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화
“크으윽! 빌어먹을. 그 배교자 놈들만 아니었어도 네놈 같은 애송이 따윈….”
어둠달의 창날에 배가 꿰뚫린 박광수는 섬뜩하게 충혈된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배교자’와의 부상 탓에 자신의 실력을 100% 발휘하지 못한 것이 그리도 원통한 모양인지.
나를 노려보는 박광수의 눈빛엔 비통한 감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꼭 실력 없는 인간들이 별 이유를 갖다 붙이더라.”
-우지직!
“…끄윽!”
나는 그런 박광수에게 이를 드러내 히죽 웃어주곤. 놈의 복부에 박힌 창날을 비틀어 주었다.
“것보다. 안타깝게 됐네? 교주의 탈출을 위해. 시간을 벌겠다고 나선 것 아니었나? 고작해야 ‘애송이’인 내게 패배해 버려서, 그 숭고한 선택도 이제 개죽음이 되게 생겼네?”
나는 무력화된 박광수의 귀에 고개를 가까이 대고, 그의 선택을 대놓고 조롱했다.
비웃음을 가득 담은 내 목소리가 놈의 귀에 닿은 순간, 시뻘겋게 박광수의 얼굴에 시퍼런 핏줄이 우두둑 돋아났다.
“네놈이 감히! 이몸이 이대로 끝날 줄 알았더냐! 보아라! 위대하신 분께서 내게 선사하신 진정한 힘을! 내가 바로 그분을 지키는 방패요. 적들의 몸을 꿰뚫는 창이자. 네놈의 파멸을 알리는 날갯짓 소리이니라!”
-쩌적! 쩌저저적!
피를 토하듯 오글거리는 소리를 내지른 박광수의 얼굴 피부가 조금씩 부서지기 시작했다.
새하얗게 핏기가 가신 얼굴이 마치 도자기로 빚어 만든 인형처럼 쩌저적 갈라졌다.
얼굴 파편이 갈라지며 떨어져 나간 틈에서 불길한 보랏빛 마력이 연기처럼 새어 나왔다.
《크하하! 내가 실패했다고? 어리석은 놈! 내 진실된 힘을 보고 공포에 떨어라! 네놈을 산제물로 바침으로써 우리 교는 잿더미 속에서 다시 날아오를지니!》
-꾸득! 꾸드드득!
변이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박광수의 사지가 저절로 뒤틀리며, 뼈와 근육이 엉망으로 뒤섞여 새로운 형체를 만들어냈다.
놈의 가슴 근육이 터질 듯 팽창하더니, 음울한 빛을 내뿜는 검은 보석이 튀어나왔다.
검은 보석에서 폭발하듯 시커먼 마력이 용솟음친 바로 그 순간!
-파삭!
《…!》
나는 어둠달의 창끝에 내력을 주입해 무방비로 노출된 검은 보석을 부숴버렸다.
새까만 보석이 산산이 조각나며 무너져 내리자, 박광수의 얼굴에 경악의 빛이 어렸다.
동시에 독창적인 형태로 변형되어가던 그의 몸이 불완전한 모습 그대로 굳어버렸다.
“왜? 변신 끝날 때까지 옆에서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을 줄 알았어?”
괴이쩍은 모습으로 변이가 중단된 박광수의 비참한 모습에, 나는 히죽 미소를 지었다.
만화나 영화에서야 상대방의 변신을 얌전히 기다려주는 것이 암묵적인 관례겠지만.
애석하게도 현실은 만화나 영화처럼 말랑한 곳이 아니었다.
저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약점을 노출해주셨는데, 그걸 노리지 않으면 등신이지. 뭐.
“네, 네놈이 어, 어찌….”
변이가 중단된 박광수의 추악한 몸이 벌레처럼 무력하게 파르르 떨렸다.
괴물처럼 변이되었던 그의 목소리가 다시 평범한 남성의 그것으로 돌아와 버렸다.
박광수가 나를 원통한 눈으로 바라보자, 나는 슬쩍 입꼬리를 사납게 말아 올렸다.
어떻게 알긴. 너희 같은 족속들과 질리도록 싸워본 사람이 바로, 이 설용호 님이시다 이 말이야!
애초에 굳이 박광수를 도발했던 이유도 바로, 격정에 휩쓸린 박광수가 내 눈 앞에서 사도로 변신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이 멋지게 성공한 덕분에, 나는 놈이 변신하는 정확한 타이밍에 박광수의 약점을 노릴 수 있었다.
“크, 크아아악! 아, 안 돼! 안 돼에! 이럴 순 없다!”
그렇게 히죽 비웃음을 흘린 나는 박광수의 약점에 틀어박힌 어둠달을 거칠게 비틀었다.
단단한 보석이 통째로 깎이는 듯한 소음과 함께, 박광수의 눈에 절망이 깃들었다.
일그러지고 짓물러진 놈의 눈가에서 피눈물이 원통함을 담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럴 순 없긴….”
박광수가 원통하게 흘린 피눈물을 지그시 바라본 나는 입가를 뒤틀었다.
“그따위 저주받은 육신을 취하기 위해. 수많은 어린아이의 목숨을 빼앗은 놈에게 행복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어?”
사교도 중 『사도』라는 것들은 성좌들의 뒤틀린 축복을 받아, 인간을 벗어난 존재들이었다.
인간의 탈을 벗고 이형의 존재와 융합하기 위해, 놈들은 수많은 어린아이를 제물로 바쳤다.
당연히, 박광수 역시 그런 과정을 통해 사도로 거듭난 인물이었다.
애초에 그런 천인공노할 짓을 저질러놓고, 원통한 척 하기는.
으스스하게 중얼거린 나는 박광수의 몸에 박혀있던 어둠달을 쑤욱 뽑아냈다.
그리곤 그대로 어둠달의 창날을 휘둘러, 박광수의 추하게 변이된 팔다리를 단숨에 잘라내었다.
-썩둑! 썩둑!
사도라는 족속들의 진정한 무서움은 뒤틀린 육체로 완전히 변이되었을 때,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한다지만.
이렇게 어중간하게 변이가 멈춰버린 지금, 박광수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꼴사나운 꼴로 땅에 널브러져 원통하게 흐느끼는 것뿐이었다.
-꽈드드득!
“케헤헥!”
박광수의 팔다리를 완전히 잘라낸 나는, 부들거리는 박광수의 배를 지그시 밟았다.
적당히 변이되다 만 키틴질 갑각이 과자처럼 부서졌다.
꼴사나운 비명을 내지른 박광수는 짓밟힌 바퀴벌레처럼 추악하게 꿈틀거렸다.
“그리고…. 엄살 피우지 마셔. 진짜 지옥은 지금부터니까.”
“자, 잠깐만! 네, 네놈! 설마…! 그, 그것만큼은 안 된다! 교의 미래가 짊어져 있단 말이다! 제발, 제바아알!”
시커먼 내력이 이글거리는 손을 박광수의 머리에 가져가자,
그렇지 않아도 하얗게 질려있던 놈의 얼굴에 불안한 공포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당당하던 모습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박광수의 목소리엔 비굴한 기색이 깃들었다.
“휘유. 역시 뒈졌을 때 어딘가로 전송되는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잖아?”
-파지지직!
내력이 주입된 손으로 박광수의 이마 피부를 한꺼풀 벗겨내자.
예상했던 대로, 그의 두개골엔 회귀 전에 경험했었던 이동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그때야. 이 마법진의 정체를 알지 못해서, 귀중한 보물을 눈뜨고 허무하게 놓쳐버렸지만.
이번엔 다르지. 이번에도 그때와 같은 실수를 할까보냐.
“아, 안 돼! 제발! 이 목숨은 마음대로 거둬도 좋다! 부디! 부디! 그것만은!”
내력이 주입된 손가락이 박광수의 두개골에 새겨진 마법진을 손상시키기 시작하자, 박광수는 이내 간절한 목소리로 내게 사정하기 시작했다.
-파삭!!
하지만 나는 박광수가 뭐라고 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마법진이 파훼된 두개골에 손가락을 거칠게 쑤셔 넣었다.
“허윽!”
시커멓게 번들거리는 손가락이 짓물러진 뼛조각 사이를 마구 헤집자, 박광수의 입에서 탄식과도 같은 허무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빠드드득!
손끝에 뭔가 단단한 것이 닿은 바로 그 순간, 나는 망설이지 않고 단숨에 그것을 뽑아내었다.
부패한 핏물과 살점이 주르륵 흘러내리며, 그 속에서 보랏빛 구슬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 안 돼! 마지막! 마지막 희망이…!”
보랏빛 구슬이 머리에서 뽑혀 나오자, 박광수는 뜻 모를 소리를 하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곧이어 추악하게 뒤틀린 놈의 거대한 육신이 조금씩 분해되며 흩날리기 시작했다.
비명을 지르며 발악하던 박광수의 얼굴도 일그러진 표정 그대로 가루로 변해, 허무하게 분해되어 허공에 흩어졌다.
“희망? 네놈에게 그렇게 달콤한 건수가 있을 줄 알았어?”
-까드득!
박광수의 뒤틀린 육체가 완전히 분해되자.
나는 놈에게서 뽑아낸 보랏빛 구슬을 바라보곤 서늘하게 웃었다.
『부패와 타락의 오브』
등급 : 신화
효과 : 성좌 ‘쇠락한 고성의 파리 군주’의 권능이 응축된 신물입니다.
사용자는 만 가지 독을 조종할 수 있는 ‘부패’의 권능을 얻습니다.
좋았어. 이번엔 다행히 손에 넣었군!
박광수의 두개골 한복판에 박혀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성좌 ‘쇠락한 고성의 파리 군주’의 신물 중 하나였다.
성좌 ‘쇠락한 고성의 파리군주’는 자신을 섬기는 체체파리 교단의 세 명의 사도들에게 자신의 권능이 담긴 신물을 각각 하나씩 선사했었는데.
박광수가 받은 것은 그 중에서도 독을 관장하는 『부패와 타락의 오브』였다.
“…어쩌다보니, 박정욱 선배와 설악 공격대 양반들 문제는 이걸로 해결되어 버렸네.”
부패와 타락의 오브의 대표적인 권능은 바로, 만 가지 독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것이었다.
독을 조종한다는 말은 다시 말해서, 해독 역시 자유롭다는 뜻이기에.
이것을 손에 넣은 이상 해독제를 찾기 위해 퀴퀴한 지하 연구실을 뒤져야 하는 수고 따윈 이제 할 필요가 없어진 상태였다.
“게다가…. 교주까지 이곳에 와 있다니. 이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체체파리 클랜 놈들의 뿌리를 뽑게 생겼군.”
박광수가 부하들과 나눴던 대화 내용으로 미뤄보건대.
체체파리 클랜의 교주. ‘강다희’는 박광수와 휘하의 호위대가 나를 상대하는 사이, 경보가 울림과 동시에 비밀통로로 탈출을 시도한 것 같았다.
“외부로 비밀통로가 아마…. 저쪽이었지?”
애시당초 ‘비밀’ 통로라는 것은 그것의 존재 여부를 몰랐을 때나 극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물건이다.
체체파리 클랜에겐 대단히 애석한 일이지만, 회귀 전 이곳을 토벌한 적이 있었던 나는 이곳 지부에 존재하는 모든 비밀 통로의 위치를 훤히 꿰고 있는 상태였다.
*****
회귀 전의 기억에 의하면, 외부와 연결되는 비밀통로는 단 두 곳뿐이었다.
그 중 한 곳은 내가 김도희를 쓰러뜨려, 침입한 곳이니. 남은 곳은 단 한 곳 밖에 없었다.
“역시, 여기로 지나간 게 확실하군.”
기억을 더듬어 연구실의 복도 끝에 도착해. 비밀통로로 이어지는 동상을 건드리자.
바닥에 흥건한 핏자국과 그 핏자국 위로 어지러이 찍힌 발자국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찰박!
바닥에 묻은 핏자국에 손을 가져다 대자. 아직 마르지 않은 혈액의 축축한 기운이 느껴졌다.
핏자국이 여기저기 흥건하게 묻어있는 것으로 미뤄보건대. 교주 일행 역시 상태가 그리 좋지만은 않아 보였다.
이거…. 잘하면 쉽게 잡을 수 있겠는데?
입꼬리를 뒤튼 나는 그대로 운룡보를 운용해, 빛살과도 같은 속도로 어두운 통로를 돌파하기 시작했다.
빛 한점 없이 컴컴한 어둠이 가득한 통로 깊숙한 곳으로 진입할 수록 비릿한 피 냄새가 더욱 강렬해졌다.
“…!”
-크아아악! 막아! 교주님을 보호해!
-교주님! 저희는 신경 쓰지 말고 부디! 크아아악!
그렇게 어둑한 통로를 빠져나온 순간.
내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성질의 것이었다.
《콰우우우우!》
《께르륵! 께륵! 께륵!》
비밀통로의 출구, 쓰레기장엔 이형의 괴물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코를 얼얼하게 자극하는 악취가 가득한 쓰레기장에선 체체파리 클랜의 사교도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괴물들에게 쫓겨, 무력하게 학살당하고 있었다.
《키에에엑!》
-썽둥!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괴물 한 마리가 괴성을 지르며 내게 달려들었다.
내력을 집중한 어둠달의 창날을 가볍게 휘둘러, 나는 내게 달려든 괴물의 머리를 잘라내었다.
시뻘겋게 터져 나온 선혈의 피 분수 사이로 잘린 머리가 빙글빙글 회전하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건…? 강마병?”
놀랍게도 이곳 체체파리 클랜의 사교도들을 공격한 괴물들의 정체는 강마병이었다.
피에 젖은 몸뚱어리가 입고 있는 복장으로 미뤄보건대, 이들은 오행 길드원들이 분명했다.
잠깐만…. 강마병이라면 아모스 쪽 애들인데. 얘네들이 체체파리 클랜 지부를 공격한다고?
괴이쩍은 일이었다.
해독제를 구하기 위해서도 있었지만, 체체파리 클랜의 지부에 숨어든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사교도와 마족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하는 것이었다.
체체파리 클랜이 마족들과 적대적인 관계였다니.
그럼 체체파리 클랜의 ‘쇠락한 고성의 파리 군주’는 튜토리얼 타워에서 개입한 성좌가 아니란 소린가?
-크흐흐흐! 교주! 이곳에 숨어있었군!
-항상 옆에 붙어 다니던 딸랑이 놈은 어디 가셨나? 응?
예상치 못했던 일들의 연속에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으려니.
어디선가 들어 봄 직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양잿물을 통째로 들이마신 듯한 걸걸한 목소리는 다름 아닌 ‘교주’를 언급하고 있었다.
-콰아아앙!
그리곤 순간! 내 눈앞의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무너져 내리며 온몸이 만신창이인, 상처투성이 여인이 무너진 쓰레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강다희?”
쓰레기 더미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여인의 정체는 다름 아닌 체체파리 클랜의 교주. ‘성녀’ 강다희였다.
강다희의 모습을 확인함과 동시에, 나는 황급히 그늘에 몸을 숨겼다.
“이이익! 이 배교자 놈들! 이러고도 그분께서 네놈들을 용서할 것 같으냐?!”
모습을 드러낸 강다희의 행색은 박광수 만큼이나 처참한 상태였다.
트레이드마크인 길다란 곱슬머리엔 피와 살점이 엉망으로 엉켜 있었고
후들후들 떨리는 몸뚱이엔 크고 작은 상처들이 뻐끔 입을 벌리고 있었다.
“흐흐흐. 그분? 그 빌어먹을 파리 새끼는. 단 한 번도 우리를 도구 이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사도인 이 몸조차 평생 이용만 당하다 뒈질 운명이었지.”
곧이어 강다희의 뒤를 쫓아, 무너진 쓰레기 더미 너머에서 남자 두 명이 느긋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쓰레기장을 어슴푸레 밝히는 달빛 속에 드러난 이들의 얼굴 또한,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자들이었다.
후리후리하게 커다란 체구와 반듯하게 깎아낸 상고머리가 인상적인 남자.
이단 심문관 ‘포식자’ 장현태.
가늘게 뜬 눈과 남자치곤 요사스럽게 높은 목소리가 인상적인 남자.
대주교 ‘파리의 아버지’ 김준영.
장현태와 김준영은 두 명 다 체체파리 클랜의 고위직에 올라있는 인물이었고.
‘귀창’ 박광수와 더불어 성좌 ‘쇠락한 고성의 파리군주’로부터 신물을 하사받아, 체체파리 클랜을 대표하는 세 명의 신실한 사도로 거듭난 이들이었다.
…체체파리 클랜의 사도 두 명이 ‘배교자’였어?
“그렇습니다. 수많은 ‘형제’가 거짓된 예언으로 허무하게 죽었지요. 저희는 그동안 거짓된 신을 섬겨온 것입니다.”
쓰레기장에 내려앉은 어둠 속에 적절히 숨어든 덕분에, 다행히 내 모습은 체체파리 클랜원들의 눈에 띄지 않는 모양이었다.
김준영은 눈웃음을 지으며, 특유의 높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강다희에게 이죽거렸다.
“거짓된 신이라니! 이 더러운 배교자들! 그분께서 네놈들에게 힘과 권능을 점지해 주셨거늘!”
두 남자와 대치하고 선 강다희는 표독스러운 목소리로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회귀 전, 수많은 파리와 침식체들을 부리던 무시무시했던 모습과는 달리, 지금의 그녀는 궁지에 몰린 쥐새끼처럼 처량하게만 보였다.
…뭐지? 아무리 강다희의 상태가 위중하다곤 하지만, 명색이 성좌의 대리자이자 ‘교주’인 그녀가 저 둘에게 꼼짝을 못한다고?
-짜아아악!
표독스러운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인지.
실실 웃으면서 강다희에게 다가간 장현태는 손바닥을 휘둘러, 그녀의 뺨을 후려갈겼다.
가죽 북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강다희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가, 감히! 이, 이놈들! 무엄하다! 어디서 교주의 몸에 손을 대느냐!”
“으흐흐흐. 이미 본단이 다 붕괴한 마당에 교주는 무슨 놈의 교주. 네년이 섬기는 그 하찮은 성좌 또한 내 새로운 주인님의 것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연신 히죽거리며 강다희의 멱살을 붙잡은 장현태의 입에서 충격적인 소리가 흘러나왔다.
…뭐라고? 체체파리 클랜이 무너졌다고? 체체파리 클랜을 대표하는 두 명의 사도가 새로운 주인을 섬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