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0화
-우두둑!
모두가 잠든 야심한 새벽.
뼈가 뒤틀리는 섬뜩한 소리가 새벽의 고요를 거칠게 깨웠다.
날벼락을 맞은 경비원의 목뼈가 우지직 뒤틀렸다.
꺼멓게 죽은 입술에선 보랏빛으로 물든 혀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누, 누구…. 큽!”
동료의 급작스러운 죽음에 놀란 다른 경비원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운명 역시, 조금 전 죽음을 맞이한 동료와 다르지 않았다.
“혹시나 했는데. 다행히 지부까지 통째로 갈아치울 정도는 아니었나 보네.”
순식간에 두 명의 경비원을 처리한 나는 그들의 시신을 확인하곤 히죽 웃었다.
바닥에 쓰러진 경비원들의 목덜미엔 체체파리 클랜 특유의 표식이 희미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바른 마음 정신병원』
겉으로 보기엔 그리 수상한 구석이 없이, 그저 평범한 정신병원으로 위장되어 있었지만.
사실 이곳의 정체는 체체파리 클랜에서 관리하는 소규모 지부 중 하나였다.
회귀 전, 사교도 놈들과의 결전에서 내가 직접 궤멸시킨 곳이었기도 했고 체체파리 클랜 지부 중에서도 독에 관련된 연구가 진행되었던 곳이기도 했다.
해독제를 얻기 위해, 혹시나 하여 찾아와봤는데. 다행히 이번에도 위치는 바뀌지 않은 것 같군.
“어디 보자…. 연구실로 통하는 비밀통로가 몇 층에 있었더라?”
나는 어둠이 내린 정신병원 건물을 슬쩍 눈대중으로 훑어보았다.
시대착오적인 백열등의 빛이 누르스름하게 새어 나오는 창문들을 주르륵 살펴본 끝에.
원하던 장소를 발견한 나는, 경비병들의 시신에서 탈취한 삼단봉을 슬쩍 치켜들었다.
-퓻!
그리곤 치켜든 삼단봉에 내력을 주입하여, 병원 외벽을 향해 힘껏 집어던졌다.
내력이 주입된 삼단봉이 마치 버터 속을 파고드는 나이프처럼 병원의 새하얀 외벽에 푹푹 파고들었다.
-쨍그랑!
그렇게 경비원들의 시신에서 주워든 삼단봉 두어 개를 적절한 위치에 박아 넣은 뒤.
나는 벽에 단단하게 박혀 있는 삼단봉들을 발판삼아, 목표로 했던 6층 창문으로 난입했다.
“…빙고.”
난입의 충격으로 인해, 와장창 부서진 창문의 파편이 요란하게 흩날렸다.
봄날의 벚꽃처럼 요란하게 흩날리는 유리 조각 너머로 낯익은 이의 얼굴을 발견한 순간.
나는 황금빛 안광을 번뜩이며 으스스한 웃음을 흘렸다.
“누, 누구시죠? 여, 여긴 병원입니다! 경찰을 부르겠어요!”
내 모습을 확인한 간호사 한 명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뾰족한 비명을 질렀다.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어정쩡한 포즈로 일어난 모습이 적잖이 겁에 질려있는 것 같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곧바로 놈에게 달려들어, 어둠달을 찔러 넣었다.
-카가가각!
공포에 질렸던 간호사의 간호사복 위엔 어느새 보랏빛 외골격이 빽빽하게 돋아 있었다.
어둠이 넘실거리는 창날은 그녀의 몸에서 돋아난 외골격에 막혀 버렸다.
“요즘 취업난 때문에 취업이 힘들다더니, 체체파리 클랜의 지부장. 김도희 님께서도 간호사 업무를 볼 정도로 사정이 어렵나 보지?”
간호사의 몸뚱이에 돋아난 외골격에 비웃음과 함께, 비아냥을 흘리자.
간호사로 위장하고 있던 체체파리 클랜의 지부장 김도희의 눈에 경악의 빛이 어렸다.
“그, 그걸 어떻게…! 가, 가만. 네놈의 정체는 설마?!”
자그마한 지부이긴 하나, 체체파리 클랜의 지부장답게 김도희는 뒤늦게나마 내 정체를 눈치 챈 모양이었다.
“…설용호. 태백 길드의 이교도 놈이 이곳을 어찌 알고 찾아왔는지는 모르겠다만.”
침중한 목소리로 신음을 삼킨 김도희의 눈에서 보랏빛 안광이 아지랑이처럼 흘러나왔다.
나를 노려보는 그녀의 눈빛에선 왜인지, 묘한 안도의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놈들보다 네놈이 먼저 이곳에 도착했다는 것은! 그분께서 아직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는 소리겠지! 형제들이여! 자매들이여!”
김도희가 으르릉거리는 목소리로 동료들을 불러내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널찍한 병원 곳곳에서 음침한 인상의 사교도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무기를 꼬나쥔 채, 결연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는 사교도들이 눈빛에선, 어째선지 절박한 감정이 묻어나왔다.
…뭐지? 내가 모르는 사이 체체파리 클랜에 무슨 일이 생겼었나?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봐야 그쪽 사정! 내 알바가 아니지!”
사교도 놈들의 기세는 제법 매서웠고, 그들의 눈빛엔 간절한 바람이 깃들어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놈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들이 고대하던 명예로운 전투가 아니었다.
나는 새까맣게 물든 손가락을 김도희에게 장난스럽게 겨누곤 씩 웃었다.
“…빵야.”
-번쩍!
시커멓게 물든 외골격이 금빛 광채와 함께 요란하게 폭발했다.
휘몰아치는 내력의 폭풍 속에서 외골격 파편들이 믹서기 속의 칼날처럼 사교도들에게 날아들었다.
“비, 빌어먹을! 다들 피해앳!”
김도희는 다급하게 소리를 지르며, 외골격을 전개해 약식 암룡출동을 막으려 들었지만.
그렇지 않아도 좁은 복도에 꽉 들어차 있던 사교도들은 휘몰아친 내력의 폭풍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퍼버벅!
병원 특유의 순백색 복도에 순식간에 새빨간 혈육의 꽃이 피었다.
비릿한 피 냄새가 자욱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새하얀 벽이 온통 붉게 물들었다.
심상치 않은 기세를 내뿜던 사교도들은 살충제를 맞은 벌레 떼처럼 허망하게 목숨을 잃어버렸다.
“이, 이럴 순 없어. 진정 그분께선 우리를 버리셨단 말인가….”
연구만을 담당하던 지부를 맡고 있던 말단답게.
약식 암룡출동에 정면으로 노출된 김도희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그녀의 몸을 뒤덮었던 보랏빛 외골격엔 거미줄 같은 잔금들이 쩍쩍 갈라져 있었다.
갈라진 틈 사이로 파고든 내력의 폭풍에 노출된 피부는 화상이라도 입은 듯 노릇하게 잘 익어 있었다.
처참한 몰골의 김도희는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간신히 지탱하며,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붉게 물든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거야 그쪽 사정이지. 안됐군. 안됐어.”
김도희의 표정은 나라를 잃기라도한 듯 비통하기 짝이 없었지만.
애석하게도 지금의 내겐 그녀의 절박한 사정 따윈 별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나는 돌입과 즉시 지부장을 붙잡은 탓인지, 흥이 절로 돋아 콧노래가 흘러나올 지경이었다.
-파사삭!
정체를 알 수 없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김도희에게 다가간 나는 느긋하게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와락 움켜쥐었다.
내력이 잔뜩 주입된 손에 닿자마자, 그나마 남아있던 외골격이 마치 과자처럼 파스스 부스러졌다.
“무, 무슨 짓을 하려는…. 카학!”
-꾸과앙! 꽈앙! 콰앙!
두려움에 질린 김도희의 눈에 의문의 빛이 서릴 새도 없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콰악 틀어쥔 나는 그대로 김도희의 머리를 바닥에 쾅쾅 내려찍었다.
붉게 물든 바닥이 움푹 파일 때마다, 바둥거리던 그녀의 움직임이 점점 느릿해졌다.
축 늘어진 사지가 부르르 떨리며, 간헐적으로 경련하기 시작했다.
-삑
그렇게 추욱 늘어진 김도희를 간호사 스테이션 구석까지 질질 끌고 간 나는.
그녀의 몸을 번쩍 들어, 얼핏 평범해 보이는 화재경보기에 가까이 들이밀었다.
-스르륵
반쯤 넋이 나간 김도희의 얼굴이 화재경보기에 스친 순간!
새하얀 벽에 보라색 빛이 번쩍이더니, 숨겨진 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비밀통로까지…. 교 내부에 배신자가 이렇게나 많았단 말인가….”
-우두둑
“어째서 계속 그쪽의 사정을 설명해주시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거야 그쪽 사정이라니까?”
한스러운 표정으로 씁쓸하게 한숨을 내뱉는 김도희의 목을 꽈드득 졸라 기절시킨 뒤.
나는 간호사 스테이션 한구석에 드러난 통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구불구불한 비밀통로를 따라 내려오니, 낯익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수조 안에 갇혀 있는 환자들과 그들을 관리하며 눈빛을 번뜩이는 사교도 연구원 무리.
회귀 전, 이곳을 토벌할 때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풍경이었다.
“치, 침입자! 침입자가 나타났다!”
“마, 말도 안 돼! 저쪽은 지부장님께서 감시하는 통로인데!”
“크으윽! 배교자들 놈들이 벌써 여기까지 당도했다니!”
어두운 비밀통로를 지나, 내가 연구실에 모습을 드러내자.
의아한 표정으로 나와 눈이 마주친 사교도들이 새된 비명을 질렀다.
지부장 김도희를 믿고 있었기 때문인지, 그들은 나의 등장에 기대한 것 이상으로 동요하고 있었다.
“서, 서둘러! 그분들을…. 크헉!”
사교도 중 한 명이 당황한 표정으로 무전기에 손을 가져간 순간.
나는 놈에게 번개처럼 달려들어 창날을 내질렀다.
순식간에 펼쳐진 독룡아가 사교도의 목줄기를 덥석 물어뜯었다.
-뿌각!
섬뜩한 소음과 함께 내력이 실린 창날이 사교도의 목덜미 정중앙을 뚫고 지나갔다.
공포에 질려 허둥대던 눈이 빛을 잃었다. 크게 벌려진 입에선 바람 빠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으, 으아아아아! 어서, 어서 그분들에게 알려야 햇!”
목이 꿰뚫린 사교도의 시신이 허무하게 털썩 주저앉자. 공포가 퍼져나갔다,
연구원 복장을 한 사교도들은 정신없이 출구를 향해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피슛! 피슛! 피슛!
비전투요원이긴 하나, 사람의 몸으로 생체실험을 하던 놈들이니 내 손속엔 자비심이 없었다.
허공을 갈라 찢으며 쇄도한 창날이 놈들의 머리에 시원한 구멍을 하나씩 뚫어주었다.
“이이익!”
그렇게 상황이 정리되려던 찰나.
목구멍에 구멍이 뚫린 사교도 한 명이 마지막 발악으로 무서운 저력을 발휘하였다.
최후의 힘을 쥐어짜 내, 구석까지 기어간 놈은 자신의 머리로 뭔가 위험해 보이는 빨간색 스위치를 힘껏 들이받았다.
-때르르르릉!
사교도가 보여준 마지막 발악은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였다.
실험실 전체를 쩌렁쩌렁 울리는 경보 사이렌 소리와 함께, 얼마 지나지 않아.
체체파리 클랜의 문양이 그려진 갑옷을 차려입은 사교도들이 우르르 연구실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비, 빌어먹을! 놈들이 벌써 여기까지 오다니! 막앗! 죽어서도 이곳을 사수해!”
…아무래도 체체파리 클랜 내부에 뭔가 변고가 생긴 모양이로군. 그래.
연구실로 달려온 사교도들의 행색은 하나같이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사지를 뚫고 오기라도 한 듯, 상처투성이의 육신을 감싼 보랏빛 갑옷은 검붉은 피로 얼룩져 있었고 창백한 얼굴엔 공포가 가득했다.
“예, 옙! 최후의 순간까지 그분의 날갯짓을 위하여! 배교자 놈들에게 죽음을!”
“그분께서 탈출하시는 동안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야 한다! 우리는 이곳에 서서 죽을 지언정! 그분께선 우리를 영원히 기억하실지니!”
하나 같이 서 있기도 힘겨워 보이는 행색이었지만, 사교도들의 눈빛 하나만큼은 결연했다.
배교자 ‘놈들’이라…. 게다가 ‘그분’께서 탈출하는 동안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이거 상당히 심상치 않은 냄새가 나는걸?
-파바바박!
물론, 진실을 캐묻는 것은 사교도 놈들을 무력화 시킨 뒤의 일이다.
나는 실험실 집기의 그림자 사이에 몸을 숨긴 채로, 사교도들에게 몸을 날렸다.
다리에 응집된 내력이 위력을 발휘했다. 극성으로 발현된 운룡보가 내 신형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썩둑!
어둠이 넘실거리는 창날이 선두에서 눈을 부라리던 사교도의 목을 훑고 지나가자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머리통 하나가 공중으로 둥실 떠올랐다.
“뭐, 뭣? 어, 어느새…!”
곧이어 나는 허공으로 떠올랐던 머리통의 머리채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리곤 그것을 마치 철퇴를 휘두르듯, 또 다른 사교도의 머리를 향해 힘껏 휘둘렀다.
-꽈앙!
단단한 두개골 두 개가 맞부딪히며 폭음을 토해냈다.
경악한 표정으로 입을 뻐끔거리던 희생자의 머리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완전히 박살났다.
-풀썩
머리를 잃은 시신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섬뜩하게 고인 새빨간 피 웅덩이 속에서 그의 시신은 간헐적으로 사지를 퍼덕거렸다.
“어, 어디냐! 모, 모습을 드러내랏! 비겁한 배교자 놈!”
순식간에 동료 두 명을 떠나보낸 사교도들은 파리하게 질린 얼굴로 고함을 내질렀다.
주변을 정신없이 둘러보는 놈들의 모습엔 빈틈이 가득했다.
-피슉! 피슈슉!
어둠달의 창날이 사교도 사이를 누빌 때마다, 약속이나 한 듯 머리통이 둥실 둥실 떠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극심한 부상을 입은 데다, 공포가 그들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인지, 사교도들은 너무도 무력하게 내 창날 아래 하나 둘씩 목숨을 잃어갔다.
“젠장! 그 배교자 본인이 직접 왔나 보군! 다들 물러서!”
그렇게 사교도들이 계속해서 내 창날 아래 목이 달아나자.
벌벌 떠는 부하들을 헤치고 얼굴을 복면으로 가린 사교도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아까부터 뒤에서 다른 사교도들을 독려했던 것으로 미뤄보건대. 아무래도 놈이 다른 사교도들을 이끄는 우두머리인 것 같았다.
“하, 하지만. 대장님. 대장님께선 아직 부상이….”
“괜찮다! 이미 이 몸은 그분께 목숨을 바친 몸! 그분을 위해 죽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길일 지니!”
온몸이 피투성이인 우두머리의 상태는 가장 처참했지만,
결연하게 소리치는 그의 목소리엔 다른 사교도들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기백이 살아있었다.
그가 우렁우렁 소리를 지를 때마다, 그의 얼굴을 가린 복면이 요란하게 나풀거렸다.
…잠깐만. 저 문양 분명 어디서 본 적이…!
“이놈!”
-슈각!
우두머리의 복면에 잠시 정신이 팔린 사이, 섬뜩한 기운이 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가까스로 공격을 피해낸 나는, 다시 한 번 운룡보를 운용해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 나는 우두머리와 눈이 마주치고야 말았다.
“…잠깐! 저 외모는?!”
“왜, 왜 그러십니까. 대장?”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렷! 놈은 그 간악한 배교자 놈이 아니다! 충분히 우리들로도 상대해볼 만 한 상대다!”
“네, 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우리를 습격한 놈은 그 배교자 놈이 아니라는 소리다! 빌어먹을…. 태백의 그 ‘얼굴천재’ 설용호라니. 어째서 놈이 여기서 튀어나오는지 모르겠군.”
보통 놈은 아닌 모양인지, 우두머리는 내가 누군지 정확히 꿰뚫어 본 모양이었다.
나의 정체를 언급한 그는 까드득 이를 깨물곤 주위 부하들의 주의를 환기했다.
“서, 설용호라뇨. 여, 역시 놈들의 배후엔 태백이….”
“지금 그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다행히 위대하신 분께서 아직 우리를 저버리시진 않은 모양이로군. 놈을 포획할 수만 있다면. 그 배교자들을 처리하는 것쯤은….”
나의 정체를 눈치챈 우두머리의 눈에 순간적으로 희망의 빛이 반짝였다.
살짝 초승달 모양으로 휘어진 그의 두 눈이 다시 한 번 결연한 결의를 품었다.
“작전 변경이다! 어떻게든 설용호를 포획하도록! 다들 훈련받은 대로 행동햇!”
“옙!”
우두머리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방패를 든 사교도 셋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놈들은 질서정연하게 각자 맡은 방향대로 선 뒤, 방패를 앞세워 마력을 주입하였다.
-츠츠츠
불길한 마력이 방패에 주입되자, 반투명한 방패가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넘실거리는 마력은 방패의 형태에 안주하지 않고 옆으로 죽죽 퍼져나가 놈들의 방진 속 사교도들의 몸을 감쌌다.
“방독면 착용!”
우두머리의 뾰족한 고함과 함께 사교도들은 방패 뒤에 숨어 방독면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뭐? 방독면? 이 자식들 설마!
-번쩍!
방독면이란 소리에 바로 대응하려고 했으나, 사교도들의 행동이 더 빨랐다.
사교도들이 뭉쳐있는 곳에서 음침한 검보라빛이 번쩍거리며 존재감을 과시하더니.
시큼한 냄새와 함께, 순식간에 거무튀튀한 독 연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
거무튀튀한 독 연기가 스멀스멀 퍼져나가자.
사방에 즐비한 수조 속의 액체가 검게 물들어갔다.
수조 속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벼락 맞은 듯 몸을 꿈틀거리더니, 몸 전체가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치이잇!”
독 연기는 내가 몸을 숨겼던 곳까지 순식간에 잠식해나갔다.
욕설을 내뱉은 나는 하는 수 없이 외골격을 몸에 둘러, 숨어있던 그늘에서 뛰쳐나왔다.
“저쪽이다! 역시, 이교도 놈들 따윈 그분의 권능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로군! 다들 배에 힘 빡 넣엇!”
“옛!”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우두머리의 눈가에 섬뜩한 미소가 어렸다.
놈이 손짓하자, 보랏빛이 번쩍이는 방패를 치켜든 사교도들이 천천히 나를 포위해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