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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명가 격투천재-63화 (63/398)

◈ [63화] 합류 (2)

식사를 마치고 객실에 짐을 푼 에단은, 각자 활동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혼자는 위험…….”

“위험하다고?”

“아닙니다. 제가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습니다.”

가토는 빠르게 수긍했다.

걱정할 사람이 따로 있지, 에단은 걱정할 대상이 아니었다.

가토가 보기에 에단은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산맥에서도 잘 먹고 잘살 위인이었다. 고작 용병들 따위가 넘볼 상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용병들이 위험하면 모를까…….’

“나이가 나이인지라 여행이 고되더군요.”

네이드도 어울리지 않게 약한 소리를 하며 객실 위로 올라갔다.

에단은 혼자 도시로 나왔다. 저녁을 넘어 밤이 되자 다른 의미로 시끄러워진 도시였다.

일단 주정뱅이의 숫자가 늘어났다.

가뜩이나 거칠고 사나운 용병들이다. 거기에 술이 더해지자 곳곳에서 싸움판이 벌어졌다. 단순한 싸움판이 아니었다. 관중이 있고 돈이 오가는 놀음판이 되었다.

“개자식아!”

“오늘 죽어 보자!”

주먹이 오갔다. 환호성과 함께 웃음소리가 거리에 가득했다.

신기한 일은, 싸움이 과열될지언정 검을 뽑는 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이곳의 규율인가 보네.’

재밌었다. 싸움의 수준은 저열했다. 특유의 거칠고 투박한 싸움이지만 보는 맛이 있었다.

에단은 제일 많은 인파가 모여 있는 장소에 비집고 들어갔다. 역시나 싸움판이었다.

“나는 마킨한테 10실버 건다!”

“멍청한 놈! 딱 봐도 잭슨이 승기를 잡은 거 안 보여? 나는 잭슨한테 20실버!”

결투 중인 사람들은 도시 내에서도 꽤나 유명 인사인 듯 이름을 모르는 자들이 없었다.

베팅한 돈을 걷는 자가 에단에게도 다가왔다. 막상 에단의 앞에 서자 작게 움찔거렸지만, 돈에 대한 탐욕이 더 큰지 한 발짝 더 내디뎠다.

“처음 보는 형씨네? 눈빛 한번 살벌해라. 용병 같지는 않은데…… 형씨도 베팅할 거유?”

말없이 둘의 싸움을 바라보던 에단이 입을 열었다.

“마른 녀석의 이름이 뭐지?”

“정말 여기 처음 왔나 보네? 검은 옷 입은 녀석 말하는 거지? 그러면 잭슨 맞아. 잭슨한테 베팅하려고? 돈 벌려면 잭슨 말고 마킨한테 거는 걸 추천하는데. 무식하게 보여도 마킨이 싸움 실력은 꽤 좋아.”

“잭슨한테 10골드 베팅하지.”

에단이 품에서 금화를 꺼냈다.

‘냄새가 나는데.’

싸움판에서 싸우고 있는 마른 몸의 남자.

촉이 느껴졌다. 에단은 정석적인 루트로 정보 길드를 찾아 나설 만큼 한가하지 않았다. 이 방법은 무모하고 직관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에단은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지, 진심이야?!”

남자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다.

에단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눈을 끔뻑이던 남자가 골드를 받아 들었다.

“후회해도 난 몰라.”

거액의 베팅에 놀란 것은 돈을 받은 남자뿐이 아니었다.

“10골드? 미친 진짜라고?”

“아니, 잭슨한테 10골드를 걸었다고? 정신 나간 거 아니야?”

싸움판에 몰리던 시선이 순식간에 분산되었다. 뜬금없이 등장해서 고액의 돈을 베팅한 에단에게로 주목이 쏠렸다.

“지금 상황은 딱 봐도, 잭슨이 불리한 상황이야! 돈을 버릴 생각인가?”

“버릴 생각이면 나도 좀 줘!”

“닥쳐! 잭슨이 이길 거니까!”

“넌 매번 되도 않는 녀석한테 걸어서 다 잃는 주제에 뭔 개소리야!”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에단은 사람들의 반응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 다들 보는 눈이 애꾸 수준이구나.

‘동감입니다.’

언뜻 본다면 일방적인 싸움이다. 하지만 그 실상은 전혀 달랐다.

마킨이라고 불린 남자는 큰 체격을 믿고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반면 잭슨이라고 불린 남자는 방어 일변도였지만, 모든 공격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사소한 동작도 놓치지 않았다.

보고, 피하고, 막았다.

예측할 수 있는 공격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에단이 보기에 잭슨은 지금 상대의 공격을 받아 주고 있었다.

끝낼 기회는 아까부터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잭슨은 의도적으로 싸움을 늘어뜨렸다.

‘돈 때문인지, 혹은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장담할 수 있었다. 이 싸움은 잭슨이 승리할 것이다.

그만큼 실력의 차이가 극명했다.

조금이라도 안목이 있다면 이 대결의 승자는 잭슨이라고 확신할 것이다.

‘저 녀석이 진다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거겠지만, 질 것 같지는 않군.’

10골드라는 목돈을 걸기는 했지만, 아쉽지는 않았다.

에단에게는 그리 뼈아픈 지출이 아니었다.

가문에서 들고 온 돈도 적지 않았을뿐더러, 산적들을 털면서 얻은 수확도 상당했다.

10골드 정도면 충분히 베팅할 만한 금액이었다.

그리고 에단의 의도는 따로 있었다.

‘내 촉이 맞다면 말이지.’

“마킨한테 전 재산 올인!”

“나도 마킨한테 건다! 50실버!”

“빨리 돈 받아!”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판돈을 걸지 않고 지켜보던 사람들도 돈을 걸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판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것도 결과가 빤히 보이는 대결이었다. 평범한 이들이 보는 기준으로 불리한 쪽에 큰돈이 걸렸다.

‘이걸 놓치면 병신이다!’

10골드는 상당한 거금이었다. 이 많은 사람들에게 분배가 되더라도 며칠 술값을 충당하고도 남을 돈이었다.

“마킨, 빨리 끝내!”

“잭슨! 개고생 그만하고 빨리 처맞고 쓰러지기나 해!”

대다수의 사람이 마킨을 응원하고 잭슨에게 야유를 보냈다.

“후욱, 후욱! 뒈져!”

거친 숨을 내뱉던 마킨이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보기만 해도 위력적으로 보였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 찰나의 순간, 잭슨이 마킨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마킨의 팔 사이로 잭슨의 주먹이 비집고 들어갔다.

무방비로 노출된 마킨의 턱에 잭슨의 주먹이 제대로 꽂혔다.

‘호오.’

에단이 작은 탄성을 터트렸다.

빈틈을 발견하고 그사이를 파고든다.

단순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시도하기 어려운 공격이었다.

‘역시 꽤나 하는 놈이군.’

옛날 생각이 떠올랐다.

길거리 싸움을 전전하던 과거의 기억.

에단은 이내 잡념을 떨쳐 내고 다시 눈앞에 집중했다.

“끄윽!”

마킨은 몸을 휘청거리는 와중에도 잭슨을 꽉 붙잡았다.

“이익! 넌 이제 뒈졌어!”

마킨이 그대로 잭슨을 집어던지려고 하자, 잭슨이 무릎으로 마킨의 고환을 찼다.

은밀한 움직임이었다. 남들에겐 잭슨이 몸부림친다고 보일 정도로.

“우우우! 추하다!”

“발악하지 말고 빨리 끝내라고!”

하지만 에단은 잭슨의 움직임을 확실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재밌네.’

잭슨의 무릎이 사타구니를 지속적으로 타격하자, 마킨의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결국 마킨은 붙잡은 손을 놓았다.

“끄으으, 이런 비겁한……!”

“뭐가?”

잭슨이 씨익 웃으며 주먹을 휘둘렀다. 마킨의 육신이 그대로 쓰러졌다.

털썩!

순간 싸움판에 침묵이 맴돌았다.

그토록 시끄럽게 소리치던 목소리가 뚝 끊겼다.

정적이 지속되던 와중, 한 남자가 목소리를 냈다.

“조, 조작이다!”

“시발, 이건 개수작이야! 너희들 짜고 쳤지?!”

“너도 범인이지?!”

돈을 잃을 위기에 처한 용병들이 모두 현실을 부정하며 개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에단도 그들의 타깃 중 하나였다.

‘어이가 없군.’

용병들은 태생부터 돈을 좇는 망자들이었다. 돈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모두 눈이 돌아갔다.

당장에라도 칼을 뽑을 것 같은 흉흉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잭슨의 표정도 당혹으로 물들었다.

‘아니, 이 새끼들 왜 이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싸움에는 변수가 많았고, 그러다 보니 반전은 늘 일어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평소와 달랐다. 돈을 잃는 자들이 분개하는 건 같았지만 그 정도가 달랐다.

그러다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에단을 향해 있는 걸 보고 이유를 알아차렸다.

“이건 사기야!”

“내 돈 내놔!”

“저 사기꾼 새끼!”

원망의 화살이 몰려들었지만, 에단은 팔장을 낀 채 심드렁하게 서 있다가 입을 열었다.

“할 말 다 했냐, 이 머저리 새끼들아?”

“뭐, 뭐라고?”

“이 우라질 새끼가!”

당장에라도 검을 뽑을 기세를 풍겼다. 용병들은 태생부터 뒤가 없는 존재들이었다.

규율 따위는 허울뿐인 울타리에 불과했다. 언제든지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에단이 그 울타리에 불을 지른 것이다.

에단이 조소를 지으며 중지를 올렸다.

“지들 눈이 병신인 걸 나를 탓하네. 맘에 안 들면 덤비든가. 아니면 나도 한판 할까? 내가 지면 방금 낸 골드의 열 배를 뿌려 줄게.”

“여, 열 배?”

“100골드?!”

돈이 거론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눈에 탐욕이 감돌았다.

“왜? 내가 거짓말 치는 거 같아? 궁금하면 덤벼 봐. 나한테 이기면 100골드 던져 줄 테니까.”

“나, 나랑 싸워!”

“닥쳐 새끼야! 내가 싸울 거야!”

이번에는 다른 의미의 소란이 번졌다.

에단이 걸음을 옮겼다. 용병들이 둘러싸고 있던 공간의 중심을 향해 걸어갔다.

그곳에는 잭슨이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에단을 바라보고 있었다.

에단이 다가서자, 잭슨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누구야? 무엇 때문에 이런 짓을 벌인 거지?”

잭슨의 물음에 에단이 말없이 잭슨을 바라봤다.

“그러는 너는 마나 유저쯤 되는 녀석이 왜 이러고 있는 거지? 단순한 취미 생활인가?”

“……!”

잭슨의 눈이 크게 떠졌다.

“……너 진짜 누구야?”

잭슨의 얼굴에 살기가 감돌았다. 에단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지나가던 사람.”

에단의 말은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지나가다가 우연찮게 본 것이었지만, 잭슨을 본 뒤로 의심이 생겼을 뿐이다.

잭슨과 마킨의 싸움은 단순한 실력 차이 수준이 아니었다. 마킨을 마무리할 때 미세하지만 마나의 흔적이 엿보였다.

마나를 사용하는 수준의 용병이라면 이런 길거리 싸움에 발을 들일 이유도 없었다. 그것도 일부러 수준을 맞춰 주면서.

그렇기에 녀석을 의심한 것이었다.

‘인상착의도 모르겠는 걸로 봐서는 원작에서 비중 있는 녀석은 아닌 것 같고.’

잭슨이라는 이름 자체가 가명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짚이는 구석은 없었다.

‘애초에 원작에서 남자 캐릭터의 비중은 없다시피 하지만.’

그나마 있는 비중은 주인공한테 대들다가 깨지는 캐릭터 정도였다.

떠오르는 캐릭터를 대입해 봐도 눈앞에 있는 잭슨과 유사한 캐릭터는 없었다.

여러 가지 가정이 들었다. 하지만 확신은 들지 않았다. 가장 유력한 가설이 떠오르긴 했지만 조급하게 굴지는 않았다.

지금 가장 거슬리는 것은 용병들의 이기적인 태도였다.

에단은 호구처럼 당해 줄 성격이 되지 못했다.

“얼굴은 험악한 놈들이 계집아이처럼 말만 많네.”

에단이 용병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도발을 던졌다.

“저, 미친 새끼가!”

용병들이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 같은 기세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함부로 달려드는 사람은 없었다.

용병은 기본적으로 돈에 환장하는 족속이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목숨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늘 사선을 넘어 다니는 하루살이의 삶을 살아가다 보니 생명의 위협을 빠르게 감지해 낸다.

이번이 그런 상황이었다.

에단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피어가 용병들을 망설이도록 만들었다.

“다들 비켜! 병신들이 겁이나 집어먹고 말이야.”

“어떤 새끼…….”

욕지거리를 내뱉으려던 용병이 입을 다물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거대한 거구의 사내였다. 쓰러져 있는 마킨도 거대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마킨이 어린아이처럼 보일 정도였다.

“방금 한 말은 사실이겠지?”

“뭐? 돈? 그래 뭐……. 줄게. 물론 이기면 말이야.”

에단의 입가가 비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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