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화
평화역장의 매개체를 처리할 방법을 찾아낸 이후의 일은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나는 위철용의 도움을 받아 생활관 전체를 뒤졌고, 매개체 여섯 개를 찾아내 전부 먹어치웠다.
평화역장이 매개체를 찾아내는 것이 제법 귀찮은 일이었는지, 마지막 장소를 알려준 위철용은 심상세계 속에서 쉬고 있겠노라 선언하곤 스르륵 사라져버렸다.
“어머나, 세상에! 벌써 다 끝내신 거예요?”
마지막 매개체를 흡수한 다음 복도로 나온 나는 복도에서 김현지와 마주쳤다.
나와 시선이 마주친 김현지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벌써 청소를 다 끝냈냐고 물어보는 그녀의 눈엔 순진할 정도의 천진함이 서려 있었다.
“뭐, 대충은요. 체력은 자신 있거든요.”
사실은 청소 따윈 집어치운 채로 위철용의 지시대로 생활관을 뒤져 매개체만 흡수했지만.
어깨를 한 번 으쓱한 나는 얼굴색조차 바꾸지 않곤 김현지에게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으으 화장실이 너무 더러워서 전 아직 멀었는데.”
김현지는 내게 한 점의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울상을 지은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곤 손에 든 청소도구를 들어 올렸다.
괴상한 캐릭터가 그려진 앞치마를 두른 김현지의 손엔 각종 청소도구가 바리바리 들려있었다.
“오늘 저녁까지 다 할 수 있을지나 모르겠어요. 오늘 저녁에 중요한 일이….”
-콰앙! 콰앙!
잔뜩 울상을 지은 김현지가 또 생각 없이 뭔가 고급진 정보를 늘어놓으려던 순간!
화장실 근처에 자리잡은 비상구의 철문에서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철문을 가격하는 육중한 타격음이 한 번 들릴 때마다, 단단한 철문이 터질 듯 출렁거렸다.
-카가가각!
단순한 타격만으로는 안 되겠는지, 철문의 경첩 부분에 검붉은 칼날이 불쑥 튀어나왔다.
쑥 튀어나온 칼날은 문짝의 경첩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마찰을 머금은 금속이 섬찟하게 갈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겁을 집어먹은 김현지의 낯빛이 푸르스름한 비상구의 조명만큼이나 시퍼렇게 질렸다.
-쿠우웅!
경첩이 잘려나간 철문이 둔중한 소리와 함께 요란하게 지면에 널브러졌다.
“분명히 생활관은 외부인의 출입을 금하고 있다고 전해 드렸을 텐데요. 산군 나으리.”
박살 난 비상구 철문 사이로 심영득이 수하를 잔뜩 대동한 채 모습을 드러내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상태로 이쪽을 응시하는 그의 얼굴엔 가면 같은 미소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심, 심 대리님? 죄송해요. 죄송해요. 오늘 저녁까진 꼭 끝낼 수 있….”
잔뜩 얼굴을 찌푸린 심영득에게 김현지는 연신 고개를 숙여 가며 사과를 했지만,
원래 그녀의 성격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내게 홀려있는 탓인지 그녀의 사과는 핀트가 완전히 어긋나 있었다.
“하아, 정말 멍청한 년이라니까.”
심영득은 그런 김현지의 천진난만한 사과에 나직하게 욕설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원래 그녀의 성격이 그런 것인가 보군.
“예전부터 폐급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이교도 놈과 붙어먹는 짓까지 저지를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이교도…요? 이교도가 뭔데요?”
이교도라는 말을 들은 김현지의 얼굴에 의문이 서렸다.
살짝 눈가를 찌푸린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심영득에게 이교도가 무엇인지에 관해 물었다.
김현지의 악의 없이 순수한 질문을 들은 심영득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래! 이교도! 그분의 뜻을 따르지 않는 간악한 자들을 이교도라 이른다고! 놈들을 쳐 죽여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해줬잖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사람을 이교도라고 함부로 말할 수 있어요? 평화를 사랑하는 종교라고 해서 다니기 시작했는데. 여기 사이비였어요?”
“네년은 정말이지….”
순진한 표정으로 되묻는 김현지의 무구한 질문에 심영득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두 사람의 만담 아닌 만담에 나 역시 머리가 멍해졌다.
…뭐야. 쟤. 사교도 아니었어?
“됐다. 네년의 처분은 나중에 하기로하고, 일단은 ‘귀하신’ 분을 대접하기로 하지요.”
한숨을 푸욱 내쉰 심영득은 옆에 선 수하들에게 슬쩍 눈짓했다.
그러자 덩치가 제법 커 보이는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사내의 커다란 손엔 묵직한 구속구가 들려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예를 갖춰 드리려고 했습니다만, 애석하게도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부득이하게 산군님께 ‘거친’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군요”
아직 평화역장이 완전히 파훼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나를 바라보는 심영득은 예의 그 재수없이 정중한 말투와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
물론 미소는 부드러웠지만, 놈의 눈빛만은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정중하게 모셔와. 예쁜 목걸이 채워 드리는 거 잊지 말고.”
심영득의 지시를 받은 덩치 큰 사내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리곤 그는 손에 든 구속구를 쩔렁거리며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실례하겠습니다. 잠시 따끔할 겁니다.”
덩치 큰 사내의 무뚝뚝한 얼굴에 능글맞은 미소가 서렸다.
놈은 일부러 과장된 인사를 내게 올리곤 손에 든 구속구를 천천히 내 목으로 가져갔다.
일반적으로 평화역장에 노출된 헌터라면 이렇게 엿같은 상황에서도 저항조차 할 수 없었겠지만….
“아, 그래요? 그쪽도 잠시 따끔할 것 같은데?”
“…예?”
-피슛!
어느새 벼락처럼 튀어나온 어둠달이 시커먼 빛을 뿌렸다.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덩치 큰 사내의 미간에 자그마한 구멍이 빠끔 입을 벌렸다.
벼락맞은 듯 잠시 몸을 움찔거리던 사내의 육중한 몸뚱어리가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쿠웅!
“마, 말도 안 돼! 그분의 은총 속에서 이교도 따위가, 공격을 할 수 있다니!”
“아아, 그분의 은총 말인가? 아주, 아주 맛있었지.”
당황한 듯 말을 더듬거리는 심영득에게 혀를 내보이며, 히죽 미소를 지어줬다.
스킬을 쓸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나는 놈을 바라보며 화안금정을 발동시켰다.
황금빛 안광이 노골적으로 번쩍이는 눈빛을 마주한 심영득의 낯빛이 파리하게 질렸다.
“어, 어떻게…. 그, 그래! 아무리 그래도 놈은 혼자다. 덮쳐! 한꺼번에 덮쳐!”
심영득은 발작하듯 악역 특유의 진부하기 짝이없는 대사를 읊조렸다.
그런 대사를 읊는 악역들이 흔히 그렇듯 놈의 얼굴엔 진득한 공포가 서려있었다.
심영득은 황망한 낯짝으로 부하들에게 어서 날 공격하라 독려했지만….
“하, 하지만 놈은 박정욱과 동급의 사, 산군이지 않습니까. 그런 괴물을 어찌 저희들이….”
당연히 심영득의 수하, 사교도들은 단 한 명도 섣불리 내게 덤벼들지 못했다.
겁에 질린 사교도들은 우리에서 풀려난 맹수 앞에 선 사육사와도 같은 표정을 지었다.
태백에 잠입한 놈들답게 내가 얼마나 위험한지, 또 태백의 산군이란 얼마나 괴물인지 확실히 잘 아는 눈치였다.
하기사. 지근거리에서 맹수를 사육해봤던 사육사야말로 누구보다 맹수의 위험성을 잘 알기 마련이니까.
“글쎄? 어디 한 번 힘내보라구. 혹시 알아? 네놈들 손으로 태백의 일곱 군주 중 한명을 쓰러뜨릴 수 있을지?”
평화역장 속에선 산군이란 이름값에 전혀 개의치 않았던 놈들이, 이제야 겁을 집어먹는 모습이란 내게 퍽 희극적으로 보였다.
피식피식 조롱 섞인 비웃음을 흘리며 나는 겁에 질린 심영득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으아아아! 이교도 놈들이 풀려났다!
그 순간, 갑작스레 비상구 너머로 폭음이 연속해서 터졌다.
내 활약으로 평화역장이 무력화되면서 어딘가에 감금되어 있던 설악 공격대원들이 풀려나, 날뛰고 있는 모양이었다.
건물 전체를 섬뜩하게 울려대는 폭음과 비명의 향연에, 그렇지 않아도 공포에 질려있던 사교도들의 표정이 더욱 꽁꽁 얼어붙었다.
-부우우욱!
-끄아아악! 안 돼! 안 돼!
삼십분 남짓 평화역장 안에서 억눌렸었던 나조차 치밀어 오른 욕구를 이겨내지 못했을진대.
나보다 오랜 시간 동안 평화역장 안에서 억눌렸던 설악 공격대가 보여주는 광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인간의 잔혹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끔찍한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비상구 너머에서 사교도들의 처절한 단말마가 끊이지 않았다.
“이, 이놈이라도 처, 처리해야 우리가 살 수 있어!”
마침내 공포에 잠식된 사교도 한 명이 발작하듯 고함을 지르며 내게 달려들었다.
생활관 복도를 우렁우렁 울리는 목청 하나만큼은 봐줄 만했지만, 몸놀림은 그와는 반대로 형편없었다.
동작은 굼떴고, 번쩍 치켜든 검은 바들바들 떨렸다. 나를 노려보는 눈빛도 정신없이 좌우로 부르르 떨렸다.
당연하게도 내게 이따위 어설픈 공격 따위가 통할 확률은 제로에 수렴했다.
-콰드득!
“꺼, 꺼어억.”
그 자리에 꼿꼿이 선 채로 나는 단숨에 내게 달려든 사교도의 목숨을 취했다.
별다른 스킬도 필요 없었다. 그냥 창을 쑥 내민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가슴에 바람구멍이 뚫린 사교도의 눈이 빛을 잃었다.
“흐응, 역시 시커먼 빛 사교도 놈들은 정면에선 영 맹탕이라니까.”
극단적인 평화주의자라는 위명에 걸맞게, 시커먼 빛 클랜의 사교도들은 정신억압 및 조작 계통의 스킬에‘만’ 특화된 놈들이었다.
그렇기에 심영득 같은 시커먼 빛 클랜의 지부장급 간부조차, 순수한 무력은 일반적인 헌터와 크게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시커먼 빛 클랜에 속한 말단 사교도들의 무력은 일반인보다 조금 더 나은 정도에 불과했다.
철썩같이 믿었던 평화역장이 깨진 시커먼 빛 클랜원들은 예나지금이나 너무나도 무력했다.
“날 잡겠다며? 거기서 뭣들 하는 거야? 아니, 내가 가줄까?”
느물느물한 목소리로 말하며 위협적으로 발을 앞으로 훅 내디뎠다.
“히이이익!”
그러자 잔뜩 겁에 질린 사교도들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화들짝 놀라, 우르르 물러났다.
하지만 내 행동은 그게 다였다. 놈들을 위협한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씨익 웃기만 했다.
“우, 우릴 놀리는 거냐! 이 간악한 이교도 종자가!
심영득이 수치심에 물든 시뻘게진 얼굴로 씩씩거렸다.
공포와 굴욕감에 사로잡힌 놈의 얼굴에선 더는 가식적인 미소를 찾아볼 수 없었다.
“어이구? 놀리다니. 난 그냥 시간을 좀 끌고 있는 거야.”
그렇게 씩씩거리는 심영득에게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친절하게 내 의도를 밝혀줬다.
처음엔 그냥 모조리 다 쳐 죽일 생각이었지만.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생각이 변했다.
사교도들을 이대로 죽여 버리는 것보다 박정욱에게 처분을 맡기는 쪽으로 마음이 쏠렸다.
…뭐, 그 양반한테도 빚이 있었으니까, 이 정도 호의는 베풀어줘도 괜찮겠지.
“시, 시간을 끈다고?”
“밖에서 날뛰는 저 양반들이 이성을 좀 찾은 뒤에, 네놈들과 ‘대화’를 시켜야 하니까.”
어차피 시간을 끄는 것이 목적이니만큼 나는 능글능글한 목소리로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줬다.
그러자 나의 목적을 들은 심영득의 안색이 누렇게 변했다.
“생활관에 매개체를 집어넣고, 꽤 오랜 시간에 걸쳐 공격대원들을 무력화한 발상은 좋았는데. 뒷감당은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셨어? 그리고 말이야….”
놀리듯 히죽 웃으며 말을 끊은 나는 창끝으로 김현지를 가리켰다.
창끝을 따라 김현지를 바라본 심영득의 누렇게 뜬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살인, 폭력, 폭음. 일반인으로선 연이 없는 과격한 일을 겪어서인지, 김현지는 거품을 문 채 기절해 있었다.
“기, 김현지 저 폐급년이 또 무슨 짓을…!”
“아냐 아냐, 네 잘못이지 왜 남을 탓을 하고 그러셔? 중요한 곳 뒷정리를 왜 아무것도 모르는 말단 직원에게 시키고 그러셨나 몰라. 워낙에 잘나신 몸이라 직접 움직이긴 귀찮으셨나 봐?”
“크으윽! 네놈! 운 좋게 그분의 은총을 파훼했다고 해서, 자만하지 마라! 우린 비록 이렇게 그분 곁으로 갈지언정, 다른 형제들이 우리의 넋을 달래줄 것이다! 마땅히 네놈은 그 오만한 행동의 대가를 치를 것이야!”
조롱당한 심영득의 누런 얼굴이 다시 붉게 달아올랐다, 놈은 바락바락 악을 쓰며 내게 저주를 퍼부었다.
흐응. 운이 좋다니…. 그래, 운이 ‘상당히 많이 좋긴 했지.
단순히 심영득을 떼어내려는 목적으로 김현지를 지목한 나비효과가 이렇게까지 퍼질 줄은 나도 미처 몰랐으니까. 운이 좋다면 좋은 걸지도 모르겠군.
“글쎄? 평화역장을 파훼한 것이 단순히 운이 좋아서였을까?”
“네, 네놈. 어떻게 그 신성한 이름을!”
내 입에서 ’평화역장‘이란 단어가 흘러나온 순간, 심영득의 얼굴에 당황의 빛이 서렸다.
다가온 죽음 앞에서 체념한 모양인지 의연하게 저주를 퍼붓던 놈의 표정이 엉망으로 일그러졌다.
잔뜩 흥분했던 심영득이 경악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현시점에서 평화역장의 정확한 정체를 알고 있는 이들은 오로지 시커먼 빛 교단의 지부장급 인사들뿐일 테니까.
외부인인 내가 그것의 정확한 이름과 파훼법을 운운하는데, 놀라지 않으면 그 편이 더 이상할 노릇이겠지.
“흐응. 흥. 흥”
심영득의 의문과 경악에 찬 눈빛을 여유롭게 넘기며, 나는 나직하게 콧노래를 불렀다.
콧노래의 경쾌한 리듬에 맞춰 빙글빙글 돌아가는 어둠달에 시커먼 기운이 점점 짙어졌다.
“…잠깐만.”
심영득의 반응을 즐겁게 바라보며, 위협하듯 어둠달을 휘두르던 바로 그 순간!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이 번개처럼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가만있어봐라. 이거 평화역장 자체가 지금 여기서 처음 펼쳐진 것 같은데? 맞나?
“이거…. 생각보다. 달달하니 유용한 패로 사용할 수 있겠는데?”
잠깐 기억을 뒤져본 결과, 나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회귀 전의 기억에 의하면 평화역장이 악명을 떨치기 시작한 것은 앞으로 2년 뒤의 일이었다. 시커먼 빛 클랜과 체체파리 클랜 등 사악한 성좌들의 인도에 따른 사교도들이 본격적으로 준동한 것이 대충 그쯤이었지 아마?
“네, 네놈이 어떻게 그분의 은총을 파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혀, 형제들은 새로운 길을 찾아낼 것이다! 시커먼 빛이시여. 당신의 비루한 신도에게 자비를!”
심영득은 마치, 궁지에 몰린 햄스터처럼 악을 바락바락 쓰며 저주를 퍼붓고 있었다.
그의 발악을 들은 나는 남몰래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작전이 작전이니만큼 심영득은 시커먼 빛 클랜에서도 제법 고위층에 속하는 것이 분명했다.
설악 공격대 포획 작전의 수괴인 심영득마저 평화역장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상태라니!
그렇다는 것은, 즉! 지금 시점에서 평화역장의 파훼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오로지 나 혼자라는 소리다.
“흐응…. 덕분에 꽤 짭짤한 이득을 볼 수도 있겠어.”
비록 설악 공격대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이 미리 계획해둔 것들과는 다르게 진행되었지만, 어쩌면 오히려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묘하게 흡족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이득? 이득은커녕 네놈은 그분의 권능으로 말미암아 저주받을 것이다. 카악! 퉤!”
그 기분좋게 흡족스러운 기분을 심영득이 훌륭하게 박살내 주었다.
놈의 추잡한 입에서 걸쭉한 가래침이 날아들었다.
“…생각해보니까 말이야. 그 양반에게 줄 선물 치곤 좀 팔팔한 상태인 것 같긴 하네.”
심영득 따위가 뱉어낸 가래침을 피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기분은 더러웠다.
어둠달을 힘껏 움켜쥔 나는 심영득을 향해 서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