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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명가 격투천재-351화 (351/398)

◈ [351화] 실체 (2)

카무잔은 진심으로 감탄을 터트렸다.

이미 사전에 에단의 실력은 파악한 상태였다. 일전의 싸움에서 에단은 밑바닥을 드러냈으니.

하지만 대련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에단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기교적인 측면에서는 지적할 게 없었다. 에단은 이미 완성의 가까운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었다.

에단에게 부족한 것은 기운을 컨트롤하는 기교였다.

그것은 단순한 재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긴 세월을 살아가는 지하의 군주조차 갖추기 어려운 능력이었다.

하지만 에단은 성장을 해 나가고 있었다. 자신이 사용하는 기운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었다.

저 복합적인 기운들은 에단의 성취로 얻은 게 아닌, 일종의 편법을 통하여 갈취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어쨌단 말인가?

승자가 모든 것을 취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에단은 수용한 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카무잔과는 좁힐 수 없는 격차가 있었다.

패배라고는 모르고 살던 에단 입장에선 꽤나 낯선 경험이었다.

평생을 발악해도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압도적인 격차.

‘이래야 해볼 만하지.’

대군주쯤 되는 이가 너무 손쉬웠으면 그거야말로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에단이 입가에 묻는 피를 닦아 내며 카무잔을 응시했다. 에단의 눈은 꺾이지 않았다.

벌써 빈 포션 병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만일 저 포션이 없었다면 에단은 이미 수십 번은 넘게 죽었을 것이다.

죽음에 가까운 대미지는 뇌리에 각인된다.

의식하고 부정한다고 쉽게 떨쳐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의지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두려움을 기피하는 행위는 생존을 위한 본능이었다.

그리고 반사적인 반응은 곧 약점이기도 했다.

에단은 이미 카무잔에게 수도 없이 죽음에 가까운 상처를 입었다.

턱이 으스러지고 압력을 이기지 못한 안구가 튀어나왔다. 에단은 자신의 한쪽 눈이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것도 봤다.

뼈가 부러지는 일은 예사로운 일이었다. 산산조각 난 갈비뼈가 폐와 심장 같은 중요 장기를 찌를 때면 정말 즉사하는 줄 알았다.

에단의 신체 내구력이 인간을 초월한 게 아니었다면 포션이고 나발이고 진작 유명을 달리했을 것이다.

“그것 아십니까? 이 포션 하나의 가치는 도시에서…….”

“야.”

포션을 추가 보급하기 위해 온 로이드가 빈 공병을 보며 읊조렸다.

그런 로이드를 향해 카무잔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거 놔두고 그냥 꺼져.”

훠이훠이.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휘젓는 카무잔.

로이드는 살면서 이러한 푸대접을 받은 게 처음이었다. 로이드는 대군주 아모드라의 부관이자, 저택의 관리인이었다.

그가 가진 무력은 어지간한 군주를 능가하며, 높은 서열의 군주라도 아모드라의 수하인 자신에게 막말을 내뱉는 간 큰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카무잔을 제외하고.

“후우…….”

로이드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카무잔은 자신의 주군인 아모드라에게도 저러한 태도를 고수하는 이였다.

절레절레 고개를 저은 로이드가 포션 수십 병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어가는 이도 살릴 수 있는 이 포션은 희대의 영약으로 분류되었다.

대군주를 제외한다면 지하에서 군주끼리의 다툼은 흔했다. 지하는 매우 단순한 법칙을 따른다.

약육강식.

강자독식.

서열이 곧 모든 것이다. 권력은 힘에서 나왔다.

대군주는 넘볼 수 없는 존재이기에 그 아래의 군주들은 매일같이 혈투를 벌인다.

당연히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잦았다.

치열한 격전 끝에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죽으면 모든 게 끝이었다.

그때 목숨을 건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아모드라의 포션이었다.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

금은보화나 기물과도 쉬이 바꾸지 않는 귀중한 포션을 에단은 무슨 물 쓰듯 쓰고 있었다.

산처럼 쌓인 공병을 보자 로이드의 속이 대신 쓰린 느낌이었다.

‘후우…….’

그렇다고 뭐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포션을 내오라고 시킨 이가 다름 아닌 카무잔이었다.

대군주 카무잔.

로이드가 따르는 주군 아모드라와 동등한 위치에 있는 자였다.

언행이나 품위는 훨씬 저열했지만, 지하에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오롯이 힘.

무력이 모든 것을 증명한다. 로이드는 카무잔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벌컥벌컥.

에단이 포션의 뚜껑을 열어 그대로 입에 털어 넣었다.

단숨에 포션을 들이켠 에단이 빈 포션 병을 휙 하고 뒤로 던졌다.

데구르르.

로이드가 복잡한 표정으로 굴러가는 포션병을 바라봤다.

“크으…….”

에단이 침음을 흘렸다. 다친 부위가 회복되면서 느껴지는 통증은 역시 영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이럴 때는 역시 신성력이 편한데.’

이 포션의 효과도 뛰어났지만, 역시 성검의 사기적인 회복력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후우.”

에단이 숨을 토해 냈다.

정신적인 피로도는 상당했지만 불만을 토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 정도 수준이면 뭐 견딜 만은 했다.

에단이 몸을 풀다가 순식간에 카무잔에게 달려들었다. 패도적인 기운들이 에단의 주위에 넘실거렸다.

그동안 에단이 흡수한 힘들이었다.

카무잔은 적당히 에단의 수준에 맞춰서 힘을 끌어냈다.

파바바바바박!

격돌이 시작됐다. 찰나의 순간 수많은 공수들이 오갔다.

‘기가 막히네.’

카무잔은 살수를 쓰지 않고, 적당히 손속에 사정을 두고 있었다. 힘 조절을 실수하면 포션을 마실 겨를도 없이 즉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실력 차이가 워낙 확연하기에 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반면 에단은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기술들을 벌써 다 체득한 건가.’

에단은 할 수 있는 모든 기술과 방어법을 드러냈다. 카무잔은 한 번 경험한 것으로 모든 기술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재능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정도네.’

누군가는 한 분야에서 수십 년을 수련해야 비로소 쓸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카무잔은 시야에 한 번 담는 순간 체득한다.

애초에 카무잔은 그러한 기술들을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

카무잔은 맹수였다. 기술 따위에 구애받을 필요가 전혀 없었다.

‘가닥이 잡힐 것 같아.’

에단의 안광이 차게 식었다.

에단은 지금까지 너무 기술에 구애받았다. 격투기는 바둑이나 체스와도 같았다.

모든 기술에는 파훼법이 존재했다.

‘지금 나는 전제부터 달라.’

에단의 신체 능력은 이미 기존의 인간을 초월했다. 마나를 활용한다면 기술의 변형은 무궁무진했다.

에단은 자신의 형식을 버렸다.

오히려 카무잔의 방식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할 수 있어.’

마나는 변화무쌍하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변수를 창출시킬 수 있었다.

에단이 오러를 몸에 둘렀다. 상대가 거리를 벌리면 몸에 두른 오러를 길게 뽑아내 사거리를 늘렸다.

기회가 보인다면 동작이 큰 공격도 마다하지 않았다. 조금의 흐트러짐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머리가 뜨거웠다. 에단은 행동함에 있어서 생각을 지웠다.

경험.

카무잔의 전투 능력은 다른 대군주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편이었다.

카무잔이 에단의 기술을 수용한다면, 에단도 카무잔의 능력을 수용하면 된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

인간은 이빨과 발톱이 없지만, 에단에게는 그런 것보다 뛰어난 무기가 존재했다.

화르륵.

오러가 불길처럼 타오른다. 에단의 눈이 몽롱해졌다.

“하하.”

카무잔이 소리 내어 웃었다. 그는 지금 상황이 몹시 즐거웠다.

간간히 저런 순간이 찾아오고는 한다.

깨달음의 순간.

전사에게 있어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재밌는 녀석이야.’

카무잔이 웃음을 머금었다.

그는 딱히 정이 많거나 배려심이 깊은 이가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해 에단을 도와주기로 했다.

단순한 호의였다.

재능 있는 인간에게 주는 호의.

카무잔의 공격이 거세졌다.

기존 에단이 해 오던 공격들이었다.

에단의 공격들은 상당히 깔끔하고 변칙적이었다. 약점의 노출을 최소화하고, 중심의 이동도 자유롭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훨씬 더 시야가 넓어질 필요가 있었다. 에단의 신체 능력은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뛰어났고, 마나의 활용 방법은 훨씬 다양했다.

단순한 방출이 마나가 가진 활용도의 전부가 아니었다.

에단이 몸에 두른 오러는 곧 손과 발이 되었다. 훨씬 더 창의적인 공방이 오갔다.

카무잔의 움직임이 빨라지자, 에단의 움직임도 덩달아 빨라졌다.

이제 육안으로 좇는 것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스윽.

에단의 왼손에 오러가 밀집되었다.

페온이 보여 준 비기였다. 카무잔이 눈매를 좁혔다.

꽈앙―!

강한 굉음과 함께 오러가 폭발했다. 파괴력은 압도적이었지만, 카무잔에게 피해를 입힐 정도는 아니었다.

쾅!

카무잔이 간단한 손동작으로 에단의 공격을 파훼시켰다.

하지만 에단의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과과광―!

에단은 왼손에 깃든 타이탄의 내구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비기를 연달아 사용하자 카무잔의 눈이 동그래졌다.

“하하하하!”

카무잔이 크게 웃었다. 카무잔의 손에 사나운 야성이 깃들었다.

쾅! 쾅! 쾅!

카무잔이 웃으며 에단의 비기들을 쳐 냈다.

휘릭!

카무잔의 몸이 회전했고, 에단의 눈이 카무잔을 좇았다.

자신의 복부를 향하는 카무잔의 발.

에단은 직감했다.

‘맞으면 즉사.’

포션이고 뭣도 없다. 생각하고 행동하면 늦는다.

‘피하기에 늦었다면…….’

검은 오러가 무릎에 깃든다. 에단의 무릎이 카무잔의 발을 가격했다.

쩌엉!

‘옘병할.’

에단이 실소를 터트리며 뒤로 날아갔다. 끔찍한 통증이 엄습했다.

오른쪽 무릎을 기점으로 에단의 발이 사라졌다.

에단은 앓는 소리 없이 포션의 마개를 열었다.

마개를 열자 비릿한 냄새가 풍겨 왔다. 에단은 고민할 것 없이 포션을 그대로 들이켰다.

에단이 이를 악물고 통증을 견뎠다.

통째로 날아간 다리가 재생되는 모습은 볼 것이 못 됐다.

“아, 미안. 방금은 힘 조절을 좀 실수했군.”

“괜찮아. 뭐 맞으면서 크는 거지.”

에단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방금 카무잔이 적당히 사정을 봐줬다면 오히려 에단이 실망했을 것이다.

‘재밌네.’

오랜만에 제대로 성장하는 기분이 들었다. 마나나 오러의 활용에 관해서도 갈피가 잡히는 기분이다.

“……놀랍군요.”

대련을 직관한 로이드가 적잖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군주급의 힘을 지니고 있기에 방금 에단이 보여 준 모습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고 있었다.

‘아모드라 님이 관심을 가지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었나?’

로이드가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재능이었다. 방금 보여 준 모습은 충분히 고위 군주와도 대적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 짧은 시간 만에 고위 군주급의 힘을 다룰 수 있게 되다니.

에단이 로이드를 흘겨보며 피식 웃었다.

“뭐야? 천재 처음 봐?”

“…….”

로이드가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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