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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명가 격투천재-104화 (104/398)

◈ [104화] 후회 같은 거 안 해 (2)

에단은 죽은 마나와 치열한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보자!’

에단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팽창한 근육과 부풀어 오른 혈관이 에단의 모습을 흉측하게 만들었다.

그의 몸 곳곳에서 검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넘쳐흐르는 죽은 마나가 옷을 갈기갈기 찢어 놨다.

‘버티는 것뿐이다.’

에단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모두 끝낸 상태였다.

이제 이를 악문 채 버티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쿵! 쿵! 쿵!

죽은 마나가 에단의 몸을 두드렸고, 박자에 맞춰 에단의 몸도 퉁퉁거리며 튕겼다.

그러기를 한참.

일정했던 두드림이 잦아들었다. 죽은 마나가 잠잠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신체를 떠돌아다니던 죽은 마나의 대부분이 에단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커헉!”

에단이 입을 벌리며 목에 고여 있던 검은 피를 내뱉었다.

“허억, 허억…….”

― 그걸 성공할 줄이야…….

페온이 헛웃음을 지었다. 녀석은 정말 괴물이 따로 없었다.

괴물이라고, 천재라고 칭송받는 사람을 수없이 만났지만, 에단 정도로 괴물이자 천재는 보지 못했다.

에단의 도박 수는 결국 성공했고, 그는 성장했다. 페온은 에단의 신체에 흡수된 마나를 느끼며 미소 지었다.

― 오랜 시간 정진해야 얻을 수 있는 힘을…….

모조리 집어삼켜 버렸다. 단순히 계단을 몇 단계 뛰어넘은 정도가 아니었다.

높이가 가늠조차 되지 않는 장벽을 산산조각 내 버렸다.

마나 유저의 중간 정도이던 에단의 경지가, 단번에 마스터의 단계를 관통했다.

― 제대로 된 마스터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아직 에단은 진정한 마스터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한 상태였다.

사실상 마나 보유량만 마스터의 수준을 뛰어넘은 것이었으니.

― 그래도 말도 안 되는 성장인 것은 확실하지.

페온은 혀를 내둘렀다. 큰 리스크를 감수한 만큼 에단은 엄청난 성과를 얻어 냈다.

“……진짜 뒈질 뻔했네.”

에단이 동굴의 천장을 바라보며 누운 채로 입을 벌렸다.

“……이게 마스터입니까?”

― 그래, 어떠냐. 세상이 달리 보이더냐?

“죽이네요…….”

에단이 그 말을 내뱉자마자, 페온이 웃음을 터트렸다.

‘힘드네…….’

에단은 완전히 탈진한 상태였다. 하지만 느껴지는 잠재력은 정반대였다.

마치 활화산 같았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세상을 내려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룬어를 사용했을 때랑 비슷한 것 같은데.’

펼쳐진 흑연이 감각의 역할을 대신 수행해 주고 더욱 예민하게 만들어 줬다면, 지금은 전체적인 시야가 넓어진 기분이었다.

에단이 지면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몸이 삐거덕거렸다.

“끄으윽…… 쉽지 않네.”

에단이 혀를 찼다.

느껴지는 감각과는 다르게 몸은 아직 휴식을 요구하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 지금만 견뎌 내면 훨씬 강해질 거다.

“알고 있습니다.”

에단은 일반적인 마스터보다 더욱 많은 양의 마나를 흡수한 상태였다. 다만, 몸에 안착시키지를 못해 전신에 퍼트려 놨을 뿐.

대부분의 죽은 마나는 골격근에 흡수되었다. 아마 에단의 몸은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고 질겨졌을 터.

‘더 강해지다니, 거참.’

블란테의 자질은 최상급이었다. 에단의 신체 능력과 잠재력은 류태신 시절에도 겪어 보지 못한 수준이다.

‘다음 훈련이 기대되는군.’

얼마만큼의 달라졌을지를 떠올리자 설렜다.

하지만 에단은 이내 바닥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아니야. 빨리 그걸 찾으러 가야 해.’

‘하지만 이게 뭐 얼마나 걸린다고.’

‘애초에 지금 몸 상태도 최악이잖아. 그냥 나중에 해.’

‘그러니까 확인하기 더 좋은 거 아닌가?’

고민하던 끝에 결국 지면에 손을 뻗었다.

“……딱 3세트만 하고 가자.”

에단이 물구나무선 채 푸시업을 시작했다.

* * *

에밀라는 초조한 마음으로 에단이 있을 곳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마나는 모두 소진되었고, 체력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적지 않은 부상까지 입은 상태.

하지만 가슴을 파고드는 불안감이 그녀의 다리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던전 안으로 들어서면 들어설수록 소름 끼치는 기운이 강해졌다.

심장이 조여 오는 것 같았다.

상대가 되지 못했던 괴물이 떠올랐다.

몸을 돌려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발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그 장소에 다다랐다.

도착하자마자 에밀라가 크게 소리쳤다.

“에단……! 씨……?”

에밀라가 말끝을 흐렸다.

흐릿하지만 어둠 속에서 나체의 남자가 물구나무서서 푸시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 이게 뭐지……?’

에밀라는 순간 혼란에 빠졌다.

아름다운 체형에, 압도적인 근육이었다. 어둠 속에서도 근육의 움직임만큼은 선명했다.

하지만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에단이 왜 지금 저 짓거리를 하고 있단 말인가?

그때, 에단이 운동을 멈추고 번쩍 뛰어올라 두 다리로 섰다.

“흠……. 몸이 안 좋아서 그런지 자극은 더 잘 오는 것 같은데?”

홀로 생각에 잠긴 에단이 고개를 들었다가 얼음처럼 굳어 있는 에밀라를 발견했다.

에단은 에밀라를 멀뚱히 바라봤다.

“무사한가 보네? 그런데 여긴 왜 왔어?”

“…….”

에밀라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왜 저래?”

에단이 의아함을 느끼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음, 이것 때문이군.’

― ……미친놈.

페온이 고개를 저었다.

에단이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리 봐도 입을 만한 옷가지는 보이지 않았다.

‘이거 어쩌지?’

그제야 민망한 감정이 조금 들었다.

* * *

“……이거라도 입으세요.”

에단은 급한 대로 에밀라가 넘긴 로브를 걸쳤다.

“밤눈이 꽤나 밝나 봐?”

“…….”

분위기 환기를 위해서 던진 농담이 분위기를 더욱 싸늘하게 만들었다. 어색한 침묵이 맴돌았다.

‘기분이 묘하네.’

나체인 상태로 외투를 걸치니 바바리 맨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에단이 힐긋 에밀라를 바라봤다.

“봤냐?”

“무, 무엇을 말입니까?!”

에밀라가 허둥지둥하며 시선을 피했다. 에단이 히죽 웃었다.

“봤구나.”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전 못 봤습니다…….”

“그래? 아쉽게 됐네.”

“그게 무슨…….”

에단이 눈을 끔뻑이며 에밀라를 바라봤다.

“내 근육을 못 봤다고 해서 아쉽다는 거지. 최근 물 좀 올랐거든.”

“…….”

그제야 에단이 자신을 놀린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에밀라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걱정한 제가 바보군요.”

에밀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에단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에밀라를 바라봤다.

“뭐야, 나를 걱정한 거야?”

“그, 그게 아니라……!”

“고맙다.”

“…….”

에단이 의외의 말을 내뱉자, 에밀라는 입을 다물었다.

“……이긴 겁니까?”

그녀의 물음에 에단이 피식 웃었다.

“그럼 내가 질 것 같아?”

“아니요. 이길 줄 알고 있었습니다. 저를 상대로 승리한 자가 그딴 해골바가지한테 지는 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너, 생각보다 자신을 높게 평가하는구나?”

“문제 있습니까?”

에밀라가 시선을 돌려 에단을 바라봤다. 그녀의 맑은 눈은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났다.

잠시 눈을 마주치고 있던 에단이 이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럴 리가.”

“……그런데 저희는 지금 어디로 가는 거죠?”

“내가 말했잖아. 갈 곳이 있다고.”

이걸 얻으려고 왔는데 두고 가면 안 되지.

에단은 성검을 찾으러 가는 중이었다.

던전의 끝자락, 이곳에는 베오드라도가 머물렀던 흔적이 아직 남아 있었다. 에단이 인상을 찌푸리고 주변을 바라봤다.

수많은 촛불이 빛을 밝히고 있었고, 그 아래에는 기이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얼핏 봐도 그다지 좋은 용도로 만든 그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취향 한번 끔찍하군.”

뼈로 이루어진 옥좌를 바라보며 에단이 혀를 내둘렀다. 돈을 준다 해도 앉기 싫은 비주얼이다.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좀 앉지 그래.”

“……미쳤습니까?”

에밀라의 격렬한 거부에 한차례 웃은 에단이 주변을 유심히 바라봤다.

‘그런데…….’

뭐였지?

성검이 여기에 있다는 정보만 기억했지, 찾는 방법은 가물가물했다. 뭔가 기억이 날 듯하면서 쉽게 나지 않았다.

‘그다지 어려운 방법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벽에 다가가서…….’

에단이 에밀라를 바라봤다.

“검 좀 빌려줘.”

“검…… 말입니까?”

“어, 빨리.”

에밀라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에단에게 검을 넘겼다.

‘비밀 장치가 있을 텐데.’

정확히 어디였는지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벽을 건드리면 열리는 것은 확실했다.

에단이 에밀라의 검을 쥐고 죽은 마나를 주입했다.

검은 마나가 검신을 타고 올랐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에밀라의 눈이 커졌다.

‘오러 소드를 저렇게 쉽게 구현한다고?’

에밀라는 에단의 경지를 알고 있었다.

에단이 마나를 다루는 사실도,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알고 있었지만, 오러 소드는 다른 영역이었다.

에밀라도 최대한 의식을 집중해야만 짧은 시간 발현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에단은 편안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오러 소드를 발현시켰다.

저 정도로 가볍게 발현시킬 수 있는 자는 에밀라가 알기로는 마스터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다, 당신 대체…….”

에밀라가 충격받은 표정으로 에단을 바라봤다.

“아, 이거? 별거 아니야.”

에단이 코웃음을 치켜 허공에 검을 붕붕 휘둘렀다.

― 무슨 이런 괴물 녀석이…….

놀란 것은 페온도 마찬가지였다.

에단을 괴물이라고 느낀 적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여 이제 더 이상 당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다시 놀라고 말았다.

에단은 마스터의 경지에 이제 막 발을 들였을 뿐이다.

그것도 일반적인 루트도 아닌, 편법을 통해 진입한 경지다.

― ……그런데 저렇게 마나의 운용이 자연스럽다고?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에단은 태연하게 검을 들고 벽면을 찌르기 시작했다.

‘원작에서는 어쩌다가 비밀 장소를 발견했더라?’

기억으로는 원작 주인공은 적과의 격전 끝에 우연찮게 비밀 장소로 향하는 통로를 발견했다.

‘그걸 일일이 어떻게 찾아?’

찾으려면 한세월이 걸릴 것이다. 에단은 성격이 급한 편에 속했고, 그렇기에 여기서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에단이 마나를 두른 검으로 벽을 찌르기 시작하자, 돌로 이루어진 벽이 두부처럼 손쉽게 갈라졌다.

“이거 좀 재밌는데?”

입꼬리를 씩 올린 에단이 벽을 따라서 검을 찌르고 다녔다.

때로는 휘두르고, 때로는 베면서 돌아다녔고, 에밀라는 그런 에단을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다.

“지금 뭘 하는…….”

찾을 게 있다고 하여 복귀를 미루고 여기까지 왔지만, 에단의 행동은 무언가를 찾는 자의 행동이 아니었다.

“기다려 봐.”

에단이 두루뭉술하게 대답하며 기행을 이어 나갔다. 그러다가 한곳에서 에단의 발이 멈췄다.

‘뭔가 걸린 기분인데?’

에단이 검을 뽑자, 벽이 무너져 내렸다.

‘빙고.’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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