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쿠웅!
머리를 꿰뚫린 마더 스네이크의 거대한 몸이 무너져 내렸다.
섬뜩한 안광이 형형하게 빛나던 눈이 빛을 잃었다.
새하얗게 물들었던 비늘이 다시 원래의 붉은색으로 돌아왔다.
「[레드 스네이크 군락지] 클리어에 성공하셨습니다!」
「업적 [뱀이다! 뱀이야!] 달성!」
「칭호 [땅꾼 꿈나무]가 수여됩니다.」
「칭호 보상 – 능력치 보너스 포인트 [+5]」
동시에 시스템 창에 우두머리 퇴치에 성공했다는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애초에 그리 높은 등급의 게이트가 아닌 만큼 클리어 업적 보상은 마더 스네이크가 보여줬던 난이도에 비해 조촐하기만 수준이었다.
“설마하니 사교도가 개입되어 있을 줄이야….”
하지만, 지금 업적 보상 따윈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애초에 전리품에만 관심이 있었지. 저 레벨 지역에 불과한 곳이기에 보상이 미미하기도 했거니와.
무엇보다 마더 스네이크와의 전투에서 목격했던 ‘사교도’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사교도.
간단하게 말해서 인류를 배신하고 몬스터의 편에 붙은 사특한 작자들을 칭하는 말이다.
게이트 등장 이후, 무수히 많은 저 하늘의 별자리처럼 많은 수의 성좌들이 나타나, 인류에게 몬스터와 맞서 싸울 힘을 부여해줬지만. 모든 성좌가 인류에게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유독 인류를 적대하는 네 성좌가 있었는데,
음울하게 불타오르는 네 성좌를 광적으로 추종하는 자들을 세간에선 ‘사교도’라고 불렀다.
한라 공격대 놈들….
단순히(?) 공격대 거점에 클럽을 개장한 또라이 집단인 줄만 알았는데 말이지.
다른 의미로 범상찮은 또라이 집단이었을 줄은 미처 몰랐군. 그래.
[헌데, 뭔가 이상하지 않으냐? 이렇게 약해 빠진 게이트에 사교도가 개입하다니. 이런 약해빠진 곳에 뭐 건질 게 있다고.]
일반적으로 사교도가 노리는 것은 ‘게이트를 붕괴시키는 것.’이다.
게이트를 붕괴시켜, 내부에 갇혀 있던 몬스터들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이 그들의 주된 목적이자, 행동 방식!
때문에, 사교도들은 강력한 몬스터가 서식하고 있는 게이트를 노리곤 했었다.
위철용의 말처럼 이렇게 약해빠진 몬스터가 돌아다니는 게이트 따윈,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이 보통인데, 알 수 없는 일이로군.
“그건 그렇죠? 여기 있었던 레드 스네이크, 아니 우두머리인 마더 스네이크까지 풀어봤자. 제압되는 건 순식간일 건데, 대체 놈들은 뭘 노리고 개입을….”
[잠깐.]
한참 이야기를 이어가려던 찰나. 위철용이 나직한 목소리로 내 말을 중간에 끊었다.
[…단순하게 개입 정도만 한 것이 아닌 것 같구나. 저길 봐라.]
위철용은 작달막한 창끝으로 마더 스네이크의 시신 뒤편을 가리켰다.
시선을 돌려,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곳을 바라보자.
마더 스네이크가 도사리고 있던 공동 너머로, 딱 봐도 수상쩍어 보이는, 음침한 제단이 눈에 들어왔다.
“우욱! 미친. 이런 곳에서 인신 공양까지?”
제단을 자세히 살펴본 순간, 욕지기가 치밀었다.
인간의 뼈를 얼기설기 조립해 만든 흉측한 제단 위로. 한때 ‘인간이었던’ 것들의 잔해가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얼마 전까지 의식을 집행했는지, 아직 피가 채 마르지 않은 상태였다.
비릿한 피 냄새와 함께, 시신이 부패할 때 풍기는 특유의 악취가 코를 강하게 자극해왔다.
「가뭄을 노래하는 시인이 강렬한 불쾌감을 표합니다.」
「장미를 두른 과부가 필멸의 단어로는 차마 표현할 수 없는, 강렬한 욕설을 중얼거립니다.」
「백합을 손에 쥔 처녀가 당장 저 불손한 제단을 파괴할 것을 요청합니다.」
「경고. 다른 성좌의 영역에 간섭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율법에 따라 백합을 손에 쥔 처녀에게 3일 동안의 ‘의사소통 금지’ 제한을 부여합니다.」
제단 위로 펼쳐진 참상이 어찌나 끔찍했는지, 성좌들의 반응도 심상치 않았다.
심지어 성좌들 사이에선 금지되어있는, ‘제단 훼손 요청’을 입에 올렸다가 의사소통이 제한당한 성좌마저 나타났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백합을 손에 쥔 처녀인가 뭔가 하는 성좌 양반, 성격 한 번 폭급하군 그래.
전에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나?
[제단에 널려있는 살점과 뼛조각의 숫자로 봐선 결코, 적지 않은 수의 제물을 바친 것 같은데 말이지….]
잠시 내가 성좌들의 반응을 살피는 사이, 위철용은 제단 위로 올라가 의식의 흔적을 살폈다.
성좌 시절에도 인신 공양을 그리 탐탁지 않게 여겼기 때문인지, 제단을 살피는 위철용의 표정은 잔뜩 찌푸려진 상태였다.
“두개골 숫자로 봐선 대충 어림잡아 오십 명은 되겠는데요?”
제단 위에 토템처럼 가지런히 쌓여있는 두개골의 숫자로 짐작해 보건대.
한라 공격대에 잠입한 사교도 놈들은 무려 오십 명이나 되는 인원을 그들의 성좌에게 제물로 바쳐버린 것 같았다.
[오십 명이라…. 제물을 그렇게나 바친 것에 비해 아까 그 뱀 대가리는 지나치게 약했던 것 같지 않으냐?]
확실히….
위철용의 말대로 어딘가 석연치 않은 점이 존재했다.
그가 말한 것처럼 이곳의 우두머리 마더 스네이크는 약해도 너무 약했다.
“오십 명 정도면 스펙터? 아니 리퍼 정도는 튀어나와야 하는데 마더 스네이크에겐 원념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었죠? 아마?”
점점 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몬스터를 강화하는 의식에 사람을 제물로 바칠 경우.
억울하게 살해당한 제물의 원념이 몬스터에게 엉겨 붙어, 몬스터를 끔찍한 모습으로 변이시키기 마련이다.
울부짖는 망자의 얼굴이 신체 부위 곳곳에 불쑥불쑥 튀어나온 변이체인 스펙터.
망자의 원혼을 망토처럼 휘감고 그들의 뼈를 갑옷처럼 두른 상위급 변이체인 리퍼.
원념에 잠식당한 몬스터는 제물의 숫자에 따라 스펙터나 리퍼로 변하는 게 보통인데….
조금 전 상대한 마더 스네이크는 비늘 색이 조금 변한 것 외엔 외형상 딱히 달라진 게 없었다.
“비늘 색이 허옇게 탈색된 것 빼곤 딱히 모습이 변하지 않은 거로 봐선, 몬스터를 강화하는 것에 제물을 바친 것 같진 않은데 말이죠.”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인해, 이맛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미간에 골이 깊게 패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교도 놈들이 인신 공양까지 한 이유가 무엇인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단순한 신앙심의 표현인가? 아니면 몬스터로의 승천을 노리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순간, 승천이란 단어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으나. 나는 머리를 휘휘 저었다.
몬스터로의 승천을 노린다면 아마 좀 더 강한 몬스터가 서식하는 곳에서 의식을 시도했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약하디약한 레드 스네이크가 되고 싶어 하는 미친놈이 설마 이 세상에 존재할까….
「게이트 우두머리, 마더 스네이크의 전리품 상자가 출현합니다.」
그렇게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그 순간.
계속해서 떠오르는 의문을 마취시키기라도 하듯 갑자기 눈앞에 전리품 상자가 나타났다.
[뭐, 여기서 암만 대가리 굴려봤자 뭐 나오는 게 있기나 하겠느냐?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땐 수상한 놈들부터 족쳐보는 것이 제일이니라.]
“예, 뭐 일단 증거는 남겨 놓고….”
위철용의 말대로다. 지금 골머리를 싸매봤자.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일단 증거부터 확보해 놓고 한라 공격대 놈들을 추궁하든, 거점에 근무하는 게이트 관리팀을 추궁하든 해봐야지.
-찰칵.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참혹한 인신 공양의 흔적을 사진으로 남겼다.
애초에 게이트에 진입할 때, 갑옷에 장착할 액션 카메라를 지급받지 못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가만, 게이트 공략에 액션 카메라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
이것도 생각해보면 수상한 노릇이군.
처음엔 그저 나영욱이 무능해서 기본적인 것도 챙겨주지 않았겠거니 싶었으나.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의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혹시 몰라, 스마트폰을 챙겨온 게 정답이었을 줄은….
뼛조각과 살점이 널브러진 제단의 모습은 물론, 마더 스네이크가 도사리고 있었던 공동 전체의 풍경까지. 꼼꼼하게 모든 것을 사진으로 남긴 뒤.
나는 전리품 상자에 손을 뻗었다.
****
“역시.”
게이트 우두머리의 전리품 상자 속엔 역시나, 예상했던 물건이 들어있었다.
별자리가 알알이 박혀 있는 동그란 구형의 남색 보석.
전리품 상자 속에 그것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한 순간, 복잡했던 머릿속이 맑게 개었다.
어차피 거쳐 가는 단계에 불과하다고 뇌까리며, 최대한 태연한 척 해보려고 해도,
기쁨과 환희가 조금씩, 스멀스멀 차오르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별자리 인도석」
등급 : 초월
설명 : 별자리가 되지 못한 자들의 힘이 깃들어 있는 보석입니다.
회귀 전, 헌터 업계에서 로또의 상징이자. 벼락출세의 대명사였던 물건이. 지금 내 손에 들려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도 좋으냐?]
덤덤하게 이 사실을 받아들이려 노력했지만, 입이 저절로 헤벌쭉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 모습이 퍽 한심해 보였는지, 위철용은 어쩐지 측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뭐, 네놈에겐 그 별자리 인도석이 길드 계급인가 뭔가 하는 거를 취득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면서? 지금 네놈의 모습을 보아하니, 참으로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것 같구나. 아주, 아아주 설득력이 있어.]
“크흐흠! 그래도 한때 일확천금의 상징이었던 물건을 손에 넣어서 그런가. 이게 저절로 올라가는 걸 주체할 수가 없네요.”
히죽 올라가는 양쪽 입꼬리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만약 거액의 로또에 당첨된 행운아를 보게 된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망상을 해보기 마련이다.
그의 어마어마한 행운을 내가 대신 차지한다면 어떨까!
지금 내 심정이 딱 그 정도였다. 그런 허황된 망상이 현실이 된 상태라고 할까?
거액의 로또에 비견할 수 있을 만큼, 이 별자리 인도석이 회귀 전 역사에서 헌터 업계에 미친 파급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수준이었다.
당장, 소규모 공격대에 불과했던 ‘은평구 드래곤즈’가 이거 하나를 이용해서 순식간에 5대 길드를 위협할 만큼 거대한 길드로 성장하지 않았던가!
[성좌의 격에 오르지도 못한, 낙오자 놈들의 힘 따위가 뭣이 좋다고 그러는지 원. 에잉.]
별자리 인도석의 효과는 단순하지만, 실로 강력한 것이었다.
굳이 튜토리얼 탑을 거치지 않고도 일반인의 몸에 특성 트리를 박아넣을 수 있다는 것!
비록, 위철용의 말대로 ‘성좌의 격에 오르지 못한’ 낙오자들의 특성 트리에 불과하지만….
“뭐, 약하긴 해도 특성 트리를 개화한 자들을 말 그대로 찍어내는 물건이니까요.”
그게 어딘가!
번거롭게 일 년에 딱 한 번 있는 튜토리얼을 통과하지 않고도, 지망자만 충분하다면 헌터라는 막강한 전력을 공장에서 프레스기로 찍어내듯, 대량으로 양산해 낼 수 있는데!
물론, 정식으로 튜토리얼을 통과하지 않고, 아이템을 이용한, 일종의 야매에 가까운 수법이었기에. 그들이 가진 한계는 명확했다.
우선. 복불복이 굉장히 심했다.
튜토리얼에서도 특성 트리를 선택할 때, 복불복 요소가 굉장히 심하긴 하나.
최소한의 인정으로 세 개의 선택지라도 주는 반면. 별자리 인도석을 이용한 각성엔 선택 따윈 없었다.
심지어 이식받은 특성 트리가 몸에 적합하지 않을 경우, 그 자리에서 온몸이 분해되는 고통에 시달리다 죽어버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타났었지….
거기에 성좌의 격에 이르지 못한 자들의 특성 트리인 만큼. 특성 트리 자체가 불완전한 경우가 많았을뿐더러.
무엇보다 그렇게 헌터로 만들어진 이들은, 성좌와의 커뮤니케이션 창구 자체가 없어 그 어떤 성좌와도 소통 자체를 할 수가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양산된 오합지졸 따윈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쯧!]
위철용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연신 혀를 찼다.
전직 성좌여서 그런지. 위철용은 ‘적법한’ 방법으로 특성 트리를 개화하지 않은 이들에게 본능적인 혐오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이 도움이 안 되진 않았죠. 쪽수가 얼마나 많았는데.”
복불복 요소가 강하다는 것? 정식 헌터보다 약하다는 것? 성좌와 소통을 하지 못해. 포인트 상점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
그런 단점들 따윈, 머릿수라는 압도적인 장점에 전부 묻혔다.
때문에, 별자리 인도석을 차지한 은평구 그리폰즈는 소규모 공격대에서 헌터 업계를 꽉 붙잡은 5대 길드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숨에 성장할 수 있었고.
압도적인 머릿수를 앞세워 다른 길드와의 길드 전에서 연전연승을 거두기까지 했었다.
[어차피 그 그리폰 어쩌고 하는 놈들도 머릿수만 앞세우다 결국 몰락하지 않았더냐?]
“뭐, 그러긴 했었죠. 어찌 되었건. 중요한 건. 제가 이것을 얻었다는 것. 태백에서 머릿수를 앞세우든, 뭘 하든 알아서 잘하겠죠.”
그렇다.
일단 중요한 건 그 별자리 인도석이 내게 들어왔다는 것과 이것으로 말미암아 나는 길드 내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을 손에 넣은 태백이 헌터들을 대량으로 찍어내든, 어쩌든 내가 알게 뭔가.
상념을 접고, 별자리 인도석을 품속에 소중히 갈무리한 뒤, 출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
“우와아 진짜 그 ㅂ, 아니 우두머리를 혼자 잡은 거야?”
“세상에 정식으로 데뷔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게이트 솔로잉 클리어를….”
게이트를 빠져 나오자. 나를 보며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상대로 한라 공격대원들은 게이트 룸에 옹기종기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게이트에서 마지막 인원이 빠져 나올 때까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게이트 앞에서 대기하는 것이 상식이었으나….
“으하아암. 드디어 끝난 건가? 이제 집에 가도 됩니까?”
한라 공격대의 일원들은 게이트 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긴 하되, 긴장감이란 눈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품과 함께 기지개를 켜며, 집에나 가자고 투정을 부리거나.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별 시답잖은 것을 주제로 수다를 떨고 있거나.
게이트 룸 구석에 놓인 소파에 늘어져선, 팔자 좋게 스마트폰이나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한심해 보이는 놈들 사이에 인신 공양을 감행할 만큼 배짱이 두둑한 사교도가 숨어있단 말이지….]
‘뭐, 겉모습으론 놈들이 사교돈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으니까요.’
중얼거리는 위철용에게 속삭이듯 답해준 뒤.
눈을 가늘게 뜨고, 게이트 룸의 소파에 널브러지다시피 퍼져있는 공격대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그렇게 공격대원을 살펴보던 중.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인원이 몇 명 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인원이 좀 비는 것 같은데 나머지 분들은 어디 가셨습니까?”
사라진 인원들의 행방을 파악하기 위해, 나는 가까운 곳에 누워있는 공격대원에게 그들의 행방에 관해 물어보았다.
“인원? 아아. 영욱이 형이랑 진우, 현범이. 상만이는 댁 기다리다가 심심하다고 지하로 내려갔수다.”
“지하라구요?”
“어차피 댁 기다리는 동안, 이쪽에선 딱히 할 게 없다며, 아래층 클럽에서 좀 놀고 있겠다던데?”
전혀 예상치 못한 신비한 답변에 내 얼굴이 딱딱하게 굳자.
질문을 받은 공격대원은 태연한 얼굴로 뭐가 문제냐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어차피 게이트 공략은 댁이 끝냈잖수? 우린 이제 할 일 없잖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순진한 건지, 아니면 얼굴에 철판을 두른 것마냥 뻔뻔한 건지 모르겠다.
“…상부에 공략 완료 보고는 안 한답니까?”
“아으 난 어려운 건 모르겠고, 아무튼 대장 지하에 갔으니까 그쪽으로 가서 직접 데려오시던가.
지루한 모양인지 입을 쩍쩍 벌려 하품까지 해대는 놈의 태도에, 나는 그만, 할 말을 잃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