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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명가 격투천재-16화 (16/398)

◈ [16화] 세력 구축 (2)

“……실례했습니다.”

가토가 몸을 돌리려 하자 에단이 중얼거렸다.

“한번 보여 주든가.”

“……어떤 걸 말하시는 겁니까?”

“죽을 각오로 훈련했다며. 그러면 증명을 해야지. 휴고가 하는 훈련을 한번 따라와 봐. 그러면 인정해 주도록 하지.”

가토가 이를 악물었다. 자긍심이 사라진 자리에는 상처랑 악밖에 남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가토의 눈이 활활 타올랐다.

* * *

“허억, 허억.”

가토가 숨을 헐떡이며 연무장을 달리고 있었다.

그와 함께 달리고 있는 휴고는 가토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고생하실 필요는 없는데…….”

“시, 시끄러워.”

활활 타오르던 눈빛이 무색하게 가토의 한계는 빠르게 드러났다.

체력은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다.

아침 구보에서도 가토는 선두를 놓친 적이 없었고, 대련은 달이 뜰 때까지 해 왔다.

하지만 지금의 체력 단련에서는 30분이 채 되지 않아 한계가 드러났다.

‘이, 이건 미친 짓이야.’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엎드렸다가 일어서는 기괴한 동작과 전력 질주.

무거운 바위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동작.

이 일련의 과정을 혼합하니 순식간에 한계가 찾아왔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리고, 구역질이 치밀었다.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하지만 옆에 있는 휴고는 이 극한의 체련 단련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고 있었다.

‘저 녀석도 하는데……!’

가토는 이를 악물었다.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때, 둘을 가만히 바라보던 에단이 입을 열었다.

“자, 앞으로 50세트.”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가토가 황당해하며 입을 열자, 옆에서 휴고가 우렁차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순간, 가토가 멍한 표정으로 휴고를 바라봤다.

‘웃기는 녀석이군.’

에단은 조소를 삼키고 있었다.

아무리 체력이 뛰어나도 이 훈련법을 따라오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자신의 체력을 한계로 몰아붙이는 운동법이었으니까.

‘저 녀석은 그냥 괴물인 거고.’

에단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휴고를 바라봤다.

휴고의 체력은 애초에 일반적인 수준이 아니었고, 그마저도 하루가 다르게 한계가 늘어났다.

때문에 에단은 시작도 전에 결과를 알았다.

가토가 어떤 훈련을 해 왔든 휴고의 상대가 될 순 없었다.

가토는 당장에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는 버텼다.

지금 가토를 이끌고 있는 것은 악이라는 이름의 정신력이었다.

버피 테스트, 전력 질주, 스내치.

이곳에는 바벨과 덤벨이 없는 탓에 커다란 바위로 대체했다.

한데 바위는 부피가 크고 무게 중심이 잡혀 있지 않으니 훈련 강도는 배가 되었다.

그리고 세트 사이 휴식 시간도 없었다.

그야말로 미친 방식의 훈련법.

하지만 휴고는 묵묵히 그 운동을 따라왔고, 가토는 다섯 세트 만에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쩌나.’

에단은 숨을 몰아쉬는 가토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이제 시작인데.’

* * *

훈련은 저녁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가토는 마치 혼이 나간 표정으로 말도 없이 별채를 나섰다.

제대로 걷기도 힘든지 몸이 비틀거렸다.

“……도련님.”

“왜 불러.”

“……괜찮을까요?”

“뭐가.”

“그때는 우연이었습니다. 다시 싸우면 제가 질 거예요.”

“그렇겠지. 뭐야, 설마 일은 벌여 놓고 후환이 두려운 거냐?”

“…….”

“내가 말했지.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라고. 실전에서는 두 번 따윈 없어. 실전이었으면 쟤는 죽은 목숨이야. 그게 대련의 기본 아닌가?”

“……저는 기사가 아닙니다.”

“그건 맞지. 하지만 이제 전사가 되어야 해. 토벌이 장난은 아니잖아?”

그 말에 휴고가 침묵했다. 에단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걱정하지 마. 저 녀석, 저래 보여도 내일 올걸? 너한테 한 번 졌다고 앙심 품을 녀석은 아니야.”

에단의 표정에는 확신이 있었다.

* * *

에단의 말대로 다음 날 아침이 되자 가토가 다시 찾아왔다.

비틀거리는 것을 보니 몸 상태가 전날과는 상당히 다른 것 같았지만, 가토의 얼굴에는 결의가 보였다.

그 모습에 휴고는 입을 다물었고, 에단은 휘파람을 불었다.

“자, 어제는 네 패배였지? 결국 휴고랑 나 못 따라왔잖아.”

“……인정하겠습니다.”

“인정하는 모습은 보기 좋군. 그럼 오늘도 시작해 볼까?”

“각오하고 왔습니다.”

“어제 같은 추태나 보이지 마.”

“네.”

하지만 가토가 격한 숨을 몰아쉬는 데에는 십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 * *

소문이 돌았다. 가토가 패배한 후 에단에게 찾아간다는 소문이.

사람들은 소문을 의심했다.

가토같이 촉망받는 수습 기사가 썩은 동아줄과 다름없는 에단을 찾아간다는 건 쉬이 믿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소문은 얼마 안 가 사실로 밝혀졌다.

그 어떤 고된 훈련도 이겨 내던 가토가 에단을 찾아간 뒤로는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주변에 수습 기사들이 물어봐도, 가토는 ‘에단 도련님에게 훈련을 받고 있다’고만 대답할 뿐이었다.

동료 수습 기사들은 궁금했다.

대체 어떤 훈련을 하길래 가토가 이 지경이 될까?

그렇게 소문이 점차 부풀려지며 살이 붙자, 수습 기사들은 에단의 훈련법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물론 이 모든 건 에단이 유도한 상황이었다. 얼추 조건이 갖춰지자 에단이 소문을 흘린 것이었다.

‘수습 기사 훈련시키는 교관을 잠깐 휴가 보내. 그리고 애들도 묶어 두지 말고.’

어떻게 보면 월권이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저들은 아직 수습 기사에 불과했다.

아무리 망나니라 해도 가문의 적통인 만큼, 에단의 권한으로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었다.

‘서른일곱인가.’

상황이 계획대로 흐르자, 에단은 만족한 표정으로 주위를 바라봤다.

‘이 중에서 쓸 만한 녀석들을 선별하는 건 내 몫이네.’

어차피 이들은 계획의 중추가 아니었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딱히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에단이 원하는 것은 성과였다.

아직 수습 기사에 불과한 녀석들을 통해 얻어 내는 성과.

그를 통해 얻는 평판.

‘먼저 이 중에서 어중이떠중이들을 솎아 낼까.’

최소한 방해는 되지 않으려면, 이들을 대충이라도 걸러 낼 필요성이 있었다.

“허억, 허억!”

수습 기사들은 생각보다 쉽게 걸러졌다.

인터벌 훈련을 하거나 고중량을 다루는 훈련 따위는 필요 없었다.

이렇게 머릿수가 많을 때는 단순한 달리기 하나면 충분하다.

휴고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연무장을 뛰고 있었고, 가토도 침착하게 호흡을 고르며 휴고를 따라붙고 있었다.

‘체력이 많이 늘었네.’

첫날에는 억지로 휴고를 따라붙던 가토였고, 둘의 체력 차이는 꽤나 심했다.

함께 훈련을 한 지 아직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어느새 가토는 휴고를 꽤나 잘 따라붙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휴고가 압도적으로 앞서 있었고, 그 뒤로 가토와 수습 기사들이 뒤따랐다.

가토의 표정은 아직 여유가 있는 반면, 다른 수습 기사들의 표정은 죽상이었다.

‘이대로 한 시간.’

녀석들을 시험할 시간이다.

* * *

남은 한 시간을 버틴 자들은 총 여섯 명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숫자였다.

에단은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 요즘 가문에 소문이 돈다고 하긴 하던데. 대충 알고 있지?”

수습 기사들은 탈진한 표정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들 나한테 훈련을 받기 위해서 왔다고 생각해도 되겠지?”

에단의 말에 수습 기사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대가가 있어. 나도 자원봉사자가 아니니까 그만큼 얻을 게 있어야지. 안 그래?”

“금전적인 부분이라면 죄송하지만…….”

“그딴 건 아니고. 내가 미쳤다고 너희들한테 삥을 뜯겠냐? 내 직할 토벌대. 여기에 합류하는 게 내 조건이다.”

에단의 말에 수습 기사들이 웅성거렸다.

토벌대에 합류하는 것은 기회이기도 했지만, 그렇게 단편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문제였다.

블란테 가문에는 다양한 파벌이 있다.

그중 대세는 바로 장자인 모룬이었다.

최근에 에단이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지만, 대세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

‘역시 후계자는 모룬이다’라는 평이 아직은 지배적이었다.

혹자는 모룬이 작위를 승계받기 전 마지막으로 입지를 다지는 것이 이 정기 토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원작에서는 이 토벌 뒤로 모룬이 거의 실권을 장악하니까.’

권한에서부터 매우 큰 차이가 났다.

에단의 직할 십인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병사들과 기사들은 모룬이 통제하고 있었다.

당연히 토벌에서 거의 모든 성과를 모룬이 독식하는 구조였다.

에단이 성과를 내기가 매우 힘든 구조였다.

수습 기사는 기사가 되겠다는 열망 하나로 고된 훈련을 견뎌 낸 자들이었다.

그런데 괜히 에단의 토벌대에 들어갔다는 낙인이 찍혀 버릴 수도 있는 일.

그렇게 된다면 수습 기사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감해지는 상황이었다.

수습 기사들이 고민하는 기색을 내비치자 에단이 입을 열었다.

“장담하지. 내 밑에서 훈련하면 너희들은 지금이랑은 비교도 안 되게 성장할 거다. 그것에 대한 증명은 나 자신과 휴고, 이 녀석만으로도 충분하겠지. 아직 마나를 다루지도 못하는 나는 마나 유저인 카론을 쓰러트렸고, 며칠 전까지 마구간이나 지키던 휴고는 수습 기사 중에 가장 촉망받던 가토를 상대로 승리했지.”

에단의 말에 가토는 고개를 숙였고, 다른 수습 기사들도 입을 다물었다.

반박할 말이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의심하는 건 자유지만, 기회를 잡는 것도 자유다. 단언하지. 이번 정기 토벌이 끝나면, 내 아래의 대원들은 모두 정식 기사로 임명할 생각이다.”

에단의 선언에 수습 기사들이 일제히 침묵했다.

‘기사 임관.’

모든 수습 기사들이 염원하는, 꿈이자 목표였다.

기사라는 목표 하나만 보고 달려오던 수습 기사의 입장에서는 이처럼 달콤한 과실은 존재하지 않았다.

기진맥진하던 수습 기사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하지만 개중에는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의구심을 가져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기사 임명은 오직 가주의 권한이었다.

에단은 블란테의 적통이었지만, 아직 제대로 된 귀족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런 그에게 그만한 권한이 있을까?

‘입에 발린 소리면 누가 못 해?’

에단이 제 성과를 위해 자신들을 이용할 생각이라면 사양이었다.

“구태여 설득할 생각은 없으니 믿거나 말거나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나는 빈말은 하지 않아.”

에단의 태도는 진중했다.

수습 기사들은 그 모습에 침묵했고, 하나둘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수습 기사 팔론, 토벌대에 참가하겠습니다.”

“수습 기사 한센, 저도 참가하겠습니다.”

한번 물꼬가 트이자 그 이후는 순식간이었다.

에단이 선별한 수습 기사들이 모두 토벌대의 소속이 되었다.

‘계획대로군.’

완전한 전력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에단의 입지를 생각한다면 이 정도도 감사히 여겨야 했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기사나 병사라면 에단의 밑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까.

“그럼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가토와 휴고처럼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이제는 정말 실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네이드.”

“부르셨습니까.”

“부탁해.”

“……제가 말씀입니까?”

“내가 뭘 안다고 얘들을 가르쳐?”

에단이 눈을 끔뻑이며 네이드를 바라봤다.

네이드는 할 말을 잃었는지, 멍한 표정으로 에단을 바라봤다.

“뭐 해? 애들 안 가르치고.”

열 명은 채워졌다.

어차피 마지막 한 명은 네이드였으니까.

* * *

훈련은 여전히 높은 강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휴고와 가토는 뭔가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분명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있지만, 뭔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목이 타는 것처럼 아프고 숨이 턱턱 막히는 것에 적응해 버린 탓이었다.

훈련용 목검은 무거웠고, 어깨가 아렸지만 딱 그뿐이었다.

이미 지옥 같은 고통에 익숙해진 둘은 무언가 충족이 안 되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걱정 마. 저녁에는 똑같이 훈련할 거니까.”

둘의 모습을 알아채기라도 한듯 에단이 다가왔다.

“굳이 안 그러셔도 될 것 같습니다.”

“동감합니다. 이미 충분한 강도의 훈련인 것 같습니다.”

뒤늦은 변명에 에단이 코웃음 쳤다.

“내가 성에 안 차서 그런 거니까 입 다물어.”

에단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새삼스러운 눈으로 수습 기사들을 둘러봤다.

훈련의 강도는 충분이 높았다.

사실 HIT 같은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은 한 주에 많아도 두 번이면 충분했다.

그 이상은 신체에 무리가 갔다.

훈련은 성장이 목적이지, 몸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됐다.

하지만 이 녀석들은 달랐다.

매일같이 훈련해도 보란 듯이 성장한다.

에단은 그 모습을 보며 훈련 계획을 수정하고 있었다.

‘이제 내 생각도 할 때지.’

물론 에단도 훈련을 게을리한 것은 아니었다.

블란테의 피를 이은 에단은 그들보다 더욱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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