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IT재벌-188화 (187/206)

기적의 IT 재벌 188화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기술의 집약체, 닉스가 개발한 인공지능인 자이(xi)를 소개합니다.

객석에서 돌아오는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대중들에게 익숙한 인공지능이란, 기존 애폴의 음성비서인 시리(syri)나 오성전자의 S보이스, KG전자의 Q보이스 따위의 음성인식 시스템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리라.

애폴의 시리는 그나마 간단한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했다면, 그 외의 것들은 정말 끔찍한 사용성을 보여줬다.

나 역시 열렬한 반응이 돌아올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신 인공지능인 자이의 진짜 위력은 백번 떠드는 것보다 실제로 한 번 경험해 보는 것이 나을 테니까.

-자이는 기존의 음성비서들과는 궤를 달리합니다. 타사의 음성비서가 단순히 음성을 인식하고 명령을 수행하는 데 그쳤다면.

난 단상에 마련된 5개의 스마트폰을 꺼내놨다.

각각 애폴, 오성, KG, 노키아, HTC의 스마트폰으로 유행처럼 음성인식 비서가 탑재된 물건이었다.

난 목을 한 번 가다듬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열리는 LA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입장권 좀 알아봐 줘.

내 명령에 스마트폰들이 바삐 작동을 수행한다.

-명령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을까요?

-인식에 실패했습니다.

-음성인식에 실패했습니다. 크게 말씀해 주세요.

-LA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입장권을 검색합니다.

기존의 음성비서들이 실망스러운 결과를 내놓았지만, 오직 자이만이 똑 부러지는 답을 내놓는다.

-내일 LA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리는 AT&T 파크의 입장권은 총 542개의 좌석이 남아 있습니다.

드디어 객석에서 반응이 올라온다.

저들끼리 떠드는 소리, 키보드를 세차게 두들기는 소리 등등. 이제야 제대로 된 분위기로 돌아온 듯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놀라긴 이르다.

-좌석 추천해 줄 수 있어?

-LA다저스의 류현진 선수 팬인 대니얼에겐 R13번 좌석을 추천합니다. 그곳엔 불펜 대기석이 있어 류현진 선수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습니다.

-좋았어. 바로 예약까지 끝내줘.

-예약 중입니다…… 티켓팅 준비 중…… 결제 방식은 최근 사용했던 신용카드를 사용합니다…… 결제 완료! 모바일 티켓을 가져옵니다.

[AT&T LA다저스 vs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R13번 좌석. 결제 완료.]

스마트폰 화면에는 결제된 내일 경기의 모바일 티켓이 떠올라 있었다.

이 일련의 과정들은 백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었기에 객석의 반응은 놀람과 당황으로 혼돈에 빠져들었다.

경악해서 입을 쩍 벌리고 굳은 사내나 놀람의 비명을 내지르는 여인.

한시라도 빨리 기사를 송고하기 위해 키보드를 부술 기세로 두드리는 기자나,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실시간으로 닉스 주식을 매입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애폴폰과 같은 날, 바로 옆 건물에서 3세대를 발표하다니. 대니얼의 배짱이 제법이야. 제대로 한판 붙어 보겠다는 거잖아.”

“가격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발표 내용만 보자면 닉스의 압승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야. 기기 성능과 인공지능의 결합이라니. 난 꼭 산다, 무조건 두 번 산다.”

“결과는 나와봐야 아는 법이야. 시리 때도 엄청난 기능이라고 호들갑을 떨어댔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단순한 음성인식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것뿐이었어.”

“과연 그럴까? 애폴의 쿡은 몰라도 닉스의 대니얼은 지금까지 우릴 실망케 한 적이 없다고.”

객석이 소란스러워지는 동안 백 스크린의 화면이 천천히 전환된다.

닉스폰 3세대 출시 확정.

가격은 849달러.

발매일 9월 25일.

예약은 지금 이 시각부터.

참고로 발매일인 9월 25일은 오늘 발표된 애폴폰7과 같은 날이었다.

“맙소사. 애폴폰7과 발표 일자만 같은 게 아니라 예약 날짜와 발매일까지 같은 날로 잡았어.”

“가격은 닉스 쪽이 50달러 더 높군. 이게 변수가 될지도…….”

“누가 이길까? 압도적인 지지자를 지닌 전통의 강호 애폴과 무서운 기세의 떠오르는 신성 닉스. 벌써 두근두근하기 시작했는걸.”

* * *

닉스의 차세대 인공지능 자이(xi)가 세상에 공개됐다.

자이는 기존의 기계학습에서 한 단계 발전한, 딥러닝을 통해 스스로 사용자의 행동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게 변화하는 그런 인공지능이었다.

시대를 한 단계 진보시킬 첨단기술의 등장이었으나, 대중들의 관심은 차세대 인공지능보다는 향상된 하드웨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이번 닉스폰 3세대는 ARM사와 공동개발한 N1칩셋과 더불어 하이넥스의 신형 D램을 탑재해 기존 닉스폰 2세대보다 80% 이상 빨라진 성능을 과시했다.

그뿐만 아니라 미완성인 듀얼 배터리 방식에서 탈피해, 완전한 리튬에어 방식을 채택하여 동영상 13시간 연속재생이라는 괴물 스펙까지 선보였으니.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닉스폰 3세대 공개가 있은 지 열흘 후.

닉스 소프트 본사, CEO 집무실.

집무실 중앙에 배치된 원탁에 닉스의 주요 임원들이 모여 앉았다.

“3세대는 쾌조의 출발을 보이는 중입니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반응은 물론이고 샘플 기기를 미리 받은 각종 매체에서도 극찬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영향력이 높은 매체인 컨슈머리포트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닉스폰 3세대를 1위로 지정했을 정도입니다.”

또랑또랑한 목소리와 콧수염이 인상적인 사내. 그는 얼마 전 물류 팀에 합류한 스콧 마틴이다.

마틴은 모토로라 유럽지사에 재직 당시 탁월한 물류 공급, 재고관리 능력을 보였기에, 고질적인 닉스폰 수급문제를 해결해 줄 소방수 역할을 기대하고 스카우트해 온 인재였다.

“매체들의 좋은 평가로 인해 닉스폰 3세대의 예약 상황은 급증한 상태이며, 어제까지 예약 현황은 예상을 두 배 이상 웃돈 2천3백만 대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2천3백만 대? 지금 농담하는 거죠?”

소릴 지른 것은 초조하게 앉아 있던 브릭이었다.

그는 이번 3세대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던 만큼, 이 자리의 누구보다도 결과를 긴장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마틴은 브릭의 언성이 높아졌음에도 동요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 한다.

“이것으로 놀라긴 이릅니다. 앞으로 예약 마감일이 사흘 남은 만큼, 예약자는 최종 3천만 대 수준을 웃돌 것으로 보입니다.”

“3, 3천만? 하하…… 이거 참. 예상치를 높게 잡아 천만 대로 잡았건만, 그 3배를 넘겨 버리다니. 이건 애폴도 못 세운 대기록이군요.”

브릭은 몸을 축 늘어뜨린다. 아무래도 그를 지탱하고 있던 긴장이 일순간 녹아버린 모양이다.

그는 시선을 원탁의 상석에 앉은 내게로 향했다.

“보스, 이번 3세대. 완전 대박 났는데요?”

난 어깨를 으쓱거렸다.

“제가 대박 날 거라고 했잖습니까. 여기서 실패를 걱정한 사람은 브릭밖에 없을걸요. 안 그렇습니까?”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전부 동의한다는 듯 고갤 끄덕여 댄다. 그들 중 가장 한심하게 브릭을 쳐다보던 스칼릿이 입을 열었다.

“이번의 3세대는 시대를 앞서나간 오버스펙을 넣었어. 소비자들도 눈과 귀가 있는데, 다른 제품을 선택할 리가 없다고 했잖아. 그런데 프로젝트 책임자라는 놈이 맨날 불안하다고 와서 찡찡대기나 하고 말이야.”

“그렇지만…….”

“그렇지만은 무슨 그렇지만이야! 리더는 불안해도 겉으로 드러나면 안 되는 거야. 대니얼을 봐. 우리 앞에서 한 번이라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 적 있어?”

브릭이 입을 다물고 있자, 스칼릿이 재차 다그친다.

“있어, 없어. 빨리 말해봐.”

“없어…… 하지만 나더러 보스처럼 하라는 건 너무 허들이 높잖아.”

“누가 대니얼처럼 하래? 그의 반만이라도, 아니, 반의반만이라도 따라가란 소리야. 나를 포함한 닉스 소프트의 직원들이 널 어떻게 믿고 따르겠어? 응? 내 말 틀렸어?”

입을 삐죽이는 브릭과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탁탁 쳐대는 스칼릿.

이 두 사람의 앙숙 관계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질 않는다. 귀가 축 늘어진 개와 사나운 들고양이 간의 싸움이라고나 할까?

당연하겠지만 싸움의 승자는 언제나 들고양이 쪽이다.

다른 임원들은 이런 풍경이 익숙해 보였지만, 얼마 전 입사한 마틴은 어찌할 바를 몰라 식은땀만 연신 닦아내고 있었다.

“마틴.”

“예, 대표님.”

기합이 바짝 들었는지 대답이 1초 만에 튀어나온다.

“최종 예약자가 3천만 대인 것은 좋으나, 예측치였던 천만 대와는 차이가 커도 너무 큽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아무래도 닉스폰 2세대와 닉스폰 3세대 간의 공백기가 1년 9개월로 길었기에 기기 교체 수요가 몰린 듯합니다.”

“그건 이미 예상치에 반영했던 것 아닙니까?”

날카로운 지적에도 마틴은 당황하지 않고 말을 받았다.

“그 외에도 대기 중이던 애폴폰 예비구매자들이 대거 돌아섰기 때문이라는 정보가 있습니다. 공개된 애폴폰7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닉스폰 3세대는 그와는 정반대로 천지개벽 수준의 하드웨어 향상이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근거가 있는 소스입니까?”

“애폴 내부에서 나온 정보입니다.”

이어지던 대화에 브릭이 끼어든다.

“저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번은 애폴이 대외적으로 예약자 숫자를 공표조차 못 하고 있잖습니까? 그 이유가 예상치를 훨씬 밑돌아서라고 합니다.”

“얼마나 밑돌았기에 천하의 애폴이 입을 다물었을까요?”

“내부 소식통에 의하면 예상치였던 550만 대 중,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180만 대 수준이라고 합니다.”

애폴이라면 550만 대쯤은 하룻밤 만에 팔고도 남는 기업이다. 그들에겐 절대적인 충성도를 보여주는 애폴 마니아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애폴이 고작 180만 대라니. 역시 정면승부를 걸었던 것이 정답이었나?

“대표님, 외람된 질문이지만…….”

마틴이 슬쩍 운을 띄운다.

“말씀하세요, 마틴.”

“이번 닉스폰 3세대는 너무 힘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요?”

“그게…… 제 개인적인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3세대는 AP부터 시작해서 D램, 저장장치, 배터리. 모든 부분에서 너무 과투자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마틴은 말하다 말고 눈동자를 굴려 눈치를 본다. 아무래도 아직 닉스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적응을 못 한 듯했다.

“편하게 말해보세요. 의견은 하나라도 많은 게 좋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는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한 후에야 하던 말을 이어간다.

“AP와 D램은 그렇다 치더라도 배터리는 신형 애폴폰7이 1810mAh이지만, 3세대는 8860mAh로 단순 비교로도 5배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이번 신형 AP인 N1이 전력 소모가 크다고 한들, 이렇게 과투자를 할 바엔. 조금 스펙을 줄이고 단가를 낮추는 판단이 낫지 않나 싶어서 말씀드립니다.”

“요약하자면 마진을 더 남기자?”

“그것도 있고, 이번에 기술을 아껴두면 후속작 출시에 부담도 덜 하지 않습니까.”

“애폴처럼 말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마틴의 의견은 기업으로서 굉장히 합리적이다.

당장, 경쟁사인 애폴만 보더라도 구매층들이 감내할 수준까지 원가절감과 가격 인상을 통해서 마진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치지 않았던가?

그 결과는 역대 최초 시가총액 1조 달러 달성이었고 말이다.

“흠…….”

마틴 외에도 다른 이들까지 내 입에서 어떤 대답이 나올지 기대하는 눈치다.

“간단하게 답해드리죠. 저는 스마트폰으로 돈을 벌 생각이 없습니다.”

“예?”

그는 혼란에 빠진 표정이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마틴. 닉스의 시발점인 닉스챗을 생각해 보죠. 닉스챗 초기에만 해도 무료 메신저가 어떻게 수익을 발생시킬 것인가? 라는 질문을 수백, 수천 번은 들었습니다.”

옆에서 브릭이 거들고 나섰다.

“맞아. 나만 해도 보스에게 그렇게 물었었지. 1달러라도 사용료를 받는 게 어떻겠냐고도 했었고.”

“브릭,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까?”

브릭은 부정의 의미로 손을 내젓는 것으로 모자라, 고개까지 세차게 흔들어 댄다.

“그때 닉스챗을 유료로 했으면 지금의 닉스도 없었을 거예요.”

나는 다시 시선을 마틴에게로 돌린다.

“어쨌든, 닉스챗이 한 해 광고로 벌어들이는 수입만 수십억 달러입니다. 그 외에 사업 연계성까지 합치면 백억 달러대가 넘을 수도 있고요.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선점 효과를 말씀하시는지요?”

“정답입니다. 현 스마트폰 시장의 선점자이자 선도자는 애폴입니다. 후발주자인 우리는 그들을 뛰어넘기 위해 수십, 수백 배의 노력을 해야만 해죠. 이런 상황에서 원가절감이나 기술을 아끼는 게 맞는 판단일까요?”

마틴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신중하게 답을 꺼내놓는다.

“아닙니다. 모든 걸 쏟아부어서라도 애폴을 넘어서야 합니다. 마진을 생각하는 건 선도자가 된 후에나 할 일입니다. 특히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IT 분야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저도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난 원탁에 있는 모두를 쓱 둘러본다.

모두가 내 이어질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닉스폰 3세대는 단순히 스마트폰 전쟁에 승리하고자 내놓은 물건이 아닙니다. 앞으로 진짜 전쟁터가 될, IOT(Internet of Things · 사물인터넷) 분야와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하기 위한 초석이 될…….”

그때였다.

드르륵 소리를 내며 탁자 위 스마트폰이 울어댄다.

그건 브릭의 스마트폰에서 나는 진동 소리였다.

“앗, 죄송합니다.”

하지만 진동은 그것을 시작으로 다른 이들의 스마트폰으로 전염되기 시작한다.

지잉, 지잉, 지잉.

드르르륵-

드륵.

원탁에 울리는 스마트폰 진동의 불협화음.

이쯤 되자, 무슨 일이 터졌구나 싶어 다들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내용을 확인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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