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화
“허, 참 귀신 같이 아무런 소리가 없네.”
아침 신문을 꾸깃 구겨 쓰레기통에 집어 던졌다.
어떤 사소한 사건이든 귀신같이 포착해 실어대는, 신문에서조차 엊그제 있었던, 이서초 게이트의 비극이 단 한 줄도 적혀있지 않았다.
절대 잊지 않을 거라던 관리소 직원들의 눈물 어린 감사 인사도.
나의 용기와 결단력에 찬사를 표하며, 내 위업을 상부에 전달한다던 공격대원의 호언도.
불과 이틀 만에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다.
사교도, 체체파리 클랜의 만행으로 수많은 무고한 이들이 목숨을 잃어버렸지만 신문, 뉴스, 인터넷 등 어떠한 곳에서도 그들의 무고한 죽음에 애도를 표해주는 곳이 없었다.
이렇듯, 이서초 게이트 사건 역시, 먼젓번의 한라 공격대 사건 마냥 조용하게 묻혔다.
[참으로 배은망덕한 놈들이 아닐 수 없구나. 사람 된 도리로서 어찌 하루 만에 구명지은을 그렇게 싹 씻어버릴 수 있을꼬.]
위철용은 못마땅한 눈초리로 쓰레기통을 노려보았다.
나와 심상세계가 연결된 이후, 어째선지 그는 현대의 문물에 차츰차츰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평생 신문이라곤 인터넷 신문을 읽는 것이 고작이었던 내가 팔자에 없는 신문을 구독하게 된 것도 위철용의 요청 때문이고 말이지….
“그들 잘못은 아닐 겁니다. 소위 말하는 ‘애들은 모르는 사정’이라는 놈이 있거든요.”
[…애들? 감히 본존 앞에서 지금 나이를 논하려는 게냐?]
현대의 문물에 익숙해졌긴 하나, 현대의 속어까지는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모양이다.
‘애들’이란 단어를 들은 위철용이 뜬금없이 괴상한 것에 꼬투리를 잡았다.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일종의 속어에요 속어. …어휴. 뭔 말을 못하겠다니까.”
역팔자로 치솟아 오른 위철용의 미간을 꾹 눌러 펴준 뒤.
‘애들은 모르는 사정.’ 즉, 이서초 게이트 사건이 언론에 언급되지 않은 이유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늘어놓았다.
“아시다시피, 이쪽 업계는 약육강식이지 않습니까? 얕보이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이서초 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태백이 입은 손해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제법 중상위권에 속하는 공격대인 무등 공격대 전원이 전멸했고 게이트 관리소를 관리하는 고급 경력직들 또한 다수 사망해버렸다.
인적 자원만 해도, 어지간한 소규모 길드 총원만큼의 손실이 있었다.
결정적으로, 이서초 게이트는 태백의 주요 자금줄 중 하나였다.
솔직히, 회귀 전에도 왜 공략되었던 건지 의문일 정도로 그곳은 태백에 막대한 이득을 안겨주던 곳이었다.
블랙 리자드맨에게 채취한 가죽을 가공한 갑옷이야말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던 놈이니 말이지..
여하튼, 그 정도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알려지는 것 자체가 태백에 있어 엄청난 손해였다.
경쟁 길드도 있고, 전력이 감소했다는 사실 자체가 알려졌다간 주식도 크게 하락할 테니까.
때문에, 아마 더 큰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태백의 상층부에선 기를 쓰고 묻으려 들 거다.
“…요컨대, 그들이 아무리 노력해봤자. 태백쯤 되는 거대 길드의 입막음을 당해낼 순 없단 말입니다.”
[허어…. 권력자 놈들이란 ]
위철용 앞에선 짐짓 태연한 척 설명을 늘어놓았으나, 입맛은 썼다.
앞으로 차차 바꿔나갈 생각이긴 하나, 당장의 어둠에 직면하자 기분이 더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뭐, 그래도 소득이 없었던 건 아니잖아요?”
급격하게 어둑해진 분위기에 환기하기라도 하듯, 나는 희미하게 웃으며 ‘소득’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무리 태백에서 기를 쓰고 이서초 게이트 사건을 덮으려고 한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을 포섭하는 것이다.
세상은 당근과 채찍의 법칙으로 돌아가는 법이지.
강압적인 방법만으로 해결하는 것이 능사가 아닌 것처럼, 강태백은 이번에도 내게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했다.
『석 달간 전리품 완전 독식』
쉽게 말해, 앞으로 3개월 동안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이다.
덕분에, 나는 우두머리와의 전투에서 얻은 전리품인 검은 심장을 통째로 꿀꺽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말이다만, 과연 그 검은 심장인가 뭔가를 김혜연이 제대로 다룰 수 있을 것 같으냐?]
“충분히요. 충분히 다룰 수 있을 겁니다. 회귀 전 역사에서도 그랬으니까요.”
검은 심장의 운명은 회귀 전과 비슷하면서도 살짝 달랐다.
회귀 전엔 제대로 된 감정조차 받지 못한 채, 헐값에 암시장을 떠돌다 김혜연의 손에 들어갔지만. 이번엔 가치를 제대로 알아본 나 설용호 님의 손에 의해, 그녀에게 맡겨졌으니까 말이지.
아마 검은 심장 녀석도 내게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을걸?
어떻게 보면 이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슬슬 암시장을 뒤져봐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얻어버렸다니까.
“아마 끝내주는 물건을 들고 올 겁니다. 두고 보십쇼.”
회귀 전 김혜연이 만들었던 불후의 명작을 떠올리자, 흐뭇한 미소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무명에 불과했던 김혜연을 단숨에 명장으로 끌어올린 걸작이자.
그 김혜연조차도 다시는 재현하지 못한 마스터 피스. 어둠달!
그땐 가장 일반적인 병기인 검의 형태로 제작이 되었으나.
이번엔 내 요청대로 창의 형태로 세상에 첫 선을 보일 것이다.
그녀가 만들 예술품을 생각하며, 나는 흐뭇하게 손을 슥슥 비볐다.
****
[그래서 이젠 뭘 할 생각인 게냐.]
그러게 말이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한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한 순간, 가슴이 콱 막혀왔다. 속이 답답해졌다.
갑갑한 마음에 퀴퀴한 매트리스 위로 벌렁 드러누웠다.
“그러게요. 어째 이제 갈 수 있는 곳이 없네.”
이틀이나 연락이 없는 스마트폰을 베개에 집어던진 나는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게이트를 자유자재로 출입할 수 있는 통행증에 전리품을 독식할 수 있는 권리까지 얻었건만.
애석하게도, 지금의 내가 갈 수 있는 게이트는 어디에도 없었다.
[과연 강태백이로군, 실로 교활한 놈이 아닐 수 없도다. 이 모든 걸 계산하고 전리품 독점권 따윌 당근이랍시고 제공하다니….]
“…….”
그러고 보니, 그건 또 그렇네.
이서초 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태백 길드 내부에선 비상이 걸렸다.
외부에는 아무 일도 없었노라, 단순히 게이트를 클리어한 것에 불과하다 공표하곤, 모든 의혹에 침묵으로만 대꾸하고 있는 상태였으나.
내부에선 그야말로 벌집 쑤신 듯 비상이 걸렸다.
관리 중인 모든 게이트는 물론, 게이트 관리소 역시 모조리 봉쇄되었으며 사교도 색출을 빌미로 안종훈을 위시한 감찰팀이 불시에 방문해. 서늘한 감찰의 칼날을 들이밀고 있었다.
“다른 길드에서 관리 중인 게이트에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다른 길드에서 관리하는 게이트에 방법 역시, 쉽지 않았다.
내 전속 매니저 이전에 태백의 인사팀장인 신지현 역시, 게이트 관리소의 인사이동 및 주둔 인원에 대한 업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태였다.
어제부터 몇 번이나 연락을 취해보려 했으나, 그녀는 비명과 신음이 절반쯤 섞인 괴성만을 질러댔다. 피로에 찌든 그녀는 제대로 된 의사표현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계속된 야근으로 본인 앞가림도 제대로 못 하는 판인데. 외부 게이트 토벌 의뢰를 부탁한다니.
꼭지가 돌아버린 신지현이 당장 나를 죽이려고 들걸?
“후우우우.”
이처럼 지금의 난 완전히 붕 떠버린 상태였다.
덕분에 오랜만에 자취방으로 돌아와 이렇게 달갑지 않은 여유를 누리고 있는 판국이고.
“…….”
대 침식까진 앞으로 3주일이나 남았는데 말이지….
현재 내 레벨은 11.
이서초 게이트의 우두머리를 잡고 레벨이 한 단계 오르긴 했으나.
미리 생각해뒀던 레벨에 이르려면 한참을 모자란 상태였다.
물론, 그동안의 성장 속도를 감안해 보면 회귀 전의 나는 물론이고, 그 어떤 헌터에게 비해서도 이례적일 만큼 빠른 속도였지만.
3주 동안이나 성장이 정체되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다.
대형 길드에서 작정하고 밀어주는 유망주의 경우, 한 달에 15 이상을 찍는 것이 보통!
이대로는 잘해봐야 중상위권 헌터에 간신히 비빌 수 있을 정도다.
성장을 지켜보겠다는 강태백의 얼굴을 떠올리자, 마음이 급해졌다.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빠르게 쿵쿵 뛰었다.
어떻게든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머리가 민활하게 팽팽 돌아갔다.
“…!”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던 도중.
불현듯 머릿속에 번개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 그거라면!”
욕실 속에서 유레카를 외쳤던 그리스의 철학자처럼. 나는 벼락 맞은 듯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나 요란스레 소리를 질렀다.
-부스럭
퀴퀴한 빨래가 쌓여있는 곳을 뒤져 남성국의 비밀금고에서 획득한 서류뭉치를 꺼내 들었다.
애석하게도, 이서초 게이트에서 입수한 서류뭉치엔 내가 기대했던 안종훈과 남성국 사이의 정보는 적혀있지 않았다.
하지만….
-촤라라락
두툼한 서류봉투를 거꾸로 들고 탈탈 털자, 체체파리 클랜에서 비밀리에 관리 중인 게이트의 자료들이 바닥에 쏟아졌다.
“꿀통을 손에 넣었는데, 빨아 먹어야 인지상정이지!”
그랬다.
비록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지만, 남성국의 서류는 제법 쓸 만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서류의 내용은 바로, 체체파리 클랜에서 비밀리에 운영중인 게이트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게이트 주둔 인원은 어떻게 되는지. 내부에 어떤 몬스터가 자리 잡고 있는지.
위험도는 또 어떻게 되는지, 담당 간부는 누군지. 어떤 형태로 위장되어 운영 중인지 등등.
서류 속엔 체체파리 클랜에서 운영 중인 게이트에 관련된 정보가 편집증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자세히 적혀 있었다.
-파라락.
바닥을 수놓은 자료들을 빠르게 훑으며 집어 들었다.
위험도 4급 이상의 게이트는 죄다 대형 길드에서 관리중이니만큼, 서류 속에 적힌 게이트들 중 가장 높은 게이트도 고작해야 5급이 최대였다.
하지만 가장 큰 사교도 클랜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체체파리 클랜이 관리 중인 게이트의 숫자는 말 그대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수준이였다.
[설마…. 네놈 지금 그 파리새끼 놈들이 관리하던 게이트를 털어먹을 생각인 게냐?]
“말씀드렸잖아요? 대놓고 꿀을 빨 기회가 보이는데, 그걸 안 빨면 그게 어디 참된 헌터겠습니까.”
마침 태백 길드에선 내부 게이트 감찰로 정신이 없는 상태다.
나의 행적을 감시할만한 신지현 역시, 업무의 파도 속에 휩쓸려 과로와 야근의 섬에 표류중인 상태였다.
체체파리 클랜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만큼 어수선한 상황일 테니….
지금이야 말로, 빈집을 털기에 최적의 기회라고 할 수 있지.
“가 봅시다. 빈집 한 번 신명나게 털어보러.”
*****
과거 조직폭력배들이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표면상 합법적인 사업체를 내세웠듯.
사교도 역시, 겉으로는 합법적인 단체인양 위장하기 마련이다.
이곳, 경기도 남양주 외진 곳의 게이트 역시 그런 곳이었다.
-펄럭.
바람에 거칠게 휘날리는 남양주 시청 깃발.
남양주 지자체 특유의 로고가 새겨진 큼지막한 텐트까지.
어떻게 봐도, 공무원들이 관리 중인 게이트로 보이지만, 그것은 위장에 불과했다.
이곳은 사실, 남성국의 서류에 나와있는 체체파리 클랜 소유의 게이트였다.
5대 길드와 산하 길드의 헌터들로 포화 상태인 서울 쪽이면 모를까.
경기도까지만 빠져나와도 게이트 관리 상태는, 이처럼 사교도들이 지자체를 사칭하여 자기들끼리 게이트 관리소를 운영하고 있을 만큼 개판 그 자체였다.
“휘유. 역시, 아무도 없네요.”
남양주 시청 깃발이 나부끼는 게이트 관리소를 바라보며, 나는 낮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게 말이다. 보통 아무리 그래도, 경계병 한 둘은 남겨두는 것이 상식이거늘….]
해가 중천에 떠 있음에도 불구.
남양주 시청 깃발이 나부끼는 게이트 관리소 내부는 쥐죽은 듯 조용하기만 했다.
텐트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 텐트 내부의 모습이 언뜻언뜻 비쳤지만.
게이트를 관리 중인 직원도, 주둔 중인 병력도, 사냥을 나서는 헌터도, 단 한명도 없었다.
현재, 보랏빛 게이트 앞 관리소엔 어느 누구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 이곳 게이트 관리소는 완전히 텅 비어있는 빈집 같은 상태였다.
[도대체 이건 어찌된 일인 게냐.]
“이서초 게이트에 놈들이 보통 정성을 쏟은 게 아니었거든요.”
이서초 게이트의 붕괴는 남성국 휘하 지부 전체가 진행하던 커다란 프로젝트였다.
그들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자신들의 가용 인력을 전부 다 끌어다 이서초 게이트에 쏟아 부었다.
때문에, 남성국의 서류에 나와 있는 게이트 대부분은 지금 이처럼 텅텅 비어있는 상태였다.
“아마, 다른 지부에서 곧 인력을 보내오긴 하겠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빈집 신세죠.”
위철용에게 흥얼거리듯 답한 나는 텅텅 비어있는 게이트 관리소를 여유롭게 지나쳐 게이트 속으로 들어갔다.
-파지지직
순간 보랏빛 섬광이 번쩍인다. 싶더니, 주변의 풍경이 확 달라졌다.
시커멓게 죽어있는 식물들이 늘어서 있는 늪지대, 자욱하게 퍼져있는 초록빛 안개.
거대한 두꺼비를 닮은 몬스터, 애시드 토드가 서식하는 ‘독기 어린 늪지대’다.
-철벅 철벅.
질척거리는 늪지대에 들어서서, 따끔한 안개를 헤치고 얼마간 길을 따라 걷자.
《꾸와아아악》
애시드 토드의 울음소리와 함께. 기묘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늪지대 정 중앙, 마른 땅에 세워진 거대한 금속 공장!
마치 닭을 가둬놓고 기르는 양계장의 그것과 굉장히 흡사한 구조였다.
출하일을 기다리며, 무기력하게 알을 낳아대는 닭처럼.
애시드 토드들은 좁은 우리에 갇힌 채로 강제로 독을 착취당하고 있었다.
애시드 토드.
체체파리 클랜원들이 사용하는 부식액의 원료가 되는 놈이었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원료를 구해오나 했었는데….
설마 이런 식으로 운영하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군?
[…동포 좋아하시네.]
사교도들은 흔히들 게이트 속 몬스터들을 ‘억압받는 동포’라고 칭하곤 했으나.
위철용의 냉소처럼, 그들 역시 그토록 혐오하는 헌터들이 하는 짓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필요에 따라 가축처럼 가둬놓고 부산물을 채취하는 판국인데 동포는 무슨 동포!
《꾸우우우우워어어억》
줄줄이 늘어선 애시드 토드들의 우리를 지나쳐, 외곽에 이르자 유난히 묵직한 울음소리와 함께, 쇠사슬에 구속된, 거대한 두꺼비가 눈에 들어왔다.
“이거 우두머리까지 알뜰하게 포장해 놓으실 줄은 몰랐는데요?”
거대 두꺼비의 정체는, 바로 애시드 토드들의 여왕이자 게이트 우두머리인 자이언트 애시드 토드였다.
우두머리까지 알뜰하게 포획해둔 사교도들의 마음 씀씀이에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꾸우욱 꾸워어어억》
자이언트 애시드 토드의 상태도 자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덩치가 몇 배는 되기 때문인지, 자식들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태였다.
전신이 성인 남성 팔뚝 굵기만 한 쇠사슬로 관통되어 꼼짝도 못 하도록 구속되어 있었고.
주요 장기가 위치한 곳엔 어린아이 몸집만 한 금속 기둥이 박혀 있었다.
“후우우우우.”
모든 시설을 둘러본 뒤. 나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내력과 괴력이 거미줄처럼 퍼져나가 전신에 힘을 불어넣었다.
이 얼마나 오랜만에 맛봐보는 자유로운 사냥 환경이란 말인가!
어차피 이곳은 사교도 놈들의 사업장에 불과한 곳이다.
얼마든지 날뛰어도, 얼마든지 다 때려 부숴도 뒤탈이 전혀 없다는 소리다.
자유로운 해방감을 만끽하며. 나는 황금빛 안광을 피어 올렸다.
시야가 탐욕스러운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콰콰콰쾅!
독기가 어린 늪지대에 때 아닌 폭풍이 휘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