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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경위서-31화 (31/98)

제31화

위에서 아래로, 남자가 숨을 불어 넣어주는 것 같은 자세였다.

잇새를 가르고 유영하는 혀가 달았다. 볼 안쪽 여린 살을 훔친 것처럼 누비는 태도에 모든 점막이 송두리째 혼란스러웠다.

목덜미를 더듬던 세정의 손이 호연의 가운을 젖혔다.

부드러운 맨살 대신 빳빳한 원피스 자락을 쓸어 만진 세정이 실소했다. 맞붙은 입술로 웃음이 넘어왔다가 곧 떼어졌다.

“가운 안에 누가…….”

세정은 아, 고개를 숙여 옷깃을 만지작거렸다. 은근히 쇄골을 문지르는 손길에, 그 사이를 눌러 무지근하게 압박하는 손길에 호연의 가슴이 크게 부풀었다.

“필요 없는 건 다 벗고 들어오라니까.”

내려가 매듭을 풀어헤치고 젖히는 손이 빠르고 가벼웠다. 세정은 다시금 입을 맞추며 큰 손에 빠듯하게 들어오는 가슴을 쥐었다. 손가락 사이로 비어져 나온 유두를 놀리듯 툭, 쳤다.

“아읏…….”

호연의 발가락이 곱아들었다. 다리가 교차하며 바닥을 밀었다. 빠드득, 빠드득, 땀 고인 손바닥이 허무하게 창틀을 쥐고 미끄러졌다. 어떻게든 자극적인 감각과 거리를 두려고 했다.

예감한 일이라고 한들, 구체적인 감각까지도 예상했을까.

짐작하였다고 한들 감당이나 될까.

정신없이 얽히는 두 개의 혀 중에 제 것이 어느 것인지도 모르겠는데. 뜨겁게 빨리는 혓몸이 아플 정도로 자극적인데. 숨마저도 빼앗기는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이내 차가운 손이 원피스를 들치고 들어왔다.

“아!”

소름이 돋았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그게 무섭도록 낯설었다.

퍼덕거리며 몸을 떤 호연이 넘어가는 숨으로 고개를 비틀었다. 내려온 남자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밭은 숨을 골랐다.

대충 밀려 올라간 원피스 아래 고스란히 드러난 맨 허벅지와 속옷. 호연은 채 닫히지 못한 입술이 무거웠다. 어지러웠다.

“또 깨물려고?”

귓가로 깨지는 남자의 숨결이 뜨거웠다.

이내 갈비뼈를 세듯이 올라간 커다란 손이 날개뼈 아래를 간지럽게 긋다가 확 끌어당겼다.

봉긋한 가슴에 단단한 가슴을 대고 눈을 맞췄다. 호연은 그게 야하고 이상했다.

동시에 빠근하게 울리는 박동이 있었다.

강제로 취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정말로 사랑하여 관계를 맺는 것 같았다.

“깨물면 안 돼.”

그런 착각을 들게 한다.

“아파요, 나도.”

남자가 살짝 내보인 아랫입술에는 피가 몰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 모습에 울컥, 했다. 덩이 진 무언가가 아래로 자꾸 흐르고 맺혔다.

호연은 기묘한 감각에 굽은 허리를 바싹 세웠다. 젖은 아래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남자를 밀어내려 손을 급하게 가져오다가 툭,

“아…….”

와인 잔을 엎는다.

포개진 다리 위로, 골반에 걸쳐진 하얀 가운 위로 와인이 점점이 번졌다.

호연은 그 꼴을 멍하니 보다가 세정의 가운마저 젖을까, 엎어진 와인 잔으로 손을 뻗었다.

쯧, 낮게 혀를 찬 세정이 그 손을 휘어잡고 가뿐하게 안아 들었다.

“화가 아니랄까 봐.”

몇 걸음 걸어 침대 위에 놓아주며,

“어디서든 그림을 그리네, 백호연 씨는.”

그리 말했다.

남자는 호연의 손목에 입을 맞추었다. 그 간지러운 느낌에 호연이 몸을 틀었다.

“내 선물 살 때 백호연 씨 거도 샀어요?”

호연은 삐딱하게 내려가는 고개를 바로 세우려고 노력했다. 간신히 도리질 쳤다.

“말로 해야지.”

그러면서 원피스를 대충 끌어 올려 호연의 입술에 물렸다.

호연의 다리는 가운이 다 흡수하지 못한 와인으로 흠뻑 젖은 채였다. 세정은 머리를 내려 허벅지를 길게 핥았다.

“아니, ……안……. 으…….”

개처럼 고개를 처박고 있던 세정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반말?”

“아니이……!”

그러곤 살짝 살결을 깨물었다.

“지금도 하고.”

호연이 허리를 튕기며 무릎을 세웠다. 발목을 잡아 내린 세정은 잇자국이 난 곳을 혀로 쓸었다.

“다음에는…….”

달콤한 내음이 여자의 살결인지, 와인인지.

세정은 뒷말을 잇지 못하고 서서히 기립하는 제 것을 보았다. 한쪽만 밀려 올라간 브래지어와 원피스를 재갈처럼 문 채 엉망진창으로 신음을 참는 여자의 모습까지 눈에 담았다.

다시 머리를 내렸다. 핥던 살결보다 더 위쪽, 음핵을 빨았다.

“흐으!”

습한 숨이 한곳에 몰렸다. 호연은 폐부가 쥐어짜지는 감각을 느끼며 허리를 세웠다. 그러나 골반을 누르는 손과 강한 쾌감에 다시 쓰러져 헐떡였다.

멈추고 싶은 시간이 존재한다.

이 상황을 더 갖고 싶어서? 이 상황에서 도망가고 싶어서?

모르겠다.

호연의 허리가 들렸다. 얼굴을 가린 채 신음하던 호연이 더는 참을 수 없어 남자의 머리칼을 쥐었다.

아, 이런 기분이었지.

반쯤 몸을 세운 남자가 호연의 얼굴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곤 눈을 맞춘 채 구겨진 원피스 자락을 당겨 젖은 입술을 쓱, 닦았다.

그 게으른 행동과 포만감이 느껴지는 눈빛에 머리가 하얗게 비는 것 같았다. 처음 남자와 잤던 그날보다 더 위협적이었다. 그래서 숨이 막혔다.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몰입도가 높아 무서웠다.

옆으로 눕는 세정의 무게감으로 푹신한 매트리스가 꺼졌다. 매트리스가 더 가라앉은 쪽으로 몸이 기울었다.

호연은 세정의 가슴팍 사이에 어깨를 박은 채 온몸을 늘어트렸다.

숨이 키스하듯 섞였다.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호연의 애타는 눈빛과 무엇을 참아야 하는지 모르는 세정의 흐려진 눈빛도 뒤엉켰다.

“으, 응……!”

가장 습한 곳으로 세정의 굽은 손가락이 스쳤다. 간신히 붙잡고 있던 정신이 뚝, 끊겼다. 소름 끼치도록 분명한 쾌감이 등줄기를 쓸고 번개처럼 내려쳤다.

세정은 도리질 치는 호연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핏줄이 돋은 세정의 팔뚝이 위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호연이 자지러졌다. 그리고 그 비명 같은 숨의 간격이 짧아질 즈음에,

“하…….”

세정이 손을 뺐다. 호연의 무릎과 무릎이 맞닿으며 몸이 옆으로 홱, 돌아갔다.

그 속에 갇힌 쾌감이 여리게 몰아쳤다. 호연은 바르르, 떨어야만 했다.

세정은 다시 몸을 세웠다. 공기가 사라진 세상에 남은 사람처럼 크게 숨을 쉬는 호연의 다리를 다시 갈랐다.

호연은 찝찝하게 들러붙어 있던 다리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스치자 움찔, 어렵게 그쪽을 보았다.

망연한 시야 속으로 남자의 가운이 반쯤 벗겨진 게 담겼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커진 건가. 그럴 수가 있는 건가.

아뜩한 감상이었다. 반사적으로 부정했다.

“안, 될, 것 같아요…….”

“해보지도 않고.”

남자가 한쪽 입꼬리를 올려 피식, 웃었다. 호연은 안간힘을 썼다.

“엄살은.”

이 상태로 남자를 받아들이면 큰일 날 것 같은데.

“지난번에는 반만 넣었었나.”

듣는 척도 하지 않은 남자가 호연의 아래를 가늠했다.

“두 살이나 더 먹었는데, 이젠 괜찮겠죠?”

“……아니…….”

호연은 급히 세정의 손목을 붙들고 사정했다. 세정은 그 손을 쉽게 비틀어 빠져나갔다. 호연은 허겁지겁 급히 말을 꺼내놓았다.

“저……. 저, 못, 버텨요…….”

“그러면…….”

호연은 가만히 선고를 기다렸다.

“버티지 마.”

극형이었다.

깊이 들어온다.

갈라진 틈이 빠르게 벌어지는 게 느껴졌다. 몸이 남자를 잊은 듯 성기가 몇 번이고 툭툭, 막혔다. 남자는 그를 찢어내듯이, 치워내듯이 파고들었다.

하나의 굴곡을 지날 때마다 극점을 지나는 것처럼 호연의 허리가 튀었다. 남자의 성기 모양대로 내벽이 다시 조립되는 것 같았다. 몸이 이상하게 벌벌 떨렸다.

자신은 그때와 달라진 것 하나 없이 여전히 형편없는데, 남자는 저걸 다 넣겠다고.

호연은 검붉은 핏줄이 불거진 성기를 떠올리며 아랫입술을 말아 물었다. 남자가 허리를 맞붙일수록 불룩 차오르는 것 같은 아랫배를 바라보다가 이불을 가득 손에 쥐었다.

무언가 다 빠져나가 버릴 것만 같은 불안함이 도졌다. 모조리 빼앗길 것만 같은 느낌. 그렇게 끌려가는 기분. 몸이 반으로 깨질 것 같은 감각.

“아!”

순간 음핵이 홱, 위로 까뒤집어지는 느낌에 호연이 놀라 고개를 들었다.

느리게 진입하며 엄지로 장난치듯 음핵을 둥글리는 손가락이 보였다. 동시에 어느 지점에 탁, 닿는 귀두 끝이 느껴졌다.

“흐……!”

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눈앞이 암전되었다. 짙어진 신음을 끝으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동물 같은 신음을 내고 있었다.

호연은 이게 제 속에서 나왔다고는 생각지 못하고 동공을 굴렸다.

설마.

“힉! 아……! 아, 아! 아…….”

같은 부분을 반복해 찌르는 느낌에 호연의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쥐고 있던 이불을 죄 놓쳐버리며 허망하게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망가지는 제 얼굴에 집중한 눈매를 보는데 침이라도 흘릴 것처럼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다만, 남자가 짐승처럼 여기냐고 묻는 것 같았고, 자신은 여기라고 헐떡이며 답을 하는 것 같았다.

동시에 그런 몸을 관통하듯 밀고 들어오는 부피감이 있었다. 내벽 어딘가가 버티지 못하고 찢어진 것처럼 폐부가 쥐어짜져 숨이 덜컥, 막혔다.

“아…….”

뜨거운 열감이 전신을 훅, 쓸고 갔다. 먹어서 부른 배가 아니라, 실제로 가득 찬 것 같은 팽만감이 있었다. 음핵 위로 포개어진 단단한 손가락이 느껴졌다. 비비듯이 부드럽게 짓쳐지는 음핵이 선득한 환희를 일으켰다.

“전보다, 낫네.”

언뜻 끊어지는 세정의 음성이었다.

그러나 호연의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빠듯하게 벌어진 틈에 짓뭉개진 살덩이가 안쪽으로 딸려 들어갔다가 나왔다. 핏덩이와 같은 안쪽을 고스란히 내보였다. 그 색이 가슴에 돋아난 것과 비슷했다.

세정은 느리게 허리를 쳐올리면서 호연의 가슴을 머금었다. 음, 음, 낮게 신음하던 호연이 어깨에 힘을 주면서 세정을 내려다보았다.

세정의 높은 콧날이 가슴을 짓뭉개는 게 보였다. 그 주변을 핥고 물고 빨 때마다 호연의 허리가 들렸다. 가슴 위로 퍼지는 것과 똑같은 온도의 날숨을 뱉으며 흐트러졌다. 끝내 유두를 깨물 듯 잘근거리는 입질에는,

“아, 응, 응, 흐으…….”

아래로 척척한 애액이 흘렀다. 세정이 가슴에서 입술을 떼어 놓으며 허리를 세웠다.

찌걱대는 소리가 한층 고조되었다. 세정은 손으로 접합부를 매만졌다.

“안 되긴……. 존나 되는데.”

호연의 몸이 잘게 떨렸다. 세정은 흥건하게 젖은 손을 들어 확인했다. 무심하게 호연의 허벅지에 닦아냈다. 호연은 한층 가깝게 느껴지는 짙은 냄새에 숨을 참았다.

세정은 흐트러진 가운을 벗으며 허리를 둥글게 흔들었다. 날개뼈 아래로 자리 잡은 근육들이 예쁘게 일그러졌다.

“……아, 읏, 하…….”

그건 호연의 시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곧은 어깨와 너른 가슴팍 아래로 움찔거리는 근육들이 어지러웠다. 더 아래로 뻗은 핏줄들이 터질 듯이 꿈틀거렸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눈을 내렸다.

세정은 고개를 돌리고 체념한 듯 흔들리는 여자를 보았다. 눈을 질끈 감은 여자는 신음을 끊임없이 토해내면서 가슴이 쥐어짜질 때마다 특히 크게 앓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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