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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143화 (143/309)

제143화

『혼령 수확』

등급 : 전설

효과 : 망자들의 원혼을 수확해, 그들을 사용자의 마력으로 흡수하는 스킬.

『혼령 수확』을 습득합니다.

망자의 영혼을 뒤틀어 자신의 마력으로 흡수하는 능력을 지닌, 저주받은 스킬이자.

회귀 전, 죽음의 마녀로 유명했던 ‘흑장미’ 아즈사를 대표하는 권능 중 하나였다.

시린 한기를 뿜어내는 구체의 정체를 눈치챈 순간, 내 표정은 구겨진 휴지처럼 와락 일그러졌다.

…빌어먹을. 어째서 그 마녀의 불길하기 짝이 없는 스킬이 여기서 튀어나오는지 모르겠군.

회귀 전, 온몸에서 독과 죽음을 역병처럼 뿌리고 다녔던 아즈사는 그 권능에서 유추해볼 수 있듯, 체체파리 클랜에 속한 사교도 중 하나였다.

처음엔 평범한 사교도에 불과했던 그녀가 ‘죽음의 마녀’라는 살벌한 별명을 지니게 된 원흉은 바로, 이 『혼령 수확』이란 특성이 지닌 ‘부작용’ 때문이었다.

[이거 재밌는 것이 튀어나왔구나. 『혼령 수확』이라…. 잰척하길 좋아하는 코쟁이 성좌 놈이 다른 성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단순히 ‘재밌을 것’ 같다며 만들어 낸 물건으로 기억한다만.]

“재밌긴요. 부작용 하나만큼은 저주에 가까운 스킬인데.”

『혼령 수확』 특성은 죽은 자들의 영혼을 모조리 수확하여, 그들의 영혼을 마력으로 변환시키는 사기적인 효과를 지녔지만.

그렇게 영혼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망자들이 생전이 지녔던 기억, 사념, 원한 등등까지 함께 흡수해버린다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회귀 전, 사교도와의 전면 전쟁에서 사망한 사교도들의 영혼을 모조리 흡수한 아즈사는 그들의 원혼에 집어삼켜 져, 마치 살아 움직이는 원한 덩어리 같은 존재로 거듭나 버렸고 말이지….

[부작용이라니? 그 코쟁이 놈이 성격은 고약해도, 자신이 고안해 낸 특성에 부작용 같은 함정을 숨겨둘 만큼 비열한 성격은 아니다만?]

“회귀 전, 『혼령 수확』의 부작용 탓에, 망령들에게 자아를 빼앗긴 아즈사라는 사교도를 보셨지 않으셨습니까.”

어째선지 위철용은 내 입에서 흘러나온 ‘부작용’이라는 말에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망령들에게 잠식당한 아즈사의 모습을 수차례나 보았을 텐데도 의문을 표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위철용에게 아즈사의 사례를 들어 『혼령 수확』 스킬의 부작용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부작용은 무슨! 혼령들의 사념을 흡수하는 것 또한, 그 코쟁이 놈이 상정해둔 특성의 권능 중 하나이거늘! 그것을 한낱 부작용 따위로 치부해?]

“예? 하지만 아즈사는….”

[아무리 몸에 좋은 보약이라도 한 번에 많이 들이키면 독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니라. 욕심에 휩쓸려 자신이 제어하지도 못할 양의 혼령을 한 번에 수확해, 몽땅 흡수하는 멍청한 짓을 저질렀으니. 망령들 따위에게 자아를 빼앗기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말로겠지!]

가만히 내 설명을 듣던 위철용은 피식 웃으며, 입꼬리를 사납고 고약하게 비틀었다.

놀랍게도 위철용은 그간 세간에 ‘부작용’이라 알려졌었던 효과를 ‘제작자가 미리 상정해둔 것’으로 일축해버렸다.

…혼령의 사념을 흡수하는 것이 부작용이 아니라 정상적인 효능이라고?

[게다가. 지금의 네놈에게 급한 것은 ‘정보’가 아니겠느냐? 본존이 생각하기로는 지금의 네놈에게 그것만큼 안성맞춤인 능력이 없다고 본다만. 설마…. 육신을 잃어버린 망령들 따위가 뒤려운건 아니겠지?]

위철용은 묘하게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대답 여하에 따라, 심상 세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정신상태를 ‘개조’ 시켜주겠다는 의지가 그의 눈빛에서 스산하게 묻어나왔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어르신. 것보다 정보라…. 그러고 보니. 사념을 흡수하는 걸 그런 식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네요.”

위철용의 말대로 망령들의 사념이 잠식해오는 것을 정신력으로 상쇄시킬 수만 있다면.

『혼령 수확』 특성의 그동안 ‘부작용’으로 알려졌던 능력만큼, 정보를 습득하기 좋은 수단도 흔치 않았다.

가마 속에 죽어 나자빠진 김우경의 시신을 슬쩍 바라본 나는, 이내 결심을 굳히곤 상자 속에서 『영혼 수확 낫』을 꺼내 들었다.

-까드득!

순간 망령에 완전히 잠식당했던 아즈사의 광기 어린 얼굴이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나는 고개를 휘휘 내저어 망설임을 날려버린 뒤, 푸른빛 구체를 더욱 단단히 틀어쥐었다.

「아이템 『영혼 수확 낫』을 사용해, 특성 『혼령 수확』을 습득하시겠습니까?」

“습득.”

압력이 가해지자, 자연스레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내 대답에 따라, 푸른 구체에서 당장에라도 모든 것을 베어낼 듯 시린 빛 광채가 뿜어져 나온 바로 그 순간!

「특성 『육체와 영혼』의 숨겨진 효과가 발동합니다.」

「특성 『육체와 영혼』이 특성 『혼령 수확』의 비틀린 영혼의 길을 바로잡습니다!」

「특성 『육체와 영혼』의 영향을 받아, 특성 『혼령 수확』이 『원혼 제령』으로 진화합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글귀들이 시스템 메시지창에 연이어 주르륵 출력되었다.

…뭐, 뭐야? 뭐가 어떻게 바뀌었다고?

『원혼 제령』

등급 : 고유

효과 : 하계를 거니는 원혼들에게 안식을 선사하여, 그들을 명계로 인도하는 스킬.

『원혼 제령술』을 습득합니다.

『《흐어어. 원통하오. 그대여 부디 내 원한을….》

“영원한 죽음의 아버지께서 그대를 굽어살피시길.”

척박한 테흐리마 사막은 언제나 삶과 죽음이 수시로 교차하는 장소입니다.

그곳에서 원혼들의 넋을 달래어, 그들을 명계로 인도하는 것이 죽음 사제의 일상이죠.

원혼으로 나타난 연인을 바라보는 죽음 사제는 과연 어떤 감정을 품고 있었을까요?』

먼젓번에 습득했던 영혼과 관련된 특성, 『육체와 영혼』의 숨겨진 효과가 제멋대로 발동해.

습득 예정이었던 특성 『혼령 수확』은 난생처음 보는 특성 『원혼 제령』으로 진화해버렸다.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특성 트리를 열어 『원혼 제령』에 포인트를 투자하자.

“크으읏!”

머리가 아릿하게 욱씬 거리는 두통과 함께, 무의식 저편으로부터 새로운 지식들이 너울너울 날아와 머릿속에 아로새겨졌다.

어떻게 망자들에게 안식을 선사하여 명계로 인도할 수 있는지!

제령된 망자들이 남긴 업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원혼 제령술』이란 스킬에 대한 지식이 머릿속에 새롭게 각인됨과 동시에, 그것을 오랜 기간 동안 수련한 것마냥 스킬에 대한 다양한 활용법이 저절로 몸에 체득되었다.

-파츠츠츠.

『원혼 제령술』이 완벽하게 습득된 순간.

나는 홀린 듯 김우경의 까맣게 타버린 시신에 다가가, 새로이 습득한 스킬을 사용해 그의 원혼을 저승으로 인도하기 시작했다.

[어떠냐. 애송아. 그 코쟁이 놈이 성격은 고약해도 재주 하나는 끝내 주…. 어엉?]

내 손에서 『혼령 수확』 스킬 특유의 서슬퍼런 푸른빛이 아닌, 마치 태양과도 같은 따사로운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자.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위철용의 눈에 경악이 어렸다.

[뭐, 뭐냐 그건! 본존이 기억하기로 『혼령 수확』은 그러한 기운을 지닌 술법이 아니었거늘!]

“여차여차해서, 특성이 또 진화해버렸지 뭡니까. 흐음…. 이게 그 ‘업’인가?”

잔뜩 흥분한 위철용에게 간략한 설명을 하고 있으려니.

내 손에서 비롯된 황금빛 기운에 휩싸였던 김우경의 시신에서 끈적하면서도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쭈욱 딸려 나왔다.

-쪼르륵!

김우경의 영혼이 세상에 남긴 미련, ‘업’이 내 몸속으로 흡수되자.

그의 시신에서 반투명한 형태의 영혼이 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업을 털어낸 덕분인지, 김우경의 영혼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고마우이….》

김우경의 영혼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감사를 표하더니, 이내 따스한 빛에 휘감겨 사라졌다.

그의 영혼이 완전히 내 시야에서 사라진 순간, 낯설고 생소한 기억들이 내 머릿속으로 물밀 듯 범람해오기 시작했다.

*****

「“가, 감사합니다! 대주교님! 이렇게 귀한 것을 알려주시다니….”」

「“그분께서 알려주신 고대의 비법이라면, 당신 같은 무능한 인물도, 능히 태백의 공방 조합을 휘어잡을 만큼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모쪼록 ‘거래’를 잊지 마시길.”」

「“다, 당연한 말씀을! 당부하신 대로 행하겠습니다!”」

김우경의 기억은 놀라운 사실들을 내게 속삭여주었다.

놀랍게도 김우경을 거장이 자리까지 이끌어준 『원념 제련』은 김준영이 그에게 들어온 재료를 계속 빼돌려 체체파리 클랜에 공급해 달라는 ‘거래’의 조건으로 알려준 것이었다.

김우경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체체파리 클랜, 아니 김준영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자였다.

「“부, 부탁하신 대로 태백의 보급품을 명목으로 『원혼 무쇠』를 확보해 두었습니다.”」

「“흐음…. 이 정도라면 그들을 축복받은 육신으로 벼려낼 수 있겠군요. 고생하셨습니다.”」

「“헤, 헤헤 그리고 말씀드렸듯, 추적을 피하기 위해. 다른 무기 장인들도 그분의 종으로 ‘처리’해두었습니다. 그렇다면. 제게 약속해주셨던…. 끄아아아악!”」

「“예에. 약속해 드렸던 대로 주인님의 ‘축복’을 내려드리죠.”」

김우경의 기억은 계속해서 엄청난 사실들을 토해놓고 있었다.

김준영의 명령에 따라, 박정욱과 설악 공격대를 리빙 아머로 제련하기 위해, 『원혼 무쇠』를 빼돌린 것은 어느 정도 짐작했던 사실이지만….

“평소처럼 불친절하길래, 그저 별일이 없을 줄 알았더니. 세뇌까지 당한 상태였어?”

무기 장인들을 모종의 방법으로 세뇌해둔 것은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김우경은 김준영의 지시에 따라, 추적을 피하기 위해 무기 장인들을 모조리 세뇌해둔 상태였다.

「“그분께서 우리의 대의를 방해하는 사특한 작자들이 있다 하셨습니다. 처음으로 주인님이 축복을 받은 당신이라면…. 그들의 발목을 잡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도 같군요.”」

「“끄, 끄아아아악! 어, 어째서! 어째서!”」

「“그분의 ‘축복’을 거부하시는 겁니까? 원하는 대로 ‘누구도 무시 못 할’ 육신을 제공해 드렸는데…. 뭐. 어차피 태백 길드는 그들의 손길이 미친 곳. 새로운 터전을 마련할 때도 되었죠.”」

김우경이 괴이쩍은 꼴로 변해버린 것과 저택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김준영에게 김우경이 버림받은 것으로 말미암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신지현과 이세영의 활약으로 인해, 태백에서 놈들이 운신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인지.

김준영은 김우경을 과감하게 버림 패로 사용해 버렸다.

“평소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그런 뻔뻔스러운 짓을 하나 했더니. 결국, 이따위 결말이라니.”

저택에 ‘어설픈’ 사교도들이 다수 포진해 있던 것도, 뻔히 보이는 계략을 사용한 것도

단순히 김우경을 시간 끌기용 버림 패로 사용해, 잠시 내 눈길을 잡아놓기 위해서였다.

평생을 남들을 등쳐먹고, 착취하며 살아왔던 김우경은 그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해버린 것이었다.

「“검은 부화장은 이미 노출된 곳이니. 그들이 제련 중인 곳으로 당분간 거처를 옮겨야겠습니다. 그의 개조가 완료되는 대로 모두 자료 챙겨서 그쪽으로 가도록 하지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우경이 게이트 우두머리와 융합되어 개조되는 도중.

가물가물한 의식 사이로 김준영과 측근들의 대화를 악착같이 엿들었다는 것.

『원혼 제령술』을 통해 여한을 풀어준 것에 대한 그의 마지막 선물인지, 아니면 어떻게든 자신을 배신한 김준영에 대한 복수심인지 그는 확실히 김준영의 행선지를 기억해둔 상태였다.

“오행 길드의 포션 제조 공장이라…. 그쪽에 숨어있었군. 쥐새끼들.”

김준영의 행선지를 파악한 나는, 황금빛 안광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오행 길드의 포션 제조 공장이 위치한 잠실 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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