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화
“뭐라구요?”
움찔 몸을 떨었던 김혜연의 표정이 이내 딱딱하게 굳었다.
“말씀드렸잖습니까. 그쪽이 빚쟁이랑 시달리든,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해 궁핍한 삶을 살든.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군요.”
굉장히 무례한 언사였지만, 김혜연에겐 낯간지러운 위로나 어설픈 설득보단 오히려 이편이 정답이다.
“…….”
그 증거로 김혜연의 표정이 살짝 누그러졌다.
눈썹을 역팔자로 휜 채,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는 것이 아주 호의적인 표정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장인정신이 동정 당했다고 생각하여 숫제 적의에 가까웠던 감정이 ‘분함’ 정도로 회복되었다.
“그, 그렇다면 도대체 왜….”
“분명히 말씀드렸잖아요. 전 그쪽의 그 기술이 마음에 들었다고.”
괜히 위로해준답시고 시도했던 먼젓번의 허술한 연기는 머릿속에서 싹 지워버렸다.
김혜연이 괜히 그 점을 지적하지 않도록 속사포처럼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쪽을 동정했다면, 피차 피곤하게끔 의뢰 같은 번거로운 방식을 언급했겠습니까? 어디 뜨끈한 국밥집 가서 국밥이나 한 그릇씩 대접하고, 앞으로 열심히 살라니 뭐니 하는 흰소리와 함께 돈 봉투를 들이댔겠지.”
“하, 하지만.”
한기가 듬뿍 실려 싸늘함마저 느껴지는 목소리로 쉴 새 없이 톡톡 쏘아붙여 댄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
긍지를 잃지 않은 늑대처럼 당당했던 김혜연이 다시 동요하기 시작했다.
굳건했던 눈빛이 갈 길을 못 찾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당하던 목소리에선 당황 섞인 더듬거림이 조금씩 섞였다.
“…김혜연 씨, 3년간 아무도 못 알아봤다고, 그게 정말 잘못된 길이라고 생각하셨습니까?”
한번 몰아붙였으면, 이젠 풀어줄 때다.
잠시 침묵을 유지했던 내 목소리에 다시 훈훈한 온기를 실었다.
따스한 미소에 훈기를 머금은 목소리가 일순 얼어붙었던 긴장을 훈훈하게 녹였다.
“무, 물론, 아니에요. 언젠가는…. 언젠가는! 알아봐 줄 사람이 나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구요.”
“그렇다면 이상하군요. 어째서 그 ‘알아봐 줄 사람’이 저라곤 생각하지 않으신 겁니까?”
“예?”
-쿠웅
타이밍에 맞춰, 준비해온 서류를 김혜연의 눈앞에 내려놓았다.
의아한 표정으로 서류를 들춰 본 김혜연의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졌다.
“이, 이건!”
“보시다시피, 전속 장인 계약서입니다.”
전속 장인 계약.
말 그대로 오직 한 사람에게만 제작을 의뢰하겠다는 극단적인 내용이 담긴 계약이다.
보통은 장인 측에서, 헌터에게 다른 곳을 이용하지 말라는 식으로 일종의 갑질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계약이지만.
반대로, 헌터 측에서 자발적으로 장인에게 ‘당신을 믿는다.’라는 식의 신뢰를 보이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당연히 내가 굳이 이것을 꺼낸 이유는 후자다.
“앞으로 3년! 3년 동안 김혜연 장인님에게만 제작 의뢰를 맡길 생각입니다. 연장도 얼마든지 가능하고요.”
“태, 태백의 S급 헌터께서 저, 저랑 전속이라니….”
계약서에 적힌, 내 소속을 본 김혜연의 얼굴이 안쓰러워질 정도로 하얗게 질렸다.
“별말씀을. 그래 봐야 얼마 전에 데뷔한 신입 헌터에 불과합니다. 아직 미숙한 점이 많죠.”
겸양 섞인 말투였지만, 그 내용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단순한 전속 계약이 아니라, 촉망받는 신예 헌터의 첫 번째 전속 장인 계약이다.
모름지기 신입 헌터라면 길드에 밉보이지 않기 위해. 모든 제작 의뢰를 길드 공방의 장인에게 맡기는 것이 업계의 상식이었다.
그런 신입 헌터가 외부의 장인에게 전속 계약을 제의한다는 것은 그 모든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 해당 장인을 믿고 있다는 것이다.
즉 최상급 신뢰의 표현이라 할 수 있지!
“하, 하지만, 보셨다시피 저는 빚이 아주 많아요. 도구도 뭐도 전부 뺏긴 판인 데다….”
헌터에게 몬스터의 소재를 가공한 특별한 무기가 필요한 것처럼, 몬스터의 소재를 가공하는 무기장인에게도 특별한 도구가 필요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김혜연의 도구들은 조금 전의 그 빚쟁이들에게 모조리 빼앗긴 상태였다.
“그 정도는 제가 능히 해결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쪽은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구시대의 사채업자들의 악독한 고리대금 따윈 아득히 넘어선 것이, 바로 노량진의 대부업체다.
그렇지 않아도 김혜연에게 그따위로 모욕을 준 놈들에게 아주 각별한 인사를 해주기 위해 찾아가려던 참이었다.
놈들과 찐한 ‘인사’를 나누는 김에 김혜연의 도구들도 챙겨오면 되겠군.
김혜연의 걱정을 중간에 뚝 잘라 확언해주자. 그녀의 얼굴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그보다. 어떻습니까? 저와 함께 한번 해보시겠습니까?”
김혜연은 고민에 빠진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주먹을 꽉 틀어쥔 그녀의 여린 몸이 미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
아주 잠깐의 시간이 지난 뒤.
다시 고개를 든 그녀의 눈엔 묘한 열망의 빛이 서려 있었다.
“…정말, 정말 저를 믿어주시는 거죠? 저도 이제 제대로 된 의뢰를 수행할 수 있는 거죠?”
모종의 한이 서려 있는 듯한 김혜연의 얼굴에서, 나는 과거의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 그때 나를 믿어줬었던 김혜연이 어떤 심정이었는지 이젠 알 수 있을 것 같네.
“예, 믿습니다. 애초에 그러라고 있는 계약인데요.”
사람 좋은 미소를 함빡 짓고선, 나는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해볼게요. 하겠어요. 아니 하게 해 주세요.”
마침내!
김혜연의 입에서 내가 원하던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웠던 옛 은인과의 협업이 다시금 성사된 것이다.
북받쳐오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나는 나도 모르게 책상 아래로 주먹을 불끈 강하게 움켜쥐었다.
****
“보시는 대로, 3등급 소재. 레드 드레이크의 등뼈입니다. 진품이죠.”
계약서를 다 작성한 뒤.
어쩐지 홀가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혜연의 눈앞에 나는 준비해온 소재를 가방째로 스윽 들이밀었다.
“아, 아니 이건…. 받을 수 없어요! 처음부터 3등급 소재 의뢰라니….”
김혜연은 당황한 표정으로 허둥대며, 소재가 담긴 가방을 내 쪽으로 다시 밀었다.
아직은 대 침식이 일어나기 전이다.
3등급 소재를 얻을 만한 곳이라곤 대형길드에서 관리하는 소규모 게이트에 불과한 세상이지.
따라서, 아무리 잘 나가는 무기장인이라도 지금 시점에 3등급 소재는 쉬이 접해볼 수 없는 물건이라 할 수 있지.
때문에, 김혜연이 허둥대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갈 만한 일이었다.
김혜연의 형편을 고려해봤을 때, 아마 3등급 소재는커녕, 6등급조차 구경도 못 해봤을걸?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장인님을 믿는다고.”
담담하게 말하며 다시 김혜연의 눈앞에 가방을 스윽 밀자, 김혜연의 눈빛이 격하게 흔들렸다.
역시나 무기장인 특유의 욕망을 숨길 수는 없는지, 그녀의 눈빛엔 욕망의 불꽃이 슬그머니 자리 잡고 있었다.
“아, 알았어요. 하, 한번 해볼게요.”
헌터로 각성함과 동시에 강해지고 싶다는 향상심이 비정상적으로 강화되는 것처럼.
무기장인들은 언제나 희귀하고, 특수한 소재에 굶주려 있었다.
굶어 죽기 직전의 상황에서도 음식보다 희귀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무기장인의 본능이고 김혜연 역시 한 명의 어엿한 무기장인이다.
지금 시점에선 최고급 소재에 속하는 3등급 소재, 레드 드레이크의 등뼈라니, 그녀로선 몸이 달아오르지 않을 수가 없겠지.
아마 지금의 그녀에겐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산해진미보다, 이 레드 드레이크의 등뼈 쪽이 훨씬 더 먹음직스러워 보일 거다.
“계약금 3천입니다.”
모종의 욕망에 가득 찬 눈빛으로 등뼈를 바라보는 김혜연 대신, 이번에는 김혜옥에게 묵직한 돈 가방을 건넸다.
“3, 3천?”
달달 떨리는 손으로 언니 대신 가방을 받아든 김혜옥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김혜옥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 가는 듯한, 얼떨떨한 표정으로 돈 가방을 열어젖혔다.
“세, 세상에. 언니 이거 봐! 돈이야! 돈!”
지금 시점에 단순 계약금 3천 정도라면 계약하자는 중소 규모 무기장인들이 줄을 이을 정도로 엄청난 금액이다.
어떠한 성과 하나 없이 생활에 쪼들렸던 무명의 김혜연에게 제시하기엔, 터무니없을 정도로 많은 금액이지.
“…….”
하지만, 이 정도 금액이면 빚 정도는 갚고도 남겠지?
비록, 전 재산을 날려버리긴 했지만 마음만은 홀가분해졌다.
그래, 돈은 이렇게 쓰는 거다. 마음이 편해야지.
달뜬 얼굴로 방방 뛰며, 고기 사 먹자고 외치는 김혜옥의 모습에 괜히 가슴이 훈훈해져서 입가에 미소가 절로 떠올랐다.
“뭐, 계약금도 드렸고, 소재도 제공해드렸으니. 앞으로….”
“한 달. 한 달 만에 완성해 보일게요.”
김혜연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내게 한 달이란 시간을 언급했다.
모처럼의 일거리를 찾은 그녀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열정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한 달이라, 생각보다 빠른걸? 역시 김혜연은 김혜연인가?
“한 달 뒤에 또 봐요. 잘생긴 고객님!”
짐들을 챙겨 밖으로 나와 헤어질 준비를 하니, 여느 때보다 더 명랑해진 김혜옥이 한층 더 발랄해진 목소리로 내게 손을 흔들었다.
그 옆에 선 김혜연은 열정에 가득 찬 눈빛으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운 옛 은인을 연상케 하는 그녀의 부담스러운 눈빛에 어째선지 반가우면서도 민망한 기분이 들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아 맞다. 김혜연 장인님?”
“네?”
“그, 뭐냐. 고기라도 좀 챙겨 드십쇼. 그렇게 비쩍 마른 몸으로 망치질한다. 주장하면 누가 믿기나 하겠습니까?”
“…네.”
별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건만,
어째선지 김혜연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고개를 푹 숙였다.
****
“뭐요? 돈 빌리러 왔소?”
껄렁껄렁한 말투, 몸을 긁는 척 은근슬쩍 드러내는 화려한 문신.
문 앞을 지키고 서 있는 거구의 사내에겐 ‘뒷골목’에서 살아가는 자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아니, 거래를 좀 하러 왔는데.”
생글생글 사람 좋게 웃으며, 능글능글 여유를 담아 맞받아치자.
사내는 피식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위협하듯 얼굴을 내게 가까이 들이밀었다.
“거, 초면인데 말이 좀 짧소?”
“말이 짧다니? 돈놀이하는 쓰레기들에게 내가 굳이 존대를 해줘야 하나?”
한쪽 입꼬리를 묘하게 뒤틀며 비꼬듯 답해주니, 사내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와락 일그러졌다.
“허, 저녁부터 재수가 없으려니…. 이 같잖은 새끼가!”
콧방귀를 뀌며, 옆으로 고개를 돌린 사내가 다짜고짜 주먹을 휘둘러왔다.
뒷골목 양아치들이 흔히 써먹는 기습적인 일격!
-후웅!
그렇게 사내의 주먹이 공기를 가르며 내 얼굴을 가격하려는 순간.
-뿌각!
나는 가볍게 주먹을 휘둘러 놈의 주먹을 맞받아쳤다.
“끄아아아아악”
주먹과 주먹이 충돌하자 우두둑 뼈 부러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사내의 커다란 주먹이 완전히 짓뭉개지며 피가 지저분하게 튀었다.
바닥에 쓰러진 그는 으스러진 손을 부여잡고 꺽꺽거렸다.
“저런, 조심하지 그랬어.”
나는 히죽 웃으며 주먹에 묻은 피를 쓰러져 버둥거리는 사내의 앞섶에 슥슥 닦았다.
“뭐, 아무튼 그쪽이 먼저 쳤으니까…. 이제부터 정당방위라고 봐도 되는 거지?”
-콰앙!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쓰러진 사내를 걷어찼다.
내력이 깃든 발차기에 적중당한 사내의 육중한 몸이 튕겨나가며 문을 부숴버렸다.
단단한 나무문이 폭음과 함께 산산이 조각났다.
“어떤 업체일까요. 알아 맞춰봅시다~.”
콧노래를 부르며 박살 난 문을 비집고 내부에 들어섰다.
하던 동작 그대로 뚝 행동을 멈춘 채 적을 발견한 미어캣 무리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건달들이 눈에 들어왔다.
“제대로 찾아왔네? 한 번에 찾아서 다행이다.”
건달들 사이에 낯익은 이들이 눈에 띄자, 나는 그들과 눈을 마주치곤 히죽 웃었다.
김혜연에게 험한 말을 하던 빡빡머리와 윽박지르며 그녀를 밀쳤던 리더 격 뱁새눈!
노량진 곳곳에 자리 잡은 대부업체들을 하나하나 뒤져야 하나 싶었는데, 운이 좋았다.
“뭐, 뭐야?”
“너 뭐 하는 새끼야!”
어색한 정적은 짧았다.
피거품을 보그륵 물고 쓰러진 동료의 모습을 확인한 건달들이 비로소 사태를 파악했다.
벌떡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노려보는 건달들의 눈엔 적의가 가득했다.
“어디 보자…. 명일 파이너스? 깡패 새끼들이 이름 하난 거창하니 잘 지었네. 아. 혹시 여기 회장 이름이 명일이야?”
목을 쭈욱 빼서 문밖에 적힌 상표를 확인한 나는 입매를 뒤틀며 그들에게 도발섞인 시선을 보냈다.
슬쩍 뒤틀린 입가에 깃든 얄궂은 미소가 오죽 거슬린 모양인지, 그러지 않아도 적의가 가득했던 사내들의 눈이 불을 뿜었다.
“썅! 뭘 쳐 보고만 있어! 조져!”
뱁새눈의 외침과 함께 거구의 덩어리들이 내게 달려들었다.
위협을 하고 싶었던 건지, 웃통을 벗고 달려드는 건달들의 상체엔 다양한 문신들이 알록달록 예쁘게 새겨져 있었다.
선량한 일반인들에게야 위협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압도적인 재생력으로 인해 문신 자체를 새길 수 없는 헌터에겐 철없는 어린아이들의 알록달록한 낙서와 그리 유의미한 차이를 못 느낄 정도에 불과했다.
“이거 손님한테 너무 무례한 거 아냐? 나 거래하러 왔는데?”
“이 미친 새끼!”
욕설과 함께, 잉어 문신이 인상적인 사내가 벼락같이 내게 몸을 날려 왔다.
육중한 체구에 걸맞지 않게, 온몸의 체중을 실은 발차기는 비호처럼 날랬으나….
-빠각!
애석하게도 내겐 어린아이 율동처럼 어설프게만 보였다.
자신있게 달려든 잉어문신은 오히려 내게 정강이를 호되게 걷어차였다.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정강이뼈가 < 모양으로 굴절되었다.
“여, 영칠이 형님!”
반응으로 봐선 잉어 문신은 제법 힘깨나 쓰는 놈이었던 모양이었다.
잉어 문신의 사내가 허무하게 쓰러진 것을 본 덩어리들은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요란스럽던 사무실 내부에 순간적으로 정적이 감돌았다. 큼지막한 덩어리들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뭐야? 고작 한 새끼 당했다고 쫄아버린 거야? 덩치값도 못하기는.”
바짝 얼어붙은 채로 가만히 눈치를 살피는 덩어리들에게선 기대했던 공격이 더 날아들지 않았다.
놈들의 소심함에 짧게 한탄한 나는 겁먹은 덩어리들을 향해 가볍게 산보하듯 발걸음을 옮겼다.
-짜아아악! 짜아아악!
산책하듯 덩어리들 사이사이를 누비며 가볍게 손바닥을 휘둘렀다.
어린애들과 놀아주는 것처럼 가벼운 손놀림이었지만, 그 안에 실린 파괴력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손바닥이 그들의 얼굴에 스칠 때마다 가죽 찢어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싯누런 옥수수가 요란하게 하늘을 수놓았다.
“허, 헌터…!”
순식간에 건달들이 바닥에 몸을 뉘자,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어선 빡빡머리가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투실투실하게 살찐 빡빡머리의 살찐 볼 살이 푸들푸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냥 찾을 것이 있어서 찾으러 온 건데 말이야, 이거 손님 맞아주는 태도가 영 별로라서 내가 화가 좀 나려고 그러네.”
오줌이라도 지렸는지, 알싸한 암모니아 향을 풍기는 놈에게 여유롭게, 아주 천천히 다가가며.
나는 이를 드러내며 하얗게 웃었다
“간단한 거래 하나만 해보자구, 네놈들 목숨 값으로 얼마나 줄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