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눈앞을 가렸던 빛무리가 사라지자. 3층의 어두컴컴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2층이 어딘가의 광활한 생태계를 그대로 뚝 떼어온 것 같이 꾸며졌다면.
3층은 어딘지 음침한 기운이 물씬 풍기는 고대 그리스풍의 신전처럼 꾸며져 있었다.
2단계 시험에서 합격한 수험생들은 기하학적인 문양이 새겨져 있는 신전 앞 광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야, 어디서 닭장 냄새 안 나냐?”
“으윽 썅! 이게 무슨 냄새야.”
적당히 인적이 드문 곳에 앉아, 몸을 쉬려고 하니.
피켈들의 피와 살점을 흠뻑 뒤집어써서 그런가, 주변의 수험생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아니 좀 씻고…. 어어… 음.”
내게 뭐라 톡 쏘아, 붙이려던 수험생도 있었지만,
전신이 피와 노릿한 기름 덩어리로 뒤덮인 내 모습이 차마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내뿜기 때문인지.
격분한 표정으로 내게 접근한 수험생들조차,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세상에, 무슨 외모가 저렇게 섹시할 수가 있어?”
“냄새도 맡다 보니 참을 만, 아니 맡을 만한데? 사내다움이 물씬 풍기는 냄새야!”
…그쪽이었나.
어째선지, 사내놈들조차 얼굴을 붉힌 채 쑥덕거리고 있는 것이 영 기분이 개운치는 않았다.
아니, 것보다. 아까는 무슨 닭장 냄새난다며?
“…….”
그렇게 어색한 침묵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려니….
「지금부터 수험생 여러분의 시스템 메뉴가 개방됩니다.」
「다음 메뉴가 우선적으로 개방되었습니다. ‘상태창’. ‘포인트 숍’」
「자세한 설명을 들으시려면…」
별안간 메시지창에 반가운 내용이 공지되었다.
“상태창 오픈!”
메시지가 다 올라오기도 전에, 수험생들은 다 같이 약속이나 한 듯 크게 소리쳤다.
다들 헌터의 상징 ‘상태창’을 가졌다는 사실에 흥분했겠지만.
사실, 특성 트리를 갖기 전까진 상태창은 큰 의미가 없다.
특성 트리를 열기 전까지는 잠겨있는 슬롯들이 너무 많아서 봐 봤자 갑갑하기만 하거든.
다른 수험생들이 난생처음 상태창을 개방하고, 그것에 신기해하며 꺄르륵 거리는 사이.
“포인트 숍 오픈..”
나는 조용히 포인트 숍을 열었다.
「사용자 설용호님, 포인트 숍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나직하게 포인트 숍을 외친 그 순간, 왼쪽 눈 아래에 반투명한 화면이 떠올랐다.
「어서 오십시오. 무엇을 도와드릴깝쇼?”
풍채 좋아 보이는 보랏빛 피부의 남성 요정이 꾸벅 인사하는 모습과 함께
마치 구식 온라인 게임의 그것과 같은 상점 인터페이스.
상태창과 더불어, 헌터들이 헌터답게 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이 포인트 숍이다.
성좌들에게 후원받은 존재력, 몬스터들을 사냥해 얻은 정수, 업적을 달성해 얻는 업적점수 등등
헌터들이 얻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포인트로 변환하는 곳이기도 했다.
“정수 – 포인트 환전.”
「정수 - 포인트 환전입니다. 설용호 님께서 획득하신 정수는 총 [132] 개입니다. 모두 포인트로 환전하시겠습니까?」
“환전.”
「감사합니다. 총 [132] 포인트가 적립되었습니다.」
우선 피켈들을 때려잡고 얻은 정수들을 모조리 포인트로 환전하였다.
아무리 피켈 퀸을 잡기 위해, 눈에 보이는 피켈들을 다 때려잡았다곤 하지만, 정수 132개는 좀 심각하게 많긴 하네.
평균적으로 튜토리얼 존에서 포인트 숍을 이용하는 이들의 정수 보유 수가 평균 5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보유하고 있는 포인트의 양은 1레벨 치곤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능력치 구입 최대치.”
「감사합니다.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포인트 사용의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은 ‘능력치 상승.’이다.
각 레벨에 따라 올릴 수 있는, 능력치는 최대치가 존재하며.
레벨 업을 할 경우, 최대치 역시 조금 조금씩 늘어난다.
지금 내 레벨이 1이니까. 아마도…. 최대치가 25였던가?
「올릴 수 있는 모든 능력치가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해당 과정에서 소비된 포인트 [59]」
「설용호 님께 남아있는 잔여 포인트는 [73] 입니다.」
생각보다 이 육신의 기본 능력치가 대단한 것인지,
모든 스탯을 25로 맞추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그렇게까지 비싸지 않았다.
“저, 저 사람 방금 몇 번이나 번쩍 거린 거야?”
“미 미친 거 아냐? 정수를 대체 몇 개나 먹었다고, 튜토리얼 타워에서 저런 광휘를…!.”
의도치는 않았지만, 주변의 이목이 크게 집중되었다.
“우와. 어떻게 그렇게 많이 잡으셨어요?”
“어디 아카데미 소속이시죠? 저는 태백 길드에서 후원하는 금강 아카데미 출신인데….”
닭장 냄새 운운하며 배척할 땐 언제고, 사람들의 반응이 크게 변해버렸다.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보기 위해, 접근하는 자.
대담하게도 은근슬쩍 팔짱까지 끼려고 시도하는 인물 또한 존재하였다.
“괜찮습니다.”
화사한 미소, 유려한 손놀림, 부드러운 말투!
“스스로 도전하고 있거든요. 마음만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세훈의 격언을 살려, 매몰차게 거절하는 대신,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완곡한 거절을 표했다.
“으어.. 으어어어 저, 저기”
이런 것은 예상치 못했는지, 내게 접근한 이들의 얼굴이 잘 익은 홍시처럼 발갛게 변했다.
“응원 감사합니다. 그럼!”
그들을 지나친 뒤, 3단계 시험장 쪽으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
「지금부터 튜토리얼 3단계 시험을 개시합니다.」
「동료들과 미로를 헤쳐나가십시오.]
3단계 시험은 1단계, 2단계 시험에 비하면 훨씬 간단한 것이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저…. 아, 안녕하세요?”
얼굴이 잔뜩 새빨개진 채, 말조차 제대로 못 하는, 수수한 인상의 젊은 여인.
“…….”
그리고 부담스러운 눈으로 말없이 나를 바라보는 양소혜까지.
문제는 3단계 시험의 주제가 ‘협력’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무작위로 편성된 인원들 세 명이 조를 짠 뒤.
앞에 보이는 신전 지하 속 깊은 곳까지 도달하면 끝.
“반갑습니다. 설용호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나는 따뜻한 미소를 가볍게 품은 채, 온화하면서도 보드라운 목소리로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바, 반갑, 바, 반갑 이, 이세영이에요!”
수수한 인상의 여인, 이세영은 심장에 부담이라도 간 듯,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양소혜.”
역시, 모든 것을 외모보단 실력으로 판단하는지, 양소혜는 짧게 대답한 뒤.
뭔가 흥미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듯한 눈초리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 여자가 갑자기 왜 이래?
****
“그쪽이에요!”
-콰드드득
앞서 말했던 것처럼 3단계 시험의 내용은 굉장히 간단한 것이다
조원들과 협력하여 어떻게든 한 시간 내에 던전 끝 보상 방에 도달하는 것.
보상 방에 모두 들어갈 때까지, 단 한 명이라도 낙오된다던가 하면 바로 실격.
하다못해 도중에 동료가 사망했으면, 그의 시체라도 가져가야 실격을 면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키키이이익!》
미궁의 주력 몬스터이자, 성질 더러운 원숭이처럼 생긴 몬스터 ‘바분’.
실제 개코원숭이와 굉장히 흡사하게 생긴 데다. 이름까지 똑같지만.
놈들의 교활함과 위험성은 개코원숭이 따위에게 비할 바가 아니었다.
교묘하게 사각을 노리며 달려드는 원숭이 놈들에게 뜨거운 몽둥이맛을 선사해줬다.
“…….”
절제된 동작! 유려한 몸놀림!
아직 특성 트리를 개화하지 않았을 텐데도, 양소혜는 놀라운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뻐억! 뻐어억!
《케키키킥!》
번들거리는 나무 창이 군더더기 없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바분의 머리를 후려쳤다.
움직임은 간결했으나, 창에 실린 힘이 어찌나 대단했는지, 나무 창이 놈들의 머리에 작렬할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이번엔 이쪽이에요.”
이세영 역시 괜히 3단계까지 도달한 몸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꽤 쓸만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목검을 귀신같이 놀리는 솜씨야 그렇다 쳐도.
함정을 미리 예지하고, 그것을 파훼하는 능력.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미로 속에서도 정확하게 맞는 방향을 찾아내는 능력까지!
그녀는 의외로 굉장히 유능한 길잡이 꾼이었다.
…이 정도 인재가 알려지지 않았다니, 대체 무슨 일이지?
나를 볼 때마다, 얼굴을 붉히며 손발이 어지러워져서 그렇지.
이셰영 정도의 실력이면, 충분히 A급 이상을 받고도 남을 실력이다.
“…위험.”
-빠각!
이세영이란 헌터에 대해 기억을 뒤져보는 사이, 바분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몽둥이를 휘둘러 놈의 공격을 가볍게 흘리려는 찰나.
양소혜가 내게 달려든 바분의 목젖을 강하게 후려쳤다
-쿠당탕
바분의 큼직한 몸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아아, 감사합니….”
“흥.”
감사를 표하는 것도 무색하게, 양소혜는 흥 하는 콧방귀와 함께 고개를 돌려버렸다.
내가 바분들을 쓰러뜨리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녀는 어째선지 영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이었다.
“여, 여기만 넘어가면 이제 마지막 방일 것 같아요!”
상기된 얼굴, 더듬거리는 말투.
한참 바분들을 죽여가며 길을 뚫는 사이, 이세영이 수줍은 얼굴로 다가와, 세 번째 시험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노라 알려왔다.
“감사합니다. 길잡이 솜씨가 제법이신데요?”
“벼, 별말씀을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이세영에게 칭찬을 건네자, 이세영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빨갛게 달아올랐다.
“세영 씨는 어디 아카데미 소속이라 하셨죠?”
“아, 아빠한테 배웠어요. 아카데미는 딱히….”
아버지가 헌터라고?
지금 대격변이 시작되어, 몬스터와 헌터들이 성좌 등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의 일이다.
지금 시점에, 이세영만 한 나이대의 딸을 가질 정도의 베테랑 헌터는 아마….
“이진욱이라고. 혹시 아실지는 모르겠는데.”
“…이진욱?!”
예상치 못한 이름에 옆에서 묵묵히 바분을 학살하던 양소혜마저 움찔 반응을 보일 만큼.
이세영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진욱’이란 이름이 가진 무게는 그야말로 엄청난 것이었다.
건곤 길드의 ‘익살꾼’ 이진욱!
비록 SS 랭크까진 도달하지 못했지만, 애초에 그는 무력으로 유명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바로, 천부적인 ‘길 찾기’ 능력!
어떤 게이트에서든 완벽에 가까운 길을 찾아내는 능력을 지닌 것이 바로 그 이진욱이었기에.
건곤 길드에서도 특별한 대우를 받는 거물 중의 거물인데….
이 아가씨가 그 이진욱의 딸이라고?
“익살꾼을 아버지로 두셨다니….”
고개를 푹 숙인 채, 쑥스러운 듯 헤헤 웃는 이세영을 보며, 나는 날카롭게 눈을 빛냈다.
이거, 제법 유용한 인연을 만들어 둘 수 있겠어.
****
“도착했어요. 여기가 바로 종점이랍니다!”
구석에 거대한 제단이 놓여있는 널찍한 방.
마침내 우린 3층 시험의 끝을 알리는 공간에 도착했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제단 위의 구슬을 세 명이 들어 올리는 것뿐!
“자, 그럼 이제 이것을 들기만 하면…! 꺄악!”
-뻐어어억!
해맑은 표정으로 제단으로 달려가려던 이세영이 별안간 복부를 얻어맞고 벌렁 넘어졌다.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그녀의 가녀린 몸이 순간 반으로 접혔다. 입에선 신물이 왈칵 넘어왔다.
범인은 바로 양소혜, 그녀는 냉막한 표정으로 내지른 창을 회수했다.
“소혜 씨? 이게 대체 무슨!”
쓰러진 이세영 앞을 가로막으며, 다급하게 외치자.
“…이대로는 납득 못해. 나랑 싸워.”
도무지 의도를 알 수 없는 4차원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양소혜는 창을 꼬나 쥔 채, 냉기가 풀풀 날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나를 노려보았다.
“아니, 다 끝난 판인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세영씨는 왜 공격했어요!”
“갑자기 공격한 건 미안해, 근데 방해돼. 네 진짜 실력을 보고 싶어.”
…몇 번을 들어도, 어딘가 사회성이 심각하게 결핍된 것 같은 말투다.
“아니, 무슨 영문 모를 소리를… 크읏!”
-피슛!
양소혜는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다는 듯, 다짜고짜 창으로 공격 해왔다.
그녀 특유의 빠르고 군더더기 없는 공격이 내 머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카가각!
제법 훌륭한 공격이긴 하다만, 내게는 별 소용이 없었다.
손에 쥔 몽둥이를 슬쩍 들어 올리는 것으로 그녀의 맹공을 가볍게 흘려보냈다.
“…역시 강해.”
어딘지 비틀린 듯한 목소리, 묘하게 환희에 찬 표정.
양소혜의 눈에서 싸움에 대한, 순수한 열기. 아니 광기에 가까운 욕망이 타올랐다.
그래, 이런 여자였지. 양소혜는!
“피켈 사냥할 때 봤어, 그때 그 실력대로 붙어!”
어차피 정상적인 대화 따윈 통하지 않는 상대다.
지금, 그녀가 원하는 답은 단 하나! 그녀를 정면에서 박살 내주는 것!
그렇지 않아도 세 번째 시험 때문에 지루해 죽겠는데 별 시답지 않은 것이 덤벼들고 말이야.
“나랑 붙….”
양소혜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콰앙!
능력치를 올려 한층 상해진 근력이 괴력을 발휘했다.
힘을 주어 도약했을 뿐인데, 미로의 단단한 돌바닥이 쩍 갈라졌다.
양소혜가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내 신형은 이미 그녀 앞에 서 있는 상태였다.
“…빨라,”
멍하니 중얼거리는 양소혜를 바라보며. 나는 하얗게 웃었다.
양팔의 근육이 무섭게 부풀어 올랐다.
****
“저기….”
어느새 의식을 되찾은 이세영이 내게 쭈뼛쭈뼛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분 죽은 건 아니겠죠?”
나는 그런 이세영을 빤히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바닥에 대자로 뻗은 채로 축 늘어진 양소혜는 얼핏 보기엔 단순한 시체처럼 보였다.
“…안 죽었어.”
“흐꺄아악!”
시체(?)에서 흘러나온 끙끙거리는 목소리에 깜짝 놀란 이세영이 새된 비명을 질렀다.
진심으로 놀란 모양인지,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허옇게 질려버렸다.
“어, 어째서 이런 일이….”
“뭐, 별거 있습니까. 대련이죠. 대련.”
“…대련 맞아. 조금 전엔 갑자기 공격해서 미안했어.”
사람을 반쯤 초주검으로 만들어놓고 태연하게 대련을 입에 담는 나와 초주검이 된 상태에서도 태연하게 대련이라 말하는 양소혜의 모습에 이세영의 얼굴이, 질렸다는 듯 핼쑥해졌다.
“설용호. 강해. 내가 졌어.”
만신창이가 된 채, 누운 상태로도 할 말은 하는 양소혜의 모습에, 어쩐지 쓴웃음이 지어졌다.
정말이지, 그때 그녀가 없었다는 게 아쉬울 정도라니까.
“뭐, 이제 두 분 다 정신을 차린 것 같으니…. 이제 시험을 끝내보시겠습니까?”
상념을 접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제단 위에 놓인 구슬을 가리켰다.
이세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양소혜 역시 누운 상태로 고개를 까닥거렸다.
“저기, 세영 씨? 이 사람 좀 부축해주시겠어요?”
“으아…. 예, 예에 제가 부축할게요.”
아무리 사과를 했기로서니, 자기를 한 번 기습한 사람이기 때문인지. 이세영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양소혜를 부축했다.
그녀들과 함께 거대한 제단의 중앙에 올라, 가운데 놓인 구슬에 손을 갖다 대니….
「축하합니다. 3단계 시험에 통과하셨습니다.」
「동료들과 보상을 분배해주십시오.」
시스템 창에 요란하게 완료 메시지가 떴다.
뭐, 물론 아직 완벽하게 끝난 건 아니지만 말이지….
보상 분배.
3단계 시험의 가장 중요한, 마지막 단계다.
포인트 숍에서 환산 시, 총 40포인트의 값어치나 나가는 구슬을 조원들끼리 분배하는 것.
분배의 순간이 도래하자, 이세영은 어딘지 불안한 표정으로 나와 양소혜를 바라보았다.
“그냥 세영 씨가 통째로 꿀꺽하세요.”
이세영의 마치 먹이를 사수하려는 듯한 햄스터 같은 표정에 가벼운 미소와 함께 생각해뒀던 내용을 말했다.
“예?”
이세영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를 바라보았다.
“뭐, 이 양반은 세영 씨를 기습했으니, 면목도 없을 거고. 저는 딱히 필요가 없어서요.”
내 말에 양소혜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세영이 다 가져. 나도 필요 없어.”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들은 이세영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아, 아무리 그래도….”
“가지세요.”
우물쭈물하는 이세영의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다. 아예 구슬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
“으으…. 아으으… 가, 감사합니다.”
소중하게 구슬을 품에 꼬옥 끌어안는 이세영을 바라보자.
그제서야 시스템 창에 기다리고 있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위업 [양보의 미덕] 달성!」
「칭호 [욕심 없는 적선]가 수여됩니다.」
「칭호 보상 - 카르마가 올랐습니다. 성향이 질서에 가까워집니다. [카르마 +150]」
「최초 위업 달성 보상!」
「최초로 위업 [양보의 미덕]을 달성하여, 추가적인 보상이 제공됩니다.]」
「특성 트리에 고유 특성 [위대한 헌신]이 추가됩니다.」
「특성 트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특성 트리 선택 후 보상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이세영의 모습과.
주르륵 올라오는 시스템 메시지를 번갈아 바라보며 나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래, 또 하나 얻었다!
한세훈의 애첩 장희주! 네년의 고유 특성은 이번엔 내가 유용하게 써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