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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156화 (156/309)

제156화

강태백과 그의 친위대원들에게 포션 제조 공장의 수색을 맡긴 뒤.

설악 공격대원들의 영혼석을 챙긴 나는 오랜만에 신지현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끼이익!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진 철제 문고리를 돌리자.

굉장히 뻑뻑한 느낌과 함께, 날카로운 금속 마찰음이 복도 전체에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문 열 때마다, 시끄러우니까. 기름칠 좀 해두라고 내가 그렇게나 일러뒀는데….

“어…?”

귀를 윙윙 울려대는 시끄러운 소리에 이맛살을 찌푸리려던 순간.

문득 내 두 눈에 기묘한 것이 들어왔다.

“아령?”

무슨 의도에선지 사무실의 문고리 안쪽엔 딱 봐도 묵직해 보이는 큼지막한 아령이 굴비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평소보다 문고리가 뻑뻑하게 느껴진 원흉이 바로 이것 때문인 듯했다.

사무실 문짝에 이런 짓을 할만한 인간은 내가 알기론 한 명밖에 없는데….

“여러분! 외쳐보세욧!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앗!”

…그럼 그렇지.

이런 짓을 저지를만한 유일한 인물, 김혜옥을 막 떠올리려던 찰나.

뻐끔 열린 사무실 문 안쪽에서 김혜옥 특유의 우렁우렁하니 기운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후끈한 열기와 함께, 꿉꿉한 땀 냄새가 코끝을 간질여왔다.

“느아아악! 건강한 육체에엑! 카하학!”

사무실 내부의 풍경은 먼젓번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언더아머를 착용한 채로 등에 거대한 화로를 짊어진 김혜옥.

그녀의 앞에 서서, 오만상을 쓰며 등에 육중한 역기를 짊어진 인사팀 직원들.

그리고….

“건강한 정시이인!”

도대체 무슨 연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사교도의 교주로 악명을 떨쳤던 마녀, 강다희가 땀과 눈물로 그려진 지옥도에 합류해 있었다.

다른 이들처럼 몸에 착 달라붙는 운동복을 입은 그녀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입에서 영혼을 쥐어 짜내는 듯한 기합을 질러대고 있었다.

…언니가 거기서 왜 나오세요?

“어머. 오셨어요? 헌터님? 말씀하신 것보다 빨리 돌아오셨네요?”

천연덕스럽게 인사팀 직원들 사이에 합류하여 운동에 매진하는 강다희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넋을 잃고 있으려니.

운동복 차림의 신지현이 목에 수건을 두른 채, 푸르죽죽한 스포츠음료를 손에 들고 다가왔다.

“예…. 강다희에게 물어볼 말이 있어서.”

“아니! 팀장님! 지금 뭘 드시고 있는 거에욧!”

왠지 모르게 상쾌한 표정으로 땀을 닦아대는 신지현에게 막 본론을 꺼내려던 순간.

이쪽으로 시선을 돌린 김혜옥의 입에서 어마어마한 호통 소리가 터져 나왔다.

-쿠왕!

동시에 김혜옥은 화로 쿵! 소리가 나게 내려놓더니.

먹잇감을 발견한 한 마리 호랑이처럼 날쌔게 몸을 날려 이쪽으로 도약해 왔다.

수 미터는 됨직한 거리가 한 번에 좁혀지며, 거대한 육신이 내 눈앞에 뚝 떨어져 내렸다.

“의사 선생님께서 뭐라 그러셨어요! 음료수! 금지! 알코올! 특히 금지!”

-꽈작!

김혜옥은 부리부리하게 치켜뜬 눈으로 신지현을 노려보더니.

그녀의 손에 들린 플라스틱제 음료수병을 단숨에 빼앗아, 경이로운 악력으로 한 방에 찌그러뜨렸다.

찌그러진 음료수병이 푸르스름한 액체를 사방으로 튀기며, 희미한 알코올 냄새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마, 마지막으로 남은 위스키였는데….”

“어허! 씁! 간 수치가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초월하게 나오셨다는 분이 그런 나약한 말씀을!”

울상을 지은 신지현이 짓이겨진 음료수병을 애처롭게 바라보자.

김혜옥은 불교 탱화 속의 금강역사를 방불케 하는 엄격한 표정으로 신지현을 노려보았다.

그녀와 시선이 마주한 신지현의 표정이 밥그릇을 빼앗긴 강아지와 비슷한 표정으로 시무룩해지기 시작했다.

“…어라? 싸부니이임!”

그렇게 신지현을 매섭게 노려보던 김혜옥의 시선이 내 쪽으로 스르륵 움직인 바로 그 순간.

그녀의 입에서 반가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꽈드드득!

그리고 이어진 환영 인사는 김혜옥답게 강렬했다.

그녀가 내 몸을 꼬옥 끌어안자, 그녀의 우람한 두 팔이 마치 먹이를 사냥하는 한 마리 아나콘다처럼 내 몸을 강하게 압박해왔다.

“으음! 이 단단한 그립감! 역시 사부님이에요!”

“그, 그래 나도 반갑구나. 혜옥아.”

순간 발동한 생존본능으로 인해, 반사적으로 전신에 외골격을 둘렀지만.

외골격과 근육을 맞부딪힌 김혜옥의 감상평은 그저, ‘단단한 그립감’ 일뿐이었다.

점점 인간을 초월해가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내 입에선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분명, 내가 시켰던 일이 하나 있지 않았었니?”

눈 앞에 펼쳐진, 땀과 눈물이 빚어낸 지옥도에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이었지만.

지난번에 난 김혜옥에게 설악 공격대원들의 육체를 지켜달라는 지시를 내렸던 적이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렇네, 백운 병원에서 설악 공격대원들의 육체를 지키고 있어야 할 혜옥이가 어째서 여기서 남들의 땀과 눈물을 쥐어짜고 있는 거지?

“아하! 그거요? 완벽하게 이행하고 있어요! 팀장님 조언대로 그분들을 이곳으로 옮겨왔거든요!”

씩씩하게 답변한 김혜옥은 손가락으로 슬쩍 신지현을 가리켰다.

찌그러진 음료수통을 들고 간식 잃은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짓고 있던 신지현은 나와 눈길이 마주치자, 멋쩍은 표정을 짓곤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찜찜하잖아요? 한때 사교도들의 소굴이었다는데…. 연명 치료는 김헤옥 치유사님의 권능으로 충분하다니까. 이쪽으로 모셔 온 거예요.”

“그렇습니까? 하긴, 제가 처리한 사교도들은 어디까지나 체체파리 클랜이었던 놈들에게 한해서였으니까요. 헌데….”

신지현에게서 시선을 돌린 나는 탐탁지 않다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미 헬스장, 혹은 그에 준하는 체육시설로 탈바꿈된 사무실 내부에선 인사팀 직원들과 강다희 등등이 땀과 눈물을 사방으로 퍼뜨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런 비위생적인 곳에 환자들을 데려왔어요?’ 쯤 되는 무언의 질책이 섞인 표정으로 신지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여긴 나름대로 있을 건 다 있는 곳이라구요.”

내 질책 어린 시선을 마주한 신지현은 너무하다는 표정으로 눈썹을 찌푸렸다.

단순히 신지현이 휘하의 직원들과 임시로 대피 중인 단순한 사무실인 줄 알았더니.

아무래도 본사 건물의 그것처럼, 다른 층에 어지간한 편의시설들은 다 갖춰둔 모양이었다.

“아무튼! 싸부님! 지금은 육체개조 및 정신개조 시간이라서, 저는 저분들 좀 봐 드리러 갈게요!”

정신사나운 인사를 남긴 김혜옥은 내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리곤 다시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선, 등에 화로를 짊어지고 직원들과 같이 땀방울을 흘려대기 시작했다.

“크흠. 아무튼. 박정욱 선배님과 다른 분들을 이곳으로 모셔왔다니. 조금 수고는 덜겠네요. 그보다…. 뭡니까? 저기 천연덕스럽게 합류해 있는 저 여자는?”

적절한 해후와 궁금증을 해소한 나는 마침내 신지현에게 본론을 꺼냈다.

그리곤 손가락을 들어, 인사팀 직원들과 운동에 열중하고 있는 강다희를 가리키며.

강다희의 거취에 대해, 신지현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래, 도대체 왜! 어째서! 강다희가 저렇게 사이좋게 저기 껴 있는건데!

“…누구 작품이겠어요?”

“예?”

“김혜옥 치유사님 말이에요. 헌터님 없는 사이에 강다희가 계속 협조를 하지 않으니까. 둘이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낸다고 잠시 지하실로 내려가더니….”

뭔가 끔찍한 일이 있었던 모양인지.

김혜옥과 강다희에 관련된 기억을 떠올린 신지현은 그녀답지않게 퍼렇게 질린 얼굴로 가볍게 몸을 떨었다.

“그 뒤론 묘하게 협조적으로 변하면서, 저렇게 운동하러 모일 때마다 합류해서는 열심히 운동하고 있더라구요.”

신지현의 손짓에 따라, 나는 운동 중인 인사팀 직원들과 강다희에게 시선을 돌렸다.

전직 사교도 교주이자, 천하의 악녀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게.

강다희는 왜인지 보람찬 얼굴로 온몸에서 땀을 상쾌하게 흘려내고 있었다.

“강다희 씨! 눈에 아직 사악한 감정이 깃들어 있어욧! 굿바이 이블 넥 슬라이스!”

-뿌각!

김혜옥의 육중한 수도가 강다희의 목을 후려치자.

마치 장착이 두 쪽 나는 듯한 소리와 함께, 강다희의 목이 기묘한 각도로 굴절되었다.

입에선 ‘카학!’ 소리와 함께 새빨간 선혈이 폭발하듯 후두둑 튀어나왔다.

강다희의 눈이 허옇게 까뒤집어지며, 가녀린 몸이 육중한 역기와 함께 옆으로 풀썩 쓰러졌다.

“가, 감사합니다! 제 마음속의 어둠이 다시 한번 사라졌어요!”

“훌륭해요! 조금만 더 하면 완전히 개심하실 수 있으실거에요!”

쓰러진 강다희의 몸에서 에메랄드빛 광채가 번쩍이자.

그녀는 즉시 바닥에서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김혜옥에게 감사를 표했다.

온몸의 상처가 전부 회복되었음에도, 어째선지 김혜옥을 바라보는 강다희의 호흡은 거칠기 짝이 없었다.

…아무래도. 개심한 게 아니라 위험한(?) 세계에 눈을 떠버린 것 같은데.

“저렇게 되어버린 뒤론, 마치 헌터님이 계실 때처럼 언제나 협조적으로 나오더라구요. 특히…, 김혜옥 치유사님이 계실 땐 더더욱.”

“뭐, 사연이 어떻든. 협조적으로 변했다니. 그거, 참 다행이네요.”

뭔가 김혜옥과 강다희 사이에 엄청난 일이 있었던 것 같긴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단, 이유가 어떻든 강다희가 ‘협조적’으로 변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부탁할게 생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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