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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135화 (135/309)

제135화

나는 쓰게 웃으며, 귓가에 가져갔던 스마트폰을 호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신지현의 다급한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를 웅웅 울리는 것 같았다.

“백운 병원이라…. 이것 참 공교로운 우연인걸?”

내 지시를 받아, 암호문과도 같은 자료들을 해석하며 ‘수상한 놈들’을 추려내던 신지현은 별안간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러더니 그녀는 평소답지 않게 다급한 목소리로 나더러 백운 병원으로 가줄 것을 요청했다.

…문제는 공교롭게도 마침 나 역시, 모종의 이유로 백운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는 것.

“와아! 싸부님. 저기가 앞으로 제가 일할 장소인가요? 엄청나게 크고 예쁜 건물이네요!”

백운 병원이 저 멀리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내가 그곳으로 향하던 ‘모종의 이유’인 김혜옥이 잔뜩 흥분된 목소리로 감탄사를 터뜨렸다.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연신 호들갑스러운 감탄을 표하는 김혜옥의 눈빛은 그 나이 또래 특유의 순수함이 묻어있었다.

“그래…. 크긴 하지. 태백에서 직접 관리하는 병원이니까.”

백운 병원.

태백에서 길드 소속 헌터들의 복지를 위해, 직접 운영중인 길드 직영병원이다.

전국에서 제일가는 길드가 운영하는 곳답게, 이곳 백운 병원은 건물의 크기부터 실로 크고 아름다운 수준이었다.

의식을 잃은 박정욱과 설악 공격대 또한, 이곳에 입원해 있는 상태였기에.

그렇지 않아도 나는 그들을 치료해주기 위해, 김혜옥과 함께 이곳으로 향하던 차였다.

[허어 사교도 놈들이 도사린 곳에 그들의 치료를 맡겼다니, 이거야 말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신지현이 내게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온 이유 또한 박정욱의 신변문제 때문이었다.

위철용의 탄식처럼, 아무리 몰랐다곤 해도 그녀의 손으로 그들을 사교도들이 숨어있는 마굴에 던져넣어버린 격이었으니까.

‘태백에서 의료설비가 가장 훌륭한 곳이 바로 이곳, 백운 병원이니. 전후 사정을 모르던 신지현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죠’

-우우웅! 우우웅!

오죽 다급한 모양인지, 신지현은 계속해서 내게 톡을 보내왔다.

주머니에 넣어둔 스마트폰이 쉴새없이 진동하며, 그녀의 다급한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백운 병원에 숨어든 이들의 명단까진 확보하지 못했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헌터님」

「서류에서 언급된 사교도 중 한 명은 의사로 위장하고 있다고 해요.」

「혹시 모르니, 그동안 박정욱 산군님을 담당했던 의사들의 명단을 보낼게요.」

애석하게도 신지현조차 이곳에 숨어든 사교도의 정확한 신분을 특정할 순 없었던 것 같았다.

그녀가 내게 제공한 유일한 단서는 사교도들 중 한 명이 ‘의사’로 잠복해 있다는 것 뿐.

하지만 백운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의 숫자만 해도 세자리 수가 훌쩍 넘어가기에, ‘의사’라는 신분조차 지금의 내겐 그리 유용한 단서가 아니었다.

‘어찌되었든, 우선 박정욱의 상태를 먼저 봐야겠네요.’

연신 호들갑을 떨어대는 김혜옥을 이끌고, 위철용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우리는 백운 병원의 본관 앞에 도착해 있었다.

*****

-세, 세상에 무슨 얼굴이…. 연예인인가? 오늘 기획된 드라마 촬영이 벌써 시작된 거야?

-아냐. 멍청아! ‘얼굴천재’로 유명한 설용호 헌터잖아! 넌 요즘 인터넷도 안 보냐?

병원 문을 열고 로비에 들어선 순간, 수많은 인파로 소란스러웠던 로비에 정적이 찾아왔다.

곧이어 사람들이 조용히 소곤소곤 귓속말을 나누는 소리가 내 귓가를 간질였다.

동시에 로비를 가득 메운 사람들의 시선이 한순간 내게 부담스럽게 집중되었다.

-….

그렇게 집중된 시선은 자연스레 뒤따라 들어온 김혜옥에게 이어졌으나.

두 눈에 붉은 광망이 번들거리는 그녀가 씨익 미소를 짓자.

그녀의 외모가 부담스러워선지, 삽시간에 사람들의 집중된 시선이 다른 곳으로 분산됐다.

“오, 오셨군요. 산군님. 반갑습니다. 이곳을 담당하고 있는 원장 김효중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원장님. 연락드렸던 대로 박정욱 선배님을 만나뵈러 왔습니다만….”

그렇게 로비에서 다른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으려니.

다부진 체격의 중년인, 김효중 원장이 헐레벌떡 내 쪽으로 뛰어와 인사를 건넸다.

그의 뒤를 따라, 하얀 가운을 차려입은 의사들의 무리가 우르르 몰려와 연이어 고개를 숙였다.

미리 연락을 해뒀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바라보는 김효중과 의사들의 표정엔 긴장이 가득했다.

“바, 박정욱 산군님의 병실은 이쪽입니다.”

잔뜩 긴장한 표정의 김효중은 서둘러 나를 박정욱이 입원한 VIP용 병실로 안내했다.

그가 직접 덜덜 떨리는 손으로 병실의 문을 열자,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가 코끝을 자극했다.

“선배….”

박정욱의 상태는 척 보기에도 위중해 보였다.

떡 벌어진 근육질 육신은 초라하게 바짝 말라 비틀어진 채로 침대에 몸을 뉘고 있었고

독에 중독된 피부는 시커멓게 썩어들어가며,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한때 태백의 산군으로 명성을 누렸던 이의 비참한 몰락에 가슴이 쿡쿡 쑤시듯 아파왔다.

긴장된 표정으로 두리번 거리며 병실에 들어온 김혜옥 또한, 박정욱의 심각한 상태에 입을 틀어막았다.

“다들 잠시 나가주시겠습니까?”

박정욱의 심각한 상태를 확인한 이상. 더는 지체할 마음이 없었다.

치료에 앞서, 구름처럼 우르르 몰려든 의사들에게 축객령을 내리자. 그들은 우물쭈물한 표정으로 머뭇거렸다.

“하, 하지만 산군님.”

“못들으셨어요? 싸부님께서 잠시 나가달라고 ‘부탁’ 하셨잖아요?”

하지만 팔짱을 낀 김혜옥이 험악하게 음영진 얼굴을 들이민 순간.

병실을 가득 메웠던 하얀 가운들은 고양이에게 쫓기는 쥐떼마냥 호다닥 밖으로 뛰쳐나갔다.

-파츠츠츠!

의사들이 모조리 밖으로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뒤.

나는 인벤토리에서 체체파리 클랜의 세 가지 신물 중 하나인 『부패와 타락의 오브』를 꺼냈다.

꺼내든 오브에 내력을 조금씩 주입하자, 내 내력에 감응한 오브가 요사스러운 보랏빛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츄와아아악!

보랏빛으로 번쩍이는 오브는 내 의지에 따라, 박정욱의 몸에서 독을 빨아냈다.

어두운 보랏빛 액체가 쉴새없이 박정욱에게서 빨려나와 오브 속으로 흡수되었다.

독이 빨려나올수록, 시커멓게 변색되었던 그의 몸이 차츰차츰 원래의 빛깔을 찾아갔다.

“…?!”

박정욱의 몸에서 빠져나온 독이 오브 속으로 흡수된 바로 그 순간!

오브와 감응 중인 내 머릿속에 박정욱을 중독시킨 독에 대한 정보가 흘러들어왔다.

회귀 전, 사교도들의 신물을 사용했을 땐 겪어보지 못했던 현상이었다.

어떤 독을 조합하여 만들어낸 것인지!

‘쇠락한 고성의 파리군주’의 권능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어떤 소름끼치는 비밀이 숨어있는지 등등의 금쪽같은 정보들이 어째선지 머릿속에 분수처럼 솟구쳐 각인 되었다.

…그, 그런 것이었다니.

머릿속에 각인된 정보들은 전율이 절로 일어날만큼 대단한 것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정보는 바로, 박정욱에게 사용되었던 치료법에 관련된 것!

어째서 백운 병원에서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박정욱의 상태가 더 악화왔는지에 대한 비밀이 풀렸다.

-쪼르르륵!

머릿속을 강타한 정보의 향연에 심취해 있는 사이. 박정욱에게서 모든 독이 빨려나왔다.

독이 전부 빨려나온 것을 확인한 나는 조용히 김혜옥에게 눈짓했다.

“아참! 혜옥아, 선배님의 치료는 부디 조심히….”

“옙! 웨이크업 플리즈 피스트!”

내 눈짓을 받은 김혜옥은 즉시 박정욱에게 특유의 ‘치료’ 스킬을 사용했다.

내가 미처 박정욱을 ‘조심히’ 다뤄달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주먹이 박정욱의 명치에 벼락처럼 틀어박혔다.

-우두둑!

산소 호흡기로 간신히 연명 중인 박정욱의 명치에 주먹이 틀어박히자.

뼈가 맛깔나게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가슴팍이 움푹 함몰되었다.

동시에 박정욱의 몸 전체가 찬란한 에메랄드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런. 사부님. 이 아저씨…. 아니, 박정욱 산군님의 상태가 생각보다 더 심각한가봐요.”

“…네가 더 심각하게 만든건 아니고? 중상자에게 너무 과격한 것 아냐?”

갈비뼈가 과자처럼 와그작 부서지며, 덤으로 침대마저 반으로 뚝 접힐 정도의 충격이었지만.

김혜옥의 ‘치료’ 스킬에 피격당하고도 박정욱의 상태는 피부색이 약간 더 밝아진 것 외엔 그리 호전되지 않았다.

김혜옥이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심각한 표정으로 박정욱의 상태를 알려오자.

그녀의 과격한 ‘치료’에 익숙해지지 않은 나는 멍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핀잔을 주었다.

“과격할 수 밖에 없어요. 사부님. 제 특성 트리의 기본적인 치료방식은 ‘타격전환’이거든요. 제가 환자에게 충격을 주면, 그 충격량에 비례한 수치만큼의 생명 에너지를 환자에게 주입해주는 방식이라서…. 안타깝지만 저는 마음에도 없는 치유의 폭력을 휘두를 수 밖에 없죠.”

어쩐지 그동안 환자를 ‘치료’하겠다면서 구타를 일삼았던 이유가 저런거였다니….

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헌터들이 보유한 특성 트리도 온갖 별난 것이 많다지만.

내 평생, 김혜옥이 지닌 특성 트리만큼 해괴한 것은 본 적이 없었다.

…것보다. 정말 ‘마음에도’ 없는 폭력이야?

순간적으로 든 의문에, 화안금정으로 김혜옥의 마음을 엿봤지만.

그녀의 머리 위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두 단어는 『진실』 뿐이었다.

“안되겠어요. 고작 소형차에 들이 받히는 충격가지곤 택도 없는 것 같아요.”

난생 처음 알게 된 김혜옥의 비밀(?)에 황당해 하는 사이.

목을 우두둑 꺾으며 몸을 푼 그녀는 양 손목에 착용하고 있던 손목 보호대를 풀었다.

-쿠웅! 쿠웅!

도대체 무엇으로 제작된 건진 모르겠지만.

두 개의 손목 보호대가 바닥에 떨어지자, 그 무게만으로 바닥이 움푹 파일지경이었다.

“아무래도 중형차 급으로 올려봐야겠네요! 홋-호!”

-꾸과아아앙!

미처 말릴 새도 없이. 다시 한 번 김혜옥의 주먹이 박정욱의 몸에 틀어박혔다.

어마어마한 충격에 이미 한번 반으로 접혀진 침대가 이번엔 완전히 엿가락처럼 뒤틀렸다.

박정욱의 몸에서 에메랄드 빛이 요란하게 번쩍이기 시작했다.

******

요란스러운 김혜옥식 치료가 몇 번 더 이뤄지자.

박정욱의 몸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상해요. 싸부님. 육신의 상처는 전부 수습했는데. 의식을 찾지 못하세요.”

잔뜩 주입된 생명 에너지로 인해, 비쩍 말랐던 몸이 원래의 강건한 근육질로 돌아왔고.

썩어 문드러진 피부도 원래의 건강한 구릿빛을 되찾을 상태였다.

하지만 김혜옥의 말대로 육신의 상처가 전부 치료되었음에도 여전히 박정욱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영혼에 타격을 줄 수 있도록, 이번엔 대형차급으로…. 어라?”

-휘청!

결연한 표정의 김혜옥은 온몸의 근육을 위협적으로 불끈거리며 자세를 다시 잡았다.

하지만 무리를 해서인지, 그녀의 강건한 근육질 몸이 옆으로 휘청 거렸다.

“아서라. 아서. 초짜 치유사 주제에 너무 무리했어.”

김혜옥의 거대한 몸이 바닥과 격렬한 키스를 나누기 전에. 그녀에게 다가간 나는 그녀의 몸을 부축해 주었다.

그리곤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한 병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하, 하지만 사부님. 아직 박정욱 산군님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셨는데요.”

“치유사라고 모든 것을 무작정 치료할 수는 없는 법이야. 아무래도…. 선배님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건 다른 이유 때문인 것 같다.”

“다, 다른 이유라구요? 알려주세요! 그게 무엇인지 알기만 하면 제가 부숴버리…. 아, 아니 치료해버리겠어요!”

의외로 김혜옥은 환자를 ‘치료’하는 행위 자체에 커다란 책임감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그녀의 순박한 눈동자는 반드시 박정욱을 치료하겠다는 열의로 화르륵 타오르고 있었다.

“그거야, 아직 나도 잘 모르지. 조금 조사해보고 올테니까. 그때까지 선배님을 좀 지켜주겠니?”

김혜옥에게 박정욱의 호위를 맡긴 나는, 병실 밖으로 나왔다.

병실 밖 복도에선, 김헤옥에게 쫓겨났던 의사들이 그대로 늘어선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 산군님? 안에서 엄청난 소리가 났는데. 이게 무슨….”

박정욱의 육체를 치료하겠답시고 김혜옥이 온갖 다양한 충격을 시도한 덕분인지.

나를 바라보는 김효중의 눈엔 숨길 수 없는 불안한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를 호위하듯 늘어선 의사들의 표정 또한 마치 찍어낸 듯 똑같은 표정이었다.

“저랑 동행했던 이가. 독특한 치유 스킬을 사용하는 치유사라서요. 그것보다…. 처음 박정욱 선배를 담당했던 분이 어느 분인지 알려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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