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헌터 잘생겼다!-3화 (3/309)

제3화

삐리리릭 삐리리릭!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맹렬히 울부짖는 스마트폰을 진정시킨 뒤.

몽롱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몸에 밴 습관대로 치약을 짜놓은 칫솔을 입에 물고

잠이 덜 깬, 게슴츠레한 눈으로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거울 속엔….

“어엉?”

평소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얼굴이 들어있었다.

약간 굵지만 시원하게 쭉 뻗어있어. 사내다운 호방함이 살아있는 눈썹.

강아지처럼 순진함이 서려 있는 동글동글한 눈매에 흑요석처럼 새까만 눈동자.

손이 베일 듯 날카롭고 오뚝하게 솟은 콧대.

살짝 도톰한 듯하면서도 윤기가 살아있는 입술.

매끈하게 선이 날카롭게 살아있는 턱선까지….

여성처럼 유약한 듯하면서도, 사내의 강인함이 살아있는 외모.

여성성과 남성성 사이에서 절묘하게 줄타기를 하는 듯한, 중성적인 아름다움까지!

말 그대로 ‘잘생김’이란 단어 자체를 형상화한 듯한 모습이었다.

“뭐, 뭐야!”

처음 겪어보는 괴이한 일에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소리를 내질렀다.

찬물이라도 뒤집어쓴 듯, 몽롱했던 의식이 확 깨어났다. 잠기운이 완전히 달아나버렸다.

거울에서 흠칫 물러나는 바람에 입에 물고 있던 칫솔이 툭 떨어졌다.

“모, 몸까지 변했어…?!”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기 때문인지, 변해버린 얼굴 아래로 탄탄한 몸이 거울에 비쳤다.

마치 그리스제 대리석 조각상처럼 군살 하나 없이 완벽한 근육질 몸매….

평소에도 단련을 게을리 하지 않아, 제법 근육질의 몸을 갖고 있었다만.

이 정도로 완벽한 몸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게다가 키는 또 어떻고!.

155cm에 불과했던 키 역시, 눈높이로 미뤄보건대 적어도 30cm 이상 훌쩍 자라있었다.

스윽

홀린 듯 손을 들어 얼굴을 어루만졌다.

…매끈하다.

달 표면처럼 울퉁불퉁했던 피부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진주처럼 매끈매끈한 피부가 만져졌다.

티 하나 없이 보드라운 피부 위로 손가락이 부드럽게 통통 튀었다.

“꿈… 인가?”

콰드득

“끄왓!”

꿈인가 싶어 보드라운 볼을 강하게 쥐어뜯자, 곧바로 불에 덴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꿈이 아니야…?”

화끈한 고통으로 봐선 꿈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것은 대체….

“…!”

머릿속에 벼락이 쳤다. 천둥이 쳤다. 비로소 모든 것이 떠올랐다.

실패한 최후의 공격대, 죽음의 갑자기 나타난 성좌,

그가 자신의 지위까지 버려가며 제공한 회귀의 기회와 특전까지!

모든 것이 기억났다.

“진짜로 돌아왔어?”

허둥지둥 화장실에서 빠져나와, 방구석에 놓인 구식 스마트폰을 켜서 날짜를 확인해 보니….

[202X. 8. 19]

스마트폰의 자그마한 5인치 화면 속엔

내 마지막 기억으로부터 10년 전의 날짜가 표시되어 있었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고 멍하니 방안을 둘러보자.

반지하 방 특유의 음습하고 축축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면 여긴….”

한쪽 구석에 수북이 쌓여있는, 너덜너덜할 정도로 닳아빠진 헌터용 참고서.

반대쪽 구석에 질서정연하게 쌓여있는, 낡디 낡은 운동기구….

그것들을 보자 오래된 기억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그래, 틀림없다.

10년 전, 튜토리얼 타워에 오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던 시절의 싸구려 자취방이다.

“맙소사, 정말 돌아와 버렸잖아.”

정말로 회귀해버렸다. 그것도 내 헌터 일생의 모든 것이 시작되기 전으로….

“정말로 돌아왔어! 으하하하! 씨발! 돌아왔다고! 돌아왔어! 이 X같은 새끼들아!”

한 번 새어 나오기 시작한 웃음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어째선지 눈물 역시 멈추지 않고 끝없이 줄줄 흘러내렸다.

****

“확실히 특전은 특전인가 보네.”

스마트폰의 거뭇한 액정에 비친 잘생긴 얼굴을 보자.

나도 모르게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앞으로 이게 내 새로운 얼굴이란 말이지….”

스마트폰에 비친 잘생긴 얼굴을 이리저리 어루만지며, 이런저런 포즈를 잡던 도중.

싫은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엔 액정 꺼진 스마트폰만큼 무서웠던 게 없었는데 말이야….”

회귀 전, 스마트폰을 만지면서 가장 무서웠던 것은,

이렇게 액정이 꺼진 검은 화면에 내 얼굴이 비치는 것이었다.

못생긴 얼굴이 화면에 비칠 때마다 알 수 없는 자괴감이 나를 괴롭혔지.

“…그랬던 내가 이렇게 남들처럼 스마트폰을 거울처럼 사용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는걸.”

그렇게 한참을 스마트폰을 거울처럼 활용하며 변해버린 외모를 감상하고 있던 찰나.

쾅쾅쾅!

갑자기 누군가 요란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총각! 총각! 안에 있지?”

묘하게 사람의 성질을 긁는 뾰족한 목소리.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저건 원룸 주인아주머니의 목소리다.

항상 짜증과 히스테리에 가득 차 있어서 유독 기억에 남아있는 목소리였다.

“총가악! 있으면 대답 좀 해봐!”

주인아주머니의 뾰족한 목소리가 다시 한 번 귓가에 스치자. 영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튜토리얼 타워 등반 준비에 열중한답시고 월세 내는 걸 한 번 깜빡했던 적이 있었지.

딱 일주일 지났을 뿐인데, 주인아주머니가 집까지 찾아와서 수모를 줬던 일이 기억났다.

그렇게 생겨 먹었으면, 최소한 성실하기라도 하라고 했던가? 아무튼, 아주머니한테 왕창 깨지고 우울하게 하루를 보냈었지….

아마도 그게 오늘인가 보군.

“총각! 대답 좀 해봐!”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자,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어쩌지? 이번엔 좀 강하게 나가 볼까?

그래, 지금의 난 스무 살짜리 애송이가 아니다. 사회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몸이라고!

주인아주머니의 히스테리를 상대하는 것 정도야, 지금의 내겐 애들 장난이지!

“예! 나갑니다.”

힘차게 대답한 다음, 주섬주섬 옷을 주워입었다.

어째선지 방 안에 비치된 옷들은 변해버린 지금의 몸에 딱 맞았다.

“총각! 내가 월세를 제때 내라고….”

문이 벌컥 열리자, 히스테리를 부리려던 주인아주머니의 말이 딱 멎었다.

“…웜마.”

내 모습을 본 주인아주머니의 눈을 동그랗게 변했다.

뾰족한 목소리로 히스테리를 쏟아내던 입이 멍하니 벌어졌다.

“아, 아니지. 보증금 많이 남았응께 신경 쓰지 말고 여유 되면 천천히 줘. 응? 천천히 맘 쓰지 말고….”

처음 문을 두드릴 때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처럼 아예 달라진 말투.

목소리에 가시가 돋친 양 뾰족하기만 했던 목소리가 이렇게까지 부드러워질 수 있었던가!

히스테리에 가득 차, 늘 찌푸리고 있었던 얼굴마저, 헤벌쭉 풀어진 채 묘한 홍조를 띠고 있는 것이 기괴한 이질감을 선사해주었다.

“호, 혹시 총각. 라면 좋아….”

몸을 배배 꼬며 수줍게 말을 흐리는 아주머니의 모습에 순간,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왠지 모를 본능적인 거부감이 훅하고 몰려왔다.

“아. 아하하하. 제가 지금 좀 바빠서. 워, 월세는 바로 입금하겠습니다.”

기이한 위기감을 느낀 내가 선택한 것은, 바로 즉각적인 도주.

문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서 몸을 배배 꼬고 있는 아주머니를 황급히 지나쳐,

추레한 원룸 건물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확실히 잘생겨지긴 했지.”

원룸 건물이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로 떨어지자. 마음의 여유가 찾아왔다.

아주머니의 달라진 반응을 생각하니, 괜히 바보처럼 실실 웃음이 나왔다.

“야, 야 저기….”

“세상에…. 대박!”

번화가에 접어드니, 나를 향해 쏟아지는 시선이 느껴졌다.

회귀 전, 질릴 듯이 마주했던, 마치 로드킬 당한 고양이 시체를 보는 것과 같은,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혐오감에 젖어있는 시선이 아니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엑스트라들이 잘생긴 주연 배우에게 던지는 선망 어린 시선!

나로서는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생소한 성질의 것이었다.

“모델인가? 연예인?”

“아이돌 지망생 아냐?”

자기들끼리 내 외모를 두고 속닥거리는 소리 역시 기분 좋게 느껴졌다.

예전엔 ‘야, 저기 니 남편 지나간다.’ ‘뭐래 저건 니 남편이거든?’ 등등 조롱 어린 뒷담만 들었었는데….

새삼 감회가 새롭네.

“어서 오세요. HS 편의점입니다….”

생각 없이 실실 웃으면서 걷다 보니, 습관이라는 놈이 나를 단골 편의점으로 이끌었다.

매사가 귀찮은 듯한 여성 아르바이트생의 노곤한 목소리를 듣자. 또다른 추억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래, 예전엔 여기도 자주 들르곤 했었지.

가난한 헌터 지망생 형편으론 끼니를 때우기엔 편의점 삼각김밥만 한 놈이 없었으니까.

향수에 젖어, 매대에서 삼각김밥을 하나 골라, 카드와 함께 계산대에 올렸다.

“저, 저기 이걸.”

계산이 끝나고 삼각김밥을 집어가려던 순간,

왠지 얼굴이 새빨개진 아르바이트생이 영수증을 내밀었다.

“영수증은 됐어요.”

정중하게 영수증을 다시 돌려주려던 순간,

영수증에 다급하게 휘갈겨진 11자리 숫자가 적혀있는 것이 보였다.

“아, 아니 버, 번호에요. 제 번호.”

“…예?”

“호, 혹시 사, 상품에 문제가 있으시면 이, 이쪽으로 연락을….”

상품에 대한 A/S를 빌미로 번호를 교환하려고 드는 아르바이트생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따뜻한 미소와 함께, 알겠노라 대답해 주고 밖으로 나오자.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책 중인 아르바이트생의 모습이 보였다.

나름 신선한걸.

회귀 전엔 편의점에 들를 때마다 만사가 귀찮은 듯, 항상 불친절하기만 했었는데….

저 기집애가 저렇게 귀여운 짓도 할 줄 알았었나.

-덥썩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귀여운 반응을 떠올리며, 삼각김밥을 크게 한입 베어 물자.

주변의 이목이 쏠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야아! 어디서 화보 촬영 중인 가봐!”

“아냐 스탭들이 안 보이잖아. 요즘 유행하는 브이로근가 뭔가 하는 거 찍는 걸거야.”

…단순히 삼각김밥 하나 먹는 걸로다가 저렇게 호들갑이라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주변의 경치를 바라보며 추억을 더듬던 그 순간!

회귀 전의 기억하나가 번개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소매치기!

그래, 회귀 전 나는 오늘 주인아주머니에게 왕창 깨진 뒤,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왔다가 여기서 소매치기를 잡았었지….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자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기껏 도와준 아가씨에게 혐오감 어린 시선을 당했던 기억.

출동한 경찰이 과잉 진압 운운하며 위협했던 불쾌한 기억!

아무리 생각해봐도, 트라우마로 남지 않은 것이 기적일 정도로 영 좋지 않은 기억이다.

이번엔…. 그냥 놔두자. 어차피 나랑 상관없는 일이잖아?

“꺄아아아악!”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젊은 여성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들렸다.

문제의 그 소매치기 사건이 눈앞에서 재현된 것!

검은 모자와 마스크를 푹 눌러쓴 괴한이 젊은 여성의 핸드백을 낚아채 달아난다.

놈의 잽싼 몸놀림에 무력하게 비명만을 지르는 젊은 여성의 애처로운 모습!

무시해야 해, 끼어들어봤자 좋을 거 없어….

“저쪽이다! 저쪽으로 도망간다앗!”

빌어먹을!

애써 무시하고 지나가려 했지만, 애석하게도 소매치기는 내가 서 있는 쪽으로 곧장 질주해오고 있었다.

“제발, 제발 도와주세요! 거기엔 제 등록금이…!”

…게다가 하필이면, 피해자와 눈까지 마주치고 말았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동자, 절박한 표정, 서서히 드리우는 절망감!

“젠장!”

이번에도 몸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달려오는 소매치기의 품에 벼락처럼 안기듯 달려들어, 놈을 바닥에 메쳤다.

-빠각!

“끄헙!”

젠장! 이번에도 너무 과하게 힘을 써버렸잖아!

낭패다. 게거품을 문 채 기절해버린 소매치기의 팔이 기괴한 방향으로 꺾여 있었다.

-콰당탕

그 탓에 소매치기가 손에 쥐고 있던 핸드백이 놈과 함께 뒹굴며 내용물을 사방에 흩뿌렸다.

예전엔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변해버린 육신에 아직 적응하지 못해 힘을 너무 과하게 써버렸다.

“꺼으으윽.”

엉망이 된 핸드폰, 팔이 부러진 채 신음하는 소매치기의 처참한 모습을 보자.

불안한 감정이 스멀스멀 밀려왔다.

“저기요!”

찌를 듯 날카롭게 날이 서 있는 목소리!

그 날카로운 목소리가 귀에 닿기 무섭게 회귀 전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회귀 전 흔하게 겪었던 일이다.

좋은 마음으로 남을 도와주고도, 추악한 외모 탓에 경멸 어린 시선과 신경질적인 불평을 듣는 것….

…이번에도 핸드백이 저렇게 되어버렸으니, 필시 좋은 소리는 듣지 못하겠지.

닥쳐올 마음의 상처를 대비해. 눈을 질끈 감았다.

“…가, 감사합니다.”

어라?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감사를 표하는 그녀의 얼굴은, 살짝 홍조까지 띠고 있는 상태였다.

****

원룸으로 돌아와, 낡아 빠진 매트에 몸을 뉘자.

조금 전에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으로 새록새록 떠올랐다.

사건은 회귀 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분명 과잉 진압으로 소매치기의 팔까지 부러뜨린 데다.

비싼 핸드백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더러워졌음에도 불구.

소매치기 피해자는 물론, 출동한 경찰들마저 내게 굉장히 호의적으로 나왔다.

타인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용감히 나선 거라, 정당방위로 참작이 되고도 남는다나?

심지어 용감한 시민상이라니….

“이게, 외모가 주는 호감도의 힘인가….”

분명히 같은 행동을 했지만, 외모 덕분에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킥”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외모 때문에 이렇게까지 평판이 달라진단 말이지.”

더러워진 핸드백을 손에 꼬옥 쥐고 내게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하던 여자의 모습조차 역겹게 느껴졌다.

회귀 전엔 핸드백 더러워졌다고 물어내라느니, 왜 더러운 손을 자기 핸드백에 댔느냐느니 짜증을 냈었는데 말이야….

“고작 겉껍데기가 좀 바뀌었다고 이 정도라고?”

주인아주머니,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소매치기 피해자.

운명의 장난인지 뭔지, 오늘 나의 일과는 회귀 전과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하지만 내 외모에 혹한 그들의 반응이 회귀 전과는 아예 달랐기에. 결과 또한 회귀 전과 180도 달랐다.

“다 똑같은 것들.”

별안간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오늘 내 모습을 보며 선망에 가득 찬 눈빛을 보내던 사람들의 모습이

한세훈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던 무리의 역겨운 모습과 겹쳐 보였다.

구역질이 나왔다.

회귀 전의 내가 받았던 불합리한 대우의 원인이 전부 외모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실감 되었다.

“내가 좀 더 잘생겼었다면.”

길드에서 내 업적을 빼앗아 한세훈이라는 머저리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우지도 않았겠지.

또, 내가 입어봤자 멋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애써 구한 장비들을 부당하게 빼앗기지도 않았을 것이고….

“하지만, 이제 난 굉장히 잘생겨졌지….”

어둠에 잠긴 방 안에서 내 눈빛이 섬뜩하게 빛났다.

그래, 이제 난 한세훈 따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잘생겨졌다.

그렇다는 것은, 나도 한세훈처럼 외모만을 내세워 이득을 쪽쪽 취할 수 있다는 소리다.

“어차피 쓸모있는 놈은 하나도 없었어.”

정예 중의 정예를 모았다지만, 공격대원들 태반이 한세훈의 간사한 혀 놀림에 휘둘려 허망하게 산화했던 것을, 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회귀 전의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어차피 마지막 공격대 공략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다.

회귀 전엔 아깝게 실패했지만….

“한세훈이 가졌던 것들을 내가 전부 차지한다면?”

회귀 전의 나는 길드로부터의 후원도, 성좌로부터의 후원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하지만, 한세훈이 차지했던 것을 내가 전부 얻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

“그래, 기왕 회귀했으니. 이 잘난 외모를 살려. 모조리 쪽쪽 빨아 먹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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