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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명가 격투천재-13화 (13/398)

◈ [13화] 새로운 훈련 (1)

본격적인 체력 단련이 시작되었다.

기술의 체득은 체력이 밑바탕이 된 이후에 쌓아 올려도 늦지 않는다.

아무리 훌륭한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그 기술을 발현할 기반이 쌓여 있지 않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에단이 요구하는 체력 기준은 높았고, 그렇기에 훈련의 강도 또한 장난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몸을 혹사시키느냐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의미가 없으니까.’

헝그리 정신 같은 고리타분한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는 멍청한 짓을 벌이지는 않는다.

‘심폐 지구력부터 올린다.’

HIT(High Intensity Training)

에단이 직접 경험한 바로, 단기간에 가장 높은 효과를 보는 훈련법이었다.

다만, 그만큼 지옥 같은 훈련법이었다.

평생을 운동에 매진해 온 운동선수들도 HIT 프로그램에 들어가면 맥을 못 추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체력을 극한까지 몰아가야 하니까.’

원래 가진 체력이 얼마나 좋은지는 관계가 없었다.

HIT의 요점은 심박수에 있었다.

최대 심박수의 90프로.

체력이 좋은 사람이든지, 나쁜 사람이든지 본연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이 바로 HIT 프로그램이었다.

단순히 100미터를 달리거나, 고중량 웨이트를 하는 것과는 궤를 달리하는 훈련법이다.

고통과 마주하는 훈련법.

‘그런데…….’

휴고는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었다.

에단은 새삼스러운 시선으로 휴고를 바라보았다.

휴고는 짐승 같은 몸놀림을 가진 주제에 식물처럼 무럭무럭 성장했다.

충분한 영양을 주고 훈련을 시켰더니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이 몸뚱이도 평범하지는 않다고 생각했지만…….’

검술 명가 블란테의 피를 이은 에단의 재능도 뒤지진 않았지만, 순수한 몸의 탄력만 놓고 보면 휴고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군.’

괜히 주인공과 함께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꼼수를 부리는 것은 안 되지.’

휴고는 은연중에 체력을 안배하고 있었다.

여기서 체력을 모두 소진하면 이후의 훈련이 매우 고단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었다.

‘어디서 꼼수를 부리고 있어.’

에단의 눈이 가늘어졌다.

다른 사람의 눈은 속여도 에단은 속일 수가 없었다.

‘슬슬 나도 뛰어 볼까.’

에단은 가볍게 몸을 풀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 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육중한 몸을 자랑했지만, 지금 에단의 몸은 상당히 말라 있었다.

체지방은 모두 빠지고 근육만 남은 에단의 몸은 잘 벼려진 검 같았다.

이윽고 몸을 푼 에단이 지면을 박찼다.

타닷!

에단이 순식간에 달리고 있던 휴고를 따라잡았다.

“어이, 휴고.”

“……허억, 허억, 히익?!”

갑자기 따라붙은 에단을 바라보며 휴고가 비명을 질렀다.

“도, 도련님?”

“어쭈, 이 새끼가 대답도 하네? 내 말을 귓등으로 들은 거야? 당장 심장이 터져 뒈질 정도로 뛰라고 했지. 그런데 지금 나를 보고 대답을 해?”

에단의 살벌한 눈으로 휴고를 훑었다.

휴고는 소름이 다리부터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여기서 변명하면 죽는다.’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휴고는 속도를 올렸다.

순식간에 휴고와 에단과의 거리가 멀어졌다.

“거봐. 할 수 있으면서 엄살은.”

에단이 피식 웃으며 휴고에게 따라붙었다.

에단의 손에는 투박한 채찍이 둘둘 말려 있었다.

“나한테 뒤를 잡히면 꽤나 아플 거야.”

에단의 음험한 목소리가 휴고의 귀를 타고 들어가자 휴고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사람의 한계를 시험하기 가장 좋을 때가 바로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였다.

휴고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이제 에단이 따라가기가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에단도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내색하면 안 된다.’

힘든 티를 낼 수가 없었다.

지금 이건 훈련일 뿐이었다. 여기서 뒤처지면 휴고에게 위압감을 심어 줄 수가 없다.

바로 뒤에는 생사를 걸고 나서는 정기 토벌이 예정되어 있었다.

겪어 본 적은 없지만 토벌은 전쟁과 크게 다르지 않을 터.

‘휴고는 여려.’

휴고는 태생적으로 마음이 약하고 여렸다.

그런 그를 통제하고 성장시키려면 정신적 지주가 필요했다.

그리고 가장 확실한 방법은 권위였다.

혈통이 가지고 있는 상하 관계로는 부족했다.

그렇기에 에단은 휴고 앞에서 결코 지친 내색을 하지 않았다.

쿵쾅쿵쾅.

심장 소리가 고막을 터트릴 것처럼 울리기 시작했다.

휴고도 방금과 달리 거친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속도 줄여!”

에단의 외침에 휴고의 속도가 확연하게 줄었다.

“30초간은 이 페이스다.”

에단의 말에도 휴고는 거친 숨을 몰아쉬느라 대답을 하지 못했다.

“대답 안 해?”

에단의 스산한 목소리에 휴고가 당황하며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자, 30초 지났다!”

“아, 아직 안 지난 것 같은…….”

“지금 나한테 말대답하는 건가?”

“아, 아닙니다!”

휴고가 입을 닫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쐐액!

그때 공기를 가르는 살벌한 소리가 들려왔다.

휴고가 본능적으로 속도를 올리자, 뒤에서 지면을 후려치는 파공음과 함께 먼지가 피어올랐다.

에단이 휘두른 채찍 때문이었다.

‘제, 제정신이 아니야.’

지금 그건 진심으로 휘두른 것이다. 정통으로 얻어맞으면 몸살로 끝나지 않을 거다.

휴고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그런 휴고를 바라보며 에단이 사악하게 웃었다.

“빨리 안 달려?”

휴고의 발이 다시 빨라졌다.

‘제, 제기랄……. 처음에는 천국에 온 줄 알았는데, 지옥이었어.’

맛있는 음식과 포근한 잠자리.

그리고 자신을 괴롭히는 하인들이 없는 삶은 휴고에게 꿈만 같았다.

훈련은 힘들었지만 견딜 만했고, 몸은 하루가 다르게 가벼워져서 동기 부여도 됐다.

하지만 훈련의 강도가 점점 올라가면서 그런 생각도 지워지기 시작했다.

특히 이 훈련은 정말 지옥 같았다.

이후의 훈련을 대비해서 어느 정도 체력을 안배하려고 하면, 에단은 지금처럼 귀신같이 눈치채고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였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목에서는 알싸한 통증이 느껴졌다.

‘주, 죽을 거 같아.’

하지만 사신과도 같은 에단이 채찍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쫒아오고 있었다.

저 악귀에게 붙잡히고 싶지는 않았다.

“으아아악!”

휴고가 비명을 내지르며 내달리기 시작했다.

* * *

‘정말 괄목할 만한 성장이군.’

말없이 둘의 훈련을 지켜보던 네이드가 작게 감탄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검술 명가인 블란테 가문에는 독자적인 훈련 방법이 존재했다.

오랜 전통을 따른 체계적이고 강도 높은 훈련법으로 정상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에단은 그 전통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네이드는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지만, 볼수록 그 효과는 놀라울 정도였다.

‘원래의 재능이 발현된 것이기도 하겠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놀라운 성장이었다.

마스터의 경지의 오른 네이드는 지금 에단이 진행하는 훈련법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치밀한지 몸소 느끼고 있었다.

훈련에 정답은 없다.

결국 성장은 재능의 몫이다.

진정한 강자는 숱한 실전 끝에서 탄생한다.

이 모든 말 중에 틀린 말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탁상공론이었다.

잘못된 훈련으로 몸을 망치는 수습 기사들은 적지 않았고, 재능이라는 벽을 마주치기 전에 좌절하는 전사들도 있었다.

숱한 실전은커녕 단 한 번의 실전에서 목숨을 잃는 병사들은 발에 차일 정도로 넘쳐 났다.

결국 실전을 위해서는 그만한 준비를 갖춰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에단의 훈련법은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

‘가문의 교관으로 초청하고 싶을 정도야.’

하지만 그렇게 될 일은 없겠지.

네이드가 한숨을 내쉬었다.

에단은 교관으로서의 재능이 넘쳐 났지만, 전사로서의 재능과 사람을 이끄는 리더십도 뒤지지 않았다.

‘이번 토벌, 이변이 일어날 것 같군.’

그런 예감이 들었다.

* * *

소문이 들려왔다.

에단이 토벌대 대원 중 하나로 하인을 영입했다고.

그런데 심지어 하인을 골라도 삐쩍 곯은 볼품없는 녀석을 골랐다고.

가문의 내부에선 비아냥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혹시 카론 도련님을 이긴 것도 우연 아니야?’

‘그건 아니지 않을까? 증인이 그렇게 많은데.’

‘그러면 안목이 없는 거 아니야? 하필 골라도 그런 멍청이를 고르다니.’

‘확실히 그렇긴 한데…….’

하지만 에단은 세간의 평판을 신경 쓰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정도의 여유가 없었다.

‘죽을 거 같네.’

고강도 트레이닝은 에단 본인에게조차 고통스러웠다.

‘원래라면 며칠은 쉬어야 회복될 것도 지금은 하루 만에 회복된다.’

에단의 몸은 끝없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망치로 거칠게 두들겨도 몸이 부서지기는커녕 점점 단단해졌다.

그 사실을 느끼고 있기에 에단은 멈추지 않았다.

성장하는 것은 비단 에단뿐이 아니었다.

‘잘 따라오는군.’

휴고도 에단에 뒤질세라 엄청난 기세로 성장하고 있었다.

훈련이 끝난 뒤에 먹는 양도 엄청났다. 휴고는 성인 장정 10명분의 음식을 가볍게 해치웠다.

에단과 휴고 둘의 일상은 반복적이었다.

운동하고, 먹고, 싸고, 자고, 다시 운동하고.

이것밖에 없었다.

‘슬슬 실전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 전에.’

슬슬 사람을 모을 채비를 해야 했다.

휴고와 에단 둘만으로는 성과를 내기가 어려웠다.

‘많은 인원은 필요 없고.’

어차피 에단의 목적은 정해져 있었다.

‘자잘한 것 따위는 필요 없어. 큰 거 하나면 족하다.’

그리고 거기에 따라오는 부가적인 이득까지.

“휴고, 지금부터 체력 훈련은 중단한다.”

“……진짜입니까?”

휴고가 쉽사리 믿을 수 없다는 눈초리로 에단을 바라봤다.

휴고의 건방진 눈초리를 마주하던 에단이 입꼬리를 올렸다.

“왜? 더 하고 싶어?”

“아닙니다.”

휴고가 격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이 정도면 기준치는 넘었어.’

삐쩍 말라 있던 휴고의 몸은 건강을 되찾았다. 아니, 건강을 되찾은 정도가 아니라 오밀조밀한 근육들이 온몸에 가득했다.

그럼에도 지방은 끼어 있지 않고, 날렵했다.

“이제 실전 준비를 해야지.”

그 말에 휴고는 올 게 왔다는 눈빛으로 에단을 바라봤다.

휴고도 알고 있었다.

에단이 어째서 자신을 데려왔는지.

정기 토벌.

블란테 가문의 정기적인 행사이자 과시.

웅크린 사자가 정당하게 자신의 힘을 드러낼 수 있는 시기이자, 후계자들이 역량을 드러내고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기회.

그 모든 것이 이 토벌에 깃들어 있었다.

에단은 자신의 첫 패로 휴고를 선택했다.

‘이해가 안 돼.’

고작 하인에 불과한 자신을 토벌에 참여시키다니.

휴고 본인이 생각해 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의심을 하진 않았다.

‘나는 성장하고 있어.’

바보가 아닌 이상 모를 수가 없었다.

에단의 훈련은 고통스러웠지만, 확실한 성과가 있었다.

원래부터 몸을 쓰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이 모든 성과가 단기간에 일어난 것이다.

‘모룬 도련님은 본 적이 있어.’

건장한 체격을 가진, 얼핏 봐도 기사에 어울리는 사내였다.

그런 자라면 가문을 물려받아도 맡은 바 일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에단 도련님에는 미치지 않아.’

에단에게는 사람을 휘어잡는 위압감이 있었다.

배움이 짧은 휴고도 모룬보다는 에단이 뛰어남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나다고 한들 그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거 아닌가?’

그렇기에 휴고는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하필 자신을 선택한 것일까.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된 기사들이나 병사들을 택해 그들로 토벌대를 꾸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지 않을까?

“뭘 요상한 표정을 짓고 있어?”

생각에 잠겨 있던 휴고를 향해 에단이 말했다.

“쓸데없는 고민하지 마.”

“……네.”

속내를 읽힌 것 같은 감정에 휴고가 고개를 숙였다.

“너는 걱정하지 말고 시키는 것만 해. 그러면 재밌는 걸 보여 줄 테니까.”

에단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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