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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명가 격투천재-294화 (294/398)

◈ [294화] 세력 규합 (1)

에단은 호족들을 이끌고 곧장 다음 마을로 이동했다. 잭슨과 타미가 맡은 지역이었다.

묵묵히 뒤따라오던 호족의 장로가 입을 열었다.

“……녀석들도 데려갈 셈인가?”

“아는 게 좀 있나?”

에단이 약도를 보여 주며 말하자 호족 장로가 미간을 찌푸렸다.

“쯧, 성가신 녀석들을 만나러 가는군.”

장로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혀를 차자 에단이 흥미를 보였다.

“어떤 점이 성가시지?”

“가진 능력은 무식한 힘밖에 없는 주제에 자존심이 드센 녀석들이지.”

“꼭 너희를 두고 하는 말 같은데.”

“…….”

호족 장로가 인상을 구기자 에단이 피식 웃었다.

“농담이니 그렇게 정색하지는 말지.”

“흥, 녀석들과 비교 대상에 올라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녀석들은 뭐 특별한 거라도 있나?”

“아니, 보잘 것 없는 놈들이다. 자존심만 강할 뿐이지.”

“흐음.”

에단이 턱을 매만졌다.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았다.

‘구성 인원이 불안하긴 하니.’

잭슨과 타미.

마음을 놓고 있기에는 어딘가 불안해지는 구성이었다.

“속도를 올리지.”

에단은 결국 이동하는 속도를 올리기로 결정했다.

에단과 아란은 별 문제없었고, 뛰어난 체력과 기동력을 가진 호족들도 에단의 속도를 잘 맞췄다.

‘이런 점은 마음에 드네.’

에단이 힐긋 뒤를 돌아보며 생각했다. 한 번 패배한 호족들은 깔끔하게 결과에 승복했다.

그것이 끝이었다.

그 외에 다른 수작질을 벌이려 하는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늑대족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추가적으로 도전하거나 하는 경우는 있어도 뒤에서 무언가를 꾸민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에단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혼자서만 이동할 생각은 없었기에 적당히 페이스를 조절하긴 하였으나 아란과 호족들은 생각보다 더 잘 따라와 주고 있었다.

그렇게 계속 움직이자, 어떠한 기척이 느껴졌다.

기척을 가장 먼저 감지한 것은 에단이었다. 에단의 눈이 가늘어졌다.

‘전투인가?’

에단은 지면을 박차는 다리에 힘을 더했다.

허벅지가 부풀어 오르며 혈류량이 상승했다. 거기에 마나까지 깃들었다.

파앙!

에단이 가속했다.

경이로운 속도였다. 동체 시력이 좋기로 알려진 아란과 호족들도 에단의 모습을 놓칠 정도였다.

‘무슨 속도가!’

이미 지금 이동하는 속도조차 한계에 가까웠다.

체력도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기에 이를 악물고 이동하고 있었는데, 에단이 거기서 재차 가속하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란이 이를 악물었다.

숨소리는 거칠어지고 머리가 핑 돌았지만, 여기서 주저앉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아란이 속도를 올리자 다른 호족들도 질 수 없다는 듯이 아란을 뒤쫓았다.

하지만 에단의 모습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샤샤샥―!

풍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에단은 차게 식은 눈으로 기척의 발생지를 응시하고 있었다.

무지막지한 속도로 이동하다 보니 어느새 멀리서 형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에단의 예상대로 타미와 잭슨이었다. 그들은 숨을 헐떡이며 교전 중에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군.’

쓰러진 수인들의 숫자도 적지 않았지만 그건 에단이 신경 쓸 사항이 아니었다.

‘부상의 정도는.’

에단의 눈매가 좁혀졌다.

다행이 심한 것 같지는 않았다. 안도감이 듦과 동시에 짜증이 치밀었다.

‘안일했군.’

오판했다.

타미의 무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믿고 잭슨과 붙여 둔 게 실수였다.

만일 저 수인들의 수준이 호족 정도만 되었어도 타미와 잭슨은 위험했을 것이다.

에단이 혀를 차며 피어를 끌어올렸다. 난폭한 기운이 거칠게 날뛰었다.

수인들이 전투를 멈추고 에단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쾅!

에단이 타미와 잭슨 앞을 지키듯 가로막자 잭슨은 긴장이 풀렸는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아…… 살았다…….”

“엄살은.”

에단이 퉁명스럽게 반응하자 잭슨은 힘없는 미소를 지었다.

“타미.”

“응.”

“고생했다.”

“……응.”

타미도 그대로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에단이 가볍게 몸을 풀며 앞으로 나아갔다. 에단에게서 흘러나오는 막강한 기운에 곰족들은 몸을 덜덜 떨며 움직이지 못했다.

“뭐 이야기를 먼저 들어 봐도 되겠지만…… 수인들의 방식이란 게 있겠지? 나도 그게 더 성미에 맞고 말이야.”

수인들을 옭아매던 기운이 사라졌다. 그들이 거친 숨을 토해 내며 긴장한 눈초리로 에단을 바라봤다.

“……그쪽은 누구지?”

“얘 보호자.”

짤막하게 대답한 에단이 저벅저벅 앞으로 나아가자 곰족들이 흠칫하며 놀란 기색을 보였다.

“왜? 쫄려?”

에단이 비아냥거리자 곰족들이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크르르.

끈적한 야성이 에단에게 달라붙었다. 에단은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볼 요양으로 느긋하게 다가갔다.

후웅!

일제히 에단을 포위한 곰족들이 거대한 팔을 휘둘렀다. 살벌한 기세로 휘둘러지는 팔을 에단은 물끄러미 지켜봤다.

“이게 다야?”

에단의 눈에 실망감이 어렸다. 에단은 팔을 낚아챔과 동시에 곰족의 발을 걸었다.

곰족은 중심을 잡지 못한 채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에단은 쓰러진 곰족의 머리를 그대로 짓밟았다.

콰직!

자비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 발길질에 곰족의 몸이 추욱 늘어졌다.

동료가 쓰러진 것을 본 다른 곰족들이 분개하며 달려들었다. 기세는 살벌했지만 그것뿐이었다.

에단은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않았다.

달려드는 곰족의 명치를 향해 그대로 프런트 킥을 뻗었다.

명치가 움푹 팬 곰족의 동작이 멈췄고, 에단은 그대로 곰족의 턱을 돌려 버렸다.

다른 곰족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에단의 주먹질과 발길질 한 번에 추풍낙엽처럼 바닥에 쓰러지고 있었다.

애당초 전투가 성립되지 않았다.

잭슨은 멍한 눈초리로 에단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전부터 사람 같지 않다고는 생각했지만, 지금 에단의 모습은 경외를 넘어서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에단은 무심한 표정을 고수한 채 모든 곰족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마지막 곰족을 쓰러트린 순간.

아란과 호족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처참한 현장을 본 호족들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왔냐?”

에단의 무감정한 눈초리에 아란과 호족들은 입을 다물었다. 에단의 표정과 말투에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섬뜩함이 느껴졌다.

에단은 쓰러진 채 신음을 흘리는 곰족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마을로 가지.”

에단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   *   *

에단은 호족을 대할 때보다 더욱 강압적이고 사나운 태도로 곰족을 상대했다.

한눈에 보더라도 감정적인 상태라는 것이 드러났다.

곰족들은 감히 에단에게 저항하지 못했다.

뒤늦게 아란과 호족들이 자신들의 상황을 설명했지만 곰족의 얼굴에는 불만과 의심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감히 에단의 말을 거스를 수 없었다.

에단의 기세가 워낙 살벌했던 것도 있었고, 에단이 보여 준 막강한 힘을 육안으로 지켜봤었기 때문이다.

타미와 잭슨은 진이 모두 빠졌는지 잠에 빠져 있었고, 에단은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

에단의 분위기는 날이 서 있었다. 꺼림칙한 적막이 내리깔렸다.

“하루 뒤에 이동한다.”

“…….”

곰족은 불만 어린 눈초리로 에단을 노려봤지만 감이 거역하거나 하지는 못했다.

‘녀석들은 걱정할 필요 없겠지.’

렉사르는 블란테에서도 악명 높은 사냥개였다. 수많은 실전과 사선을 넘어선 렉사르에게 지금 임무는 어려운 축에도 끼지 못했다.

에단은 그렇게 곰족의 마을에서 하루를 보낸 뒤 이동을 시작했다.

에단에게 호되게 당한 곰족들은 몸을 모두 회복하지 못했지만 불만을 토로할 수는 없었다.

에단이 잭슨과 타미를 깨우자 타미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에단은 말없이 타미를 안아 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잭슨이 혹시나 하는 눈으로 에단을 바라봤지만 에단은 단칼에 잘라냈다.

“너는 알아서 걸어.”

“……알겠습니다.”

냉담한 에단의 말에 잭슨이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이동이 시작되었다.

마을 사이의 거리는 그리 떨어져 있지 않았고, 워낙 이동하는 속도가 빨랐기에 반나절 만에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에단은 마을 근처에 도달하자마자 지척에 깔려 있는 함정을 확인했다.

함정을 보고 눈살을 찌푸린 에단이 마나를 끌어올렸다. 에단의 몸에서 흘러나온 파괴적인 마나가 주위를 휩쓸었다.

함정들이 순식간에 분쇄되었다.

함정을 모두 부순 에단은 아무렇지 않게 발을 옮겼고, 충격받은 표정으로 에단을 지켜보던 수인들도 천천히 에단의 뒤를 따라갔다.

주변은 완전히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수인들은 입을 꾹 다문 채 두려움에 젖은 눈으로 에단을 바라봤다.

‘……이게 일개 인간의 힘이란 말인가?’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에단은 묵묵히 이동했고, 그러자 멀리서 두 신형이 에단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렉사르와 휴고였다.

렉사르와 휴고는 에단이 대동해 온 수인들을 보고서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됐지?”

“저항이 심한 관계로 모두 제압해 뒀습니다.”

“잘했어. 마을의 규모는 어느 정도지? 지금 이 인원을 모두 수용할 수 있겠나?”

에단이 뒤편에 있던 수인 무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말없이 수인들의 숫자를 가늠하던 렉사르가 입을 열었다.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

예상은 하고 있었기에 놀라거나 당황하지는 않았다.

“일단 복귀부터 먼저 한다.”

에단의 지시의 렉사르와 휴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제압해 둔 묘족들을 이끌고 처음 출발했던 마을로 돌아갔다.

세 부족이 모이자 여태껏 본 적 없는 규모가 형성되었다. 마치 군대가 이동하는 것 같았다.

에단과 일행은 이동하면서 사사로운 대화 한번 나누지 않았다. 농담을 내뱉거나 할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동하면서 들리는 소리는 눈을 밟는 소리와 거친 호흡 소리뿐이었다.

보존식이 떨어졌다.

수인들의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져 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에단은 말없이 발을 옮기기만 했다.

휴식 따위는 없는 무식한 행군이 강행되었다. 혹한의 날씨와 험난한 길이 방해물이 되었다.

에단은 꿋꿋하게 발을 옮겼고, 어느새 늑대족의 마을에 도착하게 되었다.

마을 인근에 도착하자 예상대로 늑대족 전사들이 다가왔고, 그들은 엄청난 수의 수인들을 보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게 대체…….”

“준비는 해 뒀나?”

“……이 정도 숫자일 줄은 예상치 못했습니다.”

“일단 그거라도.”

호르잔과 마을의 전사들이 준비해 둔 식량을 가져왔다.

역시나 인원에 비해 턱없는 양이었다. 수인들은 입을 다문 채 늑대족이 가져온 식량들을 입에 털어 넣었다.

“휴고, 렉사르, 아란.”

에단의 부름에 셋이 에단 앞에 다가왔다.

“사냥부터 다녀오자고.”

셋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인원이 인원인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식량의 확보였다.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해 에단은 마을의 체류해 있기로 결정했고, 다른 늑대족 전사들과 휴고, 렉사르만 사냥에 나서기로 결정되었다.

그들이 사냥에 나서는 것을 보자 에단은 품에 수정구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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