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기억이 나지 않아!]
멍하니 중얼거리는 위철용의 표정은 잔뜩 구겨져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못생긴 얼굴이 찌푸려지자, 사람(?)이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대단한 모습이 나왔다.
“그러니까, 천마신공이 기억나지 않으신다구요?”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란 말인가.
천마가 천마신공을 까먹어버렸다는 게 대체 무슨 소리야?
물고기가 헤엄치는 법을 망각했다는 소리쯤 되는 헛소리를 듣자.
어처구니가 사라졌다. 얼이 빠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천마신공은 본존을 상징하는 무공 그 자체다. 전대 천마를 쓰러뜨리고 천마의 위를 계승 받은 뒤로 억겁의 세월 동안 단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었거늘…]
잔뜩 얼굴을 찌푸린 채, 홀린 듯 혼잣말을 줄줄 늘어놓는 위철용의 낯빛이 점점 창백해졌다.
배후령의 녹빛 안색이 허옇게 질려, 이젠 연둣빛으로 보일 정도.
보아하니, 배후령에 빙의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했을 때보다 더욱 충격을 크게 먹은 것 같았다.
“기억이 흐릿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배후령에 빙의하여 제약이 생겼다거나….”
[머릿속이 흐릿한 정도가 아니야!]
깜짝이야.
위철용은 갑자기 신경질적으로 고함을 뺵 내질렀다.
그러고선 무언가를 자각한 듯. 신경질적으로 잔뜩 찌푸렸던 그의 표정이 이내 멍하게 변했다.
[…맙소사. 무공에 대한 기억 전체가 사라져버렸군. 마치 예리한 것으로 그 부분을 도려낸 것처럼 무공에 관련된 모든 기억이 소멸해버렸어….]
“…예?”
[천마신공 뿐만 아니라, 교의 각법. 조법. 검법. 권법. 진법 등등 무공에 대한 기억 자체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아….]
무공으로 신좌의 격에 오른 자가 무공을 전부 잊어버렸다니 이건 무슨.
이쯤 되면 물고기가 헤엄치는 법을 잊어버린 것과 동급 아닌가….
“맙소사….”
[이제 본존을 천마라고, 아니 애초에 ‘본존’라고 지칭할 수 있을지 의문까지 드는구나.]
시무룩하게 중얼거린 위철용의 얼굴이 아예 시꺼멓게 죽어버렸다.
****
“이제 어떻게 하시렵니까?”
[…마음 같아선 그냥 콱 소멸하고 싶은 기분이다. 도와주겠느냐?]
시무룩하게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있는 위철용의 모습은 상당히 안쓰러워 보였다.
퉁명스럽게 툭 내뱉은, 가시 돋은 말조차 영 맥아리가 없었다.
“제 일대기를 지켜보고 싶다 하지 않으셨어요?”
[무림인이 무공을 잊어버렸다는 게 무슨 뜻인지는 아느냐?]
위철용은 낮게 으르렁거렸다.
자그마한 배후령으로 전락했음에도 불구, 그의 으르렁거림에는 섬뜩한 기운이 어려있었다.
“어…. 그게….”
위철용의 지나칠 정도로 날선 반응에 우물쭈물하고 있자. 그는 긴 한숨을 내뱉었다.
[…됐다. 무공이 사라진 세상을 살아가는 네놈이 무얼 알겠느냐….]
“죄송합니다.”
내가 무공, 그러니까 스킬을 쓰는 것은 어디까지나, 특성트리에 각인된 것을 사용하는 것뿐이다.
자신 스스로의 노력으로 무공을 갈고 닦아 사용하는 무림인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을 수밖에….
[배후령이니 뭐시깽이니 하는 성좌들의 광대놀음에 속박되어 있어 소멸도, 성불도 하지 못한다는 게 원통하기만 하는군.]
시무룩하게 중얼거리는 위철용의 모습에 어째선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입맛이 썼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혹시 남이 그 뭐냐. 무공 펼치는 장면을 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불현듯 무협지나 영화에서 기억을 잃은 무림인이 남의 무공을 보고 기억을 되찾는 클리셰가 떠올랐다.
무공을 잃어버린 위철용 역시, 내가 무공. 그러니까 스킬을 쓰는 모습을 보면 뭔가 기억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었다.
[…….]
위철용은 말없이 얼굴을 무릎에 파묻은 채 쭈그려 앉아있었다.
이젠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하는 그의 힘없는 모습에, 손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꾸드득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신체단련용으로 구입해 뒀던, 바벨의 묵직한 바를 단단히 틀어쥐었다.
그리고선 다리를 살짝 벌려 기마자세를 취하고….
“파천 복룡창 제1식.”
일부러 과장될 정도로 스킬명을, 굳이 우렁차게 소리치듯 외쳤다.
“연포 쌍룡격!”
그러면서 스킬을 사용하자,
창을 쥔 손이 제멋대로 움직이며 특성 트리에 기억된 무인의 몸놀림을 재현시켰다.
파파팟!
순식간에 내질러지는 두 번의 일격!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두 번의 변화를 섞는 파천 복룡창의 첫 번째 초식이 펼쳐졌다.
재빠르게 움직이는 묵직한 쇠막대기가 허공에 묵직한 충격을 선사하였다.
“어떻습니까? 뭔가 기억나시는 게
[…….]
애써 스킬을 시전했음에도 불구.
어느새 고개를 들고 이쪽을 멍하니 바라보는 위철용의 눈빛은 흐릿하기만 했다.
“…그나저나 확실히 아직 투입한 특성 포인트가 낮아서 그런지. 쌍룡격이 최대네.”
파천 복룡창의 제1식 ‘연포’는 특성 포인트에 따라, 붙는 명칭이 달라진다.
지금은 쌍룡격, 그러니까 두 번 연타하는 것으로 그쳤지만,
회귀 전 시점에서 내 연포는 아홉 번 연타하는 것. 즉 구룡격까지 도달한 상태였었다.
그렇게 약해져 버린 스킬에 대해 푸념하는 사이….
[아니지. 아니야. 연포는 단순히 용 대가리를 늘린다고 능사가 아니야.]
침묵을 유지하던 위철용의 입에서 의외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예? 방금 뭐라고….”
[연포라는 것은 연타를 날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야. 현란한 변화를 섞어 넣어, 상대의 눈을 현혹시키는 것이 목적인 초식이다.]
홀린 듯 중얼거리는 위철용이 어느새 자세를 잡았다.
장난감 같은 작은 창을 쥔, 작달막한 몸이 완벽한 기수식을 취하더니….
-피슈슉!
그의 몸에서 파천 복룡창의 초식이 완벽하게 펼쳐졌다.
[쌍룡이든 구룡이든. 상대의 눈을 속이기만 하면 그만이니라.]
특성 트리의 배후령과 융합해서 그런 것일까?
한 번 말문이 트인 위철용의 설명은 굉장히 거침이 없었고, 묘한 설득력까지 내포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가 펼친 초식의 수준은 내가 스킬로 사용한 것과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파천 복룡창. 그거 본존이 예전에 배웠던 무공이다.]
“예?”
[신교에서 정식으로 천마의 후계가 되기 전까지, 교에서 본존의 별칭이 마창이었느니라.]
과거사를 말하는 위철용의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흐릿하게 죽었던 눈이 무인 특유의 자존심 섞인 광채를 되찾았다.
[삼류 무사에 불과했던 스승에게 사사 받았던 창술이다만…. 뭐, 본존이 무공에 보통 재능이 있어야지!]
자존심을 되찾다 못해. 이제는 잘난 과거사까지 말하며 으스대기까지 하는 위철용의 모습을 보자, 위화감이 강하게 들었다.
분명, 무공에 대한 기억을 전부 잃어버렸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 아니 분명히 무공에 대한 기억을 전부 잃어버리셨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러네?]
자신감으로 그득 찼었던 위철용의 표정이 다시 멍하게 변했다.
그의 얼굴에 가득 번진 멍한 기운은, 의구심으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어째선지 네놈이 파천 복룡창의 초식을 펼친 순간, 과거의 기억이 솟구치듯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과거의 기억이요?”
[무공에 관련된 모든 지식이 사라진 줄 알았는데. 파천 복룡창의 일 초식에 대한 기억과 지식만은 이상할 정도로 선명하군.]
위철용은 혼란스러운지 스스로 제 머리를 감싸 쥐었다.
[또렷해, 하급무사에 불과했던 본존의 스승. 그 늙은이의 재수 없는 얼굴까지 너무도 또렷해. 하지만 그것 외에 다른 것은 기억이 나질 않아. 파천 복룡창의 제2식은 뭐였지? 파천 복룡창의 근간이 되는 심법은 또 뭐였지?]
기묘했다.
혼란스러워하는 위철용의 혼잣말을 미뤄보건대 그는 파천 복룡창의 첫 번째 초식만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할 수 있다면, 파천 복룡창의 다른 초식도 한 번 보여줄 수 있겠느냐.]
“아직 배우진 않았지만, 한 번 해볼게요.”
아직 특성 포인트를 많이 투자하지 않아. 스킬창엔 파천 복룡창의 제1식만 등록되어 있었으나.
회귀 전의 기억에 따라 몸을 움직였다.
-피슛!
파천 복룡창의 제2식 독룡아가 펼쳐졌다.
짧은 파공음과 함께 철봉이 기묘한 각도로 꺾였다.
스킬로 펼쳐진 것이 아니라, 내력이 주입되진 않았지만.
회귀 전, 수천수만 번 써먹었던 기술이었기에 초식의 형태만큼은 완벽했다.
[아니야. 아니야. 이게 아니야.]
…아니. 완벽한 건 아닌가.
위철용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걸 봐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순간. 머릿속에서 기묘한 생각이 번뜩였다.
혹시, 내 특성 트리에 따라 위철용의 기억이 해금되는 건가?
이럴 땐, 직접 실험해보는 게 최고다.
50포인트를 탈탈 털어 VIP 상점에서 특성 포인트 물약을 구입한 뒤.
특성 트리를 열어 파천 복룡창 2단계에 포인트를 할당했다.
[…!]
포인트를 할당한 순간, 위철용의 몸이 벼락맞은 듯 부르르 떨렸다.
이어서, 위철용은 홀린 듯 몸을 움직였다.
-콰드드득
예상치 못한 경로로 파고들어 적의 사각을 물어뜯는 파천 복룡창의 절초가 펼쳐졌다.
[…파천 복룡창 제2식 독룡아.]
보아하니, 정말로 특성 트리에 포인트를 할당하자마자 기억이 돌아온 것 같았다.
[기억이 또 떠올랐다. 배가 고파, 스승의 주먹밥을 몰래 훔쳤다가 실전 경험을 빙자해 독룡아로 하루 온종일 얻어맞았던 기억까지 선명하게 떠오르는군.]
“역시. 제 추측이 맞았네요.”
[네놈의 추측…?]
“아마도, 배후령과 융합하셔서 제 특성 트리에 영향을 받으시나 봐요. 실은, 조금 전 특성 포인트 물약 구입해서 특성을 새로 찍었거든요.”
[그래서 갑자기 파천 복룡창에 대한 기억이 새로이 떠올랐다. 이거군….]
위철용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 작은 배후령의 몸에서 섬뜩한 기운이 줄기줄기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체 이게 무슨 광대놀음이란 말이냐!]
한참을 그렇게 성을 내던 위철용의 표정이 다시 시무룩해졌다.
[이렇게 비참한 꼴이 되어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거늘.]
시무룩해졌던 표정이 이제는 비 맞은 강아지처럼 애처롭게 변했다.
그 표정을 보자 내 마음 역시 편치 않았다.
“그래도, 무공에 대한 기억을 되찾는 방법을 찾아냈으니, 제가 열심히 하면 기억을 전부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아서라. 본존이 지금부터 무공을 새로이 익히는 것이 더 빠를 것이야.]
그 말에 순간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그래, 명색이 천마인데 내 스킬. 아니 무공하나 봐주지 못할까!
“그렇다면, 아예 제 스키ㄹ, 아니, 무공을 도와주시는 건 어떻습니까?”
[뭐?]
“그쪽에서 제 무공을 봐주신다면. 저도 빠르게 강해지고. 기억도 빠르게 돌아오지 않겠습니까.”
나를 바라보는 위철용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젠장. 이번엔 마음 편히 경극을 감상할 수 있나 싶었는데.]
투덜거리는 그의 표정에선 어째선지 묘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
튜토리얼 타워에서 귀환하지도 어느새 이틀이나 지났다.
여느 헌터들이 다 그렇듯.
이틀 동안 죽은 듯 숙면을 취하니, 협회에서 공문이 도착했다.
[그건 또 무엇이더냐.]
“이틀 전에 튜토리얼 타워에서 헌터 시험 쳤다고 했었잖아요? 이게 그 결과물입죠.”
으스대듯 위철용에게 배달받은 서류 봉투를 흔들자, 그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아, 튜토리얼 타워…. 기억나는군.]
무엇이 기억났는지, 위철용의 작달막한 눈꼬리가 기묘하게 휘었다.
[어떤 성좌에게도 인정받지 못해 시무룩허니 울상을 짓고 있던 불쌍한 머저리 한 명이 기억나는데 말이지….]
“…다른 건 다 잊어먹으셨다면서 쓸데없는 건 다 기억하시네.”
어느 정도 정신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는지,
위철용은 어제부터 짓궂은 농담을 계속해서 던져댔다.
위철용이 정신을 다시 붙잡은 건 다행이다만.
그 짓궂은 농담에 피격당하는 건 이쪽이라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란 말이지.
뭣이 그리도 재밌는지 계속 킬킬 웃는 위철용을 애써 무시한 채,
배달받은 서류봉투를 손으로 부욱 찢었다.
“S급.”
예상은 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괜히 입가가 씰룩였다.
화려하게 금박이 입혀진 성적표에 큼지막하게 적혀있는 나의 헌터 등급은 역시나 S급이었다.
길드 헤드헌터들의 눈에 들기 위해, 또 놈들의 고유 특성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
성적표에는 ‘역대급’ 이라느니, ‘사상 최초’ 등등 각종 구구절절한 미사여구와 나에 대한 칭송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역대급 유망주로 선정되어 헌터 역사상 최초로 정부에서 접선할 예정이라.….”
대놓고 정부 소속의 헌터 협회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빤히 보여, 씰룩이던 입고리가 뒤틀어졌다.
“웃기고 있군.”
[네놈이야말로 웃기고 있군. 그런 일로 불쾌해할 것이었으면 뭐하러 그렇게 주목받을 짓을 저질렀었느냐?]
위철용이 내 말을 따라하며 조소를 지었다.
비웃음이 가득한 그의 얼굴엔, 어째선지 약간의 불만이 언뜻 내비쳤다.
“다시 태백 길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길드 헤드헌터의 눈에 띄어야 하니까요.”
위철용에게 대꾸하는 사이, 잊어먹었던 것이 퍼뜩 떠올랐다.
맞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이 양반이랑 노느라. 스마트폰 확인을 하지 않았었군.
[다시?]
“태백 길드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크고 강하니까. 기왕 길드에 들어갈 거 다시 한 번 태백 길드 들어가는 게 좋죠.”
위철용의 질문에 건성으로 대답하며, 쌓아둔 빨랫감을 뒤져 스마트폰을 찾았다.
귀찮아서 대충 방치해둔 통에 빨래통에선 퀴퀴한 사내냄새, 비릿한 피 냄새가 얼얼하게 풍겨왔다.
“역시.”
오랫동안 방치해둔 스마트폰은 말 그대로 불이 나 있었다.
찍혀있는 부재중 전화는 무려 85통!
아직 확인하지 않은 문자의 수는 300통 이상!
모조리 각종 길드의 헤드헌터들이 보내온 러브콜이었다.
[재수 없게 웃는 것이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느냐?]
“예상은 했지만, 역시 많은 길드에서 접촉해와서요.”
[쯧쯧. 패도의 길은 혼자서 걸어야 하는 것이거늘….]
“에이, 그래도 기왕이면 이용해먹을 수 있는 건 다 이용해먹는 게 좋죠. 뭘.”
[…본존이 네놈이었다면, 아마 그 태백 길드의 수뇌인가 뭔가 하는 놈들과 다시 만나는 즉시 골통을 죄다 빠개놨을 게다.]
위철용은 분개한 듯한 표정으로 자그마한 주먹을 허공에 붕붕 휘둘렀다.
[배알이 없어도 정도가 있어야지, 등신 새끼도 아니고 그걸 그렇게 다 뺏기고도 또 고놈들이랑 접촉하겠다니!]
회귀 전, 길드 상부의 판단 하에 한세훈에게 모든 것을 뺴앗겼던 기억이 떠올랐다.
…계속 위철용이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가 그거였나.
회귀 전에 성좌로서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보았을 테니, 길드 수뇌부에게 모든 것을 빼앗겼던 것도 전부 보고 있었겠지….
위철용의 마음씀씀이에 괜히 마음이 울컥해졌다.
“에이. 그때와는 다르죠.”
위철용의 걱정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나는 그를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다르다고?]
위철용은 걱정 섞인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미심쩍게 되물었다.
그래, 이번에도 협상 테이블에 질질 끌려 다니며 모든 것을 빼앗기는 것은 이쪽에서도 이젠 지긋지긋한 일이다.
“이번에는 칼자루를 제가 쥐고 있거든요.”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있는 태백 길드 수뇌들의 치부를 생각하며, 나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