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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명가 격투천재-76화 (76/398)

◈ [76화] 불량 교수 (4)

쾅! 쾅! 쾅! 쾅!

에단의 공세는 점차 빨라지고 있었다.

그러나 페이스를 한 번에 확 올리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로만이 대응할 수 있게끔, 또 적응할 수 있을 만큼만 올렸다.

로만의 눈이 바쁘게 에단의 목검을 따라갔다.

간신히 팔을 들어 공격을 막고, 또다시 들이치는 공격을 겨우 막았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로만의 체력이 먼저 한계에 다다랐다.

물을 먹은 솜처럼 팔이 무거워졌다.

호흡이 거칠어졌고, 목은 모래가 낀 것처럼 까끌거렸다.

“허억, 허억.”

“호흡을 고를 틈이 어딨어?”

다시 시작되는 에단의 공격에 로만이 곧장 팔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게감이 달랐다.

콰앙!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충격음과 함께 로만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로만의 팔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이, 이럴 리가.’

패배 따위는 상정하고 있지 않았지만 흐름은 로만의 예상과 완전히 반대였다.

에단은 완전히 로만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마치 진짜 교수가 학생을 교육하듯이 차근차근 벽을 느끼게 만들었다.

리사도 에단의 움직임을 집중해서 바라봤다.

놀라기는 리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에단이 어떤 것을 보여 주고 싶어 하는지 눈치챘다.

에단은 검으로 로만을 제압하지 않았다.

검술의 경지와 묘리, 그런 것들이 아닌 순수한 체력과 근력.

그것으로만 로만을 제압하려 했기에 로만은 에단의 공격을 막아 낼 수는 있었다.

‘물론 그것도 의도대로겠지만…….’

결국 체력이 한계에 다다른 로만은 밀릴 수밖에 없었다.

사람의 체력은 유한했고, 지치지 않는 방법은 없었으니.

“으으으윽!”

로만이 패배를 인정하기 싫다는 듯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

여기서 검에 힘을 줄 수도 있었지만, 에단은 다른 방법을 택했다.

빠악!

에단의 발이 무릎 꿇은 로만의 허벅지를 가격했다.

“끄윽!”

로만이 신음을 흘리며 자빠졌다. 이미 몸은 한계에 다다랐다. 거기에 예상 못 한 충격을 받았으니 균형이 깨지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에단은 쓰러진 로만의 가슴팍에 다리를 올렸다.

꾸욱―

힘을 주자 로만이 바동거렸다.

“빨리 일어서야지?”

에단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로만에게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퍽!

복부를 그대로 걷어차인 로만이 바닥을 굴렀다.

― ……아이한테 너무 과한 것 아니냐?

‘저를 먼저 죽이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 정도면 약과죠.’

상대가 먼저 정해진 선을 넘었다. 그런 상대에게 에단은 가차 없었다.

그 점에 있어서는 페온도 인정하는 듯,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부웅― 부웅―

에단이 허공에 목검을 휘두르며 로만에게 다가갔다.

“이 녀석이 이렇게 바닥에 구르는 이유가 뭘까?”

에단이 학생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정답을 맞히면 다음 시험에서 A는 보장해 주지.”

그러자 리사가 손을 들었다.

“그래, 리사. 이름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대답해 보도록.”

“……체력 부족 아닙니까?”

리사의 대답에 에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았다. 나는 적당한 수준으로 로만을 상대했지만, 결국 나가떨어진 것은 저 녀석이지.”

에단이 로만의 앞에 섰다.

복부를 걷어차인 로만은 꺽꺽거리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나는 과도한 힘도 쓰지 않았고, 수업 중에 바닥에 엎어져 있는 건방진 학생이 반응하지 못할 속도로 목검을 휘두르지도 않았다.”

에단이 다시 한번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슥―

후웅, 팡!

검이 순간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이후에 소리가 따라왔다.

학생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놀라기는 페온도 마찬가지였다.

― ……언제 이 정도 경지까지.

에단이 검을 수련하던 것은 페온 또한 알고 있던 사실이다.

하지만 이건 정도를 넘었다.

단순히 단계를 넘어선 정도가 아니었다. 검이 아닌 무투의 길을 걷던 페온에게도 그 정도의 안목은 있었다.

―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이건 지나쳤다.

에단은 아무렇지 않게 주위를 둘러봤다.

“같은 경지라면 결국 승패를 가르는 것은 체력이다. 물론 다들 체력 훈련은 기본적으로 하겠지. 구보와 검을 휘두르는 등의 훈련 말이야. 맞지?”

에단의 물음에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지.’

대충 예상하던 부분이다.

“이제 제대로 된 훈련을 시켜 주지. 조금 힘들긴 할 거야. 어때, 이제 내 수업을 들을 생각이 좀 드나?”

에단의 말에 대다수의 학생이 수긍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

오직 리사만이 에단을 지그시 노려보고 있었다.

“어째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아니요. 교수님의 말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그런데?”

“하지만 체력 외의 부분은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아서 말이죠. 설마 체력만 기르면 전부라는 뜻인가요?”

“당연히 그건 아니지. 나 못 믿나?”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요.”

― ……허, 누가 네놈 동생 아니랄까 봐 유별난 성격이구나.

에단이 어깨를 으쓱했다.

“좋아. 그러면 두 번째 실습을 하지. 거기 너, 얘 좀 치워 줄래?”

에단이 로만의 패거리 중 하나를 지목하며 말했다. 지목당한 학생과 무리가 부리나케 달려와서 로만을 부축하고 자리를 옮겼다.

“진짜 검을 들어도 괜찮아.”

“사양하지 않죠.”

리사는 로만과 달리 마다하지 않고 곧장 검을 뽑아 들었다.

스릉―

리사의 검이 청명한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매끈한 검의 자태는 정갈하고 아름다웠다.

― 명검이로군. 누가 블란테 아니랄까 봐.

“그럼 선공을 양보해 주지.”

에단이 목검을 까딱였다. 방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장면이었다.

“이번에도 사양하지 않죠!”

리사가 달려들었다.

‘어디 동생 실력 한번 봐 볼까?’

지면을 박차고 뛰어드는 리사. 그녀는 절대 먼저 검을 휘두르지 않은 채 에단의 목검을 마지막까지 주시하고 있었다.

‘카운터를 허용하지 않겠다. 그건가?’

뭐, 노력이 갸륵하긴 하지만.

안일했다. 시선 처리가 미흡하지 않은가.

에단의 앞발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딥 킥(Deep Kick).

상대를 밀어내는 무에타이식 발차기.

리사가 뒤늦게 반응하려 했지만, 이미 그녀의 주의는 검에 쏠려 있었다.

지금 에단의 발에 반응하기에는 늦었다.

심지어 달려들던 쪽은 리사 본인. 제대로 대응을 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뻐억!

복부에 제대로 꽂힌 딥 킥.

원래라면 킥의 위력은 상대를 밀어내는 수준에 그치지만, 카운터로 들어갔기에 충격은 적지 않을 터.

“커헉!”

숨이 턱 막히는 충격과 함께 리사가 밀려났다.

내장이 진탕되는 듯한 느낌에 리사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리사가 배를 부여잡고 뒷걸음질 치자, 에단이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에단의 발걸음은 차분했고, 여유로웠다.

에단은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리사가 충분히 반응할 수 있는 속도로.

쾅!

리사의 몸이 휘청거렸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확실하게 에단의 검을 좇고 있었다.

‘정면으로 부딪치면 안 되겠네.’

리사의 검은 날이 서 있는 진검이었고, 에단이 들고 있는 검은 수련용 목검에 불과했다.

제대로 부딪치면 목검이 그대로 두 동강 날 게 빤했다.

이미 목검이 파인 상태.

에단이 검을 회수하고는 곧장 출수했다.

이번에는 찌르기였다. 리사가 눈을 부릅뜨고 에단의 동작을 주시했다.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 호흡에 굳이 얽매이지 않았다.

오히려 숨을 삼킨 리사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그녀는 눈을 감는 것도, 숨을 쉬는 것도 잊었다.

이내 에단의 찌르기가 다가오자, 리사는 몸을 젖히며 동시에 검을 들었다.

목검째로 벨 생각이었지만 에단은 그런 그녀의 의도가 눈에 보였다.

지금의 찌르기는 에단에게 잽(Jab)과 같았다.

거리, 견제, 혹은 유도.

이번에 노린 것은 유도였다. 리사가 반응하려 하자, 에단의 어깨가 움직이며 공격을 회수했다. 그러고는 에단이 순식간에 사선으로 검을 그었다.

‘무슨……!’

공격의 전환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마치 자신보다 몇 수 앞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리사는 이를 악물고 집중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그녀가 마나를 운용하자 신체 능력이 강화되었고, 검에 푸르스름하게 마나가 맺혔다.

리사는 검에 마나를 싣는 경지에 들어서 있었다.

검을 휘두르던 에단이 입꼬리를 올렸다.

휘리릭!

에단의 움직임이 또다시 변하며 몸이 빙그르 회전했다.

그는 마치 백스핀 블로우를 하듯, 휘두르는 회전력을 이용해 예측 못 할 경로로 검을 찔러 넣었다.

리사는 그 순간에도 반응하려 애썼지만, 에단이 조금 더 빨랐다.

‘맞으면 끝이겠군.’

회전력이 더해진 일격이었다. 비껴 맞아도 최소 골절이었다.

에단은 경로를 변경했다. 그의 목검이 향한 곳은 리사의 검이 있는 쪽이었다.

서걱!

리사의 검에 에단의 검이 잘려 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퍼억!

에단의 발이 리사의 손목을 가격했다.

“윽!”

리사가 검을 놓쳤고, 에단은 그 순간을 이용해 한걸음에 그녀에게 다가섰다.

“이익!”

리사가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격투술을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리사의 주먹질은 서툴고 조악했다.

에단이 고개를 젖혀 리사의 공격을 피해 냈다.

― ……때리지는 말거라.

에단의 본모습을 아는 페온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저를 뭘로 보는 겁니까.’

아무리 그래도 여동생의 얼굴에 주먹을 꽂을 생각은 없었다.

에단은 리사가 뻗은 주먹을 붙잡고는 자신의 발을 그녀의 다리 사이로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골반과 골반이 맞닿는다.

리사는 주먹을 뻗으면서 이미 공간과 무게 중심을 내줬다.

대응하기에는 늦었다.

‘대체 뭘 하려는 거지?’

마지막 순간까지 에단이 무엇을 하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이게 체육 시간이야.”

후웅!

오싹한 부양감.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소름 돋는 기분이었다. 세상이 빙그르 돌았다.

‘아, 세상이 도는 게 아니구나.’

내가 돌고 있구나.

그걸 인지하는 순간이 그녀가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이었다.

쾅!

지면에 메쳐진 리사가 그대로 혼절했다.

“…….”

학생들이 일제히 침묵했다. 에단의 몸놀림을 두 눈으로 지켜봤기 때문이다.

이제는 학생들도 확실히 깨달았다.

‘소문이 거짓말이었구나!’

에단의 무력은 진짜배기였다.

크러쉬와의 대련에서 승리한 것도 사실이 분명했다.

적어도 이 대련을 지켜본 학생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한편 침을 흘리며 기절해 있는 리사를 바라보던 페온이 침음성을 흘렸다.

― 아이고…….

“큼, 크흠.”

손속이 과했다는 것은 에단도 인지했는지 괜스레 헛기침을 내뱉었다.

‘여동생을 상대로 조금 과했나?’

―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기특한 여동생이네요. 손속에 사정을 둘 수 없었습니다.’

― …….

페온은 말이 없었다.

에단은 부담스러운 침묵을 무시하고서 학생들을 바라봤다.

“첫 수업을 참관한 소감이 어때?”

“…….”

학생들이 눈을 끔뻑이며 에단을 바라봤다.

에단은 학생들의 반응을 슬쩍 지켜보다가 또다시 입을 열었다.

“이게 체육의 중요성이야. 알겠어?”

오늘로써 에단의 교육 철학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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