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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25화 (25/309)

제25화

굳은 표정으로 나를 안내하는 직원의 표정은 여전히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말없이 그를 따라가는 신지현의 표정 역시 직원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 이쪽으로.”

직원은 나와 신지현을 건물 중앙의 유독 눈에 띄는 엘리베이터 앞으로 안내했다.

엘리베이터 전면에 금박을 발라놓고, 보석을 박아놓은 낭비의 상징.

다른 엘리베이터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화려한 외형을 자랑하는 이것이야말로 강태백의 처소로 통하는 전용 엘리베이터다.

“사, 살펴 가십쇼!”

엘리베이터 앞까지 우릴 안내한 직원은 꾸벅 목례하곤. 도망치듯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길드장님께서 일반 길드원에게 독대를 청하는 건 정말 흔치 않은 일이에요.”

누구에게 들릴세라, 소곤거리듯 말하며 신지현은 나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특히. 그분께선 절대 ‘좋은’ 일로는 일반 길드원을 호출하지 않죠.”

그 말을 끝으로 신지현은 고개를 푹 숙이며, 꼭대기로 향하는 버튼을 눌렀다.

하긴, 예나 지금이나 신지현의 말처럼 길드장과의 독대는 태백 길드 내에서 공포의 상징이었다.

애초에 강태백과 독대한 일반 길드원 중, ‘좋게’ 끝난 이들은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까.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만한 일이지.

“…….”

신지현의 걱정스러운 말에, 나는 대답 대신 긴장 가득한 얼굴로 침묵을 유지했다.

띵.

얼마간의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엘리베이터는 꼭대기 층에 도착했다.

대한민국 그 누구보다 권위와 그것을 곧추세울 허례허식을 좋아하는 강태백답게

넓디넓은 태백 길드의 본사 건물에서 길드장 강태백이 기거하는 곳은 꼭대기 층 ‘전체‘였다.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려는지,

강태백은 본사 건물 꼭대기 층 전체를 자신만의 공간으로 선포했고, 언제나 그곳에서 기거하고 있었다.

[신 팀장은 그만 돌아가고, 거기. 자네만 들어오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꼭대기 층에 막 발을 들이려는 순간.

기계음이 섞인 낮고 굵은 목소리가 엘리베이터 전체에 우렁우렁 울려 퍼졌다.

CCTV로 지켜보고 있던 건가? 예나 지금이나 정말이지 고약한 취미로군.

“하, 하지만”

[난 분명. 신 팀장. 자네더러 기다리라고 했네. ‘하지만’이라는 대답이 내 지시에 어울리는 대답인가?]

강태백의 엄히 꾸짖는 듯한 답변이 들려오자. 그녀는 더 이상 불만을 표하지 않고 입을 꼬옥 다물었다.

나는 강태백의 지시에 따라. 혼자서만 꼭대기 층에 발을 들였다.

****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내 눈에 비친 길드장실의 모습은, 정말이지 지구상의 그 어떤 공간보다 ‘돈 지랄’이란 단어 세글자에 어울리는 광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림잡아 육십 평은 되어 보이는 길드장실 바닥 전체를 푹신하게 뒤덮은 호랑이 가죽을 시작으로.

천장의 샹들리에에는 싸구려 수정 대신, 어지간한 수입차, 아니 건물 한 채 값에 필적한다는 마력 석들이 포도알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심지어 길드장실에 놓여있는 가구란 가구는 전부 값비싼 몬스터의 뼈와 가죽을 정교하게 가공하여 만들어져 있었다.

…아직 대 침식이 이뤄지기 전인데도 이 정도 수준이라고?

가구와 인테리어 값으로만 어지간한 건물 십여 채 값은 너끈히 나가겠는데?

오랜만에 마주한, 소시민의 감각으론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한 돈 지랄의 현장에 잠시 넋을 놓고 있는 사이.

“이쪽일세.”

나지막한 헛기침 소리와 함께,

묘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낮고 굵은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두리번거리던 시선을 바로잡아 정면을 바라보자.

큼지막한 책상에 홀로 앉아있는 거구의 사내, 강태백이 눈에 들어왔다.

“아, 안녕하십니까. 길드장님. 인사가 늦었습니다. 신입 길드원 설용호입니다.”

강태백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퍼뜩 정신이 들어 바로 허리를 숙여 인사와 함께 예를 표했다.

내가 기억하는 강태백이라면,

신입 길드원 주제에 감히 자신 앞에서 어리바리한 행동을 보인 것에 대해 불같이 화를 냈겠지만….

“뭐, 워낙 잘 꾸며 놓은 곳이다 보니, 그럴 수도 있지. 않게.”

사안이 사안이라 그래선지, 강태백은 의외로 관대하게 넘어갔다.

그는 내 인사를 가볍게 받아들이며, 나더러 책상 맞은편에 놓인 의자에 앉을 것을 권했다.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허리를 가볍게 숙여 형식적인 예를 표한 뒤,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아 강태백과 시선을 마주했다.

“감사를 표할 것까지야. 그래, 내가 바로 자네가 몸담은 태백의 길드장 강태백일세.”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하는 강태백의 몸에선 위압적인 기운이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어지간한 건장한 청년보다 머리 하나만큼은 더 큰 거대한 체구에

화려하진 않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값비싼 양복 위로 선명하게 드러난 근육은

보는 이에게 물리적인 위압감을 선사해주긴 했으나.

지금 그의 육신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위압감은 ‘물리적인’ 것과는 살짝 달랐다.

마치 생태계의 정점에 선 포식자의 몸에서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강자 특유의 위압감이라 할까?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길드의 길드장 자리를 마작으로 딴 게 아님을 증명하는 듯,

잔챙이들의 그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묵직한 기운에 나도 모르게 조금 위축되었다.

“예, 길드장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대격변에서 보여주….”

“낯 간지러운 소린 그만하고, 단도입적으로 말하지, 자네. 이 편지를 읽어봤는가?”

강태백이 그토록 좋아하는 대격변 시절 위업을 찬양하는 아부성 발언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던 찰나. 강태백 내 말을 중간에 끊어버리고는 곧바로 용건을 꺼냈다.

과연, 미끼를 물어도 단단히 물은 모양이군.

그렇게 좋아하는 대격변 시절 무용담에 대한 찬양마저 끊을 정도라니.

“예? 예. 사특한 사교도 놈의 금고 깊숙한 곳에 감춰져 있던 물건이라, 그 자리에서 읽어봤습니다.”

편지를 ‘읽었다.’는 말이 내 입에서 빠져 나온 순간, 강태백의 눈빛이 살짝 떨렸다.

물론, 노회한 정치꾼 기질이 다분한 강태백답게, 놈은 곧바로 자신의 동요를 감추었지만.

나 역시, 그 노회한 강태백을 몇 번이나 상대해봤던 몸이다.

나는 그가 찰나의 순간 보였던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내 말에 강태백은 뭔가 말을 하려나 싶더니. 금새 말꼬리를 흐렸다.

그리고선 그는 가볍게 턱을 괸 채, 자신의 관자놀이를 톡톡 두드렸다.

회귀 전에도 자주 보여줬듯.

무언가를 계산할 때, 강태백이 무의식적으로 취하는 버릇이다.

나는 그의 반응을 주의 깊게 바라보며, 조용히 침을 삼켰다.

“…저, 혹시 그 편지를 읽은 것이 뭔가 잘못된 일입니까?”

그렇게 한참동안 어색한 침묵이 유지되자.

나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 강태백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

계속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는 강태백은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책상 위에 놓은 시가 함에서 시가를 꺼내 입에 물었다.

따-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라이터 없이 손가락을 튕긴 것만으로 시가 끝에 불이 붙었다.

“…아무것도 아닐세. 단지 좀 부탁할 게 있어서 말이야.”

마침내 침묵을 깬 강태백이 시가를 깊게 들이마시더니, 이내 연기를 길게 훅 내 뿜었다

시가의 매캐한 향이 코끝을 자극하자, 나는 은밀히 내력을 운용해 후각을 차단했다.

시가 특유의 독한 담배 냄새가 싫어서가 아니다.

애초에 강태백이 피우고 있는 시가가 평범한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지.

독한 담배 냄새 속에 희미하게 느껴지는 마력의 향기

미묘하게 들큰하면서 노곤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독특한 향!

강태백이 즐겨 쓰는 수작질 중 하나인 특제 마력향이다.

인체에 치명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물건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흡입하게 되면, 강태백에게 은연중에 호감과 신뢰를 느끼게 되는 물건이지.

회귀 전 몇 번이나 당했는데 알면서 굳이 당해줄 순 없는 노릇이다.

내력으로 후각을 차단한 것도, 모자라 찰나의 순간 호흡기에 들어온 극히 미량의 연기까지 내력을 이용해 완벽하게 태워 없앴다.

“어, 그러니까. 길드장님? 부탁하실 것이라니, 무슨 말씀이신지요?”

눈에 힘을 살짝 풀었다.

눈꼬리를 추욱 늘어뜨려 몽롱함 속에서 제정신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듯한 표정을 연출한다.

회귀 전에 실제로 몇 번 당해봤기도 했고, 마력향에 당한 이들을 몇 번이나 봐왔기에

강태백의 특제 마력향에 중독된 흉내를 내는 것 따윈, 내게 있어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뭐…. 별 건 아닐세.”

강태백은 계속해서 대답에 뜸을 들이며, 말꼬리를 길게 늘였다.

마력향의 약효가 충분히 퍼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

“미안하지만, 자네가 조사한 사교도 건에 대해선, 당분간 잊어주지 않겠나?”

약효가 다 퍼졌다고 생각해서일까?

강태백의 입에서 마침내 본심이 튀어나왔다.

“예? 하지만!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놈들….”

“사교도 놈들을 두둔하겠다는 말이 아닐세. 나는 그저 자네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야.”

걱정이란 단어를 입에 담은 순간, 강태백의 말투가 갑자기 다정하게 변했다.

고압적인 표정을 유지하던 얼굴에도 약간의 인자한 미소가 깃들었다.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네만. 자네가 사교도로 제거한 한라 공격대는 뒷배경이 엄청난 곳일세.”

“뒷배경이요?”

“당장, 나영욱만 해도. 헌터 협회의 실세, 나성택의 둘쨋놈이지. 그리고 이 편지에 언급되어있는 자들 역시 보통 인물들이 아니야.”

놈을 낚기 위해 작성한 물건이니 만큼, 편지에 언급된 인물들은 당연히 하나 같이 보통이 아니다. 정확하게는 ‘강태백과 관련되어있는’ 거물 사교도들의 이름만을 언급해뒀지.

강태백 본인은 사교도가 아니었지만,

대 침식이 일어나기 전까지, 그는 모종의 일로 일부 사교도들과 암암리에 거래하고 있었다.

“아무리 자네가 태백 길드의 길드원이라고 한들, 어지간한 평길드원 따위는 하루아침에 ‘없는’ 사람으로 만들고도 남을 족속들이란 말일세, 다 자네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말을 마친 강태백은 걱정이 가득한, 따사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얼핏 봐선 진심으로 길드원을 걱정하는, 이상적인 길드장의 표본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럴 수가….”

“물론, 맨입으론 아닐세. 사교도를 처리한 자네의 공적은 실로 엄청난 것이니까. 아무리 놈들의 뒷배가 엄청나다 한들. 자네의 공적이 어디 가겠는가?”

채찍을 휘둘렀으면, 이젠 당근의 차례인가?

강태백은 내 공로를 치하하며, 은근슬쩍 보상을 언급했다.

“게다가, 내가 자네에게 ‘부탁’을 한 만큼. 그에 합당한 보상을 주도록 하지. 혹시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보게.”

“입막음용 보상이라니….”

겉으로는 힘없이 중얼거리며 말꼬리를 흐렸지만.

책상 아래로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행이다. 의도대로 되었어!

하지만, 아직 이 정도론 임팩트가 약하다. 약간만 더 도박을 해볼까?”

“하, 하지만, 남산 게이트에서 민간인이 잡혀있다 들었습니다. 선량한 민간인들을 놔 둘순 없어요!”

남산 게이트를 언급하며, 강태백의 표정을 살폈다.

“…그건 내가 어떻게든 조치해보도록 하지, 믿어주게. 아무리 이 일을 묻는다. 쳐도, 무고한 이들을 내 어찌 두고 볼 수 있겠는가.”

남산 게이트라는 말을 들은 순간, 강태백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딱딱하게 굳었다.

아무리 노회한 강태백이라고 한들, 자신의 치부가 숨겨진 장소의 이름을 듣자 상당한 동요를 보였다.

“하, 하지만.”

“그만!”

강태백은 내 말을 중간에 뚝 끊곤 짐짓 노성을 내질렀다.

“현 사회의 어둠이야. 얼마나 깊은 줄 아는가? 자네 같은 헌터 따윈 권력의 힘 앞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세상이야!”

강태백은 목을 스윽 긋는 시늉을 했다.

“하, 하지만. 그래도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사악한 놈들인데….”

정의감에 충만한 신입 헌터의 열정적인 모습을 계속해서 연기하자.

강태백은 한숨을 푸욱 내쉬더니, 시가의 연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자네의 뜻이 그렇다면 자네의 강함을 내게 증명해보게.”

“예?”

“신지현 팀장에게 게이트 출입권에 대해 물었다지?”

강태백은 서랍을 열어, 번들거리는 황금빛 상자를 꺼냈다.

“이게 뭔지 아는가? 바로, 자네가 그렇게 원하던 게이트 출입권일세.”

강태백은 황금빛 상자를 내게 슬쩍 들이 밀었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네만, 게이트 출입권이 있으면, 태백의 어떤 게이트든 자유롭게 출입하여 사냥을 할 수 있지…. 자네의 그 의협심과 정의감이 그리도 강하다면, 한 번 증명을 해보게.”

****

“예나 지금이나 더러운 수를 쓰기는.”

강태백과의 독대를 마친 뒤. 길드 본사를 나서며, 침을 퉤 뱉었다.

내력으로 모든 걸 다 태워버렸다. 생각했지만, 아직은 생각보단 내 경지가 낮았나보다.

입안에서 마력향 특유의 달큰한 맛이 깔깔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이번엔 제법 그럴듯한 개소리가 아니었더냐?]

“강태백이니까요. 정말이지 전후사정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껌뻑 넘어갈 수밖에 없게 지껄인다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강태백이 내게 보여준 모습은 거짓된 가면에 불과했다.

놈이 협조적으로 나온 이유는 단 하나. 내가 위조한 편지에서 줄기차게 언급되어 있는 ‘왕자님’이 바로, 강태백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 강태천이기 때문이지.

하나뿐인 아들이 사교도에 투신했다는 것. 이것이 바로 강태백의 약점 중 하나다

많고 많은 게이트 중 내가 굳이 남산 게이트를 지목한 이유가 이것이었다.

강태천이 바로 남산 게이트 속에 유폐되어 있거든.

명목상으론 ‘작전 중 실종’ 처리되었지만, 태백 길드 극소수의 인원들은 사교도로 전락한 강태천이 남산에 유폐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뭐, 진실을 규명해? 아마 지금쯤 내가 보낸 증거자료쯤은 몽땅 다 불태웠을걸?

“그나저나, 도박이었는데 잘 먹혔네요.”

사실 강태백이 쩌억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길드장 소굴로 걸어 들어가는 것 자체가 도박이었다.

자신의 치부를 일개 헌터가 알아버린 이상, 보통은 살인멸구를 택하겠지만….

세상 모든 것을 상품 가치로만 판단하는 강태백만큼은,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던진 도박이었다.

신지현을 돌려보낸 대목에서 좀 쫄긴 했는데. 도박이 먹혀서 다행이로군.

[게다가 체면치레 형식으로 준 것 치곤 제법 괜찮은 걸 주지 않았더냐?]

위철용은 내가 메고 있는 배낭을 쿡쿡 찔렀다.

“이것도 다 수작질이죠. 뭐. 상식적으로 저 같은 초짜 헌터가 이런 걸 어떻게 처분할 수 있다고.”

지금 내 가방 속엔 무려 3등급 소재인 레드 드레이크의 등뼈가 들어있었다.

내 표정이 별로 좋지 않자, 강태백이 억지로 찔러 넣어준 뇌물 비스무리한 물건이다.

강태백은 엄청난 물건입네, 큰 힘이 될 것이네 뭐네 장광설을 늘어놨지만.

지금 내 입장에서 3등급 소재는 계륵에 불과했다.

인맥도, 재정상태도 부실한 내겐, 팔 수도 없고, 장비로 가공하는 것도 힘든 물건이거든.

아직 대 침식이 벌어지기 이전이기 때문에.

고등급 소재는 죄다 5대 길드에서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고, 따라서 개인 자격으로 3등급 소재를 파는 일은, 그저 요원하기만 한 세상이다.

신지현을 통해서 판매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녀는 기본적으로 강태백의 수하! 강태백이 건네준 선물을 팔아치운다면, 어떤 방식으로도 해코지가 올 게 분명하다.

또 다른 방법은 공방에 맡겨 무기나 장비로 가공하는 것인데….

[그래서 그걸 어쩔 테냐? 길드 공방에 맡겨서 무기로 만들 생각이더냐?]

이 역시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다.

태백 길드 내의 공방에서 제작된 무기에 특수한 장치를 부착해, 수작질하는 것 역시 강태백의 전공이었으니까.

“길드 공방에 이걸 맡겨요? 누구 좋으라구요.”

때문에, 위철용의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

게다가, 지금 나는 강태백에게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힌 상태….

이걸 처분하기 위해서라면….

“맡길만한 인물이 생각났어요.”

순간, 기억 속에서 그리운 지인의 얼굴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래, 그녀가 공방을 시작한 것이 아마 3년 전쯤이었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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