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8화
‘무엇’으로부터 정수를 지켜내야 하는지는 곧바로 드러났다.
사방에서 비명이 터질 때마다 키익거리는 원숭이 소리가 뒤를 이었다.
-미, 미친! 튜토리얼에 바분이라니!
-저, 정수를 지켜! 아니. 무기도 지켜!
수험생들 사이를 굉장히 심술궂어 보이는 자그마한 원숭이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심술궂은 성격이 얼굴 곳곳에 덕지덕지 묻어있는 원숭이처럼 생긴 몬스터 『바분』.
개코원숭이와 굉장히 흡사하게 생겼지만. 놈들의 교활함과 위험성은 개코원숭이 따위에게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이거 난이도가 너무 높잖아? 바분이라니.”
“싸, 싸부님. 이게 대체 무슨 소란이에요?”
“이 못생긴 원숭이 놈들로부터 정수를 지키는 게 이번 시험의 과제인가 봐.”
변경된 튜토리얼 2단계는 지난 단계와는 비교할 수 없게 대단했다.
어지간한 헌터조차 그 움직임을 놓치기 쉬운 바분으로부터 제공된 정수를 지키는 것.
어떤 작자가 디자인한 과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악의가 넘쳐나는 시험이었다.
게다가….
「다른 수험생의 정수를 탈취할 때마다. 가산점이 추가로 적용됩니다.」
이번 단계의 가산점 내용은 다른 수험생들의 정수를 가로채는 것.
바분으로부터 정수를 지켜내는 것도 정신이 나갈 지경인데, 가산점을 노리는 다른 수험생과 보호자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음 단계에서 보자! 용호!”
“혜옥이도 힘내!”
시험의 의도를 꿰뚫어 본 양소혜와 양소룡은 작별인사를 남긴 채, 숲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싸부님! 얘네들 은근히 재빨라요!”
인간의 한계 따윈 옛 저녁에 초월해버린 김혜옥이었지만.
아직 각성하지 않아선지 바분을 포획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놈들이 다가올 때마다 손바닥을 휘두르는 것뿐이었다.
-빠아앙!
《키키킥!》
김혜옥의 손짓은 가까이 접근해온 바분을 쫓아내는 것이 한계였다.
그녀의 손이 휘둘러 질 때마다. 놈들은 마치 약을 올리듯 요란한 소리를 질러대며 그녀의 주변을 정신없이 맴돌았다.
“날파리도 아니고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어요. 으으으.”
“도구를…. 아니, 무기를 써보는 건 어때?”
“무기요?”
바분을 사냥하는 데는 사거리가 긴 무기가 제격이었다.
김혜옥의 등에 단단히 고정된 창에 생각이 미친 나는, 조심스레 그녀에게 무기를 써볼 것을 제안했다.
“그치만…. 만화에서 무기는 나약한 사내놈들이나 쓰는 거라고 들었는데.”
“만화?”
“싸부님이 알려준 ‘건강해지는’ 방법으론 좀 모자라서 만화보고 기술 좀 익혔어요.”
…어쩐지 알려주지도 않은 괴상한 기술들을 써먹는다. 했더니. 출처가 만화였냐!
“바분 놈들을 상대하는 데는 사거리가 긴 무기가 제일 편하거든. 잠깐 창 좀 빌릴게.”
계속해서 달려드는 바분들을 제압하며, 나는 김혜옥의 등 뒤에 매달린 창을 뽑아 들었다.
“초보자에겐 좀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잘 보고 따라 해봐.”
-파앙! 팡! 팡!
목제 창을 손에 쥔 나는 김혜옥에게 창술의 기본이 되는 동작을 보여줬다.
단단한 창끝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여지없이 공격에 얻어맞은 바분들이 픽픽 쓰러졌다.
“할 수 있겠어?”
“으음…. 자신은 없지만요.”
날파리처럼 짓쳐들어오는 바분들을 잡지 못한 것 때문일까.
김혜옥은 그녀답지 않게 시무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였죠?”
-뿌와아아아앙!
눈을 번뜩인 김혜옥은 창을 단단히 움켜쥐곤 힘차게 한일자를 부우욱 그어버렸다.
애석하게도 창술엔 영 재능이 없는지. 그녀의 동작은 차마 눈뜨고 못 볼 수준이었지만.
힘차게 휘둘러진 창대가 보여준 파괴력은 실로 대단한 수준이었다.
-뿌봐바바바박!
부우웅 힘차게 휘둘러진 궤적을 따라 창대에 얻어맞은 바분들의 시체가 후두둑 떨어졌다.
“우와앗! 싸부님! 역시 엄청나요! 창술이란 이렇게 대단한 건가요?”
“아, 아니. 당장 기본자세부터 달….”
“흐랏챠아아아!”
-후우우웅! 후우우웅!
틀어진 자세에 대해 조언을 남겨줄 새도 없었다.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에 경탄한 김혜옥은 이번엔 창대 중앙을 붙잡고 힘차게 돌리기 시작했다.
-빠바바박! 빠바바박!
약 2미터짜리 창대가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회전하자,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마치 선풍기 속으로 빨려들어 분해되는 모기떼 마냥, 엄청난 숫자의 바분들이 회전하는 창대에 빨려 들어가 산산이 분쇄되었다.
시커먼 체액과 비릿한 냄새가 고약하게 풍겼다.
《키, 키키익!》
아무리 바분이라도 정도가 있는 법인 모양이었다.
동료들이 주르륵 빨려 들어가자 몰살당하자, 바분들은 질렸다는 울음소리를 내며 후퇴하기 시작했다.
“역시 우리 싸부님이세요! 무기가 이렇게 대단하다니!”
새삼스럽게 창대를 바라보는 김혜옥은 마치 도구를 처음 발견한 원시인 같은 표정이었다.
…결과야 나쁘지 않았다만. 언제 창술을 제대로 가르쳐 줘야겠군.
*****
“정수도 멀쩡하고! 바분들도 없고! 기분도 좋고!”
김혜옥의 몸에서 바분들의 피 냄새가 진하게 진동해서일까?
그녀가 창대를 휘둘러 엄청난 수의 바분을 학살한 뒤부터, 우리에게 덤벼오는 바분은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쉬어갈 겸 우지끈 부러진 나무둥치에 앉은 김혜옥은 특유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요란스레 노래를 불러대기 시작했다.
“…아주 나 여기 있소. 하고 광고를 해라 광고를! 이렇게 요란스레 돌아다닌 덕분에 가산점을 얻을 방법도 사라졌으니까.”
“에헤이. 싸부님. 가산점 못 얻어도 안 죽어요. 안 죽어.”
진득한 피 냄새를 풍기고 다닌 덕분에 우리에게 덤벼드는 바분은 하나도 없었고.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채로 저렇게 노래를 불러대는 통에 근처의 수험생들도 모조리 달아나버린 상태였다.
시험 종료까진 아직 한 시간 삼십 분 남짓 남았을진대. 가산점을 얻을 방법은 요원하게만 보였다.
“잠깐만…. 얘네들 바분이라 했지?”
가산점을 얻기 위해 머리를 굴리던 도중.
바분이란 몬스터에 대한 정보 하나가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얘네들은 원숭이지만, 개미처럼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놈들이야. 그렇다는 건….”
“개미요? 그럼 개미처럼 여왕 같은 애들이 있다는 거예요?”
“그렇지! 퀸 바분이 있었어!”
바분들은 원숭이처럼 생겼지만, 개미와 다를 바 없는 생태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둥지에서 일하는 일꾼 바분, 외부를 돌아다니며 식량과 물건을 약탈하는 사냥꾼 바분.
그리고…. 모든 것을 지휘하는 퀸 바분!
“퀸 바분이요? 얘네들도 여왕이 있어요?”
“그래. 비대해진 몸집 탓에 전투력은 빵점이지만. 강력한 정신 에너지로 바분들을 조종하는 여왕이 있지!”
*****
김혜옥과 함께 바분들이 튀어나온 구멍을 주의 깊게 살피던 나는 마침내 목표로 했던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끼이이익! 끽! 끽꺅!》
땅 속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일꾼 바분들의 울음소리.
사냥꾼 바분들과는 달리 높고 째지는 듯한 울음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찾았다. 여기가 바분 굴로 통하는 곳이야.”
“구, 굴이라구요? 어둡고 냄새날 것 같은데.”
시커멓게 입을 벌린 동굴 입구를 바라본 김혜옥은 가볍게 몸을 떨었다.
동굴 내부에서 풍겨오는 시큼한 냄새와 고약한 짐승 냄새에 그녀는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그만큼 대단한 보상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잖아?”
먼젓번에 피켈 퀸을 쓰러트린 것만으로 나는 일기당천이라는 특성을 손에 넣었다.
위업을 숨기는 데 혈안이 된, 성좌들이라면 이곳에도 무언가 숨겨놓았을 것이라는 예감이 내 코끝을 간질였다.
“으으…. 헌터로 데뷔하는 것만으로도 보상 충분할 것 같은데.”
“A급 헌터랑 B급 헌터의 연봉은 두 배쯤 차이 나는데?”
“…빨리 들어가죠. 뭐 하고 있어요? 그 퀸 바분인가 뭔가를 빨리 잡아버리자고요!”
김혜옥의 눈에 묘한 불길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가산점이니 위업이니 뭐니 하는 불확실한 보상보단, 역시 바로 삘이 팍 오는 연봉이 그녀에겐 확 와 닿는 말인 것 같았다.
“으으으으 축축해.”
바분들의 본거지 바본굴은 오히려 조용한 편이었다.
가끔가다 일꾼 바분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긴 했지만, 전투능력이 전무한 일꾼 바분들은 우리와 조우한 족족 명을 달리했다.
《끼이익. 끄르르르륵》
“역시나 있었군. 퀸 바분 놈.”
“으윽. 쟤가 여왕이에요? 뭐 저렇게 생겼대요?”
퀸 바분과 마주한 김혜옥은 낮은 목소리로 신음을 흘렸다.
퀸 바분의 생김새는 다른 바분들과는 아예 다른 종으로 보일 만큼 특이했다.
놈은 벌거벗은 거대 태아 같은 징그러운 생김새를 자랑하고 있었다.
“움직일 필요 없이 바분들만 조종하면 그만이니까.”
산더미처럼 쌓인 바나나와 정수 사이로 거대한 핑크빛 살덩이가 오르락내리락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퀸 바분이 몸을 뒤척일 때마다, 입구에서부터 풍겨오던 시큼한 냄새가 코 끌을 강하게 자극했다.
“지, 진짜 쟤를 잡아야 해요? 냄새 안 빠질 것 같은데.”
“마음대로 하셔, 근데 이것만 알아둬라. 퀸 바분을 처치하는 건 웬만한 헌터들도 못하는 일이라는 걸 말이야.”
퀸 바분이 출몰하는 게이트는 위험도 2급에 다다르는 위험한 게이트였다.
바분들 한 마리 한 마리는 약하지만, 끝없이 밀려 나오는 머릿수 때문에, 바분이 출몰하는 게이트는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물론, 원칙은 그렇지만…. 사냥꾼 바분들 대부분이 밖으로 나가버린 지금은 난이도가 급락한 상태였다.
“그렇다는 건. 설마….”
“얘를 잡으면 A급은 물론, S급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소리야.”
S급이라는 말에 침을 꿀꺽 삼킨 김혜옥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킹 바분을 노려보았다.
어설프게나마 힘껏 움켜쥔 창대가 바르르 떨려왔다.
“…해볼게요.”
-콰아아앙!
단숨에 도약한 김혜옥은 있는 힘껏 창끝으로 퀸 바분의 미간 부분을 내려찍었다.
-꾸꽈아앙!
《끼에에에에엑! 끼에에엑!》
무식한 힘이 더해진 창날이 퀸 바분의 두개골과 부딪힌 순간 폭음이 터졌다.
미간 사이가 빨갛게 달아오른 놈은 거대한 몸을 꿈틀거리며 구슬프게 울부짖었다.
《끼이익! 끽꺅꺄갹!》
《키키익! 키키키킥!》
퀸 바분이 공격당한 순간, 바분굴에 남아있던 모든 바분들이 자신들의 여왕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사냥꾼 바분들 대부분이 다른 수험생들을 상대하고 있을 텐데도 바닥을 쿵쿵 울려오는 놈들의 발걸음 소리는 장난이 아니었다.
“혜옥이 네가 여왕님이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방해꾼들이랑 좀 어울려주고 있을게.”
짐승들 특유의 거친 체취, 귀가 멀듯 한 원숭이 소리가 점점 다가오자.
내 두 눈이 점점 황금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시야가 싯누렇게 물들었다.
시커먼 내력이 꿀렁거리며 온몸으로 퍼져나가, 무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키키케에에엑》
동굴의 축축한 벽면을 타고 바분들이 끝없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무기를 놓고 왔기에, 어둠달도 없다. 불안정한 동굴 속이기에 마음껏 힘을 휘두르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차르르륵
금빛 찬란한 외골격이 온몸을 뒤덮었다.
온몸을 완전히 뒤덮은 외골격에 나는 조금씩 내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내력을 최대한 제어한 덕분에 주입된 내력은 오로지 검지만을 새까맣게 물들였다.
그렇게 검지가 시커멓게 물든 그 순간!
《키키케에에엑》
“타-앙!”
-쮸와와앙!
시커멓게 물들었던 검지의 외골격이 폭발하자. 기묘한 소리가 동굴을 웅웅 울렸다.
동시에 내게 달려들던 바분들의 움직임이 뚝 멎었다.
-투두둑 툭 툭
바분들의 몸에 시커먼 줄이 아로새겨진다. 싶더니, 놈들의 육신이 조각나 떨어졌다.
“흐응. 이 정도 위력일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초식 중 가장 파괴적인 초식인 암룡출동은 그 강대한 위력만큼이나 치명적인 약점을 보유하고 있었다.
나의 외골격을 폭파하는 방식으로 사용해야 하기에, 연사하는 것은 꿈도 못 꾸는 데다.
그 넓디넓은 공격 범위는 장소의 제약을 심하게 탔다.
그것을 개선한 것이 바로 이 『약식 암룡출동』이었다.
“흐음.”
약식 암룡출동이 만들어낸, 참상을 감상한 나는 고개를 돌려. 김혜옥을 바라보았다.
*****
《키에에에에엑!》
소름 끼치는 포효!
김혜옥의 힘은 일반인을 아득히 뛰어넘은 수준이었지만, 상대는 퀸 바분이었다.
동급의 몬스터들에 비해 능력치는 확실히 처참한 수준이긴 하지만….
“치이잇!”
아직 특성 트리를 개화하지 않은 김혜옥에겐 처음 겪어보는 난적이었다.
정신을 후벼 파는 듯한 퀸 바분의 울음소리에 그녀는 이를 까드득 깨물었다.
그녀의 가지런한 이 사이에 붉은 핏물이 확 번졌다.
《꾸워어억》
-쐐애애액
신경질적으로 휘두른 퀸 바분의 두툼한 오른손이 파공음과 함께 김혜옥을 노렸다.
-카가가각!
울음소리에 균형을 잃은 김혜옥은 가까스로 나무 창을 비스듬히 들고 창대를 따라 놈의 공격을 흘려보냈다.
“으읏!”
공격을 완전히 흘려보냈음에도 불구, 김혜옥은 신음을 흘렸다.
손이 저릿한 모양인지, 그녀는 오른손이 부르르 떨렸다. 힘껏 움켜쥔 나무 창의 창대가 불안하게 휘청거렸다.
“정신 차렷! 놈은 충분히 네가 해볼 만한 상대야!”
“마, 말이 쉽죠!”
내 고함을 들은 김혜옥은 창을 단단히 고쳐 잡았다.
각성조차 하지 못한 일반인이 퀸 바분을 상대하는 상황!
무모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일이었지만. 나는 그녀를 믿었다.
“그냥 덩치 크고 못생긴 헌터라고 생각해! 사실 다를 것도 없어!”
김혜옥은 퀸 바분의 공격을 볼 수 있는 동체 시력과 놈의 공격을 흘려낼 수 있는 완력을 지니고 있었다.
난생처음 거대 몬스터를 상대하는 터라, 당황한 것 같지만. 충분히 해볼 만한 상황이었다.
《꾸욱 꾸우우욱》
육중한 몸을 정신없이 놀린 퀸 바분이 빈틈을 보이자….
-빠악!
《꿕!》
김혜옥이 힘껏 내지른 창끝이 거센 호흡을 삼키는 퀸 바분의 목젖을 정확히 강타했다.
거친 숨결을 타고 시커먼 피가 울컥 터져 나왔다.
《꺼헉 꺼허헉!》
계속해서 피를 토해내는 퀸 바분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목젖을 절묘한 타이밍에 얻어맞은 모양인지, 놈은 숨을 쉬지 못했다.
-우지직!
김혜옥은 계속해서 퀸 바분의 팔을 타고 올라가. 있는 힘껏 놈의 관절을 노렸다.
무식한 힘이 연약한 관절을 후벼 파자, 퀸 바분의 팔이 기묘하게 뒤틀렸다.
《꺼헉! 꺼하헉! 끼히히힉!》
발악하는 퀸 바분의 입에선 해괴한 소리와 시커먼 피가 울컥 터져나왔다.
놈은 자신의 팔에 매달린 김혜옥을 떨궈내기 위해 있는 힘껏 발악하기 시작했다.
“후우욱, 후우욱.”
정신없이 흔들리는 퀸 바분의 팔에 달라붙은 김혜옥은 차분히 숨을 골랐다.
잠시 그렇게 숨을 고른 김혜옥의 눈이 순간적으로 번뜩였다.
-파아아앗!
“세상에.”
김혜옥은 퀸 바분이 자신을 뿌리칠 타이밍에 맞춰 힘차게 도약했다.
그리곤 힘껏 창을 움켜쥔 그녀는….
-빠드드드득!
퀸 바분의 커다란 귓구멍에 자신의 창을 정확하게 찔러넣었다.
.
《끼….끄끄극》
시커먼 귓구멍에 2미터 남짓한 창대가 빨려 들어가듯 틀어박히자, 열심히 발악하던 퀸 바분의 눈에서 생명의 빛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