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화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은 위기감.
이마저도 약한 절정이었다. 흐느낀 호연이 창틀을 붙잡고 도리질 쳤다. 욱신거리는 아래로 무언가 주르륵, 흐르는 느낌이 들 때마다 눈앞이 하얘졌다.
이내 급히 고개를 내린 호연이 바닥으로 고이는 애액들을 확인했다. 남자의 것인지 제 것인지 알 수 없는 유백색의 덩어리였다.
“흐으…….”
잘게 부수어지는 숨마저도 겨우 토해낸 호연이 탈력감에 무력해졌다. 흐트러진 머리칼이 땀으로 젖은 등에 붙어 있다가 갈래갈래 떨어졌다. 도드라진 날개뼈와 그 아래로 근육이 움찔거렸다.
“혼자 가네.”
희미한 움직임을 눈으로 쓸어내린 세정은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직 뻣뻣하게 솟아 있는 제 것을 내려다보았다.
오히려 이런 모습에 꼴리는 내가 미친놈인가.
호연은 허벅지에 뜨거운 손이 닿자 성마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아흑!”
엉덩이가 들림과 동시에 커다란 부피감이 아래를 꿰뚫었다. 예고 없는 삽입에 찔린 듯 호연의 전신이 퍼덕였다. 깜빡이지도 못하고 박제된 것처럼 크게 뜬 호연의 눈으로 모든 것이 문신처럼 새겨졌다.
아래를 비비듯 허리를 돌리는 모습과 그를 나른하게 응시하는 얼굴. 쩍쩍, 스티커를 떼어내듯 질척한 소리. 눈이 멀고 귀가 멀 것 같았다.
“아, 앙, 아! 아, 안, 돼요! 안, 돼! 흐읏, 으, 아흐!”
참을 수 없는 고감각에 호연이 손을 뒤로 뻗었다. 엉덩이로 부딪치는 남자의 하복부를 미친 듯이 밀었다. 쾅쾅, 부러 못 견뎌 하는 부근을 계속해 처박던 세정의 성기가 조금 밀려남에 따라 호연이 사정했다.
“제, 헤……. 에! ……아, 응, 으응……! 제발……. 거기, 히! 으, 앙, 아……. 만…….”
“여기, 만, 해달라고요?”
세정도 대답이 끊어지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호연보다는 훨씬 사정이 여유로운 게 사실이었다.
이에 호연은 헐떡이며 아니……. 가늘게 부정했다. 세정은 부러 못 알아들은 척 가벼이 웃으며 허리를 짓쳤다.
호연은 탁, 탁, 살기 위한 발악처럼 손으로 세정의 하복부를 내리쳤다. 기실 그 행위가 허리 짓에 튕겨 나가는 몸을 감당하지 못해 남자를 붙잡는 것으로 보일지언정 호연은 밀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좀……! 하아……. 제, 발…….”
“제발, 뭐?”
순간, 호연은 속이 쩍, 갈라지는 것 같았다. 도끼질하듯 사정없이 패는 허리 짓이었다. 하여 순간, 힘을 잃은 호연의 몸이 다시 한번 앞으로 쏟아졌다.
이번에는 악, 소리도 내지르지 못했다.
분명…… 남자의 성기가 안에서 빠져나갔어야 하는데.
놀란 호연이 고개를 숙였다.
골반이 세정의 손에 붙잡혀 있었다. 세정의 허벅지 위로 앉은 꼴이었다.
“이거 봐요.”
세정의 무릎에 호연이 잔뜩 흘린 애액이 하얗게 발려 있었다.
“어쩔 거야, 이걸.”
그게 두 눈의 초점을 흐리게 만들었다.
“하읏…….”
호연은 배를 뚫을 듯이 가득 들어찬 남자의 성기를 느꼈다. 한쪽 손목이 당겨졌다. 앞으로 고꾸라졌던 허리가 펴지면서 남자의 단단한 상체에 맞닿았다.
등줄기로 싸한 감각이 돌았다. 마침내 바닥을 짚은 손바닥으로 미친 듯한 열감이 몰렸다. 그 손바닥을 겹치듯 덮은 세정의 커다란 손바닥이 보였다.
이럴 수는 없다.
머릿속이 곤죽이 되었다.
뒤로 몸이 기울었다. 기울기가 달라진 남자의 성기가 한 번도 쓸려본 적 없던 내벽을 쓱, 훑고 지나갔다.
그에 소름이 끼쳤다.
“하으! 아! 응! 으흐! 아……! 아. 흐, 으, 응, 아!”
전과는 다른 성질의 신음이 터져 나왔다. 재갈이라도 물린 것처럼 신음이 확, 막히다가도 누군가 입을 강제로 열고 있는 것처럼 쉼 없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마구 비틀어대는 호연의 몸을 다른 팔로 감싸 고정한 세정이 그녀의 가슴을 한 손 가득 쥐었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햇살로 젖은 가슴이 먹음직스러운 과일처럼 반짝거렸다. 손이 닿는 곳마다 벌게지는 연한 살 탓에 사과 같은 가슴이 출렁였다.
세정은 그를 한 입 베어 물고 솟아난 유두를 혀로 굴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다만, 자세가. 갈증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게 질펀한 아쉬움이었다. 하여 세정이 어깨를 잘근, 깨문 탓에 호연이 바르르, 턱을 떨었다.
“응, 아……! 하아……. 으, 으……. 아!”
온몸이 크게 들썩였다. 남자의 허벅지에 닿아 뭉그러지는 듯한 엉덩이로 애액이 어린 듯 미끈거렸다.
호연은 자꾸 맥없이 추락하는 시선으로 세정의 손에 의해 납작하게 올려붙여지는 가슴을 보았다. 꼿꼿하게 선 정점이 짓눌려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와 있었다. 또 살결 위로 푸르게 보이던 혈관들이 터질 것처럼 흐르고 있었다.
가슴의 혈관만 그러한가.
온몸의 혈관이, 감각 기관들이 곧이라도 찢어지고 터지고 결국은 죽을 것만 같았다. 호연은 제가 어느 때보다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데도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본능적인 두려움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짧은 허리 짓이 이어졌다. 그만큼이나 감각의 진폭도 짧아졌다. 푹푹, 쑤시고 들어오는 남자의 성기를 막을 수 있는 건 없었다. 좁은 내부의 울퉁불퉁한 굴곡마다 걸리는 귀두가 기묘한 감각을 자아냈다.
그를 버티며 가까스로 다시 한번 손을 들었을 때였다.
“만져볼래요?”
“아, 응! 아……. 싫……. 어어……. 응!”
“왜에.”
쉽게 붙들린 손이 내려졌다. 이끌려 닿은 곳이 음습한 제 아래였다. 손등을 감싼 남자의 손바닥이 있고, 손가락 사이사이에 빼곡하게 남자의 손가락이 끼워졌다.
그리고 그 손가락들이 크게 부푼 음핵을 짓누르듯 문질렀다. 상식이 있던 감각의 어딘가가 우지끈, 끊어지는 것만 같았다.
“아! 아! 아아…….”
명멸하는 시야를 느낀다. 발끝이 모이고 하복부로 고인 쾌감이 한순간 터져버리는 느낌. 아아, 탄식 어린 신음을 뱉어내는 호연은 완전히 넋이 나가 있었다. 입을 다물 수 없는 호연의 입가로 타액이 뚝, 떨어졌다.
호연의 가느다란 목선에 고개를 처박고 빨아대던 세정이 바닥에 포개고 있던 손을 들었다.
손이 자유로워졌는데도, 호연은 쾌락으로부터의 도망을 포기한 듯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세정은 그런 호연의 턱을 잡아당겼다. 딸려온 호연의 입술로 질척하게 입을 맞추었다.
혀와 혀가 엉키고 타액이 흐르는 게 훤히 보이는 진득한 입맞춤이었다.
세정은 다시 호연의 다리 사이를 더듬었다. 달아나지 못하게 감싼 호연의 손으로 예민해진 음핵을 힘주어 쓸어 올렸다.
“하으으…….”
목이 쉬어버린 건지 호연은 갈라진 음성으로 맥을 못 췄다. 그 힘겨운 음성을 삼킨 세정은 호연의 아랫입술을 지분거렸다.
그러곤 도톰하면서도 얇게 벌려지는 살점을 손가락으로 가늠했다. 움찔움찔, 손가락을 느끼는 여린 살이 떨리고 있었다.
딱 제 성기의 크기만큼 빠듯하게 벌어진 부분이었다. 허리를 길게 뺄 때마다 딸려 나오는 살이 미치도록 부드러웠다.
그 안으로 손가락을 넣어야겠다는 충동. 세정은 느리게 허리를 뒤로 뺐다. 튕기듯이 나온 성기가 호연의 엉덩이골 사이에 놓였다.
“아응!”
난데없는 공허함에 호연이 입술을 떼었다.
“이상하네.”
세정은 젖은 아래를 손가락으로 둥글렸다. 미끄러지듯 자꾸 안으로 푹, 들어가는 손가락을 꽉, 죄어오는 내벽이 쫀득했다.
“백호연 씨는 기분 좋은 것 같은데.”
“아, 아, 아, 아…….”
“왜 자꾸 울지.”
버틸 만한 자극. 그런데도 굽은 세정의 손가락은 적응이 되질 않는다.
성기를 받기 버겁도록 좁은 내벽을 풀어줄 때나 하는 짓.
세정은 순서가 다른데도 이토록 조여올 수 있나, 생각했다.
“되게 잘해요, 아래쪽은.”
호연의 어깨에 이마를 기댄 세정이 헛웃음을 지었다.
이내 세정은 호연을 일으켰다. 이미 하얗게 애액이 묻은 건 호연의 성기나 제 성기나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엉망진창이다, 전부.
세정은 부러 다물린 호연의 아래를 굼뜨게 지근거렸다. 연신 주저앉으려는 다리를 보며 세정은 호연의 골반을 쥐었다.
천천히 호연의 붉은 살점을 가르는 제 성기를 보았다. 손가락만큼이나 좁아 들었던 내벽이 다시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척추로 전류를 흘린 것과 같은 자극이었다.
쿵, 세정이 내려찍듯 호연의 몸이 뒤흔들릴 정도로 처박았다. 간신히 버티고 있던 호연이 지나치게 경련했다.
다시 한번 창에 뺨을 붙이고 울음을 터트렸다.
세정은 단순해지기로 했다. 지극히 짐승 같은 지금의 섹스만큼만. 제가 지금 호연에게 잘못하고 있는 건 하나도 없으니까.
협조하기로 했다. 여자가 원하는 대로 결혼 연장을 해주었으니 결혼 생활에 충실할 예정이었다. 오로지 몸만으로 이뤄진 날들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애초에 이런 걸 원한 것 아니었나?
세정은 손을 내려 여자의 봉긋한 가슴을 쥐었다. 손가락 사이사이에 동그란 유두를 끼우고 꼬집고 당겼다.
“아응!”
여자의 심장 부근에서는 미열이 나고 있었다. 살갗이 닿아봐야만 느낄 수 있는 열이었다.
세정은 예쁜 엉덩이를 들고서 울고 있는 호연의 잘록한 허리를 거쳐 이어진 등을 보았다.
쾌감에 절어진 여자의 눈이 흐렸다. 콱, 처박을 때마다 번뜩번뜩 돌아오는 초점이 묘한 사정감을 불러왔다. 아래마저도 꽉, 조이는 듯한 감각…….
그를 참을 수 없어 여자의 몸을 뒤집었었다. 자세가 자꾸 무너져 내리도록 세게 허리를 치는 것만은 벌이었다.
“흐으으……!”
와중에도 창틀을 손에 쥔 호연의 손에 난 상처가 보였다.
심기가 비틀렸던 순간은 분명 저 손을 확인하고 나서였다.
왜 소중히 여기지 않을까.
나는 내 손이 너무나도 소중해서 차라리 부숴버릴 정도였는데.
시선을 조금 내렸다.
못 보던 목걸이.
땀에 들러붙은 호연의 머리칼을 걷어 옆으로 내렸다. 그 사이에도 호연이 허리를 여러 번 튕겨 세정은 낮은 욕설을 참았다.
“자꾸 피하지 마.”
세정은 호연의 허리를 눌러 자신을 받아들이는 각도를 조금 더 깊게 바꿨다. 자꾸 요령을 부리던 호연이 크게 앓으며 아래로 허물어졌다.
세정은 호연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살폈다.
조잡했다.
“샀어요?”
“으! 응, 응! 흐……. 네……? 아!”
잘게 부수어지는 신음 속에 대답이 있었다. 영문을 모르는 것 같았다.
“목걸이.”
“오빠……. 친오빠요…….”
“……예쁘네.”
세정은 쉬이 대답하며 엇박자로 허리를 쳐올렸다. 예상치 못한 순간의 쾌감으로 호연이 아아……. 몸서리쳤다.
“누―나!”
밖에서 들리는 긴 부름에도 호연은 반응하지 못했다. 흐윽, 서러운 신음만 토해내며 머릿속이 탈색된 듯이 굴었다.
세정은 창밖으로 작게 보이는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이곳은 언젠가 호연이 숨어 있곤 했다는 다락방이었다.
아마 지금처럼 늘 울었을 것 같아.
그 얼굴을 떠올리면서 세정은 호연의 골반을 꽉 잡아당겼다. 맞붙어 붉어진 여자의 살결은 자극 그 이상이었다.
물이 차오르는 소리, 흘러넘치는 소리 따위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으응!”
세정도 하나의 물길을 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