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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121화 (121/309)

제121화

짙은 보랏빛 독 연기가 널찍한 실험실 내부를 가득 메웠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외골격 위로 보랏빛 연기가 내려앉자, 파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외골격이 조금씩 조금씩 지독한 독에 갉아 먹히기 시작했다.

“타겟이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외골격이 완전히 시커멓게 물든 상태로 고개를 푹 숙인 채, 내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방패 뒤에 숨어 조심스럽게 다가오던 사교도들의 목소리에 안도한 감정이 담겼다.

“크흐흐흐. 다행히 신형 독이 놈에게도 들어서 다행이로군.”

“…배교자가 아니라. 설용호라서 정말, 정말 다행입니다. 대장.”

“그래, 위대하신 분께선 아직 우리를 버리지 않으신 게지. 가까이 다가가서 놈을 포획해! 놈의 육신을 그릇으로 삼아. 우리 교는 잿더미 속에서 날아오를지니!”

우두머리가 스산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리자.

거북이처럼 진형을 구축한 사교도 놈들이 내 쪽으로 조금씩 조금씩 조심스레 다가왔다.

바닥에 튼튼하게 박아넣은 방패가 질질 끌리는 소리,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발소리, 긴장한 사교도들의 헐떡이는 숨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졌다.

-저벅!

저벅저벅 규칙적인 발소리와 함께, 아래를 바라보고 있던 나의 시야에 사교도들의 방패가 들어온 바로 그 순간!

「위치사수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총 [5]% 증가합니다」

마침내, 기다리고 있었던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새로 얻은 특성 『위치사수』의 효과가 발동되자, 기존 『일기당천』의 효과로 증폭된 능력치가 더욱 증폭되었다.

특성들의 효과로 증폭된 내력이 검은 심장을 통해 외골격으로 거칠게 흘러 들어갔다.

-투둑. 투두두둑.

암룡출동이 발동되기 시작하자, 시커멓게 물든 외골격이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했다.

쩍쩍 갈라지기 시작한 외골격의 틈에선 시커먼 내력이 음울하게 새어 나왔다.

“대, 대장님! 뭔가 수상…. 흐헉?!”

-콰아아악!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나는 번개같이 달려들어 선두에 선 사교도의 방패를 쭉 잡아당겼다.

두 가지 특성의 효과가 동시에 중첩된 내력이 팔에 집중되자, 무서운 괴력이 발휘되었다.

내게 방패를 붙잡힌 사교도는 콱 틀어쥔 방패째로 허무하게 내 쪽으로 주르륵 딸려왔다.

“마, 막아! 어서 틈을 메꿔!”

덕분에 사교도 놈들의 튼튼한 진형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버렸다.

그렇게 뻥 뚫린 구멍 사이로 우두머리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히죽 눈웃음을 지었다.

-콰아아아앙!

시커멓게 물든 채로 불안하게 금이 가 있던 외골격이 산산 조각났다.

눈을 멀어버릴 듯한 섬광이 번쩍였다. 실험실 바닥 전체가 우르릉 떨렸다.

지축까지 뒤흔드는 요란한 굉음과 함께 내력의 폭풍과 외골격의 파편들이 사교도들의 육신을 강타했다.

“…!”

암룡출동에 정면으로 노출된 사교도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로 파사삭 핏물이 되었다.

무시무시한 충격에 수조 속의 실험체들도, 잡다한 실험실 집기들도 모조리 가루가 되어 푸스스 흩날렸다.

연구실 안에 가득 차 있던 보랏빛 독 연기는 내력의 폭풍 속에서 완전히 흩어져버렸다.

“크흑! 산군의 자리를 그냥 차지한 건 아니란 말인가? 제법 신기한 재주를 쓰는군!”

하지만 모든 사교도가 암룡출동에 목숨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마력이 깃든 방패를 들고 있던 사교도들은 간발의 차로 방패 뒤에 숨어 충격을 견뎌냈다.

살벌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우두머리 또한, 찰나의 순간 부하의 방패를 빼앗아 자신을 보호한 끝에 무사히 살아남은 듯했다.

-처적!

살아남은 사교도의 머릿수는 우두머리까지 해서 총 다섯 명!암룡출동의 엄청난 위력을 겪어봤음에도 불구하고, 놈들의 눈엔 공포 대신 살벌한 투지가 흉흉하게 들끓고 있었다.

다시 방패를 바로 세운 사교도들은 다시 한번 진형을 갖추었다.

…아니 ‘갖추려고’ 했다.

-콰앙!

살아남은 사교도들은 확인한 순간, 나는 바닥을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곤 막 진형을 갖추려는 사교도들을 향해, 미리 주워둔 돌조각들을 벼락처럼 흩뿌렸다.

시커먼 내력이 이글거리는 돌조각들은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품은 채, 마치 산탄처럼 놈들에게 짓쳐들어 갔다.

-타다당! 타다다당!

사교도들은 동요하지 않고 차분히 방패를 들어 날아든 돌조각들을 모두 막아냈지만.

애석하게도 내 노림수는 그것이 아니었다. 돌조각들은 그저 눈속임에 불과할 뿐!

-꾸과아앙!

이러한 수법을 무공에선 천근추라고 했던가?

다리에 시커먼 내력이 묵직하게 주입됨과 동시에 중력이 내 몸을 확 잡아끌었다.

주변의 풍경이 흐릿하게 보임과 동시에 내 신형이 바닥을 향해 빠른 속도로 뚝 떨어져 내렸다.

“…어?”

순간, 황금빛이 이글거리는 내 두 눈과 시선이 마주친 사교도의 표정에 의문이 어렸다.

하늘을 향해 방패를 치켜들고 있던 그의 입이 경악을 담아 쩌억 벌어졌다.

-피슛!

빛살처럼 쏘아진 어둠달이 사교도의 멍하니 벌어진 입에 콰드득 틀어박혔다.

부러진 이, 잘려나간 살점, 박살 난 뼛조각이 뒤통수까지 뻥 뚫린 구멍을 향해 엉망으로 후두둑 흩날렸다.

“비, 빌어먹을! 정면이다! 빈틈을 파고들어!”

부상을 입은 몸이었지만, 제법 잘 훈련된 놈들답게 사교도들의 대응은 빨랐다.

자신들의 동료가 당한 것을 확인한 순간, 놈들은 망설임 없이 나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흉흉한 보랏빛 광채가 어른거리는 무기들이 휙휙 날아들어 내 목숨을 노렸다.

-휘이익!

나는 사교도의 입을 꿰뚫은 어둠달을 회수하며, 놈의 시신을 내 쪽으로 확 잡아끌었다.

그리곤 그대로 놈들을 향해 달려들며 주욱 딸려온 시체를 이용해, 사교도들의 공격을 모조리 받아내었다.

-콰콰콰콰콱!

날아든 공격으로 인해, 불운한 사교도의 시신이 순식간에 엉망이 되었다.

사교도의 시신을 방패삼아 사교도 놈들에게 가까이 접근한 나는, 시신에 내력을 주입해 앞쪽으로 휘익 집어던졌다.

-썩둑!

내력을 품고 날아간 시신이 동료 사교도들의 손에 의해 순식간에 반으로 토막 났다.

불운한 사교도의 시신이 그렇게 반으로 토막 난 바로 그 순간!

-촤아아악!

“…?”

사교도의 시신에 주입되었던 내력이 격렬한 반응을 일으켰다.

마치 물풍선이 터지듯, 사교도의 시신에서 시뻘건 피 분수가 촤악 퍼져나갔다.

삽시간에 비릿한 피 안개가 사교도들의 시야를 가렸다.

-피슛! 피슈슈슛!

피 분수 안에 몸을 숨긴 채, 사교도 놈들에게 접근한 나는 거침없이 손을 놀렸다.

시커먼 내력이 어룽거리는 어둠달의 창날이 새빨간 피 분수 속에서 정신없이 춤을 췄다.

그렇지 않아도 부상을 입었던 놈들의 육신에 어둠달의 시커먼 창날이 콱콱 틀어박혔다.

-쿠웅!

무언가가 거칠게 넘어지는 소리는 하나였지만, 바닥에 고꾸라진 시신은 총 네 구였다.

머리에 시커먼 구멍이 뻐끔 뚫린 사교도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동시에 쓰러졌다.

놈들이 쓰러짐과 동시에 우두머리가 있던 곳을 바라본 순간!

-쐐애액!

섬찟한 기운과 함께 무언가가 내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태애애앵!

황급히 어둠달을 들어 올려, 날아든 무언가를 쳐내자.

반으로 뚝 부러진 그 ‘무언가’가 공중으로 핑그르르 날아올랐다.

“…투창?”

놀랍게도 그것의 정체는 뾰족한 날이 달린 투창이었다.

반 토막이 났음에도 보랏빛을 토하는 투창의 독특한 형태를 목격하자.

내 머릿속에 유명한 사교도의 이름 하나가 불현듯 떠올랐다.

“투창이라니. 설마 귀창 박광수?”

귀창 박광수.

회귀 전의 기억에 의하면 그는 교주의 직속 호위대장이었다.

그리고 체체파리 클랜의 어둠 속에서 불길하게 날갯짓하는 세 명의 사도 중 한 명이었다.

어쩐지 목소리가 낯익다 싶더니. 박광수였어?

…잠깐만. 그렇다면 설마. 놈이 언급했던 ‘그분’이란…!

“교주 나으리의 호위대장인 댁이 희생양으로 나설 정도라니, 체체파리 클랜에 큰일이 생겼나봐?”

호위대장인 박광수는 회귀 전에도, 단 한시도 교주의 근처에서 떨어져 나온 적이 없었다.

그랬던 그가 만신창이의 모습으로 희생양을 자처했다는 소리는 즉, 체체파리 교단에 교주의 신변에 위협이 생길 정도로 큰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

…이거 일이 제법 흥미롭게 돌아가는걸?

“이서초 게이트에 기어갔던 놈들이, 생각보다 네놈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 모양이로군….”

내게서 자신의 이름을 전해들은 박광수의 눈빛이 무언의 긍정을 품고 깊게 가라앉았다.

나를 노려보는 그의 눈빛에선 얼음같이 차가운 살기가 서릿발처럼 새어 나오고 있었다.

“…뭐. 어차피 이미 잿더미가 되어버린 교단이다. 허나! 우리 교단은 불타버린 잿불 속에서 다시 살아나리니!”

사실, 박광수는 체체파리 클랜 내부에서도 손꼽히는 강자 중 하나였지만,

교주의 직속 ‘호위대장’이라는 그의 직책상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아무래도 그는 먼젓번에 나와 얽혔던 사교도들이 극비나 다름없는 자신의 정체까지 불어버린 것으로 착각하여 단단히 열이 받은 모양이었다.

“잿불이고 뭐고. 교주 나으리께서 당신을 버리고 갈 정도라니. 이거 얼마나 큰 일이 벌어진 거야? 그쪽이랑 교주랑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니었어?”

박광수가 북극해처럼 차갑게 식혀진 분노를 내게 쏟아내려던 찰나.

어둠달을 건들건들하게 어깨에 걸쳐 맨 나는 도발이라도 하듯, 놈에게 체체파리 클랜의 기밀 중 하나를 들먹거렸다.

“네. 네놈이 그걸 어찌…!”

“허이구. 제가 그걸 그쪽에게 왜 알려드립니까? 알아서 상상해보셔.”

서늘한 표정으로 손에 쥔 투창을 어루만지던 박광수의 손길이 뚝 멎었다.

복면 너머로 나를 바라보는 놈의 눈동자엔 혼란스러운 속마음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그나저나 어때? 애인에게 버림받은 소감이란…. 어이쿠!”

계속해서 도발하듯 박광수에게 깐죽거리자, 내 머리를 노리고 투창 하나가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박광수가 감정에 휩쓸려 던진 투창 따위는 내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

가볍게 고개를 옆으로 숙여 투창을 피해낸 나는, 놈에게 히죽 비웃음을 보냈다.

“위험해라. 방금 공격으로 내가 콱 죽었으면 어쩔 뻔 했어? 나를 그 파리새끼의 그릇인가 뭔가로 쓰겠다고 하지 않았었나?”

“…팔다리 한두 개쯤은 없어도 되겠지.”

박광수의 눈에 으스스한 살기가 어렸다. 복면 너머로 언뜻 비친 피부는 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손에 틀어쥔 투창의 창 자루가 그의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쩌적 금이 갔다.

그렇게 놈이 나에 대한 분노를 불태우는 사이, 때마침 소모되었던 외골격이 완벽하게 재생되었다.

“흐읍!”

-쐐애액!

황금빛으로 물든 시야 사이로 박광수의 세 번째 투창이 감지된다. 싶더니,

놈의 손에 쥐어진 투창이 빛살처럼 빠르게 내게 날아들었다.

-태애앵!

박광수에게 사납게 웃어준 나는 내력을 주입한 어둠달을 휘둘러 다시 한 번 날아든 투창을 쳐냈다.

“한번 놀아보자고! 체체파리 클랜의 사도 나리!”

“…!”

사도라는 말에 네 번째 투창을 장전한 박광수의 표정이 서늘하게 흠칫 굳었다.

놈이 그렇게 흠칫 굳은 틈을 타. 나는 깔맞춤을 발동시켰다.

-후오오오옹

필멸의 영역을 벗어난 인지능력이 내게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잔뜩 흥분한 박광수가 어떤 수를 준비하고 있는지! 놈이 준비한 카드는 무엇인지!압도적인 정보의 홍수가 내 머릿속으로 촤르륵 밀려들었다.

“네놈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어차피 제물로 바쳐질 놈의 사정 따윈!”

-꿈틀!

고함과 함께 박광수의 근육이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근육이 꽈드득 뒤틀렸다.

놈의 심장 어림에서 시작된 마력의 흐름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근육질 팔에 집중되었다.

박광수의 공격을 감지한 순간, 나는 놈을 향해 곧장 달려들기 시작했다.

“…알바가 아니지!”

고함을 우렁우렁 터뜨린 박광수는 투창을 힘껏 내던졌다.

나선형으로 회전하며 총알처럼 쏘아진 투창이 내 다리를 노렸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보랏빛 마력이 내 다리를 난도질하려는 바로 그 순간!

-까앙!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나는 날아든 투창의 정중앙을 창날로 찔러버렸다.

한순간 집중된 충격 에너지를 이기지 못한 투창이 허공에서 과자처럼 파사삭 부서져 버렸다.

“뭐, 뭣이?! 그분의 권능이 담긴 투창이!”

-파바밧!

박광수의 투창이 완전히 분해된 찰나의 순간!

나는 재빨리 어둠달을 휘둘러 허공에 흩날리는 투창의 파편들을 후려갈겼다.

-촤촤촤촷!

보랏빛으로 물들었던 파편들이 내 내력에 노출되어 검게 물든다. 싶더니.

아연한 표정의 박광수를 향해 빛살처럼 쇄도해갔다.

“크아아악!”

쏘아진 투창의 파편들은 박광수의 오른손에 틀어박혔다.

바늘보다 가느다란 파편들이 놈의 근육을 찢었다. 신경을 파고들었다.

“…!”

그렇게 박광수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는 사이.

나는 놈의 뻐끔 벌려진 품속으로 완벽하게 파고들었다.

당황한 박광수가 품속에서 또 다른 투창을 꺼내 들자….

-우둑!

나는 박광수의 품속에서 투창이 채 꺼내지기도 전에 놈의 손가락 째로 투창을 우두둑 부러뜨려버렸다.

그리곤 우둑 부러뜨린 투창을 단단히 움켜쥐고, 박광수의 다리를 향해 내려찍었다.

놈의 피부 위에 뒤늦게 돋아난 외골격과 부러진 투창을 타고 날뛰는 내력이 거세게 충돌했다.

-카가가가가각!

마치 칼로 쇳덩이를 긁는 듯한 소음과 함께, 박광수의 외골격 위에서 보랏빛 불꽃이 요란하게 튀었다.

놈의 몸을 보호하는 보랏빛 외골격과 시커먼 내력이 계속해서 충돌하자, 사방이 어둑하게 물들였다.

-파츠츠츠츠츳!

보랏빛 외골격에서 튀어 오른 보랏빛 불꽃이, 사방을 보랏빛으로 물들이는 한편,

요란하게 날뛰는 시커먼 내력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보랏빛 불꽃을 어둠으로 물들였다.

내력과 외골격의 싸움을 힘겹게 지켜보던 박광수의 얼굴이 점점 시뻘겋게 물들어갔다.

“이, 이 자식이!”

“왜? 그쪽이 감당하기엔 너무 매력적이야?”

이를 아드득 깨문 박광수가 핏발 선 눈으로 나를 바라본 순간.

나는 놈에게 히죽 웃어주며, 박광수의 뺨을 아주 맛깔나게 후려갈겼다.

-짜아아악!

찰진 소리와 함께, 박광수의 목이 휙 돌아가며. 놈의 외골격이 박살 났다.

동시에 시커먼 내력이 이글거리는 창날이 놈의 복부에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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