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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명가 격투천재-153화 (153/398)

◈ [153화] 창단 준비 (1)

쿠어어어!

블랙 오우거가 포효하자, 보는 이들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게 만들고 심신을 얼어붙게 만드는 피어가 발산되었다.

하지만 에단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귀를 후비고 있었다. 이미 두 차례나 상대한 녀석이다 보니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반면 벨몬트는 바들바들 떨며 공포에 질려 있었다.

‘미, 미친! 이 녀석을 잡는다고?’

이미 에단이 한 차례 토벌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아성체와 완전한 성체와의 간극은 매우…….

“시끄러워.”

퍼억!

무지막지한 기세로 달려오던 오우거가 에단의 가벼운 발길질 한 방에 바닥을 나뒹굴었다.

믿기지 않은 모습의 벨몬트가 눈을 부릅떴다.

‘이게 무슨…….’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장성한 블랙 오우거를 무슨 동네 똥개 대하듯이 걷어찬단 말인가.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똥개와 다를 바 없이 블랙 오우거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른다는 것이었다.

우지직! 우지끈!

블랙 오우거가 굴러 가며 거대한 덩치에 걸맞게 주위의 모든 것을 박살 내고 있었다.

벨몬트가 입을 벌리며 블랙 오우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걸 죽이지 않고 제압하면 된다는 거잖아.”

끄덕끄덕.

더는 말도 나오지 않는 탓에 벨몬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단이 씨익 웃으며 바닥을 뒹구는 블랙 오우거를 바라보다가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휴고에게 시선을 옮겼다.

“언제까지 자고 있으려고?”

빠악!

“허억!”

에단이 휴고의 뒤통수를 재차 가격하자, 휴고가 눈을 번뜩이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무, 무슨 일 있으십니…….”

“…….”

휴고의 눈이 벨몬트와 마주쳤다. 휴고의 동공이 서서히 좁아졌다.

“자, 간만에 스트레스 좀 풀자.”

크르르.

휴고의 야성이 눈을 뜨고 있었다. 벨몬트는 사색이 된 얼굴로 에단과 휴고를 번갈아 바라봤다.

“자, 네 상대는 저기 있네.”

에단이 휴고를 내려놓고는 블랙 오우거를 향해 걷어찼다.

에단의 발길질에 휴고가 밀려났다. 휴고의 누런 안광이 블랙 오우거를 주시했다. 피가 끓고 있었다. 본능에 몸을 맡긴다면 블랙 오우거가 아닌 벨몬트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싶었지만.

에단이 휴고를 지켜보고 있었다. 저 눈빛에는 저항할 수가 없었다. 휴고가 순순히 시선을 돌려 블랙 오우거를 노려봤다.

블랙 오우거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붉게 물든 안광이 블랙 오우거가 얼마나 분노했는지를 나타냈다.

타다닷!

휴고가 사족 보행으로 블랙 오우거에게 뛰쳐 갔다.

* * *

쿠웅!

블랙 오우거가 그대로 지면에 쓰러졌다. 휴고가 마지막 숨통을 끊으려고 하는 순간, 에단이 휴고에게 다가서서 다시금 뒤통수를 후렸다.

빠악!

휴고가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벨몬트는 참담한 표정으로 휴고를 바라봤다.

‘……아무리 역겨운 종족이라고는 하지만.’

처절하기 그지없는 대우를 보자 감정이 울컥했다.

에단이 블랙 오우거에게 다가서더니 툭툭 건드렸다.

“죽지는 않았네.”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었지만, 아직 목숨은 부지하고 있었다. 에단이 시선을 돌려 벨몬트를 바라봤다. 벨몬트가 화들짝 놀라며 에단을 향해 뛰었다.

“수,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됐지? 이렇게까지 해 줬는데 다른 준비도 필요해?”

에단이 눈살을 좁히며 묻자, 벨몬트가 고개를 빠르게 가로저었다.

“추, 충분합니다! 여기부터는 제가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에단에게 박해받고 무시당하는 입장이라고 한들 벨몬트는 밤의 귀족이라고까지 불리는 뱀파이어였다.

기절한 몬스터 하나를 제압하지 못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벨몬트의 손톱이 길어졌다. 길어진 손톱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그었다.

손바닥에 긴 실선이 그어지며 붉은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흐르던 피는 바닥을 향하지 않고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에단이 흥미로운 시선으로 벨몬트를 바라봤다.

― ……그래도 혈족이라는 건가.

페온의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에단은 반응하지 않고 묵묵히 벨몬트를 지켜보았다.

떠오른 피가 블랙 오우거의 상처 부위에 천천히 스며들었다. 벨몬트의 얼굴에서 굵은 땀방울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벨몬트가 눈을 떴다. 한층 더 깊어진 안광이었다.

“허억, 허억.”

벨몬트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에단이 물끄러미 벨몬트를 바라보다 물었다.

“끝난 건가?”

“……끝났습니다.”

“좋아, 수고했어. 이제 보충제를 양산할 수 있다는 소리지?”

흥분한 것처럼 보이는 에단의 표정에 섬뜩함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가능합니다.”

“좋아, 그렇단 말이지…….”

에단이 흐흐거리며 음흉한 웃음을 터트렸다.

‘……대체 또 무슨 짓을 하려고.’

벨몬트가 가늘게 몸을 떨었다.

* * *

에단과 벨몬트가 득의양양한 기세로 돌아왔다. 동굴에 상주해 있던 인원들은 블랙 오우거를 제압했다는 소식을 듣고 환호성을 내뱉었다.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하고. 대충 절반 정도만 인원을 나눠 봐.”

에단의 지시에 줄리엔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이유로 그러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지금 토 다는 거냐?”

“서,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이게 토 다는 거냐?!

억울함이 치밀었지만, 그 억울함을 토로할 수는 없었다. 줄리엔은 최선을 다해 미소를 지으며 에단을 바라봤다.

“왜 나누겠어? 여기서 계속 운동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어?”

“……아니었나요?”

에단이 손을 치켜들자, 줄리엔이 기겁하며 팔을 올렸다.

“이제 밥값은 해야지?”

‘……밥을 준 적도 없으면서.’

산적들은 동굴에서 음식들을 자급자족하며 지내고 있었다. 에단이 그들을 갈취했으면 갈취했지, 생활에 도움을 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불만을 표출할 수는 없기에, 꾹꾹 눌러 담은 채 미소를 머금고 에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그럼요. 저희도 여기에 있느라 답답하던 참이었습니다. 안 그러냐 얘들아?”

“그, 그렇습니다!”

“슬슬 좀이 쑤시던 참입니다!”

“역시 저희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는 분은 에단 님밖에 없군요! 하하하!”

산적들의 모습을 보며 에단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자, 그러면 대충 인원 나누고 기다리고 있어.”

“……어디 다녀오십니까?”

“어, 집에 좀 다녀오려고.”

의뢰할 게 있어서.

에단이 쓰러져 있는 휴고를 툭툭 건드리자, 휴고가 눈을 떴다.

“여긴…….”

휴고가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다. 기억이 군데군데 비어 있는 탓에 묘한 이질감과 함께 불쾌함이 들었다.

“잘 잤냐?”

“……제가 왜 쓰러져 있었죠?”

“슬슬 움직이자.”

“도련님?”

대답을 회피하는 에단을 지그시 바라봤지만, 에단은 가볍게 무시하며 몸을 풀었다.

“자, 그럼 돌아갈까?”

고개를 돌린 에단이 헨리를 바라봤다. 헨리가 멀뚱멀뚱하고 있었다.

“저는 어떻게 할까요?”

“너는 여기에 있어.”

“남정네들이 득실거리는데 혼자 놔두는 건가요?”

“왜, 무서워?”

에단이 피식 웃으며 묻자, 헨리도 배시시 웃었다.

“그럴 리가요.”

“그럼 됐네. 난 간다.”

에단이 휴고와 함께 산을 내려갔다.

* * *

‘……왜 이렇게 뒤통수가 아프지?’

움직일 때마다 욱신거리는 것이 영 신경 쓰였다.

“오랜만이군.”

블란테의 웅장한 전경을 바라보며 에단이 미소 지었다. 에단을 알아본 경비 기사가 예를 갖췄다.

“에단 도련님이십니까?”

“어, 잠깐 들렸어.”

“들어가시죠.”

기사들은 예전처럼 에단을 괄시하거나 경멸하지 않았다. 블란테의 피를 이은 에단을 존중했다.

휴고가 에단의 뒤를 따라 자연스럽게 들어섰다.

“어딜 가실 생각입니까?”

“슬슬 제대로 전력 강화를 해야지. 운동할 때 좀 불편하지 않았어?”

“아.”

휴고는 에단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챘다. 에단의 목적지는 가문의 야장들이 무기와 갑주를 만드는 대장간이었다.

깡! 깡! 깡!

화르륵!

뜨거운 열기와 거친 풀무 소리가 들려왔다. 블란테의 야금 실력은 대륙 제일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다.

‘과장 좀 보태면 드워프랑도 비견할 수 있다고 하니까.’

아직까지 드워프를 만난 적이 없어서 속단할 수는 없지만, 만들어진 시제품들만 봐도 꽤나 훌륭했고 만족하고 있었다.

‘이제 제대로 양산에 들어가야지.’

확실한 성과가 필요하다.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춰야 한다.

에단이 대장간에 들어서자 후끈한 열기가 가득했다. 코를 찌르는 땀 냄새와 거친 망치 소리가 가득했다.

에단이 가만히 서서 대장장이들의 망치질을 바라봤다.

‘언제 봐도 놀랍군.’

정교한 망치질이었다. 적절한 템포를 유지하면서도 힘이 분산되지 않았다.

에단은 이쪽 분야에 있어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저들이 얼마나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뭐야?”

집중하던 대장장이가 에단을 눈치챘는지 고개를 돌렸다. 부리부리한 눈이 에단을 향했다.

“……에단 도련님 아니십니까?”

“부탁 좀 드리려고 왔습니다.”

미소를 머금은 에단이 정중하게 말했다.

* * *

“……그것들을 양산해야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가능하시겠습니까?”

에단이 예의를 갖추며 묻자, 대장장이가 얼굴을 굳힌 채 턱을 쓰다듬었다.

“불가능할 것은 없습니다만……. 저 혼자서 판단할 문제는 아니군요.”

“이미 허락은 받아 놨습니다.”

“그렇습니까?”

“네. 아버지가 허락했으니 그 부분에 있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대장장이가 휘둥그레진 눈을 끔뻑였다. 가주의 허락이라니.

“그러면 일단 애들을 소집해야겠군요.”

대장장이가 몸을 일으키더니 어디론가 향했다. 그곳에는 작은 종이 있었다. 대장장이가 종에 손을 뻗었다.

땡땡땡!

종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며 주위를 가득 메우던 망치질 소리와 풀무 소리가 사라졌다. 대장장이의 시선들이 일제히 종이 있는 곳을 돌아갔다.

“집합이다.”

종을 친 대장장이가 씨익 웃었다.

대장장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블란테는 엄청난 숫자의 야장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개개인이 모두가 경지에 오른 베테랑들이었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여 침을 튀기며 토론했다.

“무게 중심은 어떻게 잡으려고?”

“재질은 뭐로 하지? 그냥 쇠로 하면 무게가 너무 덜 나가잖아.”

“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해. 그렇다면 탄성도 필요하겠군.”

에단은 들어도 알기 힘든 대화였다.

‘잘 만들겠지.’

시제품으로 나왔던 운동기구도 상당한 품질을 자랑했다. 이들이 제대로 작심하고 만든다면 정말 엄청난 녀석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에단은 가문의 야장들을 믿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에단이 몸을 일으키자, 대장장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돌아가 에단을 향했다.

“……그건 그렇고, 도련님은 그런 물건을 어떻게 창안해 내신 겁니까?”

한 대장장이의 물음에 에단이 씨익 웃었다.

“꿈에서 나왔습니다.”

에단의 대답에 대장장이가 멍한 표정을 짓다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 그 꿈 참 기가 막히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 꿈 제가 좀 사겠습니다! 큭큭!”

“못 팔 거야 없죠. 이런 꿈을 꿔 봤자, 장인들 아니면 실현조차 못 하지 않습니까?”

에단의 말에 대장장이들이 시선을 돌려 서로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자부심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장인들이긴 하지.”

자부심 넘치는 미소에 에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해 주시면 제가 가문의 위스키를 몇 개 드리겠습니다.”

“……몇 개?”

대장장이들이 눈을 끔뻑이는 걸 본 에단은 빠르게 말을 덧붙였다.

“물론 오크통 단위입니다.”

뒤를 이은 말에 대장장이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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