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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명가 격투천재-67화 (67/398)

◈ [67화] 정보 길드 (4)

“그 얘기가 사실인가요?”

메이의 얼굴에서 의심의 기색이 묻어났다.

에단이 꺼낸 말 자체가 쉽게 믿기 어려운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왜? 너희도 그게 의심돼서 조사하던 것 아니었나?”

에단이 말한 것처럼 갑자기 등장한 세력인 아카데미가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블란테와 세계수, 용병들에게까지 마수를 뻗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이상한 점을 느끼긴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하신 말씀은…….”

정도가 과했다. 그 사실에는 에단도 동감했다.

‘그러니까 주인공 녀석한테 막혔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다. 에단은 그저 메이가 미리 대비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 말에 대한 근거는……?”

“당연히 없지.”

에단의 당당한 태도에 메이가 미간을 좁혔다.

“아까 내가 말한 것들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

메이가 침묵했다. 확실히 에단이 말한 것들은 정보 길드에서도 통제되던 내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에단의 말을 모두 신용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거짓말로 치부할 수도 없어.’

메이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제 너희도 성의를 보일 시간이군.”

“한 가지만 더 묻죠.”

“흠……. 뭐가 더 궁금하지?”

“잭슨을 만나고 여기까지 찾아온 것. 모두 계획이었습니까?”

메이의 물음에 에단이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 즉답했다.

“아니.”

그럴 리가.

그걸 다 계산해서 움직였으면 천재지.

에단의 대답에 메이가 헛웃음을 지었다.

목적을 이룬 에단이 몸을 일으키자, 메이가 물었다.

“약속은…… 지킬 건가요?”

“난 거짓말은 안 해.”

대답을 끝으로 에단이 몸을 돌렸다. 메이가 쓰게 웃었다. 그녀답지 않게 협상에서 완전히 패배했다.

말려들었다. 정보의 우위는 물론이고, 상대에게 저의를 내보이지 않는 자신감까지.

모든 부분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입맛이 썼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대감도 들었다. 에단은 약속했다.

‘받고 싶은 것도, 해 줄 것도 딱히 없지만……. 한 번, 네가 원할 때 도와주지.’

명확하지 않고, 두루뭉술한 조건이었다.

평소 메이의 성격대로라면 결코 수락하지 않을 조항이었지만, 메이는 어째서인지 손해 보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에단에 대해…… 전면 수정할 필요성이 있겠어.’

에단의 행보는 파격 그 자체였다.

사람이 너무 급격하게 바뀌어 등급을 조정 중이었지만 잘못 생각했다.

에단에 대한 정보 등급은 격상해야 할 것 같았다. 메이가 보기에 에단은 대륙에 큰 파장을 일으킬 사람이었다.

‘저런 자가…… 아카데미의 교수로 간다고?’

헛웃음이 나왔다.

아카데미 교수가 블란테에 방문한 이유는 아직 확실히 알지 못했지만, 방금 대화에서 에단에게 직접 들었다.

‘어처구니가 없군.’

저 막무가내의 성격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아카데미…….’

의심스러운 게 많은 집단이다. 그렇기에 최근 정보 길드도 아카데미라는 집단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블란테라…….’

블란테는 거룡이었다.

가진 힘이 강할수록 주변을 살피지 않는 우를 저지르기 십상이다.

하지만 에단은 달랐다. 아카데미에 날을 세우고 있었다.

그렇기에 에단의 존재가 더욱 무서웠다.

‘척을 지지 않아서 다행이군.’

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 그 상대가 블란테라면 더더욱.

* * *

입구의 문을 닫은 잭슨은 근처 골목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블란테라는 이름에 짓눌려 버렸다.

아니, 에단이라는 존재에게 기가 죽었다. 더 정확히는, 압도되었다는 표현이 옳았다.

에단은 종잡을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보여 주는 태도와 확신이 두려웠다. 그런 사람을 메이와 만나게 한 건 실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었어.’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함이 치밀었다.

물론 정보 길드의 수장인 메이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당연히 나름의 안전장치도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안전을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위험에 빠질 가능성을 자신이 직접 만들어 내고 만 것 같았다.

“제길…….”

잭슨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거리를 배회할 때, 한 남자가 그에게 다가섰다.

정보 길드의 간부로, 잭슨에게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남자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후던, 무슨 볼일이지?”

“무슨 볼일? 지금 그게 네놈 입에서 나올 말이냐?”

“…….”

잭슨이 입을 다물자, 후던은 잭슨의 멱살을 붙잡았다. 분노한 그의 얼굴은 사나웠다.

“따라와.”

후던이 쓰레기를 내던지듯 잭슨을 밀어냈다. 잭슨은 말없이 후던을 따라나섰다.

‘그것 때문인가?’

짐작이 가는 바는 하나였다. 에단, 그 외에는 문제가 없었다. 입이 썼다.

골목길로 들어서자, 후던이 잭슨의 몸을 밀치며 위협하기 시작했다.

“잭슨, 정신이 나갔나?!”

“……어쩔 수 없었어. 상대는 블란테였다.”

잭슨은 들릴 듯 말 듯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블란테는 함부로 언급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으니까.

그건 후던에게도 마찬가지여서. 그 역시 잭슨에 맞춰 목소리를 줄였다.

“블란테? 그 잘난 블란테가 여기까지 행차했다고? 그 증거는?”

“……블란테가 아니면 보여 줄 수 없는 무위였다.”

잭슨은 대답을 하고도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이 생각해 봐도 빈약한 근거였다.

후던의 주먹이 잭슨의 얼굴을 스치며 벽에 꽂혔다.

“만일 아가씨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너는 그날로 죽는다.”

“…….”

후던의 경고에 잭슨은 차마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성급하게 행동했다는 것은 잭슨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주제를 모르고 나댄 그 새끼는 오늘 내 손에 죽는다.”

“뭐라고? 잠깐 그는 블란테의 적…….”

“닥쳐. 나에게 간섭할 권리 따윈 네게 없으니까.”

재차 에단의 정체를 밝히려던 잭슨이었지만, 후던이 말을 끊는 바람에 말을 채 내뱉지 못했다.

아니, 말한다 해도 후던은 에단을 공격할 것이 빤했다.

그는 잭슨의 말을 하나도 믿지 않고 있었으니까.

“……정녕 블란테의 원한을 살 셈이냐?”

“하, 블란테란 개소리는 차치하고. 원한? 언제부터 우리가 그런 걸 따졌지? 목숨을 내놓고 시작한 일 아니던가? 나는 내 목숨보다 아가씨가 더 중요해.”

후던이 씹어뱉듯 읊조렸다.

잭슨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잭슨이 주변을 둘러봤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인기척이 다수 느껴졌다.

‘숫자가…….’

자그마치 일곱.

하나같이 실력이 검증된 정보원들이었다.

“감히 우리와 아가씨를 얕잡아 보고 능멸한 그 새끼는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후던의 안광이 형형하게 빛났다.

* * *

에단이 밖으로 나섰다.

“신기하군.”

밖에 나온 에단이 감탄 섞인 휘파람을 불었다. 들어간 입구와 같은 방향으로 나왔을 뿐인데 전혀 다른 장소가 눈앞에 펼쳐졌다.

에단이 뒤를 돌아봤다.

평범한 건물이었고, 문밖은 대로변이었다.

시끌벅적하던 소리도 없어졌다. 보이는 사람들이라곤 만취한 취객밖에 없었다.

― 같이 있던 녀석은 꽤나 강하더구나.

‘그래 보이더라고요.’

메이와 만난 장소.

그곳에는 메이 외에도 또 다른 이가 몸을 숨기고 있었다.

‘일종의 안전장치겠지.’

정보 길드의 수장인 만큼, 안전장치 하나 없이 외부인과 만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 이번에도 책을 보고 알았다고 할 게냐?

페온의 추궁에 에단이 피식 웃었다. 대답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글쎄요. 꿈에서 봤습니다.”

― 쯧, 말을 말자.

에단은 길을 걷기 시작했다. 말없이 거닐던 에단이 주위를 둘러보며 생각했다.

‘이 찝찝함이 기분 탓은 아닌 것 같은데…….’

― 감이 좋구나. 숫자가 꽤 많아. 하나하나의 수준을 따지자면 충분히 상대할 만하지만……. 위험하겠구나.

에단은 페온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수의 습격.

실력이 어떤가를 떠나, 합을 맞춘 무리는 위험했다.

단순한 배가 아닌, 몇 곱절 이상으로 상대하기 껄끄러웠으니.

에단이 인기척을 느끼고 경계를 하기 시작하자, 온몸을 검은 옷으로 감싼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짜, 존나 없어 보이네.”

에단이 피식 웃자, 가장 앞에 선 이가 발끈했는지 몸을 움찔했다.

“명을 재촉하는구나.”

“너희들 너무 식상한 거 아니냐?”

“……자신감이 넘치는군. 실력도 그만큼 뛰어난지 확인해 보마!”

남자가 에단에게 달려들었다. 거리가 좁혀지자, 습격자의 얼굴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좋아, 너는 기억했어.’

에단이 몸을 틀자, 그가 반격하리라 생각한 후던이 긴장한 채 대비했다.

하지만 에단은 곧장 전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예상 못 한 에단의 반응에, 후던이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도망을 간다고?”

“그럼 병신같이 싸워 주리? 쫓아와 보든가!”

에단이 중지를 들어 올리며 혀를 내밀었다. 후던은 머리가 아득해지는 듯한 분노를 느꼈다.

“쫓아!”

은밀한 습격은 포기한 지 오래였다. 후던과 그 일행들이 에단을 쫓기 시작했다.

‘흠……. 어찌한다.’

에단이 달리면서 머리를 굴렸다. 성가신 상황임이 눈에 빤히 보이는데, 그 자리에서 습격당하길 기다리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

에단은 전투를 즐겼지만, 무모함까지 즐기지는 않았다.

‘룬어를 사용하면 달라질 수도 있지만.’

실전에서 사용해 보기는커녕 연습도 해 본 적 없는 룬어는 너무 도박 수였다.

‘일단 좀 낚아 볼까?’

도망을 가고 있었지만, 그다지 큰 위협은 느껴지지 않았다. 에단이 자신 있는 것은 격투만이 아니었다.

타다다다닷!

에단이 발을 움직이자, 따가운 바람이 그의 볼을 스쳤다. 주위 사물이 빠르게 지나갔다.

에단의 속도는 가히 경이로웠다. 웨어울프의 피가 섞인 휴고에게도 밀리지 않는 신체 능력을 지닌 에단이었다.

‘기초 체력은 중요하지.’

에단이 호흡에 집중했다.

허벅지에 혈류가 몰리기 시작했고, 그에 맞춰 마나를 주입했다.

마나까지 이용하자, 에단의 스피드는 어지간한 명마의 수준을 초월했다.

두근두근.

심장이 빠르게 뛰었지만 호흡은 고르게 유지되었다.

에단의 심장은 강철과도 같았다. 매일같이 행한 고강도 트레이닝은 에단의 신체를 강철로 만들어 냈다.

“미친, 무슨 속도가!”

쫓아오던 후던이 욕설을 내뱉었다.

그는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았다. 마나를 사용했음에도 에단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은밀함과 민첩함이라면 자신이 있었지만, 에단은 그 궤를 달리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후던이 이를 악물고 쫓자, 에단은 속도를 확 줄였다.

“병신들. 평소에 놀았냐?”

에단이 중지를 다시 치켜들자, 후던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속에서 울화가 치밀었는지, 후던이 괴성을 토해 냈다.

“크아아아! 죽인다!”

‘좋아 입질은 충분하고.’

이제 유인만 하면 되는 일. 에단은 도심에서 떨어진 여관을 향해 달렸다.

* * *

대련을 끝낸 가토와 휴고는 다비와 함께 도시를 구경했다.

“……슬슬 돌아갈까?”

“그래, 좀 가자.”

휴고가 슬그머니 꺼낸 말에 가토가 지친 표정으로 대답했다.

주변 노점상은 모두 다 경험한 것 같았다.

상인들과 용병들의 도시답게 밤에도 활기를 띠고 있었고, 그만큼 볼거리들도 풍부했으며 먹을거리도 많았다.

하지만 너무 과했다.

“힝, 벌써?”

다비가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봤다. 성장기인 다비의 위장은 휴고와 가토에 뒤지지 않았다.

“이제 문도 다 닫았잖아. 다음에 또 오자.”

“정말요?”

다비가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휴고를 바라봤지만, 휴고는 다비의 물음에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당장 날이 밝으면 일행은 또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휴고가 대답을 못 하고 우물쭈물하자, 다비가 다시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가토가 대신 대답했다.

“……다음에 꼭 다시 오자.”

그제야 다비가 밝은 표정을 지었다.

가토도 쓰게 웃으며 다비와 휴고를 바라봤다.

평생 검만을 수련한 가토이기에 아이의 말을 모질게 끊기가 어려웠다.

“이만 돌아가자.”

“응, 그래.”

가토의 말에 휴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도 슬슬 돌아오셨겠지?”

“그러지 않을까?”

“하하, 또 무슨 사건을 벌이신 건 아닌가 몰라.”

“설마……. 잠깐 일을 보고 온다고 하셨으니 별일 없을 거야.”

“…….”

그 말을 끝으로 둘은 침묵했다.

셋은 말없이 걸었다. 어느덧 여관 근처까지 도착했지만 먼저 말을 꺼내는 사람은 없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그리고 그 순간,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저거 설마……?”

“이런 제기랄.”

빠르게 다가오는 에단의 모습에 가토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가토가 검을 붙잡았다. 휴고는 다비를 보호하며 한 발자국 앞에 섰다.

“타이밍 좋고.”

달리는 에단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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