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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명가 격투천재-160화 (160/398)

◈ [160화] 용병 길드 (2)

빠득.

민머리 남자의 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팔이 뒤로 젖혀졌다. 에단이 고개를 돌려 단원들을 힐긋 바라봤다.

“봤지? 이딴 식으로 주먹질하면 뒤진다.”

동작이 크잖아.

콰직!

에단이 남자의 무릎을 짓밟자, 순식간에 입이 벌어지며 몸이 기울었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고통이 치밀어 올랐지만, 주먹을 내지르는 행위는 포기하지 않았다.

“의지는 좋네.”

에단이 씨익 웃으면서 상체를 젖혀 주먹을 피했다. 그러고는 그대로 남자의 머리를 붙잡은 채 무릎으로 남자의 코를 으깨기 시작했다.

콰직! 콰직! 콰직!

끔찍한 파열음과 함께 남자의 몸이 경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바들거리던 남자의 몸이 축하고 늘어졌다.

코가 으깨져 피범벅이 된 남자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미라가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뭐 하는 거죠?”

“뭐가?”

에단이 태연하게 되묻자, 사미라가 고개를 저었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단원들이 공포를 느끼며 몸을 떨었다.

‘저게 인간이라고?’

‘저건 악마야.’

‘오, 신이시여…….’

단원들이 짙은 절망을 느꼈다. 그간 에단과 함께한 대련은 손속에 사정을 둔 것이라는 사실이 그들을 더욱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뭐야?”

“어떤 새끼야!”

“야, 빡빡이!”

한차례 소란이 일며 문 안에서 용병들이 우르르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용병 하나가 피 칠갑이 된 채로 쓰러져 있는 민머리를 부축하며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에단을 노려봤다.

“너냐? 감히 용병 길드 앞에서 간땡이 부은 짓을 저지른 게.”

살기가 가득한 목소리였지만, 에단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답했다.

“시비는 쟤가 먼저 걸던데?”

“……팔다리 하나를 잃고 나서도 똑같이 지껄이는지 보자.”

용병들이 허리춤에서 각자 무기를 꺼내 들려고 할 때, 사미라가 한숨을 내쉬며 앞으로 나섰다.

에단에게 집중되던 이목이 사미라에게로 옮겨졌다.

용병들 중 몇 명이 사미라를 알아보고는 표정이 바뀌었다.

“……사미라?”

“사미라? 검은 도끼라고?”

용병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용병들 사이에서 검은 도끼라는 이명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한차례 술렁임이 인 뒤, 한 용병이 대표해서 사미라 앞에 섰다.

“은패 용병인 빈첸이라고 하오. 검은 도끼, 저자와 연관이 있소?”

빈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에단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새끼, 가오하고는.”

에단의 비아냥에 용병들이 에단을 죽일 듯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사미라가 인상을 구기며 입을 열었다.

“내가 신원을 보증하지. 먼저 소란을 일으킨 건 사과하고…… 경위를 설명해 주겠다.”

“경위?”

건물 입구에서 흉악한 인상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미라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

“……광견.”

“검은 도끼, 간만에 찾아와서 꽤나 건방진 소리를 하는데?”

광견이라고 불린 남자가 으르렁거렸다.

“네가 감히 무슨 권한으로 신원보증 같은 헛소리를 나불대는 거지? 너 또한 배신자이면서 말이야.”

“…….”

사미라가 침묵했다. 한편 에단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귀를 후비다 앞으로 나섰다.

“여기 애들은 하나같이 말이 많네.”

뚜벅뚜벅.

에단이 거침없이 걸어 나가 광견 앞에 섰다. 광견과 에단의 덩치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광견이 코웃음을 치며 에단을 내려 봤다.

“너는 뭐 하는 놈이지? 아, 검은 도끼의 밤 시중이라도 들고 있나?”

큭큭큭.

비웃음 소리가 퍼졌다.

용병들이 킥킥거리며 웃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헨리와 휴고가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단원들도 얼굴을 가렸다.

‘……저 머저리 같은 놈들.’

보기만 해도 범상치 않은 녀석들이다. 나름대로 거칠게 살아왔다고 자부한다는 자신들과도 비교가 안 되는 야성이 느껴졌다.

하나 그렇다고 한들 에단과 비교할 순 없었다.

‘……상대를 너무 잘못 골랐어.’

줄리엔이 회한을 느꼈다. 자신도 과거 저와 같은 실수를 저질렀단 말인가?

과거의 자신을 만날 수 있다면 두들겨 패 버리고 싶었다. 에단이 고개를 들어 광견을 마주 봤다. 광견의 얼굴에는 흉터가 가득했다.

“요즘 애들은 하나같이 얼굴에 낙서가 많네? 유행이냐?”

“……주둥이를 찢어 주마.”

“해 보든가.”

쾅!

에단이 광견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광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광견이 에단을 향해 손을 뻗자, 에단이 그 손을 맞잡았다.

“뭐, 악수하자고?”

히죽 웃는 에단의 얼굴을 본 광견이 섬뜩한 안광을 번뜩였다.

‘손을 으깨 버린다.’

광견은 힘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었기에 이런 가냘픈 손 따위는 단번에 으스러트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꽈아아악!

광견의 전완근이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에단이 멀뚱거리며 광견을 응시했다.

“너 뭐 하냐?”

“……뭐라고?”

“설마 힘준 거야?”

이게?

에단이 콧방귀를 뀌며 손에 힘을 밀어 넣었다.

꽈드드드득!

“끄아아아악!”

광견의 입에서 비명 소리가 튀어나왔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이 개자식이―!”

광견이 허리춤에서 검 한 자루를 뽑아 에단을 향해 휘둘렀다. 에단이 무심하게 검을 바라보다 광견의 다리를 걷어찼다.

휙!

광견의 무게 중심이 반전되며 순식간에 바닥에 엎어졌다.

“장난감 가지고 설치면 안 되지.”

에단이 광견의 반대 팔을 발로 지그시 짓밟았다. 겉으로는 부드럽게 밟은 것처럼 보였지만, 당하는 광견의 입장에선 그렇지 않았다.

우드드득!

“끄으으윽!”

뼈가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울려 펴졌다. 광견의 눈에 실핏줄이 터져 나왔다. 붉게 물든 안광이 에단을 노려봤다.

“그래, 이 정도 강단은 있어야지.”

에단이 피식 웃으며 광견을 바라봤다. 광견이 마나를 끌어올리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콰직!

에단이 반대 발로 광견의 가슴팍을 짓밟았다. 이번에는 한 차례로 멈추지 않았다. 적당히 갈비뼈가 으스러지지 않을 정도로 밟아 댔다.

콰직! 콰직! 콰직!

수차례 가격이 가해지자, 광견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다가 그대로 멈췄다.

그제야 에단이 광견의 위에서 내려왔다. 에단이 시선을 돌려 용병들을 바라봤다.

“더 해도 좋고.”

“…….”

거칠기로 유명한 용병들이 침묵했다. 그 누구도 감히 먼저 입을 여는 이가 없었다.

“하아, 결국 또 사고를 치는구나.”

사미라가 마른 얼굴을 쓸어내리며 에단의 곁에 섰다.

“빨리 길 안 터?”

사미라의 분위기가 일순 돌변했다. 사나운 기세가 용병들을 집어삼켰다.

용병들은 거칠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웠지만, 그만큼 자신의 목숨을 소중하게 여겼다.

승산과 득실을 가늠하고 손해 보지 않는 길을 택한다. 그것이 용병이라는 족속들이다.

용병들이 슬금슬금 길을 트기 시작했다.

에단과 사미라가 거침없이 발을 움직이자, 그 뒤를 휴고와 헨리가 뒤따랐다. 둘은 더 이상 크게 놀라지 않았다.

‘하루 이틀이어야 말이지.’

에단과 같이 다니면 늘 겪는 일인지라 이제 크게 놀랍지도 않았다. 에단을 따라가던 휴고가 뒤를 돌아보며 단원들을 바라봤다.

“안 따라옵니까?”

“……네, 넵! 죄송합니다!”

화들짝 놀란 줄리엔과 단원들이 휴고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저분도 예사 인물이 아니야.’

에단과 비교했을 때 유할 뿐이었지, 휴고 또한 블란테의 일원이었다. 줄리엔이 침을 삼키며 바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줄리엔과 단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칼센도 정신을 되찾았다.

‘……내가 뭘 본 거지?’

용병 길드의 본거지에서 이런 식으로 깽판을 부릴 수가 있단 말인가?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건물 안에 들어서자 수많은 용병들이 에단을 노려보고 있었다. 고운 시선이 하나도 없었다.

거침없이 앞으로 나선 사미라가 가장 안쪽에 있는 스탠드 앞에 앉자, 맞은편에 있던 중년이 말없이 사미라를 응시했다.

“이게 무슨 소란이지?”

“노인네는 아직 정정해 보이네?”

“……후우, 해명을 할 것이라면 빠르게 하는 게 좋을 거야. 자네라면 몰라도 일행은…….”

“나이가 들더니 안목이 많이 죽었군.”

사미라가 피식 웃었다.

“사람을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봤어. 일행이 위험하다고? 단언하지. 여기 있는 전부가 달려들어도 저 남자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할 거야.”

사미라의 깊은 눈을 바라본 중년의 표정이 굳었다.

“거짓말은 아니군.”

“내가 언제 헛소리한 거 봤수?”

“본 건 많았지.”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은 없군, 큭큭.”

중년이 눈살을 좁히며 물었다.

“그래서, 이런 소란을 벌이면서 여기까지 찾아온 이유가 뭐지?”

“뭐, 나쁜 일로 찾아온 건 아니니까 너무 경계하지 마. 오히려 그쪽에게는 호재일 수도 있지.”

사미라가 에단과 단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얘네 용병패 좀 줘.”

“용병패? 시험 없이 용병패를 달라고 요구하는 건가?”

“시험?”

사미라가 웃음을 흘렸다.

“광견을 동네 개 잡듯이 두들겨 팬 녀석한테 무슨 시험 타령이야? 감을 잃은 거야?”

“…….”

사미라의 말에 중년 남자가 침묵했다. 잠시 적막이 맴돌자, 뒤편에서 거친 노성이 튀어나왔다.

“누가 개처럼 얻어맞아―!”

흉흉한 살기가 폭사되었다. 시선이 일제히 돌아갔다. 광견의 몸에선 진득한 마나가 줄기차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에단은 무심한 눈으로 광견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휴고.”

“네, 대장님.”

“시끄럽다.”

“알겠습니다.”

휴고가 터벅터벅 앞으로 나섰다. 붉게 물든 광견의 눈이 휴고를 노려봤다.

“너는 뭐 하는 새끼지?”

“저도 이러고 싶지는 않은데…… 먼저 사과드리겠습니다.”

“……뭐?”

“대장님께서 시끄럽다고 하셔서요.”

“그게 무슨…….”

후웅!

휴고의 손이 광견의 머리를 붙잡았다. 광견의 머리가 그대로 지면에 처박혔다.

콰앙!

우지끈!

나무로 된 바닥이 으스러지며 광견의 머리가 바닥에 꽂혔다. 휴고는 마나가 어린 손을 광견을 향해 뻗었다.

쾅! 쾅! 쾅!

휴고의 주먹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광견의 몸이 움찔거렸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휴고가 거친 손길로 광견의 머리채를 붙잡으며 뽑아 들었다.

“끄으으으.”

나무 파편과 함께 피범벅이 된 광견의 얼굴이 드러났다.

“음, 꽤나 튼튼하시네요.”

휴고가 다시 한번 광견의 머리를 바닥에 꽂아 넣었다.

콰직!

나무 바닥이 우지끈하며 갈라졌다. 이번에도 역시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쾅! 쾅! 쾅!

수차례 이어지는 공격에, 가늘게 경련하던 광견의 몸이 추욱 늘어졌다.

광견이 완전히 쓰러지자 휴고가 몸을 일으켰다. 휴고가 에단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자, 에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좀 조용하네. 자, 하던 말 계속해 봐.”

에단의 재촉에 사미라가 고개를 돌려 중년을 바라봤다. 중년의 얼굴에서는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봤지?”

“……검은 도끼, 도대체 뭘 데리고 온 거야?”

“그러게…….”

사미라가 가슴 깊은 곳부터 치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칼센이 경악을 감추지 못하며 휴고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 사람도 정상이 아니었어.’

이곳에 있으면서 광견에 대한 조사도 끝냈다.

광견이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검은 도끼라고 불리는 사미라가 오기 전까지는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했다.

그런 광견이 압도적으로 패하다니…….

‘……이게 블란테인가?’

칼센의 피부에 닭살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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