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화
예상하기가 무서웠다.
예상한 행위 그 이상을 하니까.
남자가 가운 속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아, 아!”
남자의 콧날이 음핵을 누르는 것 같았다.
호연이 엉덩이를 뒤틀자, 허벅지를 붙잡아 올리는 세정의 악력이 조금 더 강해졌다. 호연은 도리질 치며 헤아릴 수 없는 감각에 저항했다.
“아……. 하, 응……!”
혀를 차는 듯한 소리와 함께 아래가 빨려들었다. 작고 예민한 부위가 습하게 젖으며 호연은 강한 충격에 사로잡혔다.
무언가라도 쥐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하여 급하게 아래를 쥐어보지만, 잡히는 것은 가운뿐이었다. 와중에도 세정의 혀가 입을 맞추듯 살을 섞어왔다.
“아아아!”
비명 같은 신음이 터졌다.
정말, 정말 이런 감각은…….
온몸의 뼈가 투둑투둑, 틀어지는 것 같았다.
“흐…….”
통창은 몸의 실루엣을 고스란히 비추었다.
빳빳하게 젖혀진 허리나 힘을 주지 않은 곳이 없는 모든 관절…….
가장 야하게 느껴지는 것은,
가운 안으로 처박힌 남자의 머리.
목 위로 보이지 않는 그 천박한 모습이 소름 끼치게 자극적이었다.
게걸스럽고…… 난잡하겠지……. 그 단정한 얼굴로.
그 얼굴을 떠올리자, 목이 조이는 것처럼 숨조차 가쁘게 흘러나왔다.
“침실……. 흐……. 침, 시……일……. 아, 하…….”
입안에 고이는 침을 나누어 삼킨 호연이 힘겹게 발음했다. 그마저도 잘게 부수어진 단어가 대부분이라 전달을 포기하고 늘어졌다.
씁―
남자는 제가 손등에 묻은 눈물을 가운에 닦았을 때와 비슷한 소리를 냈다.
거울 앞에서도 한 적 있지 않느냐고 타박을 하는 걸까. 그게 아니면……. 애액과 늘어진 타액을 삼키나.
어떤 것이든 제발…….
뇌를 주무른 것처럼 아팠다. 하복부와 허벅지 안쪽이 잘게 경련했다. 몸부림치던 호연은 세정의 어깨를 잡고 밭은 숨을 내쉬었다.
한 번, 두 번…….
싫어서가 아니라, 속에서 쓸려 나오려는 무언가를 참는 법을 몰라서. 그게 두려웠다.
“하, 으읏…….”
질척한 아래의 갈라진 부분을 더듬어 여는 혀의 느낌이 너무 적나라했다. 힘을 주어 단단히 세운 세정의 혀끝과 반대로 호연의 아래는 너무 물렀다.
“아…….”
조그맣게 난 구멍을 건드리듯 할짝대던 혀끝이 물러나나 싶더니 어느 순간, 확, 아래가 서늘해졌다. 동시에 아래가 벌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황급히 고개를 내린 호연은 가운을 빠져나온 세정과 눈이 마주쳤다.
열기 어린 얼굴. 가운에 흐트러진 머리칼. 그따위 것을 구경하는 여유도 잠시였다. 손장난이 시작되었다. 호연은 내벽을 꾹꾹, 벌리며 진입하는 세정의 손가락을 확인하곤 다시 턱을 들어 올렸다.
“흐, 아, 으……!”
뒤집히고 어룽어룽한 시야 속으로 다시 정원이 담겼다. 그 깨끗한 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정원에서 애무를 당하는 듯했다.
차가운 빗줄기가 목덜미에 튀어 오르는 것 같았다. 아니라면 전류가 튀나. 목덜미를 따라 주르륵, 흐르는 게 과연 땀일까. 땀은 맞을까.
어렵게 손을 올린 호연이 손목으로 입술을 막았다. 제게서만 내어지는 신음이 달갑지 않았다.
“흐…….”
둥글리는 손가락에 자꾸 무너지고 맞붙으려는 허벅지를 벌린 세정은 문득 시선을 올렸다. 언제부터인가, 소리가 잦아든 것 같아서.
“손 내려요.”
세정이 느릿하게 손을 빼내며 말했다. 주름진 손가락이 연한 색을 띠었다. 묻어난 애액을 살짝 털어내는 동안에도 시선은 도리질 치는 호연에게 박혀 있었다.
“왜?”
물은 세정이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여전히 활짝 펼쳐진 다리가 신경 쓰이는 듯 호연이 움찔거렸다. 세정이 호연의 다리 사이로 한무릎 다가갔다. 남자의 어깨 위로 다리를 두른 것 같은 모습이 되었는데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
이에 호연이 시선을 피했다. 이어 나온 대답은 중얼거림에 가까웠다.
“부끄러워서…….”
세정이 고개를 내리며 피식, 웃었다.
“아……. 부끄러워요?”
곱씹어본 세정이 여전히 잔웃음이 남아 있는 얼굴로 몸을 세웠다. 투둑, 세정의 어깨에서 호연의 다리가 떨어졌다. 그 작은 충격마저도 호연에게는 여린 쾌감이 되었다.
일순 거대해지는 그림자에 호연이 제 손목을 아프게 씹었다. 그 손목을 쉽게 밑으로 내린 세정은 숨결이 느껴지는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맞추었다. 비스듬히 꺾어지는 고개와 반쯤 감기는 눈꺼풀.
그리고 이어지는 입맞춤.
입맞춤은 그 어느 때보다 다정했다.
아래를 파고드는 성기를 전혀 가늠하지 못할 만큼.
“읏! 아, 아, 으……. 으, 음…….”
그 끄트머리에 닿아 세정이 약간 허리를 물릴 쯤에야 호연은 끙끙거렸다. 그리고 자각과 동시에 안을 빠듯하게 채운 양감에 몸서리쳤다. 이에 긴장으로 수축된 내벽을 못 견딘 세정이 살짝 눈을 찌푸렸다.
풀린 가운이 엉망으로 젖혀졌다. 호연은 세정의 허벅지를 옥죄듯이 다리로 감싼 채 앓았다. 살짝 틈이 생겼던 입 속으로 신음이 넘나들었다. 참는 것도 무의미한 신음이었다. 입술을 물 힘도 없었다.
다만,
“읏, 허……. 리…….”
“허리, 왜?”
세정이 허리를 가볍게 치대며 물었다. 쿵, 충격으로 한번 들썩인 호연이 세정의 팔뚝을 간신히 쥐었다.
“아파요…….”
그러곤 울상을 지었다.
“아.”
생각지 못했다는 듯 아래를 보는 모습에 호연이 손을 내렸다. 느리게 왕복하는 걸 가리는 모습에 세정은 어이가 없어 웃었다.
“목이나 감싸요.”
문장이 채 이해되기 전에 허리가 붙들렸다. 몸이 들리면서 방만하게 벌어져 있던 다리가 다시 한번 세정의 허리를 감쌌다.
이내 엉덩이가 쥐어진 채로 세정의 가슴팍에 기대었다. 세정은 그제야 걸음을 뗐다.
“흐으……. 너, 무……. 읏……. 아! 아, 아, 이상, 흣……. 해요…….”
걸을 때마다 불쑥불쑥 더 깊숙이 들어오는 성기의 감각이 소스라치게 저릿한 감각을 자아냈다. 벌어진 두 다리로 짜 맞추듯 꼭 들어맞는 기묘한 쾌감에 온몸이 경련하듯 떨렸다.
호연은 세정의 어깨 위로 턱을 올린 채 애처럼 울음을 토했다. 납작한 가슴 위로 짓뭉개지는 유두의 사정은 이미 처참했다. 미약한 쾌감 따위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저미는 듯한 고감각이었다.
그야말로 온몸이 성감대가 된 것 같았다.
어떻게 매번 혼을 빼놓을 수가 있을까…….
혼탁해지는 정신을 붙잡고 매달려 있을 때였다.
몸이 아래로 꺼질 듯 푹신하게 내려앉았다.
호연은 자꾸만 감겨오는 눈꺼풀을 억지로 말아 올렸다.
“아, 읏!”
곧 아래에서 남자의 성기가 쑥, 질벽을 죄 훑고 물러났다. 그러곤 다시 등 뒤쪽에서 삽입이 이어졌다.
아래는 소파고 마주 보이는 것은 정원이었다.
여전히 창을 때리는 빗줄기와 흔들리는 조경수가 보였다.
창 위로 그려진 듯 이어진 몸 선이 두 개였다.
유연하게 움직이는 커다란 몸 선과 퍽퍽, 처박힐 때마다 위아래로 들썩이기만 하는 작은 몸 선.
“흐으…….”
겹치는 체온이 뜨거웠다. 느린 허리 짓이 이어졌다. 턱턱, 살 아래로 살이 부딪쳐 오는 감각이 찐득하다 못해 질척였다.
갈비뼈를 긁듯이 올라온 손가락이 가슴을 한 손 가득 그러쥐었다. 익숙한 악력, 익숙한 허리 짓임에도 불구하고 온몸 가득 힘이 들어가 아래로도 전해졌다.
“아.”
귓가로 낮게 감기는 음성에 한 번 더.
“조이지 마요.”
“고의가, 흣……! 아, 아! 아니……. 으응……. 응! 아아…….”
“고의가 아니야?”
“……으, 음……. 응! 흐, ……아!”
“고의여도 상관없는데.”
세정은 그리 뇌까리며 다리를 얽었다. 호연의 엉덩이가 세정의 판판한 하복부에 짓눌러 찌그러졌다. 호연은 더위에 시달리며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조금씩 빠른 속도로 울컥울컥, 절정감이 치솟는 게 느껴졌다.
예민한 살점을 찌르는 세정의 성기도 더는 사정감을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정은 호연의 날개뼈 위로 이를 박아 넣고 잘근잘근, 씹었다. 단단한 이가 느껴질 때마다 호연은 크게 신음했다. 그러다가 덜컥, 내벽 깊숙한 어딘가가 푹, 찔렸다.
“아!”
칼에 찔린 듯 날카로운 환희가 번졌다. 줄줄, 무언가 세차게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세정의 다리 위로 얹어진 호연의 다리가 일순 쭉, 뻗어졌다가 힘을 잃고 툭, 굽어졌다.
그 물줄기를 받아낸 세정이 성기를 빼내었다.
끝인가…….
호연은 정원에 시선을 박아 넣은 채로 눈을 감았다.
“아아!”
불에 지져지는 것 같았다. 얼얼한 밑으로 남자의 성기가 디밀었다. 호연이 허리를 들었다가 쓰러졌다. 반듯하게 눕혀진 몸 위를 타고 오른 세정이 있었다.
이럴 수는 없는데…….
믿을 수 없는 눈으로 세정을 보던 호연은 이내 다시 헐떡여야만 했다.
깊게 드나드는 남자의 성기가 목구멍을 꽉 막은 것처럼 버겁게 느껴졌다. 이제는 살이 들러붙는 소리보다 얕은 물에서 손장난을 치는 듯한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호연은 가슴을 물어오는 세정의 뜨거운 입속을 느끼며 그 머리칼을 헤집었다. 이미 온몸은 물을 많이 머금어 흐무러질 것 같았다. 남자가 씹는 대로 으깨지고 뭉그러질 듯했다.
쉼 없이 흔들렸다. 남자의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으니 찌릿한 아래를 그저 참다가 온몸에 전율이 올라 다시 한번 혼자 길게 절정을 앓았다.
“왜 자꾸 혼자 가요.”
이런 타박도 있었던 것 같은데, 호연은 방금 들은 말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 남자의 몸을 미친 듯이 껴안았다. 단지 지금 이 감각에만 열중하는 몸이라서, 무언가를 사정없이 끌어안지 않으면 부서질 것 같은 몸이 너무나도 두려워서.
순간, 또 한 번 호연의 골반과 하체가 살짝 들렸다. 내벽을 내달리듯 허리 짓하던 세정이 푹, 호연의 가장 깊은 곳에 성기를 디밀었다.
“흐으…….”
사리물고 절정으로 성큼성큼, 묵직하게 걷던 세정이 한순간 작은 신음을 내뱉었다. 호연의 머리 옆을 받치고 있던 손이 천천히 또 완전히 무너졌다.
세정은 성기를 빼내지 않은 채로 호연의 몸을 안았다. 울컥, 아래로 자꾸 물이 들어차고 있었으나 호연은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세정에게 안겨 있었다.
바닷가에서 저를 낚아채던 어둡지만 따뜻한 품이었다. 그리하여 이상한 안정감을 주는 품.
움찔거리는 성기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징그럽게도 말간 정액을 뽑아내고 있을 것인데, 호연은 손을 들어 세정의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좋았어요…….”
모자란 숨으로 좋았다고,
처음으로 말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