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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명가 격투천재-333화 (333/398)

◈ [333화] 뱀파이어 로드 (1)

에단과 네빌라는 여관으로 향했다.

마굿간이 있는 여관은 흔하지 않았기에 찾는 데에 꽤나 애를 먹었다.

‘말 자체가 흔하지는 않군.’

도시 안에서 말이나 마차를 찾기가 힘들었다. 지상에 있는 다른 도시와 비교한다면 확연한 차이였다.

‘마족들이 지닌 특성 탓인가.’

생각해 봤자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였다. 에단과 네빌라는 도시의 외곽으로 빠져나갔다.

외각으로 빠지자 간소한 마굿간이 있는 여관이 있었다. 네빌라는 영 못미더워하는 눈치였지만, 계속 고삐를 쥔 채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화폐가 또 문제군.’

에단이 헛웃음을 지었다. 대금을 치러야만 말을 인계하고 여관에서 묵을 수 있었는데, 네빌라와 에단에게는 값을 치를 만한 것을 지니지 않고 있었다.

‘피를 준다고 해도 받을 것 같지는 않고.’

도시의 주인이 뱀파이어라고 모든 주민들이 뱀파이어인 것은 아니었고, 그것은 여관 주인도 마찬가지였다.

여관 주인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에단과 네빌라를 보고 있었다.

에단과 네빌라가 난감한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봤다.

‘어쩌려고?’

‘나도 몰라.’

하아.

에단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러모로 곤란한 상황이었다.

“혹시 돈이 없나?”

에단과 네빌라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여관 주인이 물었다.

네빌라가 수치심을 느꼈는지 얼굴을 붉혔다. 에단이 여관 주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마땅히 값을 치를 만한 게 없군. 우리가 좀 멀리서 와서 말이야.”

“흐음…….”

여관 주인이 가늘게 뜬 눈으로 에단을 바라봤다. 무언가 고민하는 눈치였다.

“혹시 실력에는 꽤나 자신이 있나?”

“실력?”

네빌라가 눈치 없이 되묻자, 에단이 팔을 들어 그녀를 막아섰다.

“우리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자신은 있는 편이지.”

에단이 허리춤에 매달아 둔 칼집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자신감이 드러나는 에단의 얼굴에 여관 주인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대충 예상 가는군.’

대화의 맥락으로 예측컨대, 숙박 걱정은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요 며칠 골칫거리가 있어서 말이야.”

에단은 묵묵히 여관 주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도시 치안대에게 말해 봤지만, 이쪽 동네가 좀 후미지고 그래서 그런지 거들떠도 안 보더라고.”

여관 주인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괜히 병사들에게 대들다가 얻어터지고 싶지는 않아서 말이야. 용병이라도 구해 보려고 했는데, 마침 빈털터리 칼잡이가 손님으로 찾아왔군.”

“이것 참 절묘한 일인데?”

에단과 여관 주인이 서로를 마주보며 웃었다.

* * *

에단과 네빌라는 객실에 간단하게 짐을 풀은 뒤 도시의 하수도에 들어섰다.

하수도에 들어서자 코를 찌르는 악취가 둘을 반겼다.

“…….”

네빌라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영 못마땅한 눈치였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없는 놈이 까야지 뭐.

‘대뜸 군주를 찾아간다고 만나 줄 것 같지도 않고 말이야.’

에단은 이곳의 군주와 적대하기 위해 찾아온 게 아니었다. 에단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지상으로의 복귀.

더불어 복귀하기 전 지하의 정보를 파악하는 것.

‘대군주들이 왜 지상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지 알 것 같군.’

에단이 예상하던 지하의 모습과 실제 지하는 완전히 달랐다.

‘이곳도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야.’

척박한 땅이 있다면, 생기가 흐르는 풍요로운 대지도 있었다.

이미 지하에서 온갖 권세를 누리고 있는 대군주들이 구태여 지상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지하에서 밀려난 군주들이나 기웃거리겠군.’

지하를 모두 돌아본 것은 아니었지만, 단편적인 경험으로만 비춰 봐도 이곳의 양극화는 심해 보였다.

황야에서 살아가는 마족들은 거의 유목민 수준의 생활양식을 지니고 있었고,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은 제국 이상의 생활 수준을 영위하고 있었다.

‘군주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

서열이 낮은 군주는 생각보다 낮은 지위를 지니고 있을 터.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군.’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군주와 대적하려면 너무 큰 리스크가 따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세력다툼에서 밀려난 군주라도 지상에는 재앙이나 다름없으니.’

에단이 실소를 흘렸다.

잡념을 털어 낸 에단이 주어진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여관 주인의 의뢰는 단순했다. 하수도에 출몰하는 마수 토벌.

최근 인근 시민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마족들의 무력은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월등했고, 죽은 마나 또한 다룰 수 있었다.

그러한 마족이 연달아 실종하고 있었다. 여관 주인이 경각심을 가지는 것도 당연한 상황이다.

‘병사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라…….’

에단이 무언가 미심쩍음을 느끼며 천천히 길을 거닐었다.

하수도는 어두웠다.

에단의 눈은 어두운 하수도를 관통하였다. 하수도 내부는 넓고도 복잡했다.

‘설계 능력이 대단한데.’

하수처리 시설은 구축하기 어려운 시설물 중 하나였다. 도시의 하수도는 에단의 예상보다도 체계적이었다.

에단이 기감을 넓게 퍼트렸다.

죽은 마나가 느껴진다면 가장 먼저 체내의 있는 죽은 나무가 반응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의존할 것은 시각과 촉각뿐.

이미 후각은 마비된 상태였다.

“…….”

나름 비위가 강한 네빌라도 입을 꾹 다문 채 말없이 걷고만 있었다.

굳어 있는 얼굴을 보아하니 심기가 꽤나 불편한 모양이었다.

에단과 네빌라 사이에는 별다른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둘은 모두 침묵한 채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

스멀.

에단의 눈이 가늘어졌다. 모종의 기운이 느껴졌다. 단순한 착각일 수도 있었지만, 에단은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에단이 팔을 들어 네빌라에게 신호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에단이 발걸음 소리를 죽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찾았다.’

사납게 미소 지은 에단이 정면을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가 먼저 간다.”

파바밧!

에단이 질주하면서 아슬란을 뽑아 들었다. 에단은 순식간에 녀석이 있는 곳에 도달했다.

크르르―!

녀석의 흉흉한 안광이 황금색으로 빛났다.

화악 풍기는 야성과 누린내.

에단의 눈매가 좁혀졌다.

어딘가 모르게 친숙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을 신경 쓰기에 앞서, 눈앞의 녀석을 제압해야만 했다.

후웅―!

에단이 검을 휘둘렀다.

섬뜩한 파공성이 울려 퍼졌고, 녀석은 재빠르게 거리를 벌렸다.

“오.”

에단이 작은 탄성을 흘렸다. 그 짧은 순간에 이렇게나 거리를 벌릴 줄이야.

크르르.

녀석이 야성을 흘렸다. 그와 동시에 골격이 변화했다.

뿌득. 뿌드득.

뼈가 뒤틀리고 덩치가 거대해졌다. 주둥이가 길어지고 이빨과 손톱이 날카로워졌다.

흉흉하게 번뜩이는 안광.

녀석의 야성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역시.”

에단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익숙하다 생각했더니 예상대로였다.

늑대의 형상.

‘어째서 여기에 수인이 있는 거지?’

녀석은 에단이 알고 있던 수인과는 어딘가가 달랐다.

조금 더 거대하고 사나운.

몬스터나 마수 따위에 가까운 녀석이었다.

“너, 내 말 들리냐?”

크르르.

에단이 질문해 봤지만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며 에단을 향해 매서운 시선만 던지고 있을 뿐.

‘의사소통은 힘들고.’

에단이 볼을 긁적였다. 아직 판단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스르릉.

에단이 검집에 아슬란을 밀어 넣었다. 이렇게 된 이상 산 채로 생포할 생각이었다.

뚜둑. 뚜두둑.

에단이 손을 풀며 천천히 녀석에게 다가갔다. 아무 탈 없이 제압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놈에게서 느껴지는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이봐!”

어느새 네빌라가 에단의 곁에 다가왔다. 그녀는 앞에 있는 늑대인간을 바라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저건 대체 뭐지?”

“너도 모르나?”

네빌라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등에 메달아 둔 활을 꺼내 들려고 하자 에단이 저지했다.

“기다리고 있어. 저건 내가 제압할 테니.”

“저걸 제압한다고?”

네빌라가 인상을 찌푸렸다.

에단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눈앞에 저걸 제압하기는 너무 위험해 보였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

비슷한 걸 상대하는 데에는 이골이 났으니까.

에단이 히죽 웃었다. 그러고는 지면을 박차며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녀석의 동공이 커졌다. 샛노란 동공이 에단을 좇았다.

녀석이 에단이 달려드는 경로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우악스러운 손짓에서 매서운 기세가 느껴졌다.

에단이 상체를 젖혔다.

날카로운 손톱은 그 차제만으로도 위협적인 무기였다.

“어이쿠.”

에단이 과장된 어조를 내뱉으며 상체를 젖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녀석의 무릎을 짓밟았다.

콰직!

크르!

녀석의 몸이 순간 휘청거렸다.

에단은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한 번의 발길질로 무릎 관절이 위태로워졌다.

에단은 거기서 멈출 정도로 자비롭지 않았다.

정강이에 죽은 마나를 두르고는 그대로 녀석의 정강이를 후려갈겼다.

빠아악―!

강렬한 타격소리와 함께 녀석의 몸이 기우뚱했다.

크아아아!

녀석이 증오 가득한 눈으로 에단을 향해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송곳니와 어금니로 에단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려 들었다.

스윽.

에단이 미끄러지듯 거리를 벌렸다. 달려드는 녀석의 턱을 그대로 걷어찼다.

퍽!

녀석의 몸이 다시 한번 휘청거렸다.

이번에는 충격을 견뎌 낼 수 없었는지 무릎을 꿇었다.

침이 질질 흐르고 있었다.

놈은 아직 에단을 향한 살기를 지우지 않았다.

“그래야지.”

에단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고작 여기서 포기했다면 상당히 실망했을 것이다.

에단이 녀석의 머리를 붙잡고는 그대로 무릎으로 후려갈겼다.

뻐억! 뻐억! 뻐억!

녀석의 몸이 애처롭게 움찔거렸다.

녀석은 살기 위해서 발버둥 치듯 손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에단이 다시 슬며시 거리를 벌리며 발차기를 던졌다. 에단의 발끝이 녀석의 명치에 틀어박혔다.

녀석이 입이 벌어지며 소리 없는 비명을 토해 냈다. 에단이 다시 순식간에 달라붙더니 사납게 웃었다.

“계속해야지?”

에단이 놈의 팔과 목을 감싸더니 그대로 바닥에 메다꽂았다.

하수도에 가득한 오물들이 이리저리 튀었다. 하지만 에단은 아랑곳하지 않고 녀석의 위에 올라타 제압했다.

에단의 양 무릎이 놈의 팔을 짓눌렀고, 허벅지가 녀석의 갈비뼈를 압박했다.

끄어어어.

녀석이 희미한 비명을 토해 냈다.

샛노란 동공에서는 처음으로 두려움이 엿보였다. 에단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뻐억!

에단의 주먹이 그대로 녀석의 얼굴에 틀어박혔다.

“이빨이 날카롭네?”

에단이 왼손을 놈의 입안에 집어넣었다.

꺽! 꺼억!

녀석이 에단의 손을 그대로 물어뜯으려했지만, 무의미한 행동이었다.

제아무리 날카로운 송곳니라 하더라도 타이탄의 장갑을 꿰뚫을 수는 없었다.

에단이 왼손으로 녀석의 머리를 단단히 고정시킨 다음, 쉼 없이 얼굴에 주먹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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