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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128화 (128/309)

제128화

-화르르륵!

《크워어엉》

파천 복룡창의 네 번째 초식, 『염룡등천』을 습득한 이후.

크림슨 웨어베어 사냥은 계속해서, 너무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새로운 특성 포인트가 제공됩니다. 특성 트리를…」

내력을 강력한 양기로 바꾸어, 적을 태워버리는 『염룡등천』은, 그것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온몸이 두터운 털가죽으로 뒤덮인 크림슨 웨어베어들에겐 천적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따라서 놈들을 사냥하는 것은 거의 식은죽 먹기나 다를 바가 없었기에. 사냥을 계속 이어나가는 동안 나는 그동안 정체되었던 레벨을 무려 세 단계나 주르륵 올릴 수 있었다.

“하아. 레벨업이 순조롭긴 하지만 말이지….”

이런저런 일로 스스로의 성장을 갈망해 온 나였지만.

레벨이 순조롭게 올라가고 있었음에도, 상태창을 응시하는 내 입에선 한숨부터 흘러나왔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거늘. 무엇이 그리 걱정되는 게냐?]

그렇게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되찾은 기억을 음미하던 위철용이 의아한 눈빛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벙글거리는 표정으로 미뤄보건대. 그는 오랜만에 기억을 하나둘씩 되찾고 있다는 사실이 못내 흐뭇하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그게요. 이곳 게이트의 우두머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아서요.”

[우두머리? 까짓것 그냥 때려잡으면 그만이 아니더냐? 뭘 그리 간단한 일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게야.]

내가 짐짓 심각한 목소리로 고민거리를 털어놨음에도 위철용의 반응은 그리 시원치 않았다.

그는 되려 무엇이 문제냐는 듯, 내게 의아함을 표해왔다.

끄응…. 그게 놈이 간단히 때려잡을 수 있는 존재라면 이렇게 고민하지도 않았겠죠.

“…어째. 이번 게이트 우두머리가 부정형 몬스터인 것 같아서요. 여기 흔적 좀 보세요.”

부정형 몬스터.

상대하기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은 유형 중 하나이다.

‘부정형’이란 단어가 말해주듯. 정해진 형태가 없이, 계속되어 변화하는 육체를 지닌 놈들을 칭한다.

게이트 우두머리가 도사린 중심부로 향할 때마다, 사방을 뒤덮은 끈적한 점액질과 무언가에 녹아내린 지형지물이 눈에 띄었다.

정황상 이곳에 도사린 우두머리는 부정형 몬스터의 대명사 슬라임 계통인 것 같았다.

회귀 전 읽어봤던 보고서 내용에선 이곳의 우두머리가 무엇인지 일말의 언급도 없이.

그저 ‘용맹하게 분투한’ 무소속 헌터들의 손에 퇴치되었다고만 나와 있던데 말이지….

[부정형 몬스터라…. 염룡등천까지 습득해놓고서 고작 놈 따위를 어찌하지 못하겠다는 게냐?]

“물론. 놈들에게 원소 계통의 공격이 직빵이긴 하지만. 그래도 게이트 우두머리 아니겠습니까. 쉬울 리가 없잖아요.”

부정형 몬스터가 상대하기 까다로운 이유는 바로.

그 꿈틀거리는 육신에 ‘물리적인’ 공격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 때문이었다.

마력을 주입한 칼날도, 내력을 주입한 창날도 놈의 꿈틀거리는 육신엔 어떠한 피해도 주지 못했기에 일반적인 헌터라면 놈과 대적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뭐, 위철용의 말대로 극양의 양기를 발하는 염룡등천의 능력이라면, 부정형 몬스터의 육신을 불태워 타격을 입힐 수야 있겠지만….

놈이 위험도 2등급 게이트의 우두머리라는 사실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상대하고자 한다면 어떻게든 대적은 가능하겠는데요…. 아시다시피 제게 시간이 넉넉지는 않잖습니까.”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가성비’였다.

그렇지 않아도 슬라임 계통의 몬스터는 사냥하는데는 시간을 엄청나게 잡아먹는 법이다.

하물며 일반적인 슬라임도 아니고, 게이트 우두머리급의 슬라임을 상대하는 데는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체체파리 클랜을 완전히 장악한 김준영이 강다희가 관리하던 ‘비밀’ 게이트들의 존재를 알아채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였기에, 애석하게도 내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만은 않았다.

어떻게든 주어진 시간 내에 많은 이득을 봐야만 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지….

“그러니까 효율 문제 때문에 우두머리 놈을 공략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라 이겁니다.”

[그 기분 나쁜 미끌쟁이 놈들이 시간을 많이 잡아먹긴 한다만. 그래도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야 하는 것이 사내이거늘….]

내가 우두머리를 눈앞에 두고 효율성 문제로 고민하는 것이 달갑게 여겨지지 않는 모양인지.

위철용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쯧쯧 혀를 찼다.

《콰오오옹!》

그렇게 잠시 고민에 잠겨 있는 사이.

특유의 괴성과 함께 크림슨 웨어베어 한 마리가 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개체들이 그래왔듯, 포악한 포효를 내지르며 등장한 놈은 곧 내 외모에 넋을 잃었다.

《뀨이잉…. 끼잉. 끼이잉.》

크림슨 웨어베어는 곧이어 순진한 눈망울을 초롱거리며 내게 애교를 떨어댔다.

숲속의 맹수요 포식자인 곰과 굉장히 흡사한 얼굴에 수줍은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스모 선수의 그것처럼 살과 근육이 조화를 이룬 흉악한 몸이 수줍게 베베 꼬였다.

…빌어먹을. 몇 번을 봐도 저건 익숙해지지 않네.

2미터를 넘어 거의 3미터에 다다르는 거구의 입에서 튀어나온 앙증맞은 애교 소리에 나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크림슨 웨어베어 덕분에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고민이 순간적으로 쑥 들어갔다.

-화르륵!

나직하게 욕설을 삼킨 나는 어둠달을 꼬나 들곤 염룡등천을 발동시켰다.

창날에 이글거리는 시커먼 기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화르륵 불꽃이 타올랐다.

《꾸옹! 꾸오오옹!》

불꽃에 휘감긴 어둠달이 크림슨 웨어베어의 털가죽을 썩둑 잘라내자.

온몸에 화염이 옮겨붙은 놈은 죽는다고 괴성을 질러대며.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꺼운 털가죽 때문에 크림슨 웨어베어의 몸에 옮겨붙은 불길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어라? 잠깐만. 이렇게나 쉽게 불꽃이 옮겨붙는다고?

온몸이 불길에 휩싸인 채, 날뛰는 크림슨 웨어베어의 모습이 들어온 순간.

고민으로 혼탁하니 흐려졌던 머릿속에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그래. 혹시 그 방법이라면 생각보다 쉽게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

음산한 평원을 조심조심 돌파해, 중심부에 다다르자 뼈와 살점이 황량하게 널브러진 다른 곳과는 달리, 시커먼 연기를 토하는 늪지대가 나타났다.

심상치 않은 독기를 뿜어내는 늪지대엔 쉴새 없이 거품들이 뽀글뽀글 올라오고 있었다.

-꾸르르륵!

늪지대의 중앙에 놓여있는 제단에 가까이 다가간 순간!

독기를 피워내며 끝없이 보글보글 올라오던 거품들의 향연이 뚝 멎었다.

-촤아아아악!

곧이어 인근의 늪이 꿈틀거린다. 싶더니 검붉은 늪이 시커먼 독을 사방으로 흩뿌리며 꿈틀거리는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꾸르르륵!》

「살육의 평원의 우두머리 블러드 슬라임과 조우하셨습니다.」

예상대로 이곳 게이트의 우두머리는 슬라임의 일종인 ‘블러드 슬라임’이었다.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끝없이 꿈틀거리는 슬라임이 늪 속에서 느릿하게 모습을 나타내었다.

게이트 우두머리를 도맡고 있는 놈답게 블러드 슬라임의 크기는 어지간한 건물만큼 거대했다.

“…그래. 한번 해보자고!”

다시 한번 계획을 점검한 나는, 투지를 다지며 어둠달을 힘껏 틀어쥐었다.

어둠달에 박혀있는 검은 심장이 쿵쿵 맥동하며, 시커먼 내력을 온몸에 퍼뜨렸다.

모든 것을 과자처럼 부숴버릴 수 있을 듯한 투지가 마그마처럼 들끓어 올랐다.

시커먼 창날 위로, 새빨간 화염이 일렁거리며 화르륵 타올랐다.

-파파팟!

투지를 다진 나는 블러드 슬라임의 꿈틀거리는 육신을 향해 파고들어 갔다.

극성으로 발현된 운룡보의 신묘한 힘이 내 몸을 깃털처럼 가볍게 만들었다.

덕분에 꿈틀거리는 늪지대에서도 나는 평지와 다를 바 없는 속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꾸그르르륵!》

내 접근을 감지한 블러드 슬라임은 꾸르륵 소리와 함께, 공격을 개시했다.

검붉은 몸이 찹쌀떡처럼 주욱 늘어진다. 싶더니. 길쭉한 촉수로 변해 내게 날아들었다.

-촤아악! 촥! 촥!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블러드 슬라임의 공격은 매섭고 빨랐지만.

황금빛으로 물든 시야는 놈의 공격이 공격해올 방향을 순식간에 모조리 읽어냈다.

나는 운룡보를 이용해, 내게 쇄도해온 촉수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철퍽! 철퍼퍼퍽!

아름드리 나무만 한 촉수들을 피해내자. 내 옆을 빗겨 나간 촉수가 늪지대를 강타했다.

그러자 독기를 품은 검붉은 진흙들이 사방으로 요란하게 비산했다.

코를 따끔거리게 만드는 매캐한 독기와 비릿한 피 냄새에 정신이 어찔해질 지경이었다.

[뭐야, 포기한 줄 알았더니. 결국은 놈을 상대하기로 한 게냐?]

그렇게 블러드 슬라임의 공격을 회피하고 있으려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심상세계에 틀어박혔던 위철용이 다시 밖으로 나왔다.

“설명은 나중에! 일단 부딪혀는 봐야죠!”

흥미진진한 목소리로 내게 물어오는 위철용에게 가볍게 답한 뒤.

블러드 슬라임의 거대한 몸뚱이에 접근한 나는 곧바로 어둠달을 휘둘렀다.

-치지지직!

불길에 휩싸인 어둠달의 창날이 블러드 슬라임의 몸뚱이를 베어낸 순간!

액체로 된 무엇인가가 들끓어 오르며 증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

곧이어 꿈틀거리는 육신에서 시커먼 연기가 뭉글뭉글 피어올랐다.

불길에 지져진 부위가 까맣게 타들어 가며, 끈적하게 응고되었다.

약간이나마 공격이 통한 건지, 정신없이 촉수를 내리치던 블러드 슬라임의 몸이 움찔거렸다.

《꾸르르륵!》

하지만 말 그대로 내 일격은 블러드 슬라임에게 ‘약간’의 충격밖에 주지 못했다.

타들어가며 응고되었던 부위가 놈의 몸속으로 꾸르륵 빨려들어갔다.

-촤라락! 촤악! 촥!

예상치 못했던 반격에 화가 난 모양인지.

블러드 슬라임은 먼젓번보다 더욱 흉폭하게 날뛰며 촉수를 휘둘렀다.

늪지대를 쾅쾅 내려치는 촉수들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황금빛 시야에 들어온 놈의 공격 궤도가 더욱 복잡해졌다.

좋아. 관심은 충분히 끈 것 같네!

-타다닷!

[뭐, 뭐야? 지금 적을 앞에 두고 내빼는 게냐?]

블러드 슬라임의 주의를 충분히 끌었다고 판단한 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등을 돌려 놈에게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보여줬던 기세와는 달리, 맥없이 도망가는 내 모습에 위철용의 입에서 실망과 당황이 뒤섞인 고함이 튀어나왔다.

《…?》

운룡보를 극강으로 운용한 채로 블러드 슬라임에게서 달아나기 시작하자.

제자리에서 열심히 촉수를 휘두르던 놈의 움직임이 우뚝 멎었다.

-쿠르륵! 쿠륵!

그리곤 마치 화가 났다는 듯. 블러드 슬라임은 촉수를 모두 거둬들이더니.

꿈틀거리는 몸을 꾸물럭 꾸물럭 움직여, 엄청난 속도로 나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꾸오옹?》

그렇게 얼마쯤 달렸을까.

나는 블러드 슬라임을 매단 채, 내가 미리 눈여겨봤던 크림슨 웨어베어의 영역에 도착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크림슨 웨어베어는 다른 동족들이 보여줬던 것과 한치도 다름없는 반응을 보였다.

-화르르륵!

그리고 내가 크림슨 웨어베어에게 한 행위도 여지껏 해왔던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불길이 이글거리는 창날을 휘둘러 놈의 살가죽을 베어내자. 놈의 몸에서 불길이 피어올랐다.

두툼한 털가죽과 투실한 지방이 가득한 크림슨 웨어베어의 몸이 순식간에 불꽃에 휘감겼다.

《꾸워어억!》

-우두둑!

온몸이 불길에 휩싸인 크림슨 웨어베어가 내게 달려들었지만, 나는 놈의 돌진을 가볍게 피해내며 동시에 어둠달의 창끝으로 놈의 다리를 가격하였다.

《꿔이이이익!》

-치지지직! 치지직!

그렇게 크림슨 웨어베어의 돌진 궤도를 살짝 비틀자.

중심을 잃은 놈의 거대한 몸이 그대로 불꽃의 탄환이 되어 블러드 슬라임 쪽으로 쏘아졌다.

《…!!!》

2미터에 다다르는 불덩이가 블러드 슬라임의 몸에 틀어박힌 순간!

블러드 슬라임이 몸에서 조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양의 연기가 피어올랐다.

꿈틀거리는 몸이 크림슨 웨어베어의 모양대로 새까맣게 타들어가며 단단하게 응고되었다.

그렇게 응고된 부위는 아무리 블러드 슬라임이라고 한들, 순식간에 재생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크기를 자랑했다.

-꽈르릉!

나는 그렇게 응고된 부위에 약식 암룡출동을 적중시켰다.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내력의 폭풍이 응고된 부위에 적중하기 무섭게 퍼서석 소리와 함께 블러드 슬라임의 시커멓게 응고된 부위가 흩어져버렸다.

-쿠와앙! 쿠왕!

순식간에 전신의 5분의 1 이상을 잃어버린 블러드 슬라임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눈먼 분노가 가득 실린 촉수가 사방의 땅을 가격하며, 주인의 분노를 드러내었다.

《!!!》

-타다닷!

허나 나는 이번에도 블러드 슬라임의 분노를 정면에서 받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공격이 적중한 것을 확인한 나는 그대로 지체하지 않고 다음 지점을 향해 이동했다.

《크오오옷!》

-치지지직!

두 번째 지점에서 벌어진 일 역시, 첫 번째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내 외모에 현혹된 크림슨 웨어베어는 상황을 파악할 겨를도 없이 불꽃의 탄환이 되어.

선불맞은 황소처럼 블러드 슬라임에게 제 몸을 내던졌다.

《…!!!》

다시 한 번 블러드 슬라임의 몸이 크림슨 웨어베어의 모양대로 새까맣게 응고되자.

나는 그곳을 노리고 약식 암룡출동을 준비했다.

-촤아아악! 촤촷!

위기를 느낀 블러드 슬라임은 필사적으로 촉수를 휘둘러 응고된 부위를 방어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놈이 그렇게 나올 것까지, 계산해둔 뒤였다.

-번-쩍!

내 손의 외골격에서부터 뻗어 나간 약식 암룡출동은 엉뚱한 곳을 가격했다.

약식 암룡출동에 얻어맞은 암벽에 쩌저적 금이 가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와르르 무너져 내린 암벽의 파편들이 블러드 슬라임의 몸 위에 정신없이 내려꽂혔다.

《!!!》

물론, 부정형 몬스터인 블러드 슬라임의 특성상 무너진 암벽의 파편은 놈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오히려, 무너진 암벽으로 인해 잠시나마 시간을 벌자.

정신없이 흩날리던 블러드 슬라임의 촉수가 기쁜 듯 파르르 떨렸다.

-후두둑!

하지만! 애석하게도 애초부터 내가 노린 것은 단순한 암벽 따위가 아니었다.

블러드 슬라임을 사냥하기 위해, 파악해뒀던 두 번째 지점은 바로!

내가 그동안 사냥해왔던 크림슨 웨어베어의 시신을 잔뜩 모아둔 곳이었다.

《?!?!》

당황한 듯 촉수를 마구 꿈틀거리는 블러드 슬라임의 크림슨 웨어베어들의 시체가 떨어졌다.

삽시간에 노릿한 지방과 두터운 털가죽의 홍수가 블러드 슬라임의 부정형 몸을 집어삼켰다.

-화르르르륵!

불꽃이 날름거리는 어둠달의 창날이 허공을 아름답게 수놓자.

곧이어, 타기 좋은 유기물로 뒤덮인 블러드 슬라임의 몸에 불길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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