대단한 자신감이 그의 몸에서 묻어나오던지. 수행원들을 거느리고 내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오는 그의 발걸음 소리조차 과시하듯 과장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아닙니다. 실망스럽기는요. 오히려…. 이 정도면 저희 태백의 태백 공격대원들이 긴장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요? ‘최강’이라는 수식어를 두고 경쟁할 공격대가 나타났으니 말입니다.”

황윤형의 도발적인 시선을 받은 나는 부드럽게 빙긋 웃으며, 그를 추켜세워줬다.

내 잘생긴 얼굴에 떠오른 매력적으로 따사로운 웃음에, 황윤형과 그의 뒤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던 수행원들의 얼굴이 동시에 붉게 달아올랐다.

“크, 크흠. 겸손이 조금 과하시군요. 그럼 계속해서 지켜봐 주시길.”

어째선지 오묘한 표정으로 얼굴을 수줍게 붉힌 황윤형은 황급히 내 옆을 지나쳐 갔다.

그리고 그는 평소보다 묘하게 더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다른 이들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사내놈이 징그럽게 왜 저러는 게야.]

“…글쎄요. 처음엔 저를 과하게 의식하나 싶었는데. 저건 꼭…. 으윽.”

순간 머릿속에 이세영의 얼굴이 모락모락 떠오르며,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알 수 없는 불길한 기운이 스멀스멀 목덜미를 타고 기어오르자, 나는 말끝을 흐리며 침음성을 삼켰다.

[꼭…?]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다 아니까. 짖궂게 떠보지 마십쇼. 것보다…. 이 게이트는 평범해도 너무 평범한데.”

위철용의 표정이 서서히 짖궂게 변해가기 시작하자.

대화의 화두를 다른 곳으로 돌린 나는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하늘에 떠 있는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말 돌리기는. 평범한 것이 무에 문제더냐. 원래 이 시기엔 이런 식으로 불안정한 게이트가 자주 출몰하지 않았더냐?]

“그렇긴 한데…. 어째 이 ‘평범’한 것이 마음에 걸려서요.”

오닉스 길드 본사에 나타난 게이트는 딱히 이렇다할 것 없이 평범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발생과 동시에 과부하되어 몬스터가 뛰어나오긴 했지만, 위철용의 말처럼 이 시기엔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일이었고.

뛰어나온 몬스터 역시, 처음보는 놈치곤 제법 강력하긴 하나 그리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예감이 좋지 않은거지?

[요즘 그 사교도 놈들과 엮이느라, 네놈의 신경이 곤두섰기 때문일 게다. 이 정도 규모의 게이트는 회귀 전에도 원래 심심치 않게….]

-쿠르르릉!

위철용이 느긋한 표정으로 내 어깨에 올라타려던 그 순간!

한차례 몬스터를 토해냈던 게이트에서 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상감지! 이상감지!”

곧이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뒤흔들렸다.

게이트 안정화 작업에 열중하던 공격대원들의 당황에 찬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헐떡거리며 바리케이트를 치던 방패조 공격대원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즉시 달려왔다.

“뭐지? 무슨일이야?”

지진이 조금씩 사그라들자.

표정이 딱딱하게 굳은 황윤형이 게이트 안정화를 담당하던 공격대원에게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패, 패턴이 변했습니다. 내부에서 나오는 파장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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