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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경위서-98화 (에필로그 2) (98/98)

에필로그2

“응……. 으응! 으…….”

끙끙거리며 허리를 뒤틀어도 골반과 허벅지가 붙잡혀 있으니 별반 의미가 없는 짓이었다.

호연은 자꾸 초점을 놔버리는 눈에 힘을 주어 세정을 내려다보았다. 정신없이 아래를 베물던 세정이 불현듯 눈을 들어 시선을 맞춰왔다.

압도당하는 느낌. 남자가 개처럼 아래에 고개를 처박고 복종하는데도, 지배당하는 아득한 기분. 군림하는데도 지배당하는 위험한 느낌.

멍하니 넋을 놓은 눈을 본 세정이 눈을 접어 웃자, 하복부로 난폭하리만치 저릿저릿한 흥분이 맺혔다.

세정은 그리도 무해한 얼굴로 허벅지를 감은 손을 조금 더 아래로 내리고, 부풀어 오른 음핵을 문질렀다.

“아!”

방심한 탓으로 해이해졌던 경계 사이에 강한 쾌감이 밀려들었다. 단숨에 치명타를 입었다.

호연은 고개를 뒤로 꺾으며 무너져 내렸다. 상체를 지탱하던 팔이 꺾이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세상이 무너진 듯 눈앞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호연은 세정의 더운 호흡이 멀어질 때쯤이야 겨우 숨을 내뱉었다. 허벅지를 고정한 팔이 풀어졌다. 해방감이 물씬 밀려들었으나 이상하게 허무했다.

호연은 벌어진 다리를 좁히지도 못하고 엉망진창으로 정렬된 근육이 투둑투둑, 본래의 자리를 되찾는 동안 여린 잔열에 시달렸다.

그러다가 다시 손가락이 내벽 깊은 곳을 푹, 찔러 들어올 때는 결국 울음이 터졌다.

“나한테……. 왜에……. 그, 래…….”

호연이 억울하다는 듯 그리 물으면 세정은 조금 난감해졌다.

“백호연이 내 아내니까, 백호연한테만 이러지. 내가 어디 가서 이래.”

“하윽…….”

우문현답이었으나 호연은 들리지 않는 상태인 듯했다.

세정은 손가락을 계속 아래로 처박으며 호연의 옆으로 길게 누웠다. 자연히 호연은 의지하고자 세정에게로 돌아누웠는데, 그게 제가 세정을 도와주었다는 걸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다.

세정은 그 친절한 행위에 호연의 눈가를 벗어난 눈물을 입술로 훔치며 헤프게 웃었다.

“애도 아니고, 몇 년을 백호연 달래가면서 해야 하는 내 신세.”

제 신세도 한 번 비관해 보았다. 그러나 말과 생각은 달라서 호연의 좁은 내벽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면 더한 짓도 할 수 있었다.

기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다가올 환희에 비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귀찮지도, 성가시지도 않았다. 오히려 귀엽지.

빠듯한 아래쪽 사정을 헤아리는 손길이 다소 난잡하고 거칠기는 했다.

호연은 온몸의 핏대와 뼈대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그 입술을 달래듯 살살, 쓸어보는 세정의 입술이 여느 때보다 더 다정했다.

그러다가 세정은 혀를 깨무는 호연의 단단한 이를 느꼈다. 곧 내벽을 벌리던 손가락을 빼내었다. 젖은 손가락에 묻은 애액이 길게 늘어졌다.

그 손을 확인하는 눈이 권태롭고 느릿해서 호연은 다시 아래가 왈칵, 조여드는 기묘한 감각에 시달렸다.

“다 젖었네.”

이만하면 됐다는 듯 그를 빨아 먹는 세정의 무심한 얼굴에 호연은 경악했다.

하루 이틀도 아닌 순간이었건만, 아래를 애무하면서 몇 번이고 빨았을 남자지만, 매번 당혹스러울 정도로 자극적인 게 사실이었다.

제 아래에서 나온 걸 제 눈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삼키는 남자라니.

세정은 한쪽으로 쏠린 호연의 가슴을 가볍게 쥐어보았다. 통통하게 뭉친 유두가 그 손아귀에서 옆으로 꺾이자, 호연은 눈썹 사이를 좁히며 뽀얀 숨을 앓았다.

“으응…….”

세정은 다른 것을 보고 조금 흥분했다. 호연의 하얀 살결 위로 돋아난 푸른빛의 핏줄. 결국 그 중간을 끊어낼 듯이 씹어 울혈을 하나 만들어냈다.

이내 완성된 그림은 울혈을 관통하는 것처럼 이어진 핏줄이라, 세정은 마른침을 삼켰다.

백호연의 몸에 그림을 그렸다.

심장이 관통당하는 걸 그린 그림.

참을 수가 없다.

아릿한 심장의 통증을 감내한 세정이 몸을 세워 가운을 풀어냈다. 진작 기립해 있던 성기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제 것처럼 젖어 있는 세정의 성기를 가물거리는 눈으로 잠시간 바라보던 호연은 다시 한번 아래가 질척해지는 것을 느꼈다.

세정은 침대 위로 대충 던져두었던 콘돔을 집었다.

호연은 어느 순간, 세정이 피임을 다시 하게 되었던 날을 떠올렸다.

“백호연 씨 인생이 아깝잖아.”

아이를 키우기에는 백호연도 아직 어리다고. 이제야 앞으로 나아가는 백호연의 인생이 아이에게 쏟아지기에는 아깝다고.

궁극적인 이유로는, 이 가족에 새로운 구성원의 필요를 잘 느끼지 못한다고. 백호연 하나만으로 제 인생은 충만하다고…….

그런 태연한 모습에 오히려 호연이 애가 탔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변에 또래가 꽤 늘었고 개중엔 결혼하고 아이를 가진 사람들도 꽤 되었다.

비록 가장 가까운 친구인 소예는 결혼조차 하지 않았지만, 휘영은 그 혼란한 시절과 냉랭한 부부 사이에서도 아들을 하나 낳았다.

그러므로 정상적인 가정을 가져본 바 없고 아이를 제대로 양육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주저 속에 머무르던 호연도 차츰 욕심이 생겼다.

말하지는 못했지만, 알아주길 바랐는데.

호연은 몸을 세워 콘돔 포장을 찢어내는 세정의 손목을 붙잡았다. 세정은 눈을 들어 호연을 바라보았다.

“그냥 하면 안 돼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양, 세정은 눈매를 찌푸렸다. 간절하게 휘어진 호연의 눈썹이 이를 데 없이 낯설지만, 그 손을 쉬이 비틀어 떨쳐냈다. 비닐을 마저 뜯어 귀두에 맞추었다.

“그냥 해요!”

“왜 이래.”

다시 손목을 붙잡아 오는 호연을 보며 세정은 손을 떨구었다. 호연은 볼을 붉히고 시선을 내렸다가 성기를 확인하고 다시 시선을 올리고 또 세정의 빤한 눈을 마주치고 다시 시선을 내리고……. 일련의 과정을 무수히 반복했다.

“왜 그러는데.”

그게 정말 이상해서 세정이 재차 물었을 때였다.

“야…….”

놀란 세정이 돼먹지 못한 호칭을 내뱉었다.

세정은 제 성기의 선단을 물고 있는 호연의 입술을 아연해진 얼굴로 바라보았다.

쯥―

빨아올리는 소리는 나는데 무언가를 조금도 삼켜내지 못한 호연이 우스꽝스러운 자세 그대로 멈춰 있었다.

뭐 어쩌자고.

한 번도 허락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이에 호연이 꽤 불만스러워했으나 제 성기를 빤다는 게 그다지 내키지 않아서.

“좆도 빨아본 애나 빠는 거지…….”

세정은 조금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물고만 있으면 뭐가 되는 줄 아나 본데, 지금 성기를 문 입을 봐서는 중간까지 삼키기도 어려울 터였다.

이게 다 세정이 호연을 수동적으로 가르친 덕이었다. 호연은 눕거나 엎드려서, 심지어는 위에서 찧는 일조차도 세정이 시키는 정도만 할 줄 알지, 배움의 속도가 상당히 더뎠다.

그를 그렇게 만든 건 세정 본인이었다. 제가 하는 게 속이 편했으니까, 불만도 가져본 적이 없는데.

왜 이래, 갑자기.

세정은 호연의 어깨를 밀어냈다. 그런데 호연이 세정의 허벅지를 바둥거리며 쥐더니 악착같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미치겠네.

세정은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얘를 어쩌지, 싶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미 볼이 찔려 불룩해진 채로 호연이 침을 질질, 흘렸다. 그 모습이 퍽 자극적이면서도 불쌍해서 도무지 처박을 용의가 들지 않았다.

그래도 본인이 당해 봐야 다신 안 이러겠지.

세정은 호연의 불룩한 볼을 엄지로 쓸어 만졌다. 호연이 입술을 달싹이며 한입을 크게 앞으로 움직였다. 그래 봐야, 절반도 못 왔다.

그러곤 반사적으로 숨을 쉬기 위해 조금 뱉어내는데, 귀두로 느껴지는 연한 볼살이 손으로 만지는 것과 다른 점도로 뭉그러졌다.

세정의 눈에는 호연이 그 자리에 멈춰 있는 게 훤히 보이는데, 호연은 그래 놓고 뿌듯해 보이는 표정으로 세정의 눈치를 살폈다.

“되긴 뭐가 돼.”

세정은 호연의 머리통을 감싸 쥐었다. 그러곤 살짝 당겨 넣었다.

“우욱…….”

“이 정도는 넣어야지.”

세정은 벌써 목젖에 닿는 귀두를 가늠했다. 입도 작으면서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 호연이 제 오만했던 찰나를 반성하길 바랐다.

최대치로 벌어진 입에 맞추어 슬쩍 허리를 돌리자, 호연이 경직되었다. 허벅지에 붙은 손이 말라 떨어졌다.

호연은 순간 눈앞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 같은 경험을 했다.

이전에 아래가 꿰뚫리면서 숨이 막힌다고 생각했다. 막연히 남자의 성기를 물 때 이러지 않을까, 넘겨짚었던 게 모두 우스운 상상이었던 것을 확인했다. 그쳤던 눈물이 다시 흘러내렸다. 눈이 젖어 눈앞이 번졌다.

거기에 목젖이 건드려져 구역감이 치밀었다. 울렁거리는 울대와 목젖 탓에 입안이 뜨거워졌다. 동시에 새어 나가는 숨을 급하게 제어하는 본능이 성기를 쭉, 빨아들였다.

야한 냄새를 가진 찐득한 쿠퍼액이 혀도 거치지 않고 목구멍을 타고 질질, 흐르는 게 느껴졌다.

온 정신이 산란했다.

그를 보는 세정도 눈을 실그러트렸다.

여체가 무너지는 모습이 너무 자극적이었다. 이대로는 사정을 봐주지도 않고 처박을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세정은 호연의 더운 입 속에서 성기를 빼내었다. 지지대를 잃고 허물어진 호연이 곧이라도 구토를 할 것처럼 헛구역질했다. 허억, 허억, 등을 둥글게 말고 거칠게 숨을 토해내며 눈물을 후두둑, 떨구는 모습이 정말 벌이라도 받은 것 같았다.

세정은 이미 침대에 떨어져 더러워진 콘돔을 던져버리고 새 콘돔을 뜯어냈다. 그를 다시 성기에 끼우고 호연을 눕히는 행동이 다소 조급했다.

그에 반해 호연의 아래를 진입할 때는 슬근슬근, 천천히 갈라 들어갔다. 호연은 여전한 구역감 속에서 빠듯한 내벽을 벌리고 들어오는 양감을 느꼈다. 이불을 손 마디마디가 아프게 말아 쥐었다.

“아.”

“흐…….”

음이 다른 두 개의 신음이 터졌다.

세정은 호연의 상태를 확인하며 허리를 얕게 쳐올렸다. 흔들리는 호연은 더 적나라해진 자극에 빼곡하게 경련하고 헐떡였다.

“백호연은 아래로나 똑바로 받아.”

타박 같지도 않은 지적에 호연은 후회했다. 까불지나 말 것을……. 하고 싶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일이 있기 마련인데. 최대치로 벌어졌던 입술이 찢어져 끝이 쓰라렸다.

호연의 내벽 끝까지 성기를 들이민 세정은 그만큼 솟아오른 것 같은 아랫배를 어루만졌다. 꽉 맞물린 아래가 더없이 충만한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콘돔을 끼고도 눈앞이 몽롱할 정도였다. 콘돔을 끼지 않고 처박았을 때가 가끔 눈앞에 아른거리기는 한다만…….

“아이는, 다음에 상의해.”

물론 별로 내키지는 않는데. 호연이 원한다면 이야기를 해볼 의향은 있었다. 어차피 가지지 않는 쪽으로 흐르다가 결국은 그 핑계로 한 번 더 안겠지만.

“네에, 흐윽, 네……. 응……. 으응…….”

“자꾸 반말하고.”

쩍쩍, 세정이 허리를 치댈 때마다 젖은 살이 맞부딪쳐 무언가 쪼개지는 소리가 났다. 이에 아래가 울리는지, 호연은 손을 뻗어 자꾸 안아달라고 보챘다.

세정은 호연을 들어 올려 제 허벅지 위에 앉혔다.

맞닿은 호연의 모든 살결이 무섭도록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세정의 입술을 찾아 무는 호연의 어리광을 받아주며 짓궂게 입천장을 훑었다. 이에 등줄기가 꼿꼿해지는 걸 손으로 토닥이듯 쓸어내며 성에 낀 창밖을 내다보았다.

어리석은 로미오가 독약을 마시는 장면이 지나갔다. 따라서 줄리엣이 가슴에 칼을 꽂는 장면이 이어졌다.

세기의 비극을 눈앞에 두고 하는 섹스라니.

저런, 이 사랑은 저주가 닥치겠네.

세정은 흐리게 웃었다.

기어코 발현되어 한 사람의 삶을 온통 그것이 아니면 안 되게 만드는 걸 축복이라고 하던가. 저주라고 하던가.

그렇다면 나는 기꺼이 백호연이라는 저주를 앓지.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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