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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명가 격투천재-152화 (152/398)

◈ [152화] 새로운 계획 (2)

에단이 동굴 안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 지었다. 별다른 기대 없이 한 통보에 가까웠음에도 생각보다 훌륭했다.

시킨 운동도 기본 중의 기본이 되는 운동들로만 구성했다.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맨몸 스쾃.

제대로 단련을 시키기 위해 했다기보다는, 가만히 놔두기는 뭐했기에 한 지시 사항이다.

그런데 꽤나 놀라운 성과를 보여 주고 있었다. 다들 근육이 붙고 있었으며, 근질도 나쁘지 않았다.

‘잠재력이 뛰어나기 때문인가?’

그런 확률도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정도 수준까지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짧은 시간 내에 몸 상태를 이 정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던 데엔 다른 요인이 있을 터.

“……너 뭐 했냐?”

설마 약이라도 했나?

에단이 그런 의심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의심쩍어하는 에단의 눈초리에 벨몬트의 표정이 바뀌었다.

“흐흐.”

음습한 웃음이 곧 광오한 얼굴로 바뀌었다. 에단이 미묘한 얼굴로 벨몬트를 바라봤다.

― ……쟤는 또 왜 저러더냐?

‘제가 알겠습니까.’

페온의 물음에 에단이 고개를 저었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녀석이었다.

“하하하하하하!”

벨몬트가 광소를 터트리며 에단을 바라봤다.

“궁금하더…….”

“시끄러워.”

“…….”

순간 싸늘한 정적이 맴돌았다. 에단은 쓸데없는 소리에 시간을 허비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뭘 한 거냐고.”

“……남은 게 있나?”

벨몬트가 시무룩한 얼굴로 뒤를 바라보며 묻자, 줄리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남은 게 몇 개 있습니다.”

벨몬트의 손짓에 줄리엔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에단은 눈을 끔뻑거리며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뭣들 하는 거야?’

에단은 잠자코 그들을 지켜보기로 했다. 에단이 기다리고 있는 사이 줄리엔이 컵 하나를 가지고 왔다.

에단이 눈살을 좁히며 컵을 받아 들었다. 컵의 외향은 펑범했지만, 내용물이 심상치 않았다.

“이게 뭔데?”

겉으로 보기에는 우유처럼 보였다. 하지만 일반적인 우유라고 보기에는 진득하니 점성이 높았고, 냄새 또한 비릿했다.

그리고 가장 특이한 점은 묘하게 붉은빛이 감돌았다.

‘딸기 우유야?’

에단이 많은 의미가 담긴 시선을 던지자, 줄리엔이 헛기침을 했다.

“큼큼! 이건 바로 벨몬트 님이 개발하신…….”

“내가 말하지.”

벨몬트가 뚜벅뚜벅 다가와 에단의 앞에 섰다. 흔들리는 동공이 긴장했다는 것을 말해 주었지만 벨몬트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건…….”

그렇게 한참 동안 이야기를 듣던 에단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벨몬트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이게 몬스터의 젖이랑 피를 정제해 가지고 만든 거라고?”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정말 그 과정을 말로 설명하면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이거 믿어도 돼?”

에단이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찰랑거리는 액체를 바라봤다.

전말을 듣고 보니 더 거북한 비주얼이다. 몬스터의 젖과 피라니. 얘기를 듣고 있던 헨리의 얼굴도 창백하게 질렸다.

― ……제정신이 아니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에단이 진중한 얼굴로 벨몬트와 줄리엔, 그 밖의 인물들을 바라봤다.

시킨 운동에 비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성과다.

‘거의 약이나 다름없네.’

이해는 된다. 벨몬트가 아무리 반쪽짜리 뱀파이어라고 한들 밤의 귀족이라고 불리는 존재였다. 혈액에 관해서는 타인의 추종을 불허하는 권위자나 진배없었다.

혈액을 이용해 타인을 세뇌하고 권속까지 만들 수 있는 판국에, 근 성장에 이로운 영향을 주는 성분만 추출하는 일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우유니까 단백질도 상당하겠고.’

그걸 감안하더라도 효능이 궁금했다. 역겨움이 치밀었지만 궁금증이 앞섰다.

에단이 눈을 질끈 감고 액체를 입에 가져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탄식을 내뱉었다.

“아…….”

“저 아까운 걸…….”

반대로 헨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에단을 바라봤다.

“……저걸 먹는다고?”

벌컥벌컥.

에단의 목울대가 꿀렁거렸다. 마침내 내용물을 모두 비우고 에단이 입을 닦아 냈다.

‘생각보다 그렇게 역하진 않은데?’

냄새와 비주얼이 좋지 않아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생각처럼 최악은 아니었다.

에단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벨몬트가 씨익 웃었다.

“어떻습니까? 당장은 효과가 느껴지지 않아도 운동을 동반하면…….”

“됐고, 이거 무슨 몬스터 젖으로 만든 거야?”

“좋은 질문입니다. 다양한 사전 샘플이 필요했던 만큼 다양한 몬스터들을 목록에 올려…….”

“그래서 뭐로 만들었냐고.”

에단의 눈빛에 짜증이 감돌았다.

“오크입니다.”

“오크?”

에단이 미간을 찌푸렸다. 정체를 들으니 생각보다 더 속이 안 좋았다.

‘그래도 근 성장에 좋으니까.’

근육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데, 그 정도 거북함은 참을 수 있었다.

“최근 씨가 마르긴 했지만 다행히 이 근방에는 몬스터가 바글바글합니다. 그래서 꽤나 많은 시험품은 만들 수 있었지만…….”

벨몬트가 말끝을 흐리다가 다시금 말했다.

“일정 수준을 넘어가는 몬스터는 따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오우거나, 블랙 오우거 같은…….”

벨몬트의 말을 들은 에단의 표정에 흥미가 맴돌았다.

“그 말인즉, 재료만 구해 오면 더 성능 좋은 보충제를 만들 수 있단 말이냐?”

보충제라는 말이 뭔가 걸렸지만, 대충 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던 벨몬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합니다. 더 강하고 질긴 근육을 가진 녀석의 피와 우유로 만든 보…… 충제가 더 뛰어난 효능을 발휘했습니다.”

“흠…….”

에단이 턱을 쓰다듬었다.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었다.

“서식지는 알고 있나?”

에단의 말뜻을 알아챈 벨몬트가 반색하며 답했다.

“알아 두고 있습니다. 꽤나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하지만요.”

“좋아, 그건 뭐 나중에 같이 가면 되고.”

“네……?”

같이? 그게 무슨 소리지?

벨몬트가 순간 귀를 의심하며 에단을 바라봤지만 에단은 제대로 된 해명을 해 주지 않았다.

“야, 거기.”

에단이 삿대질을 하며 한쪽을 가리키자, 구석에서 한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낯설지 않은 얼굴, 바로 잭슨이었다.

“……오랜만입니다.”

“잘 지냈냐?”

에단이 씨익 웃으며 잭슨을 바라봤다. 혈색을 보아하니 대답을 듣지 않아도 잘 지낸 것 같았다.

‘쓸데없이 오래 있기는.’

대충 근황만 확인하려고 시킨 일이었는데, 지낼 만했는지 죽을 치고 있었다.

에단이 묘한 눈초리로 잭슨을 훑어봤다.

‘이것 봐라.’

잭슨의 몸 또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정말 이 보충제가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에단이 품에서 서류 더미를 꺼내 획, 하고 잭슨에게 던졌다.

“……이게 뭡니까?”

잭슨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대뜸 서류 뭉치를 받아 들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읽어 봐.”

에단의 말에 잭슨이 천천히 서류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별생각 없어 보이던 잭슨의 눈이 서서히 커져 갔다.

“이, 이건…….”

잭슨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손뿐이 아니었다. 거칠게 흔들리는 잭슨의 눈이 에단을 향했다.

“……이거 진짜입니까?”

“그럼 날조해서 줬겠냐?”

에단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잭슨을 바라봤다.

“그, 그럼 이게 정말…….”

“그래. 뭐, 꽤나 성대하게 했더군. 이걸 왜 두고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레벨린과 그녀의 측근들이 증발하듯 사라지며 대부분의 물건들은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급했다고 한들 이 정도 되는 장부를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두고 간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얘기를 들어 보니 죽은 마나에 반응한 것 같기는 한데…….’

헨리가 사용하는 마나는 정확히 말하자면 죽은 마나가 아니었지만, 죽은 마나를 내포하고 있는 기운이었다.

만일 특수한 마나에만 반응하는 장치가 있었다면 헨리의 마나에 반응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안일했거나.’

예기치 못했거나.

어찌됐건 에단에게는 큰 수확이었다. 에단이 잭슨을 바라봤다.

“그거 들고 슬슬 이동해.”

“……이동 말입니까?”

잭슨이 멀뚱멀뚱 에단을 바라보자, 에단이 얼굴을 구겼다.

“복귀 안 해?”

“아……. 해야죠…….”

시원찮은 반응에 어이가 없었다. 잭슨이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겨 입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허리춤에 처음 보는 검 한 자루를 채웠다.

“처음 보는 거다?”

“받았습니다.”

“받아? 누구한테?”

“……가주님에게요.”

“아버지가?”

나한테는 안 주고?

잭슨이 경계하는 눈초리로 칼을 숨겼다. 에단이 그런 잭슨을 바라보며 코웃음을 쳤다.

“안 훔쳐 가니까 걱정 마. 일 처리 뭐같이 하면 회수할 수도 있지만…….”

“아니, 이걸 왜 에단 님이 회수합니까?”

“우리 아버지가 준 거라며?”

그럼 그게 내 것이기도 한 거지 뭐.

이어지는 에단의 말에 잭슨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뺏기기 싫으면 이제부터 열심히 해야겠지?”

“…….”

잭슨이 똥 씹은 얼굴로 채비를 갖췄다. 슬슬 복귀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거 아직 터트리지는 말고, 천천히 정보나 모아 둬.”

“정보를요?”

“어. 어차피 너희들 그런 거 수집하는 직업이잖아. 대충 불법 도박이니, 인신매매니, 약물이니 하는 것들. 강렬하고 자극적인 거 위주로 모아.”

“……그것들이 왜 필요합니까?”

“궁금해?”

에단이 허연 이를 드러내며 웃자, 오한이 든 잭슨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궁금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빨리 움직이기나 해.”

“……넵.”

잭슨이 그대로 동굴을 뛰쳐나갔다. 에단이 시선을 돌려 벨몬트를 바라봤다.

“자, 그럼 보충제를 찾으러 가 볼까?”

근 성장의 기회는 참을 수 없었다.

* * *

벨몬트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으로 에단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배신자들.’

벨몬트가 치를 떨었다. 동질감과 전우애를 공유하던 사이였지만, 막상 에단이 등장하자 모두가 벨몬트를 외면했다.

‘힘들게 만든 걸작도 나눠 줬건만!’

수많은 시행착오와 배탈 끝에 근육 발달에 있어 최적의 음료를 만들어 냈다. 그런 귀하고 소중한 것을 베풀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외면뿐이었다.

벨몬트가 터덜터덜 숲을 거닐기 시작했다.

그때 에단의 옆에 서 있던 헨리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휴고 씨는 언제 일어날까요?”

“휴고? 대충 때 되면 깨우면 되지.”

“아…….”

헨리가 침음을 흘렸다. 휴고의 처우가 너무 처량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에서 쓸데없는 말을 내뱉을 만큼 헨리는 담이 크지 않았다.

“이쪽 맞아?”

“확실합니다. 안 그래도 녀석의 영역을 피하고 적당한 녀석을 물색하기 위해 찾아다니던 터라……. 그, 음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시다시피…….”

“그래, 알아. 암컷이어야 하고, 죽이지 말고 제압해야 한다고?”

에단의 말에 벨몬트가 불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왜 이렇게 태연해?’

죽이지 않고 제압이라. 말은 쉬웠지만, 그 대상이 블랙 오우거다.

지금 찾는 블랙 오우거는 이전에 에단이 상대한 놈과는 다르게 완전한 성체였다.

‘……믿어도 되는 걸까?’

불안감이 엄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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