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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경위서-65화 (65/98)

제65화

엉덩이를 받쳐주던 손이 사라졌다. 일순 크게 찧을 뻔한 몸을 세운 호연이 다리에 힘을 주어 버텼다.

네가 알아서 해보라는 듯 손을 들어 명료하게 의사를 표한 세정이 비스듬히 몸을 젖혔다. 너무나도 여유로운 태도에 호연은 할 말을 잃었다.

“싫어요?”

세정이 가볍게 다리를 툭, 올렸다. 단숨에 성기가 한가득 삽입되었다가 물러났다. 호연이 앞으로 고꾸라지다 세정의 무릎을 붙잡고 간신히 숨을 몰아쉬었다.

빠져나온 성기가 엉덩이에 문질러졌다.

순간, 배가 찔린 것 같았다. 불룩 튀어나왔을 하복부가 멀쩡한 게 이상했다.

“싫냐고.”

다시 한번 물어오는 음성에 호연은 급히 고개를 저었다. 어쩔 줄 모르는 눈에 눈물이 맺혔다. 크게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몸을 내렸다.

세정의 성기를 붙잡고 제 아래에 맞췄다. 뭉툭한 선단이 살에 파묻혔다가 미끄러지듯 퉁, 안으로 들어갔다.

“아읏…….”

예상치 못한 순간의 삽입이었다. 호연은 눈을 질끈 감으며 조금 더 몸을 내렸다. 한 번 벌어졌던 아래가 세정의 성기를 슬금슬금 받아들였다. 좁은 내벽을 벌려가며 꽂히는 감각이 미치게도 또렷했다.

남자의 성기를 붙잡은 손 바로 위까지 삽입했는데도 이미 속이 가득 찬 것 같았다. 역시 다 받아들였다가는 몸이 반으로 갈라질 것이다.

“움직여야죠.”

넣는 것도 어렵게 넣었는데 움직이래.

호연은 진심으로 세정이 야속했다.

느릿하게나마 허리를 들썩였다. 창에 비친 여자도 허리를 흔들었다. 호연은 그를 바라보면서 움직였다. 원하는 만큼, 예상한 만큼 들이고 다시 내보내는 일련의 행위인데도 감도가 높았다.

“아, 아! 하아, 아……! 읏, 아…….”

잔뜩 눌린 소리를 흘리자, 창에 비친 여자도 입을 벌려 붉은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호연은 그 모습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어느 순간, 몸이 의지를 잃었다. 반사적으로 쿵쿵, 아래를 짓찧었다.

창에는 헤벌어진 다리 사이로 드나드는 성기의 윤곽도 보였다. 어떻게 저런 걸 삼키고 있나……. 호연은 헛웃음을 흘렸다.

“아, 응……. 하응, 응, 응!”

가슴이 터질 듯 뿌듯하게 쥐어졌다. 호연은 머리를 흔들며 아아, 가느다란 신음을 내뱉었다.

호연은 어깨를 길게 핥아오는 혀를 느끼며 가볍게 희열했다. 자극이 가장 강한 음핵을 짓이기는 손길에는 차라리 허리 짓을 더 빠르게 했다.

“하……. 아! 응! 흐으……. 앙! 아, 아…….”

내벽 어딘가 간지러운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그 극점을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호연은 애써 허리를 돌리며 외면했다. 그곳을 찌르지 못해 안달이 난 쾌감을 무시했다.

“아…….”

온몸이 전율했다. 접합부에 일어난 마찰이 뜨거웠다. 전과 비교도 되지 않게 굵어진 성기가 내벽을 턱턱, 엉망으로 헤집는데 어디를 피하려고 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호연은 기진한 몸을 쾅쾅, 내렸다. 그러다 돌연 세정이 제 성기를 잡은 호연의 손목을 떼어냈다.

“하윽……!”

하복부가 쩡, 하고 울렸다. 그 진동이 온몸으로 번져 호연은 허억, 소리와 함께 앞으로 무너졌다. 동시에 무언가 아래로 훅, 쏟아졌다. 확인할 새도 없이 발끝부터 모든 끝이 사정없이 바들거렸다.

온몸의 뼈가 재정립되는 무서운 쾌감이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부서지는 지독한 환희였다. 뜨거운 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접합부가 발작적으로 조여들었다.

호연은 조각난 숨을 토해내며 몸부림쳤다. 상상해본 적도, 상상할 수도 없는 아뜩한 무엇이었다.

찰나의 순간, 세상이 뒤집히고 몸이 진탕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호연은 결국 울음이 터졌다. 몸을 젖혀 세정을 끌어안았다.

다시 허리를 쳐올리는 세정을 느끼며 흐윽, 흐……. 여린 숨을 흘렸다.

비좁은 내벽이 세정을 위해 충분히 벌어졌다. 주름과 주름 사이를 교묘하게 찌르는 행위에 호연은 진절머리가 났으나, 별수 없었다. 호연은 다시 몸을 돌려세우고 끙끙거렸다.

세정이 성의 없이 호연의 몸을 통통, 튕겨 올릴 때마다 그녀의 자세가 무너졌다가 힘겹게 다시 서고, 쓰러졌다가 악착같이 다시 섰다.

세정은 맞닿아 벌게진 호연의 엉덩이를 내려다보았다. 마찬가지로 옅은 분홍이 번진 몸을 손으로 쓸고 가슴에 손가락을 둥글렸다. 부푼 유두가 쓸릴 때마다 통증 같은 쾌감을 이는 듯 호연이 유난히 흐느꼈다.

이미 접합부를 비롯한 그 아래는 물바다였다.

“백호연 씨는 여기 빠져도 되겠어요.”

“하으읏, 으흣……! 응, 응. 하아…….”

호연의 귓가로 침구에 채 흡수되지 않은 애액의 찰랑거림이 들렸다. 그러나 듣지 못한 척 아랫입술을 씹었다.

세정은 피식, 웃으며 다시 허리를 세게 짓쳤다. 호연의 모든 선이 일자로 섰다. 또 한 번 절정을 맞이한 몸에 세정은 계속 처박았다. 절정감이 사라지지 않은 몸이 연신 허물어졌으나 상관없었다.

“기세정 씨는…… 너무 나빠요.”

백호연의 말마따나 나는 무슨 짓을 해도 나쁘니까.

“읏, 으……. 아!”

거슬렸다.

불운하고 불행해서 보잘것없는 인생인데,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궤적이 예쁘장했다. 그런데 그를 더듬어 보는 제게 짜증이 났다.

왜 자꾸 당신을 들여다보게 되지, 나는.

세정은 호연의 내벽 더 깊은 곳에 성기를 박아 넣었다. 그 끝에 무언가 닿았다. 호연이 고개를 꺾으며 몸을 늘어뜨렸다.

시체 같은 여자를 안은 세정이 무자비하게 몰아쳤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었나.

“씹…….”

호연의 아래가 덥석덥석 성기를 물었다. 그러곤 꾹, 쥐어짜는 행위에 사정감이 몰렸다. 세정은 호연의 목덜미를 잘근거리며 허리를 털었다.

그래, 운이 좋았는데…….

왜 나는 이것마저도 짜증이 날까.

왜 거기에 가서 그 꼴을 당하고, 그런 말을 듣고 나한테 겨우 팻감이나 되냐고.

나마저도 좋아한다는, 사랑이 헤픈 여자가 왜 당신 자신을 사랑하지는 않지?

나까짓 걸 왜 좋아한다고 하냐고.

세정은 한 줌도 안 될 것 같은 호연의 허리를 붙들어 억지로 세웠다.

이따위 가느다란 몸.

……그냥 백호연이 부서졌으면 좋겠다. 부서졌으면 좋겠어. 내가 손댈 틈도 없이 망하고 깨져서 이 미친 혼란을 끝내줬으면 좋겠다.

“아, 아……. 아! 앙, 아! 으……. 하아읏……!”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지만, 내가 기소라를 죽인 게 아니라고 당신에게만 속삭이고 싶다.

어떠한 형태의 고백을 하고 싶다.

차마 내뱉지 않은 말들이 혀 위에서 버석하게 말라갔다. 갈증이 났다. 결국 피를 보는 목덜미에 입을 맞추고 빨았다.

“아아…….”

세정은 흩어지는 호연의 신음을 귀에 넘치도록 담았다. 마지막으로 깊이 성기를 밀어 넣었다. 순간, 속에서 무언가 뚝, 끊어져 나갔다.

나야말로 묻고 싶다.

“백호연 씨는, 나를 왜 이렇게 만들어…….”

미친놈처럼.

완벽한 절정이었다.

* * *

휴가라면 휴가일까. 병원 뒷길로 뻗은 소나무 숲길을 길게 응시하던 세정이 서류를 넘겨보았다.

VIP 병실에 딸린 집무실이었다. 신원이 서류를 읽어 내리는 세정의 속도를 파악했다.

“지청재 씨도 감시를 시작했습니다.”

세정이 넘겨보는 건 지청재의 행적을 간략하게 담은 자료였다.

“지청재 씨가 기소라 씨 사망과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를 찾아내지는 못했으나, 전무님 말씀대로 심증은 충분합니다.”

세정이 고개를 까딱했다.

비상한 머리를 가진 누나들 아래 막내로 태어난 지청재는 SQ 텔레콤의 회장, 지영민의 성에 차지 않았다.

당연히 경영권 세습으로부터 가장 뒷순위를 받게 되었으나, 성별이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제일 적대적인 위치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영민은 청재의 살길을 틔워 주었으니 그게 소라와의 약혼이었다. 청재는 누구보다 간절했을 테다.

“범죄 이력은 깨끗합니다.”

세정의 시선이 그 범죄 이력에 오래 머물렀다.

깨끗한 이력이었다. 기대했던 것은 너절할 정도로 가득한 마약 투약 처벌 사실인데, 없었다.

그런데도 이미 의심하고 확신했다.

모두가 말하지 않나. 소라는 그렇게 죽을 애 아니었다고.

제가 기억하지 않나. 소라는 그렇게 죽을 애 아니었다고.

“혹시 몰라, 지정채 씨 주변 인물부터 접근 중입니다. 여자 친구가 있어 그쪽부터요.”

손을 잡고 길거리를 거니는 연인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세정은 가볍게 서류를 정리했다.

해묵은 사건이었다. 무려 북두 그룹의 후계자였던 한규가 나서 덮은 사건이기도, 계획적인 범죄기도 하다. 과거의 증거는 없다고 봐야 옳고, 증명하기 위해서는 새판을 깔아야 했다.

“무속인은 어떻게 됐죠.”

한규는 억울해서 구천을 떠돈다는 소라의 영혼을 달래기 위한 굿을 한다고 했다.

용하다고 소문난 도사를 찾고, 찾고 또 찾은 끝에 한규가 길음 도사라는 무속인을 선택했음을 전달받았다.

“접촉 중입니다. 회장님께서…….”

이어지는 말을 들으며 세정은 다시 길게 창밖을 내다보았다.

청명한 바람결을 따라 소나무 숲길을 거닐던 사람들의 머리칼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러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는 공통된 움직임이 있었다. 세정도 가까운 하늘을 주시했다.

끝나지 않은 장마가 또다시 퍼붓고 있었다.

아, 지긋지긋한 계절이다.

* * *

호연도 같은 하늘을 보고 있었다. 순식간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하늘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비가 오는 날이면,

“비 오네요.”

“좋아해요?”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

“난 싫은데.”

“왜요?”

“내 동생이 비 오는 날 죽었으니까.”

마치 오래전인 것 같은 대화가 떠올랐다.

“기세정이 기소라 죽인 건 알고 있어요?”

아주 최근의 기억까지도 생생하게.

“기소라는 사고사가 아니라, 기세정이 죽인 건데.”

하늘이 쪼개지는 소리가 났다. 호연은 이불을 끌어당겼다. 세정의 흔적이 남은 살갗에 닿는 이불의 촉감이 따끔했다. 몸을 옹송그렸다.

남자가 정말 제 동생을 죽였을까.

아닐 텐데.

그런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호연은 이불 속으로 고개를 묻으며 발목을 내려다보았다.

자고 일어났더니 채워져 있었다. 누가 봐도 남자의 선물인 것을 알게끔 수십 개의 다이아몬드가 촘촘하게 박혀 있는 발찌는, 아름다움보다 먼저 무거웠다. 절대로 익숙해질 무게가 아니었다. 착용하고 있음을 잊을 수 없을 거였다.

그게 꼭…… 너무 본인 같은 선물이라.

한편으로는 웃음도 나고, 마음이 시끄러웠다.

정말이지. 남자와의 관계는 이상했다.

당장이라도 끝장이 날 것처럼 서늘한 관계로 맞서다가도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그 문제를 문질러 해결한 듯 괜찮아졌다.

아니,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실은 괜찮은 건 아무것도 없는데.

호연은 이불을 내려 협탁 위에 놓인 초대장을 살폈다.

이런 걸 가져올 정도로 남자도 괜찮은가.

담담한 듯 이야기해도 끝내는 무너지는 음성이 건너오던 통화를 기억했다. 그 단단하던 남자가 한없이 작게 느껴지던 찰나를 잊지 못하겠다.

그런데도 남자는 괜찮은 걸까.

호연은 집무실이 있는 복도를 힐끗, 바라보았다.

마침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호연이 몸을 급하게 추슬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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