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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145화 (145/309)

제145화

-파지직!

모든 것을 살라 먹을 듯 살벌하게 시퍼런 색으로 이글거리던 강태백의 불꽃은 갑자기 돋아난 새하얀 얼음 덩어리에 막혀 사라져 버렸다.

오행 길드원들을 완전히 감싸다시피 한 얼음 덩어리엔 오행 길드를 상징하는 오망성이 도드라지게 아로새겨져 있었다.

“…이중환?”

공격이 허무하게 무위로 돌아갔음에도, 강태백은 분노에 찬 노성을 터뜨리지 않았다.

대신 그는 눈을 부릅 뜬 채, 얼빠진 표정으로 한때 친우였던 이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푸스스스.

강태백의 목소리에 반응한 것일까?

오망성이 새겨진 새하얀 얼음이 별안간 환영처럼 허무하게 흩어졌다.

얼음이 흩어진 자리엔, 어느새 검은 로브를 입은 인영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끄으으으. 가, 강태백…?》

얼굴까지 알뜰히 가려진 검은 로브 속에선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치 지옥에서 고통받는 망자의 목소리를 연상케 하듯, 이중환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버린 채, 엉망으로 갈라져 있었다.

“주, 중환이? 저, 정말로 자넨가? 도,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괴상하게 변해버린 이중환의 목소리에 강태백의 얼굴엔 동요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벌벌 떨리는 강태백의 목소리에선 오랜 친구에 대한 걱정이 안타깝게 뚝뚝 묻어나왔다.

《도, 도망치게. 노, 놈들이 내, 내 몸을 크으으아악!》

이중환은 필사적으로 몸을 뒤틀며, 강태백에게 도망치란 경고를 보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가 간신히 짜낸 정신력도 한계에 다다랐는지. 경고를 전하는 이중환의 목소리는 점점 짐승의 그것처럼 뒤틀려갔다.

《크워어어엉!》

이중환의 몸을 뒤덮은 누덕누덕한 검은 로브에서 찌릿한 살기가 폭발적으로 흘러나왔다.

진득한 살기가 연기처럼 어른거리는 그의 입에선 신음소리에 가까운 포효가 터져 나왔다.

이중환이 내지른 포효 속엔 온몸에 오싹오싹 소름이 치밀어오를 만큼 사악한 마력이 듬뿍 담겨있었다.

《쿠룩! 쿠워어어억!》

이중환이 내지른 사악한 포효에 오행 길드원들이 다시 움직임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강태백의 몸에서 무럭무럭 피어올랐던 살기에 얼어붙었던 놈들은 이중환의 사악한 마력에 감응해, 흉포한 포효를 내지르며 쓰러진 친위대원들에게 달려들었다.

-쩌저적!

“친위대원들을 부탁하네! 용호!”

허공에 거대한 얼음이 얼어붙기 시작하자, 강태백은 다급한 목소리로 내게 지시를 내렸다.

그리곤 그는 이를 부드득 갈더니, 온몸에서 푸른색 불꽃을 휘날리며 이중환에게 달려들었다.

「일기당천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총 [105] % 증가합니다」

「위치사수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총 [5] % 증가합니다」

나는 강태백의 지시에 따라, 준비해둔 약식 암룡출동을 발동시켰다.

주변을 가득 메운 오행 길드원들과 일련의 소동 동안 가만히 제자리에 선체로 대기한 덕에 두 가지 특성이 동시에 발동되어 능력치를 대폭 뻥튀기시켰다.

-번-쩌억!

시커멓게 물든 오른손의 외골격이 섬광과 함께 폭발하며, 한층 증폭된 내력이 깃든 외골격의 파편들이 정확히 오행 길드원들의 숨통만을 노리고 맹렬하게 쏘아졌다.

-콰득! 콰드득!

두 가지 특성의 조화로 2배를 훌쩍 뛰어넘게 증폭된 내력의 위력은 경악스러운 수준이었다.

산탄처럼 날아간 외골격의 파편들은 오행 길드원들의 변이된 피부에 퍽퍽 틀어박혔다.

단단한 놈들의 살거죽이 섬뜩한 파육음을 내며, 푹푹 파였다. 살점이 뚝뚝 뜯겨 나갔다.

《끄워어억!》

하지만 애석하게도 오행 길드원의 내구력 또한 경악스러운 수준이었다.

몇몇 신체 부위를 박살 내놓는 데는 성공했지만, 나는 증폭된 약식 암룡출동으로도 놈들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지 못했다.

한차례 고통스러운 흉성을 토해낸 놈들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흉포한 살기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내 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캬아아악!》

《쿠와아악!》

비록 오행 길드원들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지는 못했지만, 약식 암룡출동 덕분에 나는 놈들의 주의를 오롯이 내 쪽으로 집중시킬 수 있었다.

“지금입니다. 동료분들 챙겨서, 재정비부터 하세요!”

“아, 알겠습니다. 그, 금방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뒤를 부탁합니다! 산군님!”

멍한 표정으로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던 친위대원들에게 간단한 지시를 내린 뒤.

나는 어둠달을 까드득 움켜쥐곤 내게 쇄도해오는 오행 길드원들을 황금빛 안광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노려보았다.

《크에에에엑!》

네 방향에서 득달같이 달려오는 네 명의 오행 길드원들!

놈들 하나하나의 움직임은 야생 동물처럼 본능적인 살기와 광기의 지배를 받고 있었지만.

놈들 전체의 움직임은 마치 굶주린 늑대 떼가 동시에 사냥감을 덮치는 것처럼, 묘한 단합력을 이루고 있었다.

-카앙! 카아앙! 카앙!

하지만 증폭된 능력치와 화안금정의 권능의 사기적인 조합은 오행 길드원들의 그런 조직적인 움직임조차 모조리 읽어내었다.

나는 증폭된 내력을 주입한 어둠달을 풍차처럼 휘두르며, 동시에 달려든 놈들의 공격을 모조리 가볍게 흘려보냈다.

-부우웅! 부우웅!

오행 길드원들의 공격을 모조리 튕겨낸 뒤엔, 이쪽에서 반격할 차례!

빠르게 휭휭 회전하는 어둠달의 창대에서 마치 수천 마리의 벌떼가 동시에 우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성난 벌 떼가 둥지를 습격한 침입자의 숨통을 노리듯, 날카롭게 쏘아진 어둠달이 오행 길드원들의 급소를 노렸다.

-화륵! 화르륵!

염룡등천의 묘리에 따라 화염이 이글거리는 창날이 눈 깜짝할 사이에 오행 길드원들의 급소에 파고들었다.

놈들의 경이로운 내구력을 고려하여, 어둠달의 창날에 증폭된 내력을 평소보다 과하게 주입하자.

창끝에서 피어오른 화염이 허옇게 백열 되며 무서운 위력을 토해내었다.

《케흐흐흑!》

새하얀 불꽃에 휘감긴 창날이 오행 길드원들의 급소를 파고들자.

질기디질긴 살거죽이 퍽퍽 뚫리며, 커다란 구멍이 뻥뻥 뚫렸다.

살점이 타들어 가는 고약한 냄새와 함께, 단면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두근! 두근! 두근!

창날이 오행 길드원들의 몸을 꿰뚫은 순간.

어둠달의 창날에 박힌 검은 심장이 요사스러운 붉은 빛을 발하며 쿵쿵 맥동했다.

오행 길드원들의 몸을 가득 채운 사악한 마력이 내부에서부터 화르륵 타올랐다.

-치지지직!

오행 길드원들의 몸을 구성하는 마력이 내부에서부터 타들어 가기 시작하자.

꿈틀거리며 발악하던 놈들의 움직임이 굼떠지며, 입에서 시커먼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동시에 불길 속에서 정화된 마력이 내 몸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부우웅! 부우웅!

정화된 마력이 내력이 되어 내 몸속으로 흡수되자.

무리하게 내력을 사용한 결과로 잠시 무력감이 찾아왔던 몸이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오행 길드원들의 공격을 막아내며, 풍차처럼 회전하는 어둠달의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모든 것들을 짓이기고 박살 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팽배해졌다.

-꽈드득! 꽈득!

풍차처럼 회전하는 어둠달이 중간중간 반격을 토해낼 때마다.

내게 덤벼든 오행 길드원들의 육신에 시커먼 구멍이 뻥뻥 뚫렸다.

고통스러운 비명을 토해내는 놈들의 입에선 시커먼 연기가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케헤헤헥!》

한 방에 두 놈! 아니 세 놈!

오행 길드원을 쓰러뜨리면 쓰러뜨릴수록

한층 업그레이드된 검은 심장의 권능에 의해, 나는 지치기는커녕 더욱더 강해졌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빛살처럼 쏘아진 어둠달의 창날이 오행 길드원 세 명의 몸을 동시에 꿰뚫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산군님! 지금 합세하도록…. 세상에!”

격전 중에 어느새 몸을 추스른 강태백의 친위대원들이 나를 지원하기 위해 합류했지만.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차가운 땅바닥에 모조리 몸을 뉘인 오행 길드원들의 싸늘한 시신들과 그 사이에서 시커먼 내력의 와류에 휘감긴 나의 흉험한 모습이었다.

“산군님? 괘, 괜찮으십니까?”

검은 심장의 권능으로 인해, 지나치게 많은 내력을 흡수해서인지.

계속해서 심장이 빠르게 쿵쿵 뛰었다. 머릿속에서 아드레날린이 울컥울컥 분비되었다.

한 마리 악귀처럼 일그러진 얼굴 때문인지, 내게 다가온 친위대원은 흠칫 놀라,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이쪽은 대충 마무리되었으니. 길드장님 쪽을 부탁합니다.”

친위대원들이 경계하듯 나를 빙 둘러싸기 시작하자.

나는 막대한 내력이 선사해주는 폭력적인 욕구와 광기를 간신히 억눌렀다.

그리곤 최대한 어색하지 않은 미소를 지으며, 강태백과 이중환의 결전이 치러지고 있는 장소로 그들의 주의를 돌렸다.

*****

“치잇!”

신음소리를 토해낸 강태백은 이중환의 공격을 가까스로 피해냈다.

유령처럼 검은 로브 자락을 휘날리며, 엄청난 냉기를 뿜어내는 이중환의 흉흉한 마력은 그 약해빠진 바지사장이 맞나 싶을 정도로 대단한 수준이었다.

-쩌적저! 쩌적!

이중환의 새하얀 얼음덩어리를 날릴 때마다, 얼음이 뿜어내는 한기에 노출된 건물 잔해들이 쩍쩍 얼어붙었다가 파스스 무너져내렸다.

《…주인님을 위해서. 크윽! 태, 태백의 벌레들은 제, 제거해야 한다….》

굉장히 고통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이중환은 계속해서 뜻 모를 소리를 중얼거렸다.

혼자 계속 괴로워하는 것으로 봐선, 희미하게 남아있는 이중환 본인의 의지가 사악한 마력으로부터 저항하고 있는 듯했지만….

“저, 정신 차리게. 중환이! 도대체 어떻게 된…. 크윽!”

이중환의 육신은 이미 완벽하게 장악당한 뒤였다.

강태백이 간절한 목소리로 이중환에게 대화를 걸어보려 했지만, 돌아온 것은 이중환이 날려대는 새하얀 얼음덩어리뿐이었다.

《주, 죽인다!》

이중환이 새하얀 얼음 덩어리를 사방으로 퍼뜨릴 때마다, 주변의 온도가 뚝뚝 떨어졌다.

부서진 아스팔트에 새하얀 얼음꽃이 피며, 서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이중환을 저렇게 개조시키다니. 그 사악한 사교도 놈은 지독한 악취미를 지녔군 그래.]

강태백을 상대하는 중인 이중환의 무력은 내가 기억하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회귀 전, 내가 기억하는 이중환은 대한민국 최정상급 길드의 길드장이란 자리에 걸맞지 않게 ‘약골’ 혹은 ‘나약한 바지사장’이란 이미지로 유명한 자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저 양반이 저걸 공격용으로 휘두를 줄이야….”

이중환이 가진 특성 트리 『서리의 축복』의 능력은 냉기를 다루는 것으로, 실로 막강한 위력을 자랑하는 특성 트리였다.

하지만 이중환의 유약한 성격 탓에 그는 그렇게 강력한 특성을 가지고도 그동안 자신의 특성을 오로지 ‘방어용’으로만 사용했었다.

…헌터 주제에 ‘꽃으로도 때리지말라.’ 라는 말을 실제로 구현하던 그 평화주의자 양반이 저걸 공격용으로 휘두르는 것을 보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하지 못했는데.

“크으윽! 중환이! 제발! 제발 정신 차리게!”

이중환이 새하얀 얼음을 휘둘러, 사방으로 한기를 퍼뜨리자.

푸르스름하게 타오르는 강태백의 외골격이 계속해서 조금씩 깎여나갔다.

자신의 외골격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순간에도 강태백은 계속해서 간절하게 이중환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새파란 불꽃으로 이중환의 공격을 막아내고만 있었다.

“저. 저희가 돕겠습니다! 길드장님!”

그 안타까운 모습을 본 강태백의 친위대원들은 다급한 목소리로 몸 위에 외골격을 일으켰다.

무기를 힘껏 틀어쥔 그들의 몸에서 제법 봐줄 만한 기운이 흘러나와, 주변을 잠식한 한기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끼, 끼어들지 말게! 이중환과 관련된 문제는 내가! 이 강태백이! 해결해야 할 문제야!”

하지만 강태백은 고집스럽게 외치며, 친위대원들의 참절은 단칼에 거절했다.

사무치는 냉기에 맞서며 조금씩 이중환에게 다가가는 그의 외골격은 이제 언제 꺼져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붉은빛으로 변해있었다.

“자, 잡았다! 날세! 나 강태백일세.”

친위대원들이 잠깐 냉기를 밀어내준 덕분인지.

각고의 노력 끝에 강태백은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이중환의 몸을 붙잡을 수 있었다.

강태백은 간절한 눈빛으로 눈물을 어룽거리며, 이중환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로브를 조심스레 벗겼다.

“…중환이?”

검은 로브가 벗겨진 순간, 강태백의 얼굴이 주변을 뒤덮은 얼음처럼 새하얗게 얼어붙었다.

조심스레 주변을 둘러싼 채로 다가가던 친위대원들도, 들끓는 마력을 진정시키던 나조차도 로브 아래 드러난 이중환의 얼굴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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