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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명가 격투천재-164화 (164/398)

◈ [164화] 얘기 한번 들어 볼까? (2)

한니발은 에단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지 못했다.

만약 에단이 레벨린과 어떤 관계에 있었고, 어디까지 아는지 알았다면 깔끔하게 포기했을 것이다.

한니발이 침묵하자 에단이 다리를 꼬며 말했다.

“솔직하게 가자고, 솔직하게. 어차피 너도 원하는 게 있을 거 아니야?”

“……제게 원하는 게 무엇입니까?”

“반대로 묻지. 넌 뭘 원하지?”

에단이 되물었다. 그때 거리를 두고 지켜보고 있던 휴고가 으르렁거리자, 에단이 인상을 찌푸렸다.

“시끄러.”

“…….”

휴고가 입을 다물었다. 헨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휴고를 바라봤다.

‘……뭔가 불쌍한데.’

기가 죽은 얼굴을 하고 있는 휴고의 모습을 보니 안쓰러운 감정이 느껴졌다.

한니발이 휴고에게로 시선을 던졌다가 에단을 바라봤다.

“혹시 수인입니까?”

한니발의 질문에 에단이 말없이 응시했다. 에단의 깊은 눈을 바라보던 한니발이 이내 시선을 내리깔았다.

“야.”

“……네?”

“내가 짱구 굴리지 말라고 했지.”

쾅!

에단이 벽에 주먹을 꽂았다. 굉음과 함께 저택이 진동했다.

“이 새끼, 표정 다 드러나네. 왜? 경호원들이 죄다 들이닥치면 널 구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콰직!

“끄아아아악!”

에단이 한니발의 발등을 짓밟았다. 내지르는 비명 소리를 무시한 채 반대편 발도 똑같이 밟았다. 에단이 발을 밟으며 말했다.

“소리 지르면 죽을 줄 알아.”

콰직!

“……!”

한니발이 눈을 부릅떴다.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지르자 눈에서 실핏줄이 터져 나왔다.

“넘볼 게 없어서 내 거를 넘봐? 내가 웃으면서 좋게 좋게 말하니까 좆으로 보여?”

덜컥!

그 순간 경호원들이 들이닥쳤다. 에단이 기세를 뿜어내자 막대한 기운이 저택을 가득 메웠다.

경호원들이 멈칫거렸다. 하지만 자아를 거세당한 경호원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에단을 향해 달려들었다.

“휴고.”

에단의 부름에 곧장 휴고가 움직였다. 헨리도 마나를 끌어 올렸다.

꽈아악!

벽면에서 나무뿌리 같은 게 형성되며 경호원들을 제압했고, 휴고는 거침없이 경호원들을 도살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남은 경호원들은 에단의 앞에 당도했고, 에단은 무심한 얼굴로 다가오는 경호원들을 걷어찼다.

뻐억!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경호원이 벽에 처박혔다. 고개를 숙인 경호원의 입에서 피가 한 움큼 흘러나왔다. 즉사였다.

“내가 경고했잖아. 왜 내 말을 귓등으로 듣는 거지?”

에단이 또다시 다가온 경호원의 머리를 붙잡고 그대로 바닥에 처박았다.

콰지직!

으깨진 바닥에 박힌 경호원의 몸이 추욱 늘어졌다.

“오,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니발이 떨리는 목소리로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오해?”

에단의 형형한 안광이 한니발에게로 향했다.

“그, 그렇습니다! 저는 단지 생각할…….”

에단이 한니발의 멱살을 잡고 끌어 올렸다. 멱살을 잡히고 끌려가자 짓밟힌 발등에서 엄청난 통증이 엄습했다.

자칫 비명을 내지를 뻔했지만, 에단의 흉흉한 눈빛에 한니발이 입을 다물었다.

“너 욕심냈잖아. 여기서 또 구라 치면 그때는 그냥 죽여 버릴 수도 있으니까 솔직해지자고.”

“…….”

“대답 안 해? 대답하게 해 줄까?”

“……죄송합니다.”

“그래, 솔직하게 말할 수 있잖아.”

쾅!

에단이 그대로 한니발의 머리를 바닥에 꽂았다. 한니발이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익숙한 눈빛이었다. 탐욕으로 번들거리는 시선.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에단은 그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내가 욕심이 좀 많아. 그래서 내 걸 욕심내는 애들을 보면 조금 화가 치미네?”

꽈드드득!

바닥을 짓누르고 있는 압력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한니발이 입을 벌리며 비명을 내질렀다.

“끄으으으.”

“이제 정신 좀 차리겠어?”

“죄, 죄송합니다! 다신 안 하겠습니다!”

“좋아. 믿어 주지.”

에단이 가하던 힘을 멈춘 뒤 그대로 한니발의 몸을 일으켰다.

한니발의 머리는 땀으로 푹 젖어 있었고, 퀭한 동공은 에단을 응시하고 있었다.

“앉아.”

“……끄윽.”

한니발이 절뚝거리며 그대로 의자에 앉았다.

“생각보다 많이 지체했네. 이제 솔직해지기로 했으니까 솔직히 말하자고.”

멍한 얼굴을 하고 있던 한니발이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돈을 벌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돈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더군요. 그때 제게 다가온 분이 계셨습니다.”

“설명이 기네. 짧게 못 해?”

“……레벨린 님이 제게 먼저 제안했죠. 힘과 권력, 그리고 영겁의 삶. 욕심이 생기는 달콤한 말이었습니다.”

한니발의 손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에단이 피식 웃었다.

“그래서 레벨린이 잠적하고 연락이 두절된 이후로는 전부 너의 독단이라고?”

“……그렇습니다.”

“그럼 쟤는 뭔데.”

에단이 쓰러져 있는 소녀를 향해 턱짓하자, 한니발이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레벨린 님이 소개해 주신 용병입니다.”

“그래? 수인족을 다루는 법도 레벨린한테 배운 거냐?”

“이미 대부분의 작업은 끝나 있었고, 저는 인계받은 것뿐입니다.”

“호오, 그렇단 말이지? 그럼 또 하나 질문하지. 우리 영지에 도적 새끼들 풀어놓은 것은 누구지?”

“……도적이라니요?”

“어. 곰 발이니 뭐니 하는 새끼들 말이야.”

“……그자들은 분명 블란테에…… 허억!”

한니발이 입을 틀어막았다. 그의 반응에 에단이 히죽 웃었다.

“이거 실수로 비밀을 발설해 버렸네.”

에단이 한니발에게 다가가 그의 입을 움켜쥐었다. 강한 압력에 한니발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우읍! 우읍!”

“방금 전 말 다 들은 거 맞지?”

한니발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격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부정하지 않아도 돼. 어차피 죽은 놈은 말을 못 하거든.”

에단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자, 한니발이 격렬하게 반응했다.

“우읍! 우읍!”

한니발이 어떻게든 부정하려고 손바닥을 펴 보이자, 에단이 피식 웃으며 손을 놓았다.

“농담이야.”

“허억, 허억!”

한니발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에단을 바라봤다. 그의 동공이 거칠게 떨렸다.

‘……이자들이 블란테였단 말인가?’

덜미를 잡히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행동했지만 결국 붙잡혔다.

한니발은 상인이었고, 많은 귀가 있었다. 당연히 최근 들어 블란테가 어떠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전례 없는 움직임에 대륙의 시선이 블란테에 집중되었고, 한니발은 의구심을 느꼈다.

‘이자 때문이었어.’

모든 상황은 눈앞의 남자가 주도했다. 한니발은 그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간 쌓아 온 관록이 말해 줬다.

에단이 한니발 앞에 쪼그려 앉았다.

“이제 다시 대화를 해 보자고. 이제는 좀 솔직해지겠지?”

“모, 모두 말하겠습니다.”

“그래. 솔직해지니까 얼마나 좋아. 그럼 이제 물어볼게. 이번 영지전, 구체적으로 무슨 계획이야?”

“하네시드 영지에 매립되어 있는 마석이 많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마석이 이런 걸 말하는 건가?”

에단이 품속에서 검은색 보석 파편을 꺼냈다. 한니발의 동공이 흔들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래. 계속 말해 봐.”

“본래라면 협상을 통해 매립된 마석을 채취했었겠지만…….”

한니발이 망설이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리자, 에단의 미간이 좁혀졌다. 한니발이 눈을 질끈 감은 채 말을 이었다.

“생각을 조금 달리했습니다. 레벨린 님이 사라지시고 제가 독단으로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을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한니발의 말에 에단이 피식 웃었다.

“지하의 문을 열고, 그 새끼들의 총애를 얻으면 그 뒤로는 네 세상이라고 생각한 거냐?”

“그걸 어떻게…….”

“빤하지.”

그게 레벨린과 협력하는 자들의 생각일 테니까.

에단이 한니발에게 싸늘한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염병하지 말라고 해. 너 같으면 개미 새끼의 부탁을 들어줄 것 같아?”

“…….”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너의 자유인데 말이야. 남들한테 피해는 주지 말아야 될 거 아니야. 영지전에서 승리한 뒤에는 어떻게 문을 열려고 한 거야?”

에단이 천천히 기억을 되짚었다. 기억을 떠올린 에단이 와락 인상을 일그러트렸다.

“설마 죄다 제물로 삼을 생각이었나?”

“…….”

“허.”

황당했다. 설마 이 정도로 정신 나간 새끼였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에단이 한니발에게 다가가 그대로 턱을 후렸다.

뻐억!

한니발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한니발에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수인은 또 뭐야? 쟤한테 어떤 작업을 해 둔 거지?”

“……그건 저도 모릅니다.”

에단의 발이 다시 한번 치켜 올라가자, 한니발이 애원하듯 소리쳤다.

“저, 정말입니다! 저도 그년에게 소개받은 게 전부입니다!”

에단의 발이 멈췄다. 눈살을 좁힌 채 쓰러져 있는 소녀를 바라봤다.

“너, 쟤 이름은 아냐?”

“…….”

“쓰레기 새끼.”

에단이 바닥에 침을 내뱉은 뒤 소녀에게 다가갔다. 가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에단이 소녀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손을 얹고 정신을 집중했다.

―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페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껏 대화에서도 침묵하던 페온의 음성에 에단은 꺼림직함을 느꼈다.

‘이대로 놔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지금껏 해 온 과격한 해결 방식을 대입할 수는 없었다. 그것들은 모두 에단의 내구성과 페온의 도움으로 인해 얻은 결과였다.

에단이 의식을 집중하자 그녀의 머릿속에 있는 마석이 느껴졌다.

‘머릿속에 처박아 뒀군.’

기가 찼다. 수인들은 마석에 반응한다. 그 점을 이용해 머릿속에 박아 넣은 마석을 매개체로 이용한다.

자세한 활용법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궁금하지도 않았다.

‘……이대로 깨 버릴 수 있을까?’

불가능한 방법은 아니었다. 에단의 마나는 마석에도 반응했으니 외력을 가하면 그만이었다.

혹은 죽은 나무의 힘으로 마석에게서 마나를 추출할 수도 있었다.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에단이 미간을 찌푸렸다. 섣부르게 결정하기가 힘들었다.

― ……길을 알려 주마.

그때, 페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페온의 미약한 기운이 에단을 인도하기 시작했다.

에단은 고민 없이 페온을 뒤따랐다. 고민해 봤자 달리지지 않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페온의 기운이 소녀의 내부를 순환했다.

― 모두 흡수해야 한다.

소녀를 통제하던 죽은 마나를 에단이 흡수했다. 힘들거나 어려운 일들은 아니었다.

페온의 기운이 소녀의 머릿속까지 도달했다. 머리 한가운데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마석 파편을 바라보던 페온이 말했다.

― 이걸 내가 부수게 되면 그 순간 모든 기운을 흡수해야 한다. 할 수 있겠나?

‘뭐, 한번 해 보죠.’

에단이 명쾌하게 대답했다. 고민은 다른 방법이 있을 때나 하는 것이었다.

에단의 대답에 작게 한숨을 내쉰 페온이 마석 파편을 향해 다가갔다. 깊게 가라앉은 페온의 눈에서 귀화가 피어올랐다.

에단은 주의 깊게 페온의 모습을 지켜봤다. 페온이 손을 뻗어 허공을 붙잡았다.

그 순간, 주변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질적이었다. 공간이 분리된 것 같았다.

쩌엉―!

페온의 주먹이 마석을 때렸다. 그 순간 마석이 산산이 조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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