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화
-쿠웅
중앙 관리실을 점거한 사교도들을 모조리 처치한 뒤 금속제 사물함이며 청소 도구함 등의 집기들을 번쩍 들어, 중앙 관리실의 유일한 출입구를 봉쇄했다.
중요한 시설이니만큼, 이곳에 비치된 집기 또한, 유사시를 대비해 입구 봉쇄를 상정하고 만들어진 녀석들이다.
묵직한 특수 합금으로 제작되어 무식할 정도의 견고함을 자랑하지.
비록 입구를 완전하게 봉쇄하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시간 벌이 정도는 충분히 해 줄 거다.
“일단 살아남은 사람들은….”
상황이 일단락되자, 나는 중앙 관리실 구석, CCTV 화면이 즐비해 있는 벽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백 개는 훌쩍 넘어 보이는 화면들을 빠르게 훑어가며, 혹시나 관리소 직원 중 생존자가 남아있는지를 살폈다.
“후우. 다행이네. 역시 태백이 훈련 하나는 끝내주게 잘해놓는다니까.”
화면에 생존자들의 모습이 비치자, 나는 짧게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교도와 몬스터의 손에 희생된 이들의 수는 적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부 인원들은 평소 훈련받은 대로 각 층에 숨겨진 패닉룸으로 피신하는 것에 성공한 상태였다.
[네놈 말대로 중앙 관리소인가 뭔가를 점령하는 것엔 성공했다만, 여기서 뭘 할 수 있는 게냐? 직접 놈들을 박살내는 것보다, 좋은 방도라도 있는 게야?]
위철용의 질문에 대답 대신 고개를 가볍게 끄덕여준 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CCTV 화면 바로 앞에, 위치한 제어장치 쪽으로 슬슬 다가갔다.
-우지지직!
그렇게 제어장치에 다가간 나는 제어장치의 오른쪽 구석, 유난히 시선을 잡아끄는 ‘주의’ 표시가 적힌 금속판을 힘과 내력을 이용해 뜯어내었다.
금속판이 사라진 곳엔 위험성을 강조하기라도 하듯, 형형색색 화려한 원색으로 장식된 버튼들이 위치해 있었다.
[구역 봉쇄에 급속 냉각이라…. 그렇군. 네놈이 뭘 노리는지 알겠구나.]
버튼 위에 적혀있는 글귀들을 읽은 위철용이 마침내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게이트 관리소는 기본적으로 게이트 속의 몬스터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건설된 곳이다.
때문에, 게이트 관리소엔 헌터들을 위한 편의시설 외에도, 탈출한 몬스터를 저지하거나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어 장치들이 기본적으로 비치되어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곳 이서초 게이트는 그중에서도 특히나 높은 위험도를 자랑하는 곳이지.
이곳에 설치된 방어 장치는 다른 곳과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대단한 것들이었다.
[에잉, 본존은 직접 싸우는 쪽을 좋아하거늘….]
장난치듯 칭얼거리는 위철용의 불만을 뒤로한 채.
손가락을 우두둑 꺾은 나는 본격적으로 중앙 관리실에 비치된 설비들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구간 봉쇄』
-애애애애앵! 애애애애애앵!
-쿠웅! 쿠웅! 쿠웅!
유난히 치명적인 색상의 붉은 버튼을 누른 바로 그 순간!
건물 전체를 웅웅 뒤흔들 만큼,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곧이어 CCTV 화면으로 시설 곳곳에 두꺼운 격벽이 내려오는 장면이 보였다. 무방비하게 깨져버린 창문 위로도 격벽이 내려왔다.
말 그대로 봉쇄가 시행된 것이다.
“…!”
《…?》
살육에 심취해 있던 사교도들과 블랙 리자드맨은 당황한 표정으로 벽을 쾅쾅 내려쳤으나.
그들의 발악은 영 신통치 않았다. 격벽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지.
20cm 두께의 금속제 격벽이야 말로, 현대 공학의 정수가 담긴 놈이다.
단순히 두께만 두꺼운 게 아니라, 몬스터의 공격에 대비해 특수 코팅까지 되어있는 물건이지.
오죽했으면 엄청난 재력을 자랑하는 태백 길드조차 고등급 게이트에만 이놈들을 설치해놨을 정도로 정신 나간 가격을 자랑하기까지 하는 놈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통로 곳곳에 내려앉은 철벽은 기대 이상의 저지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
-쿠웅! 쿠웅!
순간, CCTV 화면 너머로 사교도들이 블랙 리자드맨에게 금속 벽 대신, 철근 콘크리트로 이뤄진 벽을 공략하도록 지시하는 장면이 보였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놈들의 탈주 시도 따위를 그냥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급속 냉각』
-푸쉬이익
서늘한 푸른빛 버튼이 눌러지기 무섭게, 이번엔 건물 곳곳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냉기계통 몬스터의 정수와 액체 질소 등이 섞인 혼합 냉매가 살포된 것!
격벽이 내려앉아, 외부와 철저히 격리되어 봉쇄된 공간에 차가운 냉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쩌저적!
CCTV 카메라에조차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얼음이 꽝꽝 얼었다.
《…!》
냉기에 노출된 블랙 리자드맨들의 행동이 조금씩 굼떠지나 싶더니,
이내 하나둘씩, 힘없이 픽픽 쓰러졌다.
아무리 블랙 리자드맨이 게이트 너머 이세계에서 건너온 괴물이라지만 놈들 역시 ‘파충류’라는 냉혈동물 특유의 한계를 넘지 못한 것이다.
“…….”
뭐라 입을 뻐끔거리며 블랙 리자드맨들을 독려하던 사교도들 역시 몸을 부르르 떨더니, 찾아온 저체온증에 의해 하나둘씩 털썩털썩 쓰러졌다.
넓은 게이트 관리소 본관에 서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일망타진이 따로 없군, ]
“애초에, 게이트 내부의 몬스터들에게 맞춰서 방어 장치들을 마련해두니까요.”
위철용의 질문에 답하며, 나는 스마트폰을 조작해 신지현에게 연락을 취했다.
“게다가 아직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닙니다. 사교도 놈들은 모르겠지만, 저것들은 아직 안 죽었거든요.”
[안 죽었다고?]
위철용은 꽝꽝 얼어붙은 블랙 리자드맨을 바라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애석하지만, 현실이 그랬다.
중앙 관리실의 설비를 이용해 눈 깜짝할 사이에 건물 내부의 적들을 전부 무력화시켰지만, 안타깝게도 블랙 리자드맨들은 완전히 죽은 게 아니었다.
질기디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몬스터답게 낮아진 기온으로 인해, 동면 상태에 빠진 것뿐이었다.
조금 전, 신지현을 통해 길드에 지원을 요청해뒀으니 지원 병력이 들이닥치는 것도 시간문제이긴 하다만….
“놈들이 죽지 않아서 귀찮긴 하지만 챙길 건 챙겨야죠.”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CCTV 정중앙의 화면에 시선을 맞추었다.
게이트 관리실을 감시하는 CCTV의 화면엔, 다른 블랙 리자드맨보다 두 배는 큰 거구를 자랑하는 리자드맨의 거대한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블랙 리자드맨들을 지휘하는 자.
게이트 우두머리.
블랙 리자드맨 전쟁 군주.
“오히려 놈들이 죽지 않아서 ‘좋은 점’ 도 있지 않겠습니까….”
화면 너머로 비취지는 게이트 우두머리의 위압적인 모습에 나는 조용히 아랫입술을 핥았다.
****
[뭐냐. 설마하니, 이대로 내뺄 생각인 게냐?]
중앙 관리실 구석의 비상 탈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오자.
위철용이 불만 섞인 말투로 툴툴거렸다.
“전혀요! 오히려 마땅히 챙겨야 할, 제 몫을 챙기러 가는 거죠.”
[챙겨야 할 것? 네 몫?]
“아까 그래서 ‘좋은 점’도 있지 않겠냐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두머리만큼은 제가 잡아야 하지 않겠어요?”
원래대로라면 지금 내 수준으론 블랙 리자드맨 전쟁군주를 잡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허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머릿속으로 이리저리 계산을 마쳐본 결과.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먹잇감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얌전히 넘어가는 건, 헌터로서의 예의가 아니지!
조금 전 발동시킨 급속 냉각 장치로 인해, 블랙 리자드맨 전쟁 군주 역시 종족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해 얼어붙어 있는 상태였다.
가만히 있는 몬스터를 일방적으로 후려패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다.
승산이 있다, 못해, 넘치는 지경이지.
도마뱀붙이처럼 건물 외벽에 찰싹 달라붙어, 옥상을 향해 외벽을 타고 오르는 동안
포인트 숍을 열고, 존재력 포인트로 필요한 상품을 구매했다.
『냉기 저항 물약』
솟구치는 냉기의 폭풍 속에서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물건이다.
채널을 볼 수 없는 상황이라 300이나 하는 포인트에 순간적으로 속이 쓰렸지만 사냥을 위해, 아낌없이 질러버렸다.
-툭툭.
마침내, 외벽을 타고 옥상에 도착한 뒤 바닥을 툭툭 쳐가면서, 머릿속으론 미리 숙지한 게이트 관리소 내부 구조를 떠올렸다.
어디보자…. 게이트 관리실이 분명 이쪽 어디쯤이었지?
한참을 두드리다. 원하는 지점에 도착한 순간! 나는 망설임 없이 그곳에 발을 굴렀다.
-콰아아앙!
그렇게 몇 번이나 반복한 끝에, 사람 한 명은 너끈히 들어갈 만한 구멍이 뻥 뚫렸다.
뻥 뚫린 구멍에선 뼈까지 얼어붙을 것 같은 엄혹한 한기가 솔솔 올라왔다.
-벌컥!
구매한 냉기 저항 물약을 입안에 탈탈 털어 넣은 뒤.
나는 뻥 뚫린 구멍을 향해 몸을 밀어 넣었다.
****
《크…으르르륵》
시커먼 비늘이 번들거리는, 어지간한 중형 자동차만큼이나 거대한 육신.
심상치 않은 살기를 흩뿌려대는 노릿한 눈동자와 끊임없이 쉭쉭 거리는 혀.
파충류 특유의 비릿한 비늘 냄새와 바닥에 즐비한 희생자들의 비릿한 피 냄새.
얼어붙어 있는 상황에서도 손에 단단히 틀어쥔 거대한 철퇴의 오싹한 위용까지.
부서진 구멍을 통해 게이트 관리실에 돌입한 순간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블랙 리자드맨 전쟁 군주의 위엄 넘치는 모습이었다.
“휘유. 덩치 한번 엄청난 녀석일세.”
그 위압적인 모습에 절로 휘파람이 불어졌다.
덩치 하나만으로 봐선, 리자드맨이라기보단 공상과학 영화 속 공룡에 가까운 녀석이다.
이제 해야 할 일은 단순히 놈의 급소를 공략하기만 하면….
《크르아아악!》
나를 발견한 놈의 눈빛이 이채를 발하나 싶더니, 이내 귀청이 떨어질 듯한 포효가 들려왔다.
그리고….
-화르륵
블랙 리자드맨 전쟁 군주의 시커먼 비늘 위로 검은빛 화염이 뒤덮이기 시작했다.
위로 꽁꽁 얼어붙은 얼음과 서리가 주르륵 녹아내렸다.
파충류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한층 더 강렬해졌다.
검은빛 화염에서 뿜어지는 열기를 상쇄시킬 만큼, 서늘한 살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이것도 예상했던 게냐?]
“…….”
갑작스러운 돌발상황에 위철용이 묘한 기대를 품고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난 그의 물음에 대답할 새도 없이 서둘러 운룡보를 사용해 몸을 피했다.
-콰아아앙!
눈 깜짝할 내가 서 있던 자리에 거대한 철퇴가 날아들었다.
다른 곳보다 훨씬 단단한 재질로 만들어진 바닥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움푹, 패였다.
거대한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라곤 믿을 수 없는 속도였다.
“…암흑 주술로 몸에 불을 피워내서 일시적으로 움직이는 것쯤은. 이미 예상했던 바….”
-화르르륵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전쟁군주의 무기에서도 시커먼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불꽃이 피어오른 무기를 틀어쥔 전쟁군주가 슬쩍 입매를 비틀어 묘한 미소를 지었다.
“…인데요.”
[제 몸뿐만 아니라, 무기에도 불꽃을 피워낼 수 있는 모양이로군. 아무래도 네놈 역시 놈의 계책에 당한 것 같다만?]
괜히 블랙 리자드맨을 이끄는 게 아니라는 듯 전쟁군주는 덩치에 비해 제법 머리를 쓸 줄 아는 개체인 것 같았다.
이변을 감지한 직후, 서둘러 탈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를 끌어들였다니….
몬스터치곤 잔머리 굴리는 솜씨가 제법인데?
“그래, 칭찬해줄게 .확실히 몬스터치곤 제법 머리를 굴린 것 같긴 한데 말이야….
-때르르릉 때르르르르릉!
《크륵?》
순간, 천장에서 요란한 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검은 불꽃이 넘실거리는 무기를 틀어쥔 전쟁군주의 자신만만한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인간님에겐 꽤 유용한 도구가 있거든? 불조심 몰라? 실내에선 함부로 화기를 꺼내다니, 애석하게도 그건 에티켓에서 벗어난 짓이거든!”
소리의 정체는 바로, 화재 경보기였다.
서리와 얼음 속에 꽝꽝 얼어붙었던 화재 경보기가 전쟁군주의 무기에 피어오른 불꽃에 녹아 뒤늦게 작동한 것이었다.
-푸화화하학!
열대지방의 소나기 스콜처럼! 사막에 내리는 지역성 호우처럼!
곧이어 스프링클러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졌다.
쏟아지는 물의 커튼으로 인해, 모든 것이 흐릿하게 보였다.
이곳에 설치된, 화재 진압용 스프링클러 역시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
위급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충분히 강력한 수압을 자랑하는 놈이다.
-쩌저적 쩌저저적!
《캬아악! 캭!》
순식간에 흠뻑 젖어버린 블랙 리자드맨 전쟁군주의 몸이 쩍쩍 얼어붙었다.
놈은 다급히 몸에서 불을 피워 올리려 했으나, 피어오른 검은 화염은 즉시 치직 꺼졌다.
암흑 주술이 빚어낸 불길조차 개방형 스프링클러에서 끝없이 쏟아지는 물의 세례는 당해낼 수는 없었다.
[…교활한 놈. 이런 것까지 노리다니….]
“아무렴, 제가 이 정도 대응책도 없이 그냥 내려왔을까 봐요.”
나는 얼어붙은 채로 눈알만 뒤룩뒤룩 굴리는 블랙 리자드맨의 모습을 보고 히죽 웃었다.
위철용은 감탄과 그 외 부정적인 감정이 담긴 묘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
-쿠우우우웅.
블랙 리자드맨 전쟁군주의 노릿한 눈동자가 허옇게 뒤집힌 순간, 묵직한 진동이 느껴졌다.
놈과 연결된 게이트가 번쩍 빛나더니 이내 파스스 흩어지기 시작했다.
“거, 빌어먹게도 비싼 물건인가 보군. 당최 그칠 생각을 안 해.”
거의 십오 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스프링클러의 물길은 끊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냉기 보호 물약으로 인해, 얼어붙진 않았지만. 몸이 축축하게 젖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거듭된 노동의 결과로 열기를 머금은 몸에선 허연색 수증기가 계속해서 올라왔다.
-쿠우우웅!
게이트가 완전히 소멸한 순간, 게이트가 사라진 허공에서 보물상자가 쿵 떨어졌다.
그 충격으로 얼어붙어 있는 블랙 리자드맨 몇몇이 완전히 박살 나 버렸다.
게이트 과부하로 인해, 정상적으로 전리품을 수령할 수 없다보니.
우두머리의 전리품이 이렇게 거친 방식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회귀 전, 이곳 게이트에서 얻었다는 전리품은 분명히 ‘그거’였었지?
손을 슥슥 비비며, 나는 반쯤 부서진 상자를 힘껏 열어젖혔다.
『검은 심장』
등급 : 전설.
효과 :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고대 흡혈귀의 불길한 심장입니다.
검은 심장.
회귀 전, 모종의 이유로 이곳 이서초 게이트가 공략되었을 당시엔 그 누구도 값어치를 알지 못했던 물건이었다.
마나든, 차크라든, 내력이든, 뭐든! 뭔가 힘을 주입하기만 하면, 그저 게걸스럽게 그 힘을 끝없이 빨아들이기만 할 뿐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기에.
애물단지 취급 받으면서, 이곳저곳 굴러다니다가. 종국에는 암시장에 헐값으로 팔렸었던 물건이었다.
그 정도로 한동안 쓸모없는 쓰레기 취급을 받았던 물건이지만….
[…그거 혹시 그 ‘어둠달’에 박혀 있었던…?]
시커먼 심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위철용이 뒤늦게 검은 심장의 정체를 눈치챘다.
눈이 동그랗게 떠진 것으로 봐선, 그 역시 이것이 훗날 어디에 쓰였는지 깨달은 것 같았다.
“맞아요. 이게 바로 무기장인 김혜연의 마스터 피스, 어둠달의 핵심 재료죠.”
불길하게 맥동치는 검은 심장을 꼬옥 움켜쥔 채.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김혜연과도 접촉해놨고, 그녀의 데뷔작이자 걸작인 어둠달의 핵심재료까지 확보했으니.
이제 남은 건, 김혜연의 걸작 어둠달을 내 손에 넣는 것뿐이다.
-저기다! 저기! 생존자가 또 있어!
검은 심장을 품속에 챙겨넣은 순간에 맞춰, 신지현이 보낸 ‘지원팀’이 도착했다.
탐욕스러운 황금빛 안광이 뿜어져 나오는 눈빛을 숨기며, 나는 그들을 향해 태연스레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