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헌터 잘생겼다!-5화 (5/309)

제5화

「1단계 시험이 종료되었습니다.」

「무기를 손에 넣으신 수험생 분들은 5분 뒤, 자동으로 2층으로 이동합니다.」

모든 무기가 수험생들에게 쥐어졌는지. 1단계 시험의 끝을 알리는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오른쪽 눈에 떠 있는 시스템 창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시선을 슬쩍 아래로 내렸다.

성한 구석 하나 없이 완전히 박살 난 채, 바닥을 벅벅 기고 있는 마흔 명의 사내들.

감히 겁도 없이 내게 맨손으로 덤벼든 놈들의 참혹한 말로였다.

“우히익! 힉!”

“으허헉! 허헉!”

놈들은 내 서늘한 눈길이 닿을 때마다, 기묘한 신음을 내며, 급살맞은 듯 몸을 바르르 떨었다.

실시간으로 튜토리얼 타워 내부 사정을 지켜 보고 있을 길드 인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자, 손을 좀 과하게 쓰긴 했는데….

「훈련용 목검(S급)」

「벼락 맞은 참나무로 제작된, 신화적인 목검이다.」

「공격력 + 25]

「내구도 9/10」

「훈련용 나무 창(S급)」

「벼락 맞은 오동나무로 제작된, 신화적인 나무 창이다.」

「공격력 + 15]

「내구도 14/15」

“…조금 과했나.”

문제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에 치중하다 보니….

덤벼드는 놈들을 모조리 박살 내놓느라, 무기의 내구도를 너무 막 써버렸다는 것.

내구도….

튜토리얼 타워 1층에서 획득할 수 있는 모든 무기에게 부여된 개념이다.

무기를 정확히 스무 번 휘두를 경우. 무기의 내구도 수치는 1씩 깎여 나간다.

이렇게 소모된 무기의 내구도는 어떤 방법으로든 수복할 수 없기에, 튜토리얼 타워에선 무기의 내구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뭐, 그래도 S급 세 자루면 놈을 상대하는 데 부족함은 없겠지….”

아쉬운 마음을 접어두고 시스템 창을 닫았다.

엉망으로 망가진 채, 이제는 지린내까지 풍기는 놈들에게서 눈을 돌리자.

넓디넓은 광장 여기저기에 수험생들이 풀썩 주저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1차 시험 특성상, 무기를 들고 있는 이들은 모두 목표였기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수험생들은 하나같이 지독한 혈투를 겪은 모습이었다

거기에, 피라미드형 장식장의 계단에 주저앉아 있는 이들은 한술 더 떴다.

피라미드 상부의 높은 등급의 무기를 얻기 위해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그곳에 쓰러져 있는 인원들의 숫자는 다른 곳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멍청하긴.”

눈에 잘 띄는 피라미드형 장식장의 상층부에, 화려한 외형의 고오급 무기를 배치함으로써

욕심이 있는 자, 실력이 있는 자들은 상단의 A급, S급에 끌리게 만들어 서로 상잔하게 만들고

평범하거나, 제 분수를 잘 아는 자들은 B급 C급을 노리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1단계 시험을 고안해 낸 이의 교묘한 의도다.

고등급 무기의 화려한 외형만 봐서는 무기의 등급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무기의 등급 자체는 그렇게까지 큰 의미가 없다.

목검의 경우, S등급과 C급 무기의 공격력 차이는 고작 8에 불과하기에

운 좋게 고등급 무기를 손에 넣은 얼뜨기가 운 나쁘게 하급 무기를 손에 넣은 고수를 이겨 먹는 일 따윈, 절대 일어나지 않지.

그나마 내구도 정도가 각 등급별로 유의미한 차이를 내긴 한다만.

그것마저도 나처럼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은 이상.

솔직히 C급 무기로도 내구도 관리만 잘하면 충분히 튜토리얼을 클리어 하고도 남는다.

만신창이가 된 채, 피라미드에 걸터앉아 승리의 포효를 내지르는 수험생들을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으려니.

「축하합니다. 첫 번째 시험에 합격하셨습니다.」

「2층으로 이동합니다.」

어느새 내 몸 위로 빛무리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

-파스스스

시야를 가득 메웠던 빛무리가 사라지자, 2층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게 펼쳐진, 푸르른 초원.

초원에 뒤지지 않을 만큼 끝없이 펼쳐진, 녹음으로 우거진 숲.

초원과 숲 사이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널따란 강까지.

탑 내부라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풍경이었다.

초원 초입의 드넓은 공터에는 1차 시험을 통과한 수험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튜토리얼 타워 2층의 전경에 놀랐는지, 수험생 모두 어딘가 잔뜩 격양된 상태였다.

「앞으로 1시간 뒤, 2단계 시험이 시작됩니다.」

이윽고 휴식시간을 알리는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걸터앉자. 주변 수험생들의 말소리가 두런두런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야, 저 사람도 1단계를 통과했나 봐!”

“세상에 저런 외모로 헌터를 한다고?”

내 외모를 가십거리로 삼아, 자신의 긴장을 풀 요량인지.

괴이쩍게도 주변 수험생들의 대화 주제는 전부 나의 외모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우두둑

그렇게 떠들거나 말거나. 나는 그들의 수군거림을 음악 삼아 가볍게 몸을 풀었다.

회귀 전에도 특출나게 못생긴 외모로 가십거리가 되었던 터라, 딱히 새삼스러운 기분은 아니었다.

“저, 저기….”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 회차에선 얼굴을 수줍게 붉힌 채, 내게 찾아와 몸을 베베 꼬는 수험생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지만.

한세훈이 입버릇처럼 떠들었던 말. ‘외모에 혹해 접근하는 이들을 괜히 적으로 돌려봤자, 좋을 것 없다.’를 적극적으로 실천하여.

겉으로는 가벼운 미소와 함께, 접근해오는 애송이들에게 부드러운 거절 의사를.

속으로는 쓴웃음을 지으며 철없는 애송이들에 대한 한탄을 뇌까렸다.

그렇게 몰려드는 이들에게 부드러운 거절 의사를 밝히고 있던 찰나.

“…!”

멀지 않은 곳에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화려한 흰색 호랑이가 그려진, 검정 무복을 입고 있는 여인.

회귀 전에도 나와 면식이 있었던 인물이었다.

남부연합의 암호랑이 양소혜.

비록 부상으로 인해 최후의 공격대엔 참가하지 못했지만.

그녀도 SS급 헌터이자, 남부연합의 여걸로 이름이 높은 강자였다.

회귀 전엔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그녀도 나와 같은 날 시험을 쳤었나 보군

“후우우.”

양소혜는 널직한 돌 위에 걸터앉아, 가부좌를 튼 채, 차분하게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기억에 남은 모습보다 훨씬 앳되어 보이긴 했지만.

얇은 입술을 굳게 깨문 그녀의 얼굴에서 내가 아는 여걸의 모습이 언뜻 내비쳤다.

양소혜가 있었다면, 최후의 공격대는 좀 다른 결말을 맞이했을까?

내가 기억하는 그녀는, 한세훈의 빛나는 외모 따위에 혹할 사람이 아니었다.

야만적인 헌터 길드, 남부연합의 우두머리답게 양소혜는 외모보단 철저히 개개인의 실력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했었다.

「지금부터 튜토리얼 2단계 시험을 개시합니다.」

「몬스터를 사냥해 놈들의 정수를 손에 넣으십시오. 0/5.」

그녀를 보고 과거의 추억에 젖어있을 찰나.

오른쪽 눈 아래의 시스템 창에서 2단계 시험을 알리는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좋은 자리 잡으려면 어서 뛰어엇!”

다급한 표정으로 하나둘씩 뛰어가는 수험생들의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

시스템 창에 표기되었듯이 2단계 시험 내용은 2층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을 사냥해 정수를 다섯 개 이상 구하는 것이다.

정수.

몬스터의 마력이 체내에 쌓여 만들어진, 일종의 마력핵과 같은 물건이다.

어떤 몬스터든 일단 살해하기만 하면, 놈들의 체내에서 추출할 수 있는 물건이지.

정수를 추출해, 그 안에 담긴 마력으로 헌터들은 포인트를 구입한다던지, 아이템을 강화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활용하곤 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정수를 추출할 때. 자칫하면 박살나기 십상이라는 것!

몬스터마다 축척해온 정수의 농도가 다르기 때문에 기껏 놈들을 살해하는데 성공한다 한들.

정수를 100% 확률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삐이이익!]

그중에서도 특히 악명이 높은 몬스터가 바로, 노란색 조류형 몬스터인 ‘피켈’

놈은 드넓은 2층 필드의 초원 지역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병아리와 같은 외형의 몬스터다.

작고 귀여워 보이는 외모와는 반대로,

성격이 흉폭하고, 몸놀림이 날렵한 데다. 뗴로 몰려다니는 골치 아픈 특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뭣보다 쓸데없이 몸이 연약하여 정수를 X랄 맞게 주지 않기로 유명한 놈이다.

오죽하면 헌터 아카데미에서조차 피켈을 노릴 바엔, 차라리 중위 몬스터인 오크를 노리라고 조언해줄까.

때문에, ‘정상적인’ 수험생이라면 마땅히 피켈을 피해가는 것이 옳다만….

나는 지금 피켈을, 그것도 피켈들의 우두머리인 피켈 퀸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피켈 퀸.

회귀 전, 놈의 존재가 확인된 것은 지금 시점에서 앞으로 5년 뒤의 일이다.

3년 동안, 매년 마다 피켈에게 무모한 도전을 했다가 시험에서 낙방해왔던 사나이가.

피맺힌 원한을 풀기 위해. 열둘의 동료를 모아 피켈의 둥지에 쳐들어갔다가 목격했다는 것이 최초의 목격담.

그는 동료들과 함께 피켈의 둥지에서 놈과 피 튀기는 혈투를 벌였고. 열 한명의 동료들이 모두 희생해서야. 겨우겨우 놈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내가 아는 SS급 랭커, ‘투신’ 김두식의 일화.

김두식은 피켈 퀸을 쓰러뜨렸고, 그 업적으로 고유 특성 스킬을 획득하여 전설이 되었다.

《삐이이익! 삐이이이》

수많은 피켈 무리들을 거느린 채, 오만하게 고개를 치켜든 피켈 퀸을 바라보며.

나는 목을 좌우로 우두둑 꺾었다.

이 피켈 퀸이야 말로, 내가 S급 무기를 굳이 세 개나 챙겨온 이유!

싸움을 앞둔 투계처럼 근육이 거칠게 부풀어 올랐다, 창을 쥔 양손에 힘이 빡 들어갔다. 꽉 틀어쥔 창대가 웅웅 울렸다.

좋아….

가자!

-콰앙!

땅을 거칠게 박차 피켈 퀸을 향해 도약하였다.

무시무시한 다리근육이, 내 몸을 마치 화살처럼 놈에게 쏘아내었다.

《삐이익?》

놈과의 거리가 좁혀진 순간!

-투화악!

빛살처럼 쏘아진 창날이 피켈 퀸의 눈알에 정확히 박혔다.

《삐에에엑!》

“치잇!”

아뿔싸!

아니, 완벽하게 틀어박혔다는 것은 내 착각에 불과했다.

애석하게도 나의 공격은 피켈 퀸의 숨통을 한방에 끊지 못했다.

공격이 제대로 들어가기 전, 간발의 차이로 놈은 자신의 몸에 보호막을 두르는데 성공했다.

피켈 퀸의 샛노란 몸 위로, 노릿하게 반투명한 보호막이 생성되었다.

《삐이르르르르!》

마치 호루라기 부는 듯한, 기묘한 소리가 평원 전체에 울려퍼졌다.

무도한 침입자를 단죄하라는 여왕의 위엄서린 울음소리가 평원 전체에 찌르륵 울려퍼졌다.

《삐약! 삐이익!》

그 울음소리에 호응하기라도 하듯. 놈을 둘러싼 피켈들이 내게 적의를 보였다.

피켈들의 모습을 만족스럽게 지켜본 피켈 퀸은 보호막 속에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런 피켈 퀸의 모습을 바라보며, 손에 틀어쥔 창을 더욱 꽈악 말아쥐었다.

《뺘악? 삐약! 뺙!》

피켈 퀸을 보호하기라도 하듯, 쇄도해오는 피켈의 수는 아홉!

“후우우우…,”

-우우웅!

팽팽하게 당겨진 창대에서 다시 한 번 벌떼 우는 소리가 났다.

팔 근육이 터질 듯 무섭게 부풀어 올랐다.

《뺘아악!》

아홉 마리 중에서도 선두에선 세 마리가 나를 향해 도약한 순간!

-빠아앙!

굉음과 함께 창날이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놈들을 향해 폭사 되었다.

-빡!

둔탁한 소리는 한 번이었지만, 나가떨어진 피켈의 수는 세 마리!

《삐…켁!》

나가떨어진 피켈 세 마리의 몸이 피곤죽이 되어 바닥에 나뒹굴었다.

하나같이 머리가 박살 난 끔찍한 모습!

비록 아직 특성트리를 열지 못해, 스킬은 커녕 무기에 내력조차 싣지 못했지만,

완벽에 가까운 육체와 영혼에 각인된 전투의 경험은 내게 초인적인 전투력을 부여했다.

《삐이르르르르!》

순식간에 죽어 나자빠진 부하들의 처참한 모습에 놀랐는지, 피켈 퀸의 울음소리가 다시 한 번 높게 울렸다.

《뺘아아악!》

동료들의 죽음에 멈칫했던 여섯 마리가 용기를 얻고 힘차게 도약해왔다.

-부가가가각!

창을 풍차처럼 빙글빙글 돌려, 날아드는 피켈들의 부리 공격을 막아냈다.

피켈의 노릿한 부리가 창대에 가로막혀 우드득 부서졌다.

-투콱! 투콱! 투콱!

공기를 찢어발기는 파공음은 세 번이었지만 실제 뻗어 나간 창의 궤적은 도합 여섯!

창의 궤적에 적중당한 피켈들의 머리가 폭발하듯 터져나갔다.

뜨끈한 피가 대지를 벌겋게 물들었다. 피비린내가 후욱 밀려와 코 끝을 거칠게 자극했다.

****

얼마나 지났을까….

사방은 어느새 박살 난 피켈들의 잔해로 그득했다.

“후욱. 후우우욱.”

숨을 거칠게 몰아쉬자,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입에선 단내가 났다.

《삐이이익!》

달려드는 피켈들을 족족 박살 냈음에도 불구, 귀에 거슬리는 울음소리가 또 들려왔다.

“염병할.”

-카가가가각!

몸이 물을 먹은 솜처럼 무겁게 느껴졌지만, 애써 창을 휘둘러 나를 향해 덮쳐오는 피켈들의 노란 물결을 봉쇄하였다.

그 와중에 창날에 휘말려 피켈 서너 마리의 몸이 터져나갔다.

“…!”

바로 그 순간. 폭발하듯 터져나간 피켈의 몸에서 희끄무레한 덩어리가 보였다.

사방에 널려있는 피켈들의 시신에서도 비슷한 것들이 둥둥 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젠장, 이 짓을 또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창을 휘둘러 피켈들의 공격을 막는 한편, 왼손으로 바닥을 훑어 피켈들의 물컹한 시신을 헤집었다.

「정수를 습득하시겠습니까?」

시체 속의 희끄무레한 덩어리. 정수에 손이 닿자 시스템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아니오.”

으르렁거리며 짓씹듯 외친 뒤. 정수를 거칠게 입에 쑤셔 넣었다.

정수 섭취.

몬스터의 정수를 사용하는 금단의 방법 중 하나다.

정수를 입안에서 깨부숴 정수에 담긴 마력을 일시적으로 취하는 것.

-콰드득

바싹 말라버린 목구멍을 타고 역한 것이 꾸역꾸역 밀려 들어갔다.

육신의 피로와 뻐근하게 엄습해오는 고통이 멀끔히 가셨다.

대신 정체를 알 수 없는 활력이 몸을 지배했다.

“더! 더! 더!”

정체를 알 수 없는 활력은 주체할 수 없는 열기로.

주체할 수 없는 열기는, 멈출 수 없는 광기가 되었다.

발악하듯 소리를 지르며 있는 힘껏 창대를 휘두른다.

-꾸과가가각!

배 이상의 힘이 실린 창대에 얻어맞은 피켈무리가 기묘한 소리와 함꼐 동시에 폭발해버렸다.

공중에 뜬 놈들의 시신에서 정수를 거칠게 뜯어내 목구멍에 쑤셔 넣었다.

-쩌엉!

마침내, 내구도가 완전히 소모된 나무 창이 요란한 빛과 함께 부서졌다.

-꽈앙!

나무 창이 부서짐과 동시에 나무 몽둥이를 빼들어 전투를 이어나간다.

-빠아앙!

《삐애애액!》

놈들의 비명소리와 나의 고함소리가 뒤섞여 천둥이 되었다.

놈들의 연약한 육신이 터져나가는 소리는 우레가 되었다.

곤죽이 되어버린 피켈의 시신에서 계속해서 정수를 꺼내 씹었다.

체력이 회복되는 것이 느껴지기 무섭게 쉬지 않고 몽둥이를 휘둘렀다.

《…뺘, 뺘악》

지원하러 달려드는 피켈들이 오는 족속 박살나는 것에 질려버렸는지.

피켈 퀸의 입에서 침음성이 새어나왔다.

정신없이 달려드는 피켈들의 노릿한 물결도 점점 줄어들었다.

역한 피비린내, 부서진 살점에서 풍겨오는 노릿한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파차아앙!

마침내, 모든 피켈들의 목숨이 사라지자. 피켈 퀸을 보호하던 노란색 보호막이 깨져나갔다.

《삐…삐이이잇》

-꽈앙!

털이 완전히 혀엏게 세어버린 채, 가녀린 신음을 토해내는 피켈 퀸의 머리에 몽둥이가 작렬하였다.

천둥소리 부럽지 않은 굉음과 함께 놈의 머리가 완전히 박살나버렸다.

「위업 [튜토리얼 타워의 학살자] 달성!」

「칭호 [피켈 퀸을 쓰러뜨린 자]가 수여됩니다.」

「칭호 보상 – 특성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5]」

「최초 위업 달성 보상!」

「최초로 위업 [튜토리얼 타워의 학살자]를 획득하여, 특성 트리에 고유 특성 [일당백]이 추가됩니다.」

「특성 트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특성 트리 선택 후 보상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놀랍습니다! 특성 트리 없이 피켈 퀸을 퇴치하였기에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고유 특성 [일당백]이 [일기당천]으로 진화합니다.」

피켈 퀸을 쓰러뜨림과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 창이 정신없이 알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위업과 업적을 달성했다는 짤막한 내용이, 내 기분을 더없이 흡족하게 만들어주었다.

“…일기당천!”

나도 모르게 고유 특성 이름을 따라 읽었다.

특성 트리를 열지 않아, 해당 고유 특성이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모두가 뒤엉킨 난전에서 귀신처럼 강했던 고두식의 모습을 떠올리자. 대충 어떤 능력인지 촉이 왔다.

아마도 일 대 다수의 상황에서 특정한 이점을 부여하는 특성이겠지.

“그나저나 이게 진짜 되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두식이 기연을 얻었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해보았다.

그 결과. 나는 원 역사에서 고두식이 얻어야 할 고유 특성을 놈 대신 습득할 수 있었다.

만약 다른 SS급 헌터들의 고유 특성들을 내가 죄다 얻어버린다면?

“…충분히 가능해.”

머릿속에 축적된 회귀 전의 지식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가슴이 쿵쿵 뜀과 동시에 벌렁거렸다.

“우웩!”

심장이 지나치게 벌렁거려서 그런 것일까?

갑작스럽게 정제되지 않은 몬스터의 정수를 복용한 부작용이 밀려왔다.

하늘과 땅이 뒤바뀌는 것 같은 어찔한 현기증에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다.

염병, 이래서 정수를 생으로 씹어먹는 건 별로 하고 싶지 않았는데.

****

「정수를 습득하시겠습니까?」

다시 한 번 피켈의 정수에 손을 가져다 댄 순간, 메시지가 떠 올랐다.

“습득”

이번엔 순순히 습득이라 외치자, 곤죽이 된 피켈들의 시신에서 희끄무레한 것들이 우르르 딸려 들어왔다.

「정수를 습득하셨습니다.」

「정수를 습득하셨습니다.」

「정수를…」

얼마나 많은 수의 피켈들을 학살했는지.

피켈의 정수 드랍 확률이 극도로 낮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없이 표기되는 습득 메시지에 눈이 다 시큰거릴 지경이었다.

「축하합니다. 2단계 시험 합격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정수를 전부 습득함과 동시에 습득 메시지로 얼룩진 시스템 창에 합격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지금 당장 3층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어차피 2층에서 목적한 바는 전부 이뤘기에. 순순히 그러겠노라 대답했다.

“그러지.”

「요청에 따라 30초 뒤, 3층으로 이동합니다.」

서서히 빛으로 덮여가는 시야 사이로,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이쪽을 멍하니 바라보는 양소혜의 모습이 들어왔다.

양소혜? 쟤가 왜 저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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