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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명가 격투천재-295화 (295/398)

◈ [295화] 세력 규합 (2)

에단은 수정구를 꺼내 들어 곧장 마나를 불어넣었다. 마나를 불어넣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면을 쓴 메이의 얼굴이 나타났다.

― 오랜만입니다.

“그래.”

에단은 곧장 본론으로 넘어갔다. 수정구의 방향을 돌려 마을에 있는 수인들을 비췄다.

― 정말…… 해내셨군요.

조금 놀란 목소리였지만 예상했다는 반응이었다.

“너랑 닮은 녀석들도 있던데.”

― ……그분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녀만의 속사정이 있는 것 같기에 에단은 어깨를 으쓱거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생각보다 수인들 수준이 낮아. 환경도 열악하고. 이 정도 수준이면 원래 세워 둔 계획을 실행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은데.”

― 잘 생각하셨습니다. 최근 대륙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렇겠지. 황제랑 카이제르의 가주가 동시에 죽었으니까. 혐의가 명확한데도 조사받지 않는 거 보면 황자의 권위가 대단한가 봐?”

― 그렇습니다. 중앙 귀족들 모두 황자, 아니, 이제 황태자라고 불러야겠군요. 황태자의 눈치만 살피는 형국입니다. 대륙민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습니다. 유일하게 신뢰하던 신성 왕국조차 문을 봉쇄한 채 침묵하고 있으니 배신감을 이루 말할 수 없겠죠.

“쯧, 지금이 적기인데 말이야.”

― 꼭 그렇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급박하게 휘몰아치는 게 나을 때도 있지만 지금과 같이 민심이 흉흉할 때에는 여론을 등에 업고 행동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가능은 하고?”

메이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대신했다. 썩 만족스러운 대답이었기에 에단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들은 요즘 어떻지?”

― 용병들 말입니까?

“그래.”

― 그분들도 대륙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검은 칼날’이라는 이름으로 엄청난 화젯거리를 만드는 중이죠. 듣기로는 벌써 정상급 용병단 대열에 오를 기미가 보인다고 하더군요.

“그걸로는 부족해.”

― 그렇게 여길 것 같았습니다. 접한 정보로는…… 조금 위험한 일을 계획 중인 것 같습니다.

“위험한 일?”

― 네. 조금 큰 먹이를 통째로 삼키려고 들더군요.

“큰 먹이라…… 빙빙 돌리지 말고 그냥 말하지?”

― 용병길드입니다.

“호오.”

에단이 흥미를 보이자 메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에단이 벌이는 사건들의 스케일은 언제나 상상을 초월한다.

― 검은 칼날은 매우 급진적이고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마치 소용돌이처럼 모든 걸 집어삼키고 있죠. 그게 가능한 이유는 아무래도…….

“우리가 있기 때문이지.”

정보, 자본, 그리고 권력.

검은 칼날의 배후에는 막강한 세력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 그렇습니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행동하면 아무래도 부작용이…….

“아니, 지금이 딱 좋아. 지금은 급하게 행동해야 할 때야.”

당장 크리스토만 보더라도 예상을 뛰어넘는 행보를 보여 주고 있었다.

황제의 타계, 그리고 알렉스의 죽음.

이건 에단도 예상치 못한 매우 급진적인 움직임이었다. 그것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에단도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인원을 나눌 거야. 모든 수인들을 전부 한곳에 몰아넣는 건 비효율 적이니. 그리고 수인들의 수준이 생각보다 저열해. 이대로는 쓰기도 애매한 수준이야.”

― ……그럼 어쩌실 계획이죠.

“뭘 어째. 쓸 만하게 만들어야지. 모두 아카데미로 옮길 거야.”

― 가능하겠습니까? 아무래도 반발하는 자들이…….

“그게 무슨 상관이야?”

에단이 실소를 터트리며 말했다.

“아카데미가 내 건데 말이야.”

*   *   *

갑작스레 인원이 늘어난 만큼 마을에서 지내는 수인들은 열약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수인은 종족마다 특징이나 특성들이 달랐다.

그런 이들을 좁은 장소에 우겨 넣었으니, 편할 리가 없었다.

수인들끼리의 신경전도 자주 벌어졌다.

에단이 주시하고 있는 만큼 수인들이 대놓고 소란을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살벌한 분위기는 지속되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아카데미 측에서 대대적인 인력이 파견되었다.

거기에는 오르번과 에르미온도 포함되어 있었다.

북부에 도착한 이들은 수인들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침착하게 일을 진행했다.

“대규모 이전 마법부터 준비하지.”

총괄을 맡은 오르번이 능숙하게 상황을 지휘했다. 순식간에 대규모 마법진이 구현되었다.

수인들은 마법진 위에 올라가는 것을 꺼려했지만 어쩔 수 없이 마법진 위에 올라섰다.

“두 번에 걸쳐서 이동하면 될 것 같군.”

오르번의 판단에 에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한 인원을 고작 두 번의 마법으로 전이시킨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우웅.

마법진이 공명하며 술식이 발현되었다. 마법진에서 짙은 광채가 뿜어져 나왔고, 그 위에 있던 수인들은 모두 사라졌다.

순식간에 사라진 수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이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믿어도 되는 건가?”

아란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에단을 바라보자 에단이 코웃음 쳤다.

“안 믿으면 어쩔 건데?”

에단이 아란의 등을 걷어차자 아란이 마법진 위로 떠밀렸다.

“…….”

아란이 불만스러운 눈초리로 에단을 노려봤지만 당연히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수인들이 긴장 어린 표정으로 마법진 위에 올라섰다. 이번에는 에단과 다른 이들도 함께 올라섰다.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에단이 말하자 오르번이 지팡이를 가볍게 찍었다.

쿵.

전과 같이 마법진이 발동되었다. 선명한 광채가 마법진 주위를 휘감았다.

시야가 수차례 반전되며 정신을 차리자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아카데미에 복귀했다.

*   *   *

아카데미에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새로운 인물들이 유입되었고, 그 인물들의 대다수가 수인들이었기 때문이다.

수인들의 예민함도 극에 달했다. 가뜩이나 인간의 대한 경계가 강한 이들이 인간들의 터전에 발을 들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에단은 수인들의 처우를 뒤로한 채 곧장 빈센트가 있는 학장실로 향했다. 여느 때처럼 학장실 앞에는 첸이 서 있었다.

“잠시 아버지 좀 뵙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첸의 허락이 떨어지자 에단은 학장실의 문을 두드리려고 했다.

“들어오거라.”

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빈센트의 대답이 들려왔다. 에단은 문을 열고 학장실 내부에 들어섰다.

“다녀왔습니다.”

“또 일을 벌였더구나.”

“그럴 계획이었으니까요.”

“건방진 놈. 그래서 이제는 어떻게 할 계획이지?”

“먼저 여론부터 움직여야죠. 최근 신성 왕국이랑 제국의 민심이 안 좋으니 그것을 활용해야 할 거고요.”

“구체적으로는?”

“그걸 지금부터 보여 드리겠습니다.”

자신 있게 말하는 에단을 바라보던 빈센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정말 전쟁을 일으킬 생각인가?”

전쟁은 결코 가벼운 사항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상자와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네. 당한 게 있으면 되갚아 줘야죠.”

에단의 결의는 꺾이지 않았다.

물끄러미 에단을 지켜보던 빈센트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번 해보거라.”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에단이 가볍게 목례하고는 방을 나섰다. 방을 나선 에단은 곧장 자신의 집무실로 향해 수정구를 발동했다.

수정구 너머에는 메이의 얼굴이 떠올랐고, 에단은 곧장 본론을 전했다.

“시작해.”

― 알겠습니다.

짤막한 대화를 끝으로 에단은 수정구의 통신을 끊었다. 그러고는 곧장 한니발과도 연결했다.

“얘기는 들었겠지?”

― 네. 시작하면 되겠습니까?

“그래.”

이제 본격적인 여론전의 시작이었다.

*   *   *

에단은 아카데미의 소란을 잠재우기 위해 수인들을 위한 부지를 마련했다.

아카데미의 교정 자체가 방대했기에 가능한 조치였다.

‘곧장 훈련도 시작해야겠어.’

에단은 수인들에 학생의 신분을 부여했다.

오랜 시간 북부에서 살아온 수인들은 세상을 배울 필요성이 있었다. 더군다나 부족한 전투력도 향상시켜야 했다.

수인들은 재능이 뛰어났지만, 그 재능을 발현할 기술이 부족했다.

수인들이 모두 인간의 기술들을 따라할 필요는 없었지만, 인간이 어떤 기술을 지니고 있는지 인지할 필요는 있었다.

다행이 수인들은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아카데미에 있는 것이 인간뿐이었다면 거부할 법도 했지만, 인간만 있는 것이 아닌 엘프와 드워프들도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고 수인들도 경계를 조금 누그러트렸다. 오히려 인간 사이의 분쟁보다도 같은 수인끼리의 신경전이 잦아졌다.

부족끼리 이권 다툼이 있던 것이다.

에단은 수인들을 억압하는 대신 다른 방식을 택했다. 바로 친선전이었다.

― 서열은 거기서 정해.

에단의 살벌한 경고에 거역할 수인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친선전은 곧 그들의 자존심이기도 하였기에 수인들은 이를 악물고 훈련에 임했다.

에단은 대강의 교통정리를 끝내고 칼베리안을 찾아갔다.

그간 칼베리안은 별다른 소식 없이 지내고 있었다.

에단이 방 안에 들어서자 칼베리안이 피식 웃으며 찻잔을 내려놨다.

“왔나?”

“여유를 만끽하고 있군.”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말이지.”

칼베리안이 쓰게 웃었다. 그 또한 소식을 전해 들은 것이다. 1황자, 아니, 황태자의 행보를.

“그간 해 온 게 물거품이 되어 버렸어. 이제는 무슨 수를 써도 막을 수 없지. 녀석은 황위를 계승받게 될 거야.”

“허무해 보이는군.”

“상당히. 예상하고는 있던 사실이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꽤나 속이 쓰리군. 나름 발버둥을 쳐 봤지만 저런 강수를 낼 줄이야. 상상도 못 했어.”

“예상 못 하긴 했지.”

“강수를 둔 만큼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겠지만, 내가 아는 황태자라면 금방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 거야.”

“그래서. 이제는 두고만 보고 있을 건가?”

“……그럼 나더러 대체 어쩌란 말이지?”

칼베리안의 볼이 꿈틀거렸다. 그는 짜증과 울분이 뒤섞인 눈으로 에단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제 즉위식은 3일이 채 남지 않았어. 즉위식 전에 전쟁이라도 벌일 셈인가?”

“아직은.”

“……뭐라고?”

“아직은 아니라고.”

칼베리안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는 표정을 짓다가 에단을 바라봤다.

“그 말…… 진심인가?”

“내가 언제 거짓말을 한 적 있나? 말 그대로야. 강수를 둔 만큼 녀석은 무사히 황위를 계승받겠지만, 그만큼 말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지. 더군다나 알렉스까지 사망했으니 카이제르도 꽤나 혼란스러울 거야.”

에단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먼저 팔다리를 자를 생각이야. 신성 왕국과 카이제르. 꽤나 거슬리던 놈들이잖아? 즉위식이 일어나기 전. 녀석들부터 잘라 버리자고.”

“……나는 뭘 할 수 있지?”

“지금까지 해 오던 것. 크리스토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비난해. 소수라도 좋으니 지지 세력을 모아. 너도 연락하는 귀족이야 있을 것 아니야?”

“몸집 차이가 너무 클 텐데.”

“잊었어? 네 뒤에는 우리가 있다는 걸. 작정하고 여론전을 펼쳐. 보조는 우리가 할 테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군. 짐심으로 전쟁을 벌일 작정인가? 날짜는?”

칼베리안의 물음에 에단은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삼 일 뒤. 즉위식이 거행되는 날.”

바로 그날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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