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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 잘생겼다!-12화 (12/309)

제12화

「새로운 특성 포인트가 제공됩니다. 특성 트리를 확인해 보세요.」

「능력치 상한이 해방되었습니다. 이제 능력치에 포인트를 더 투자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확장됩니다. 소통 가능한 성좌의 수가 늘어났습니다.」

「존재력 포인트의 한계치가 새롭게 갱신됩니다.」

살아남은 비련의 고블린을 처리함과 동시에 시스템 창에 레벨업 메시지가 계속해서 출력되기 시작했다.

“엥? 벌써?”

생각보다 이른 타이밍에 레벨이 오른 것에 놀라. 입에서 맥 빠진 혼잣말이 주르륵 삐져나왔다.

[이이, 사악한 놈 보소! 벌써? 버얼써어? 애정 필사적으로 살아남아 네놈에게 변함없는 애정을 표하던 고블린에게 그딴 망발을 내뱉다니!]

스스로 만들어낸 괴이한 설정에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지, 위철용은 ‘벌써’라는 혼잣말을 오해한 채. 계속해서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아뇨. 그게 아니라 레벨이 올랐네요?”

[고작 이따위 놈들로 레벨이 올랐다고? 회귀 전엔 10마리는 잡고나서야 레벨이 오르지 않았었느냐?]

예상보다 이른 레벨업 타이밍에 위철용마저 계속 떠들어대던 농담을 접고, 의문을 표했다.

확실히, 회귀 전에는 가입 시험을 전부 클리어한 뒤에야 레벨업을 했었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튜토리얼 타워에서 누적시킨 경험치가 많았나?”

의구심에 사로잡힌 상태로 메시지창을 확인하려던 찰나.

「고통을 모르는 병사가 입장합니다.」

「가시나무를 짊어진 노인이 입장합니다.」

마치 레벨업을 기다렸다는 듯. 커뮤니케이션 창구에 처음 보는 성좌 둘이 새롭게 입장하였다.

“거참 레벨업한 지 얼마나 됐다고.”

회귀 전엔 뭔 짓을 해도 들어오지 않던 성좌가 레벨업과 동시에 둘이나 입장하다니.

속으로 나지막하게 감탄한 뒤. 새롭게 들어온 성좌들을 위해. 과장된 몸짓으로 허리를 굽혀 정중한 인사를 올렸다.

「고통을 모르는 병사가 크게 만족해합니다.」

「가시나무를 짊어진 노인이 당신을 기특하게 생각합니다.」

[크흠. 성좌들이 또 입장 했느냐?]

새롭게 입장한 성좌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있자. 위철용이 그답지 않게 헛기침을 섞어가며 말을 걸어왔다.

은근히 말을 걸어오는 그의 눈빛엔 숨길 수 없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다한 기대가 담겨 있었다.

“예, 상한선 뚫리기 무섭게 입장하네요.”

[그래? 크흠. 크흐흠. 레벨업 했으니. 특성 포인트도 올랐겠지? 크흠. 특! 크흠. 성!]

육신을 가진 것도 아니면서, 괴상한 기침 소리로 은근히 눈치를 주는 위철용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특성 트리 오픈.”

[으흠, 으흐흠. 그래.]

그의 기대대로 특성 트리를 열자. 위철용이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마치 간식을 차지하는 데 성공한 불독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한 그 표정에 웃음이 터질 뻔 했다.

“어디보자. 파천 복룡창 삼식이…. 어?”

그렇게 그의 요구대로 파천 복룡창에 포인트를 투자하려는 순간.

마치 자신에게 투자하라는 듯 빛을 발하는 특성이 눈에 들어왔다.

피켈 무리를 쓰러뜨려 얻게 된 고유 특성 일기당천.

레벨을 올리기 전까진 비활성화 되어 있었으나. 이번엔 레벨업을 한 탓인지 활성화 되어 있어,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기당천」

등급 : 고유

효과 : 대적 중인 적의 숫자에 비례하여 추가 능력치를 획득합니다. (한 명당 5% 최대 300%)

『“한 기의 기병은 일천의 적을 능히 당해낼 수 있느니라.”

일 천의 적을 눈앞에 두고도 그는 공포에 떨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자신감 하나만으로 적들을 모두 도륙한 그는 전설이 되었습니다.』

“…맙소사.”

[그래, 본존의 파천 복룡창은 그 오묘하기가 감탄성을 토할 만큼 대단한 것이니라!]

자랑스럽게 가슴을 내미는 위철용의 목소리를 흘려넘긴 채.

홀린 듯이 일기당천의 효과를 확인하자. 헛웃음만 나왔다.

“대박이잖아?”

회귀 전, 투신으로 이름 높았던 고두식이 어째서 그렇게 용맹무쌍한 활약을 펼칠 수 있었는지 단박에 납득이 갔다.

놈은 일기당천의 하위호환인 일당백으로도 그 정도의 활약을 보여줬었는데….

적 개체 수에 비례하여 능력치가 최대 300%까지 증가한다니!

말도 안 되는 사기적인 능력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야말로 ‘어머 이건, 찍어야 해!’ 수준의 파격적인 성능!

망설이지 않고, 파천 복룡창 대신 일기당천에 포인트를 투자하였다.

[좋아. 이제 새로운 기억이…!]

내가 특성 트리를 닫자. 위철용은 손바닥을 비비며 기대하듯 소리를 질렀지만, 이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어?]

파천 복룡창 대신, 일기당천에 특성 포인트를 투자하였기에 그의 기억이 돌아오지 않은 것.

당장은 일기당천이 전력 증가에 더 효과적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큽. 아, 이,일단은 다른 곳에 투자했어요. 튜토리얼 타워에서 굉장한 걸 얻었거든요.”

먹이를 눈앞에서 빼앗긴 불독처럼 시무룩해진 위철용의 표정에, 순간 웃음이 터졌다.

가까스로 웃음을 눌러 참고, 그에게 일기당천에 대해 설명을 간략하게 해줬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공에 대한 무인의 집착이 보통이 아니어서 그런지, 위철용의 표정과 태도는 평소의 그와는 전혀 달랐다.

억울하면서도 의기소침한 표정이 어린 시절 키웠던 불독의 모습과 무서울 정도로 닮아있었다.

“파천 복룡창 초식하나 늘리는 것보단 일단 그 특성을 찍는 게 전력 증강에 도움이 될 것 같았거든요.”

그런 위철용을 위로하듯, 변명 아닌 변명을 계속하자.

그는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한숨과 함께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끄응. 알았다. 다음엔 꼭 파천 복룡창에 투자하거라. 본존이 기억을 되찾으면 네놈에게도 좋지 않겠느냐.]

“예. 다음엔 꼭 파천 복룡창을 찍도록 해볼게요.”

그렇게 다짐을 했음에도 불구, 위철용은 그답지 않게 섭섭하고 억울한 표정을 고수하고 있었다.

무인에게 무공이라는 것이 저 정도로 소중한 것이었나.

어쩐지 시큰해지는 가슴을 애써 달래고, 이번엔 상태창에 포인트를 투자하기 위해.

회귀 이후 처음으로 상태창을 열었다.

“상태창 오픈.”

Lv.2 설용호

근력 25 민첩 25

재주 25 체력 25

행운 25 인지 25

매력 45

보유 특성.

-외모지상주의

-파천 복룡창

-일기당천

회귀 후, 처음 열어보는 상태창에 표시된 숫자를 읽자. 살짝 상실감이 찾아왔다.

비슷한 레벨의 다른 헌터와는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수치였지만….

“에휴우.”

내 기억 속, 회귀 전의 수치를 생각하자 한숨이 절로 비어져 나왔다.

다섯 자리에 육박했던 수치들이 두 자리로 뚝 떨어져 있는 모습에 상실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젠장. 이래서 되도록 상태창 확인을 안 하려고 했었는데 말이지….”

[뭐 잘못된 거라도 있느냐?]

어느새 구석에서 정신을 회복한 모양인지. 내 혼잣말을 들은 위철용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영문을 물어왔다.

“아뇨, 그냥 회귀 전 능력치가 생각나서요.”

[한심하기는. 사내놈이 그리 소심해서 어디 쓸데나 있겠느냐? 그따위 일로 궁상 떠느니 차라리 네놈의 그것이나 뚝 떼지 그러느냐.]

확실히 그새 정신을 회복하긴 한 모양인지. 시무룩했었던 그의 입에서 비웃음 섞인 이죽거림이 튀어나왔다.

“뭐, 어차피 레벨 오르면 다시 오르긴 하겠죠.”

위철용의 이죽거림에 기운이 살짝 돌아왔다.

“능력치보다는 특성이 문제긴 한데. 이것도 금방 다 다시 메꾸겠죠.”

능력치는 그렇다쳐도. 가장 큰 문제는 특성이 전부 사라졌다는 것.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끝없이 늘어져 있었던 보유 특성들은, 이제 꼴랑 세 개로 줄어있었다

“잠깐만. 세 개라고?”

보유 특성을 살펴본 순간, 이질적인 기분이 들었다.

분명 내가 특성 트리에 직접 투자해 습득한 특성은 두 개다.

그런데 세 개라니?

“외모지상주의…?”

자세히 살펴보니, 처음 보는 특성이 천연덕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다.

시스템 창을 조작해, 해당 특성을 확인하자, 입이 저절로 떡하니 벌어졌다.

「외모지상주의」

등급 : ??

효과 : 외모와 매력 수치가 극한값까지 보정됩니다.

※보정된 매력 수치는 인간형 생명체에게 치명적인 위력을 발휘합니다.

아무래도 회귀하면서 얻었던 특전이 잘생긴 외모를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아예 특성이 되어버린 모양이었다.

“…!”

황급히 상태창을 다시 확인해보니.

회귀 전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능력치인 ‘매력’이 새롭게 생겨있었다.

매력이라 명명된 새로운 능력치는, 특성에 적힌 대로 현재 레벨에서 최대로 찍을 수 있는 수치인 45까지 자동으로 보정되어 있었다.

[아무렴 성좌, 그것도 최상위급 성좌인 이 몸을 희생해 얻은 특전인데 그것이 평범한 것이겠느냐.]

당혹감에 뇌가 살짝 정지하여 멍하니 있는 내 귓속으로 위철용의 느물거리는 목소리가 파고 들어왔다.

최상급 성좌 어쩌고 운운하는 그의 말투는 묘한 자부심이 가득 차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특성까지 생겼을 줄은….”

[아무렴 성좌, 그것도 최상위급 성좌인 이 몸을 희생해 얻은 특전인데 그것이 평범한 것이겠느냐. 자세히 살펴 보거라.]

위철용의 말에 외모지상주의의 설명을 다시 읽어보는 순간, ‘인간형 생명체에게 치명적인 위력을 발휘합니다.’ 항목이 눈에 밟혔다.

“…그래서, 아까 고블린이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었나 보네요.”

[그래? 나는 그저 네놈의 외모가 고블린들에게도 통용되는 줄 알았다만.]

히쭉히쭉 웃으면서 농을 건네는 위철용의 말은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외모지상주의 특성의 설명을 읽으면 읽을수록, 희열이 차올랐다.

‘인간형’ 생명체에게 치명적인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

이러한 특성 때문에, 아까는 다소 불쾌한 경험을 하긴 했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것은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었다.

상위 게이트의 고위급 몬스터들은 대부분이 인간형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감안 해보면.

그 가능성은…

“엄청난데?”

고위급 몬스터들을 유혹해, 내 수족으로 부리는 상상을 하자.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그 정도라면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도 모든 것을 차지할 수 있겠어.

머릿속으로 뭉글뭉글 망상이 피어올랐다.

내 잘생긴 외모와 사기적인 외모지상주의 특성을 이용해.

몬스터와 인간들을 유혹해, 그들 위에 편하게 군림하는 모습!

노력도 필요없다. 고생도 필요없다. 그저 현혹된 인물들에게 모든 것을 시킬 뿐.

[갈!]

짙어지는 망상과 벅차오르는 희열에 경도되어 눈이 풀리려는 순간.

위철용의 사자후가 귓속을 파고 들어왔다.

[한심한 놈 같으니. 네놈은 그놈을 그리도 싫어하면서, 어찌 놈과 똑같은 생각을 품고 있느냐!]

그의 일갈에 망상의 늪으로 가라앉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위철용이 암시한 ‘그놈’의 행적이 떠오르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한세훈.”

[그래 이놈아, 외모와 특성에 취해 그것에만 의지한다면. 네놈 역시 그놈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느냐.]

꾸짖는 듯 엄격한 말투였지만, 위철용의 목소리엔 걱정이 은근히 묻어나왔다.

“젠장….”

위철용의 일갈에 주체할 수 없이 달아올랐던 희열이 싸늘하게 식었다.

하마터면 사기적인 특성에 취해 한세훈과 똑같은 인간으로 전락할 뻔했다.

놈의 가증스러운 얼굴과, 내 얼굴이 겹쳐지는 듯한 오싹한 기분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용할 수 있는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무인으로서 당연한 일이다만, 그것에 휘둘리는 것은 안 될 일이니라.]

그의 말에 처음 회귀했던 날, 다짐했었던 것들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래. 그때 한세훈과는 달라질 거라 그리 맹세했었는데. 고작 특성 설명 하나만으로 평정심을 잃어버리다니….

“후우. 다시는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걱정스럽게 이쪽을 바라보는 위철용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설명 몇 줄에 동요되어 잠시 흔들렸던 마음을 다시금 강하게 붙잡았다.

그래, 나는 한세훈과는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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