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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명가 격투천재-158화 (158/398)

◈ [158화] 입성 (2)

짐을 푼 일행이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에단이 내려오는 모습을 본 남자가 구석진 자리에서 손짓했다.

에단이 남자가 있는 테이블에 다가갔다. 에단이 다가서자 남자가 몸을 일으켜 고개를 숙였다.

“처음 인사드리겠습니다. 길드의 간부를 맡고 있는 칼센이라고 합니다.”

“어, 반갑다.”

에단이 손을 뻗자, 칼센도 손을 뻗어 맞잡았다.

‘……손은 평범하군.’

에단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전해 들었다. 워낙 허황된 얘기가 많았기에 적당히 걸러서 들었다.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데…….’

조금 험상궂은 외모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리 과장 섞인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한들 에단은 블란테의 적통이었고, 정보 길드를 찍어 누른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칼센은 긴장을 풀지 않은 채 에단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부분의 절차들은 처리했습니다. 용병패는 곧 있으면 나올 테고, 말씀하신 ‘주먹 용병단’도 정식 용병단으로 인정된 상태입니다.”

“그래?”

에단이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자 칼센이 말을 이었다.

“문제는 인지도입니다. 노력이야 하고 있지만, 이게 빠른 시일 내에 되는 일은 아니다 보니…….”

“그거야 상관없어.”

“……그렇습니까?”

“어. 어차피 몸값을 올리려고 온 거니까.”

“…….”

광오하게 들리는 에단의 말에 칼센이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고 하셔도 너무 과하셨습니다. 제가 아무리 병사들과 어느 정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들 그들은 이곳의 병사들입니다. 아마 이후에 일이 복잡해질 가능성이 매우…….”

쾅!

칼센이 말을 이어 나가던 도중, 거칠게 문이 열리며 병사들이 들이닥쳤다. 병사들이 흉흉한 안광으로 여관 내부를 두리번거렸다.

구석에 있던 에단이 병사들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나 찾고 있냐?”

에단의 말에 병사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칼센이 입을 열었다.

“지금 무슨 짓을…….”

“칼센!”

병사 하나가 노호성을 내질렀다.

“그동안 편의를 봐주니까 우리가 우습게 보인 건가? 지금 감히 무슨 짓을 벌이고…….”

“이봐.”

갑작스레 들려오는 목소리에 병사들이 고개를 돌렸다. 건장한 체격의 여성이 병사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쿵!

어깨에 거대한 배틀 엑스를 짊어진 붉은 머리칼의 여성이었다. 그녀의 붉은 눈이 병사들을 응시했다.

“언제까지 길을 막고 있을 셈이지?”

“……사, 사미라?”

한 병사의 중얼거림에 사미라의 시선이 병사에게로 향했다.

“요즘 내가 많이 죽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함부로 이름을 불릴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사미라의 목소리가 사나워졌다. 이름을 중얼거린 병사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병사가 이를 악물었다.

“……지금 무슨 짓이지? 감히 병사들의 행사를 방해할 셈인가?”

“……방해?”

사미라가 눈을 끔뻑였다.

“길을 비키라고 말한 게 방해인가?”

“……빠득. 지나가라.”

병사가 이를 갈며 사미라의 길을 텄다. 사미라가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사미라의 발걸음이 향한 장소는 에단이 있는 곳이었다.

“살 좀 빠졌는데?”

“무례한 말이군요.”

사미라가 씨익 웃었다. 그녀가 의자를 빼내어 자리에 털썩 앉았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어, 오랜만이네. 쟤들은 어쩌려고? 저렇게 세워 둬도 돼?”

에단의 질문에 사미라가 콧방귀를 꼈다. 사미라가 병사들을 흘겨보며 말했다.

“불만이 있으면 주인에게 달려가서 말하겠죠. 이번 영지전에서 제가 빠지는 게 손해일지, 병사들의 체면이 떨어지는 게 손해일지 주인보고 저울질도 해 보라 하고.”

사미라가 이죽거리며 말하자, 병사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치안을 담당하는 영지의 병사들은 분명 일정한 상황에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성안에 들어서면서 에단은 병사를 폭행했기에, 병사들은 에단을 처벌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사미라가 방해한다면 사미라 또한 체포할 수 있었다.

“…….”

하지만 병사들은 알고 있었다.

사미라가 순순히 체포되지도 않을 것이며, 영지의 주인은 분명 병사들인 자신들보다 사미라의 전력을 높이 살 것이다.

결국 사미라는 면책권을 얻게 될 것이고, 문책을 당하는 것은 병사들의 몫이 될 터.

“……돌아간다.”

이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대장으로 보이는 병사가 몸을 돌렸다. 에단에게 턱이 돌아간 병사가 살벌한 표정으로 에단을 노려봤다.

강렬한 시선에도 에단이 피식 웃었고, 에단의 웃음을 보자 병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운이 좋은 줄 알아라.”

병사가 낮게 경고하며 여관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힐긋 지켜보던 사미라가 코웃음을 쳤다.

“끝까지 자존심 세우기는. 운이 좋은 게 누군지도 모르는 새끼가.”

사미라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저 병사들은 지금 어떤 실수를 저질렀고, 자신들이 어떤 위기 속에서 살아남았는지 모르고 있었다.

‘멍청하면 용감하다더니. 그나저나…….’

사미라가 질린 표정으로 에단을 바라봤다. 에단의 얼굴엔 조금의 긴장감도 보이지 않았다.

‘……더 성장했군.’

이제는 가늠이 되지 않을 지경이다. 아무리 블란테라는 사자의 자식이라고는 하나, 이 정도의 성장세가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도련, 아니, 단장님.”

그때 휴고와 단원들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한바탕 소란이 휩쓸고 간 이후라 그런지 분위기가 굳어 있었다.

“우리 구면이죠?”

사미라가 씨익 웃으며 말하자, 휴고가 눈을 끔뻑이다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사미라가 가늘게 뜬 눈으로 휴고를 훑어봤다.

‘……이 녀석도 괴물이네.’

휴고도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에 마주했을 때는 그래도 별 무리 없이 제압할 자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괴물들투성이야.’

그녀에게는 낯선,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느껴졌다. 사미라는 그 감정을 내색하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다비는 잘 지내고 있나요?”

“대단하더군. 학생들을 아주 휘어잡고 있던데?”

에단의 대답에 사미라가 씨익 웃었다.

“그럼 당연하죠. 누가 키웠는데.”

“그래.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거 다행이군요. 그래서 여기까지 온 이유는 역시 그것 때문인가요?”

“그것도 그거고, 다른 볼일도 생겨서.”

에단이 멀뚱멀뚱 서 있는 단원들을 바라봤다.

“요즘 내가 키우고 있는 애들이야.”

사미라가 고개를 돌려 단원들을 바라봤다. 날카로운 시선에 단원들의 몸이 움찔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봐 줄 만한데……. 그것만으로는 힘들 텐데요?”

“아직 그렇기는 하지. 내가 떠나면 네가 맡아서 키우라고.”

“제가요?”

사미라의 얼굴에서 귀찮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저는 애들 키우는 데에는 관심 없는데요?”

“다비는 내가 맡아 주고 있잖아?”

“……제기랄.”

사미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얘네는 뭐 하는 애들입니까.”

“붉은 곰 산하 조직.”

“뭐라고요?”

사미라가 인상을 찌푸렸다. 사미라가 다시 한번 단원들을 훑어봤다. 단원들이 안절부절못했다.

“다, 단장님! 그건 과거일 뿐…….”

“닥쳐.”

“넵.”

줄리엔이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사미라가 줄리엔을 바라보더니 턱을 쓰다듬었다.

“뭐, 대충 잘 키우면 쓸모는 있어 보이군요. 그런데 죄다 빈손이네요?”

“아, 그리고 얘네들은 무장시키면 안 돼.”

“……네?”

사미라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에단을 응시했다. 용병에게 무장을 시키지 말라는 소리만큼 황당한 말이 있을까.

“우리 컨셉이 맨몸 격투거든.”

에단이 히죽 웃으면서 말하자, 사미라가 현기증을 느꼈는지 이마를 부여잡았다.

“……지금 장난합니까?”

“장난 같아?”

“……아니, 다른 사람들이 당신이랑 얘 같은 괴물인 줄 알아요?”

사미라가 에단과 휴고를 가리키며 말했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단원들과 줄리엔은 백번 공감했다.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저희는 괴물이 아닌 인간이라고요!’

‘제발 설득해 주세요.’

단원들도 맨몸으로 사지에 뛰어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들이 간절한 눈초리로 사미라를 바라봤다.

“못 할 건 뭐가 있어? 애초에 우리를 죽이려고 들었던 애들인데.”

사미라의 고개가 다시 한번 돌아갔다.

“……진짜냐?”

“…….”

단원들은 차마 대답할 수가 없었는지 고개를 푹 숙였다. 사미라가 다시 고개를 돌려 에단을 바라봤다.

“그럼 뭐 자기들 업보네. 힘내라.”

“그치?”

사미라가 깔끔하게 포기하자, 단원들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분위기가 왜 이래요?”

뒤늦게 계단을 내려온 헨리가 눈을 끔뻑였다.

“너는 저기 구석에 가서 얘들 데리고 맥주나 마시고 있어.”

에단이 손을 휘적거리자 헨리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저, 정말인가요?”

“어. 마음 바뀌기 전에 빨리.”

“가, 감사합니다!”

헨리가 고개를 깊게 숙이고는 줄리엔과 단원들을 이끌고 식당의 중앙으로 향했다. 단원들은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그들을 바라보던 에단이 시선을 거두고 본론으로 넘어갔다.

“그래서 일은 어느 정도 진전됐나?”

“붉은 곰 말이죠?”

사미라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에단이 고개를 끄덕이자 사미라가 입을 열었다.

“제가 그래도 용병 짬이 좀 있어서 복귀야 어렵지 않고, 인맥들도 좀 있는 편이었는데……. 걔네들은 진짜 이상한 놈들이더군요.”

“얘기는 대충 들었어. 뜬금없이 영지전을 준비한다고?”

“네. 붉은 곰의 최근 성과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워낙 입소문이 빨리 퍼져서 찾기가 어렵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원래라면 지금쯤 얼굴 한번 봤어야 하는데……. 나오지를 않아 기다리는 중이었습니다.”

“나오지를 않는다고?”

에단이 인상을 찌푸리자, 사미라가 고개를 저었다.

“네. 그냥 잠적해 있는 상태더군요. 얘기를 듣기로는 한니발이 마련한 숙소에 틀어박혀 있다더라고요.”

사미라가 칼센을 바라보자 칼센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입니다. 붉은 곰이 이곳에 들어온 것은 사실이고, 영지전에도 참전 의사를 밝혔지만 그 이후로는 소식이 끊겼습니다.”

“그게 뭐야?”

에단이 인상을 찌푸리자, 사미라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저도 모르죠. 그래서 영지전까지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와중에 에단 님이 찾아온 거죠.”

“흐음, 그렇다고?”

에단이 턱을 매만졌다.

‘한니발이 엮여 있긴 한 것 같은데.’

원작에서는 언급만 되었던 거상이다. 기억으론 웬만큼 구린 일들에는 죄다 연결이 되어 있었다.

‘어떻게 할까.’

공과 시간을 들인다면 충분히 꾀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귀찮은데.’

에단은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네.”

에단이 몸을 일으켰다. 칼센과 휴고, 그리고 사미라의 시선이 에단에게 쏠렸다.

“칼센.”

“네?”

“여기 영주 어디 있는지 알아?”

“……영주요?”

“어.”

“그건 대체 왜…… 설마…….”

“걔 얼굴 한번 봐야겠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는 에단의 대답에 칼센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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