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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명가 격투천재-53화 (53/398)

◈ [53화] 아카데미의 문지기 (2)

문지기의 몸이 크게 꺾였다. 그는 배를 부여잡으며 몸을 숙였다.

고통은 그에게 익숙하지 않은 감각이었기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엄살이야?”

신장 차이가 크게 났다. 원래라면 간을 두드리는 리버 샷이 적중할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크게 차이 나는 신장 탓에 간이 있는 위치까지는 주먹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좋군.’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문지기가 몸을 수그리자 눈높이가 맞았다.

“엄살 피우지 말랬지.”

에단의 발이 몸을 숙인 문지기의 턱에 꽂혔다.

퍼억!

문지기의 턱이 크게 들렸다. 굽었던 문지기의 몸이 펴지자, 에단이 뛰어들었다.

빠악!

에단의 발이 문지기의 가슴팍에 적중했다.

“꺼헉!”

문지기가 숨이 멎는 소리를 내었다. 거체가 바닥에 고꾸라지자, 먼지와 바람이 일었다.

“끄윽, 끄윽.”

연이어진 공격 탓에 호흡이 곤란해졌는지 문지기가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에단은 문지기의 상태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에단은 문지기의 가슴 위에 올라섰다.

차갑게 식은 눈과 마주치자 문지기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야, 한 번 더 지껄여 봐.”

“끄어어어…….”

“대답을 안 하네?”

퍽!

에단이 발을 굴렀다. 문지기의 가슴이 크게 들썩였다.

“끄어억!”

문지기가 비명을 질렀다.

“더 말해 보라니까?”

“끄어어어억!”

문지기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가슴과 명치를 연달아 얻어맞은 터라, 적잖은 충격이 가해진 상태였다. 뼈 하나하나가 으스러지는 고통을 동반했다.

당연히 원활한 호흡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문지기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상황이라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우스워?”

“으어어어!”

문지기가 격렬하게 고개를 휘저었다.

“무시하고 있는 거 맞네.”

에단이 웃었다. 마치 악마의 미소 같았다.

충혈된 문지기의 눈이 촉촉해졌다.

“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휴고가 고개를 돌렸다. 예상하던 상황인 데다 에단이 저런 표정을 지은 순간, 이미 말리기에는 너무 늦어 버렸다.

멍하니 바라보던 헨리가 정신을 차렸는지 화들짝 놀랐다.

“저거 어쩌죠? 말려야…….”

안절부절못하는 헨리를 보며 가토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말리면 저희도 죽습니다…….”

저 상태에 접어든 에단은 가토도 두려웠다.

‘그래도 이 정도면 손속에 사정을 둔 거 아닐까……?”

가토는 에단이 블랙 오우거를 상대할 때를 떠올렸다.

그때 그 무자비한 손속에 비하면 지금은 양호한 것 같았다.

적어도 남자로서 지켜야 할 만한 부분은 무사했고, 표정을 보아하니 문지기를 죽일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래, 이 정도면 다행이지.’

혼자 납득한 가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더 이상 지켜보는 것은 고역이었는지 고개를 돌려 문지기를 외면했다.

“사람을 그렇게 개무시해도 되는 거야?”

에단은 이제 시작이었다. 문지기는 에단의 모습에 공포를 느꼈다.

태어날 때부터 남다른 신력을 타고난 문지기는 모두의 두려움을 받았다.

하지만 낮은 지능과 둔한 몸 탓에 한계가 명확했다.

문지기보다 강한 자도 많았지만 그들 모두 그를 존중했다. 문지기가 강자들에게 느끼는 감정 역시 두려움이 아니라 경외와 존경이었다.

하지만 에단에게서는 끝을 알 수 없는 공포가 느껴졌다.

소름이 돋고 땀이 흘렀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문지기의 큰 눈에 물기가 맺혔다.

겨우 호흡이 회복되어 입을 열려고 하자, 에단의 발이 자비 없이 가슴에 꽂혔다.

“끄어어어어!”

문지기가 괴성을 내질렀다.

“난 말이야, 누가 나를 내려다보는 게 싫어.”

에단이 한 걸음 더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그런데 널 이대로 보내면, 넌 다시 날 내려다보겠지?”

에단이 히죽 웃었다. 문지기가 턱을 딱딱거리며 몸을 떨었다. 공포심이 가득 차 있는 얼굴이었다.

“죽여도 되지 않을까? 이 정도면 정당방위잖아. 나도 죽을 뻔했고…….”

문지기가 거세게 고개를 저었다.

“아, 싫어? 그러면 눈이라도 뽑아 갈까. 그 건방진 눈깔이 없으면 사람을 깔보지 않을 거 같은데…….”

“우어어어어어!”

물론 에단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애초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지 몸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러니 나름대로 살살 때리는 중이었고.

어쨌든 문지기가 큰 소리로 비명을 질러 주면 자신이야 좋았다.

“아, 그것도 싫어? 참 따지는 게 많네……. 그러면 다리는 어때? 그 다리를 죄다 분질러 버리면 눈높이가 비슷하지 않을…….”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문이 열리면서 은빛 머리칼을 휘날리는 여자가 걸어 나왔다.

부드러운 몸선과 이목구비를 지닌 그녀는 당황한 얼굴로 에단을 바라봤다.

“오랜만이네.”

에단이 팔을 들어 반갑게 인사하자, 에밀라의 미간이 좁혀졌다.

“……무슨 일인지 설명하세요.”

에밀라의 타박에 에단이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음…….”

“일단 내려오세요!”

“그래, 뭐…… 부탁이라면.”

에단이 문지기의 가슴 위에서 내려왔다.

에단이 내려서자, 문지기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으어어어!”

문지기가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을 내지르며 벽까지 기어갔다.

에단이 눈을 끔뻑이며 문지기를 바라봤다.

“쟤는 왜 저래?”

에단의 물음에 에밀라가 형용할 수 없는 표정으로 에단을 응시했다.

“하아……. 됐습니다. 일단 들어가시죠. 설명은 나중에 듣겠습니다.”

에밀라가 멀뚱멀뚱 서 있는 일행을 바라봤다.

“다들 들어오시죠. 헨리 씨는…… 소식 들었습니다.”

헨리가 면목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에밀라가 가늘게 뜬 눈으로 헨리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제게는 뭐라고 할 권리도 없을뿐더러 그러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다만, 부디 옳은 선택을 하셨기를 바랍니다.”

에밀라의 말에 가식은 없었다. 지금 혼란스러운 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고메드 씨…… 괜찮으신가요?”

‘아, 쟤 이름이 고메드였나?’

워낙 비중이 없는 문지기 캐릭터인지라 이름까지는 기억에 없었다.

‘애초에 원작에서도 문지기라고만 묘사되었으니.’

“으어어어어…….”

고메드가 울먹이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살면서 처음 겪는 극한의 공포였다. 에단과 눈을 마주친 그가 어린아이처럼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덜덜덜.

바들바들 떠는 고메드를 안쓰럽게 바라본 에밀라가 에단을 노려봤다.

“불가항력이었다고.”

에단의 변명 아닌 변명에 에밀라가 관자놀이를 눌렀다.

“변명은 들어가서 마저 듣겠습니다. 그보다…… 굉장히 빨리 오셨군요.”

“칭찬 고마워.”

“칭찬 아닙니다. 적어도 준비할 시간이……. 하, 당신이란 사람은…….”

“그거 이상한데. 난 분명 가는 중이라고 전달을 했는데.”

“누구에게 말이죠?”

“네 상사.”

“레벨린 님 말씀하시는 건가요?”

“어. 반응이 아주 앙큼하더라고.”

익살맞게 웃는 에단을 보며 에밀라는 인상을 찌푸림과 동시에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레벨린이라…….

그녀를 떠올리자 머리가 어지러웠다.

“……일단 들어가시죠. 고메드 씨는…… 잠시 여기 계시겠습니까?”

끄덕끄덕.

바들바들 떨던 고메드가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밀라는 복잡한 표정으로 문안으로 들어섰다.

안에 들어서자 나무와 꽃들이 수놓아져 있는 도로가 보였다.

“와…….”

휴고가 탄성을 터트렸다.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반면 에단은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에단의 감성은 메말라 있었다.

‘머리가 꽃밭인 놈들이 만들었으니.’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아름다운 광경을 보며 감상에 젖을 법도 했지만, 에단은 말없이 에밀라의 뒤를 따랐다.

“어떻게, 잘 지냈고?”

“……잘 지냈을 거 같습니까?”

에밀라는 뾰족한 시선으로 에단을 응시하고는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마디 말도 없이 바지런히 걸었지만, 목적지는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아카데미의 부지는 넓었고, 수용 인원도 많았다.

수많은 학생과 그 학생들을 케어하는 다양한 직원들의 시선이 에단 일행에게로 향했다.

‘노골적이네.’

하지만 대부분의 시선은 에단에게 향해 있지 않았다.

에밀라를 향한 뜨거운 시선.

그들에게 에단은 갑자기 굴러온 눈엣가시에 불과했다.

여학생들은 선망의 눈으로, 남학생들은 흠모하는 눈으로 에밀라를 보고 있었다.

“휘유∼”

에단이 휘파람을 불었다. 에밀라는 생각보다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잘 따르나 봐?”

“……이제 당신이 가르쳐야 할 학생들입니다. 언행에 늘 주의하세요.”

“난 늘 주의하고 있어. 이래 봬도 명문가 자제거든. 배울 건 배웠지. 안 그래, 네이드?”

에단이 바라보자, 그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도련님은 단 한 번도 정상적인 교양 수업을 듣지 않았습니다.”

“…….”

웃으면서 핵심을 짚는 네이드의 말에 에단이 입을 다물었다.

잠자코 대화를 듣던 휴고와 가토가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웃음을 터트렸다가는 후환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하아……. 됐습니다.”

에밀라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단이 말없이 에밀라를 뒤따르다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거지?”

“원래라면 교무실에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사수를 통해서 업무를 익히는 게 우선이겠지만…….”

에밀라가 말없이 에단을 바라봤다. 에단의 얼굴에는 귀찮다는 감정이 빤히 드러나 있었다.

에밀라가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내가 어쩌다가 이런 인간에게…….’

지난번 결투에서 완패한 이후, 완벽하게 휘둘리고 있었다. 그녀는 평생을 싸워 오고 수련해 왔다.

전투 실력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대련과 실전 모두 에단에게 패배했다.

익숙하지 않은 감정이었다.

질투? 분노?

그런 감정과는 결이 달랐다.

말로 형용키 힘든 복잡한 감정이었고, 에단이 레벨린에 대해 했던 말은 비수처럼 에밀라의 가슴에 박혀 있었다.

‘레벨린 님.’

아직도 레벨린을 떠올리면 심경이 복잡했다. 이성과 감정 모두가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자신에게 이런 의심의 씨앗을 심은 에단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왜 말을 하다 말지?”

에단이 이마를 구기며 말하자, 사색에서 깨어난 에밀라가 답했다.

“학장님께서 대면을 원하십니다.”

“학장?”

에단은 그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명목상으론 아카데미의 대표.

하지만 원작에서의 비중은 희미하다. 끽해 봐야 단발성 캐릭터.

이유는 단순했다.

레벨린의 존재 때문이었다. 학장은 레벨린의 꼭두각시에 불과했고, 학장이 뿌린 떡밥들은 모두 레벨린의 의도대로 행해진 결과물이었다.

당연히 주인공은 그 사실을 나중에 알아챘고 말이다.

‘학장이라…….’

형식상 어색한 일은 아니었다.

이 대면이 성사된 이유가 학장의 순수한 의도인지, 아니면 레벨린의 속셈인지는 알 수 없지만, 무엇이든 간에 에단은 상관없었다.

어차피 협상의 우위는 자신이 들고 있었으니까.

학장과의 대면을 위해 이동 중이던 에밀라의 표정은 복잡했다.

‘……모르겠어.’

정상적인 보고 절차도 건너뛴 독자적인 행동이었다. 평소에 그녀라면 결코 하지 않을 일이었다.

‘반항심?’

그녀도 본인의 마음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던 레벨린에 대한 불신이 서서히 싹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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