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IT재벌-187화 (186/206)

기적의 IT 재벌 187화

2014년 9월 10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이곳에선 세계 IT 기기 마니아들이 기다리고 기다렸던, 애폴의 신형 스마트폰 발표회가 열렸다.

이름하여 애폴폰7.

신형기기의 이름이 예상했던 애폴폰6S을 건너뛰고, 새로운 넘버링인 7으로 등장했기에, 신제품을 기다렸던 애폴 마니아들에겐 엄청난 기대감을 품게 했다.

하지만 막상 실물이 공개된 현장과 인터넷 커뮤니티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으니.

-뭐야? 이게 다야? 말 좀 해봐, 쿡! 이번은 세븐이라며, 세븐! 어디가 세븐이라는 거야?

┗확 바뀌긴 했네.

┗뭐? 장난쳐?

┗진정해 친구. 이름이 확 바뀌었단 뜻이었어.

-애폴OS에 익숙해져서 사긴 하겠지만…… 실망이네. 이대로 계속 혁신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사용자들은 떠날 수밖에 없어.

┗잡스가 보고 싶어지는 날이군.

┗동감.

-이봐, 진정들 해. 뭔가 더 남아 있겠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기다리긴 뭘 기다려. CEO인 쿡이 벌써 내려갔어. 젠장할, 기다렸던 내 1년의 세월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야.

-내 애폴폰6의 생명이 1년 연장됐어. 이걸 기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슬프다고 해야 하나? 준비했던 샴페인 대신 보드카를 마셔야겠어.

-애폴은 무슨 자신감으로 신형을 이렇게 내놓은 걸까? AP 성능을 올리긴 했다만, 디자인도 비슷하고 램은 아예 똑같은 1GB에 액정도 4.7인치? 요즘은 기본이 5.5인치부터 시작이잖아.

-올해는 정말 최악이야. 오성은 갤럭시스S5를 개똥 같은 디자인으로 내질 않나, 믿었던 애폴까지 이런 뒤통수를 치네.

┗스마트폰 디자인은 닉스에서 가지고 있는 디자인 특허가 너무 많아서 그렇다는 말이 있어. 그래서 애폴과 오성이 꼼짝을 못 하는 거지.

┗닉스가 나쁜 놈들이네.

┗나쁜 건 애폴이지. 닉스에게 로열티를 안 주려고 먼저 뒤통수를 후려갈겼잖아.

┗그랬었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 디자인을 3년이나 우려먹어? 누굴 호구로 보나.

┗에이, 그래서 안 살 거야? 욕하면서도 살 거잖아.

-배터리도 경쟁작인 닉스폰과 차이가 너무 많이 나.

┗매번 카페에서 콘센트를 찾아다니는 건 불쌍한 애폴폰 사용자들뿐이지.

┗그건 닉스폰이 무식하게 오래가는 것일 뿐이야. 타사의 안드로이드 폰과 비교하면 적당한 수준. =)

-으으, 젠장. 이딴 식으로 나왔는데도 살 수밖에 없다니. 너무 하잖아. 닉스가 작년에 닉스폰 3세대만 내줬어도.

┗닉스는 왜 신제품을 안 냈던 거지? 모든 경쟁사에서 신형을 내놨는데 말이야.

┗애폴처럼 양심 없이 이름만 바꿔서 내는 것보단, 차라리 안 내는 게 낫지. 적어도 가격은 안 올릴 것 아니야?

┗극렬한 동감.

-닉스는 소프트웨어 회사다. 그러니 하드웨어인 스마트폰을 매년 만드는 건 무리였겠지.

┗모르는 소리. 닉스가 스마트폰 방면에 얼마를 투자하는지 알면 깜짝 놀랄걸? 작년 애폴에 이은 2위야. 오성보다 더 많은 투자를 했어.

┗옘병. 그럼 뭐하냐. 물건이 안 나오는걸.

-대니얼, 뭣 하고 있는 게냐. 이럴 때 빨리 신제품을 내놔! 닥치고 내 돈을 가져가란 말이다!

-어이, 긴급속보야. 대니얼이 발표장에 나타났단다.

┗어디야? 어디?

┗신제품 발표한대? 스마트폰? 전기차?

┗오 하느님. 제발 스마트폰이었으면.

┗아무튼, 뭔가를 발표하러 나온 건 맞지? 그렇지?

-으음. 발표장이긴 한데.

┗빨리 말해. 사람 숨넘어가는 꼴 보기 싫으면.

┗나 벌써 호흡 과다 증상 왔어.

-그게, 닉스 게임쇼의 체험장이야.

┗발표장이면 발표장이지 체험장은 또 뭐야?

┗신작 게임 발표하나 본데.

-아니. 그냥 발표장에 나타나서 게임하고 있대.

┗???

* * *

애폴의 발표회가 열리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그곳에서 한 구역 떨어진 행사장에선 닉스 게임쇼가 개최됐다.

닉스 게임쇼는 닉스 스튜디오에서 직접 개발한 게임뿐만 아니라 닉스OS에서 구동되는 모든 게임이 전시됐기에 업계에선 제법 큰 행사로 꼽힌다.

물론 이 행사가 명성을 얻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닉스OS 게임쇼가 항상 애폴폰 발표일과 동시에 치러진다는 거였다.

닉스 게임쇼 초창기엔 일회성으로 애폴과 같은 날 행사를 진행했었다.

그랬던 단기 행사가 한 번에 두 탕을 뛸 수 있던 기자들의 격렬한 호응에 힘입어, 이젠 매번 애폴의 신제품 발표일과 맞춰서 진행하는 정기행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닉스OS의 소프트웨어적인 개선을 통해 기존보다 24% 향상된 게임 성능을 즐길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한 개선을 통해 휴대용 콘솔을 능가하는 것을 목표로…….

무대에선 닉스 게임쇼의 기조연설이 이뤄지고 있다.

발표자는 닉스 스튜디오의 배기태 사장.

수천 개의 눈이 그를 향하고 있어선지 목소리가 살짝 떨리듯 들려온다.

-이 자리에서 소개해 드릴 게임은 세계 동시접속자 1위. 4억 명의 플레이어. 월간 6천만 명의 순방문자를 기록하고 있는 PC게임입니다. 더는 설명이 필요할까요? 레전드 오브 리그를 소개합니다.

장내가 암전된다.

그리고 천천히 켜지는 백 스크린.

그곳엔 레전드 오브 리그의 게임 화면이 흘러나온다.

레전드 오브 리그는 5 대 5 팀플레이 게임으로, 게임상의 상대측 본진을 먼저 파괴하는 쪽이 승리하는 간단한 게임이다.

-소환사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게임 영상이 한동안 흘러나왔음에도 별다른 메시지는 없었다.

관객들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하나씩 떠오를 때쯤. 영상의 중앙에 for 닉스OS라는 글귀가 떠오른다.

술렁대는 객석.

이어지는 영상이 점점 멀어진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닉스폰으로, 방금까지의 모든 영상이 스마트폰 안에서 벌어졌던 것을 시각적으로 나타내고 있었다.

-레전드 오브 리그, 일명 LOL을 저희 닉스 스튜디오가 모바일로 이식하게 됐습니다.

객석에서는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울려 퍼진다.

배기태는 앞으로의 발매 일정과 운영 상황을 상세히 발표해 나갔다. 분위기를 타서인지 아까보다는 훨씬 매끄러운 발표 솜씨였다.

행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옆에서 톡톡 찌르는 것이 느껴진다.

고갤 돌리자 수아가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나와 같이 오늘 행사에 게스트로 참석해 있었다.

“이젠 기태 씨도 제법이네요.”

“아직 멀었어. 아무리 떨린다고 해도 그렇지, 청심환을 한 번에 3개씩 먹는 놈이 어디 있어? 저러다 무대에서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쯧쯧.”

“에이. 다들 현우 씨 같은 줄 아세요? 저 정도면 엄청나게 잘하는 거라구요.”

내가 어깨를 으쓱거리자.

“이번에 공개된 게임이 텐센트와 공동 개발한다던, 그 게임인가 보네요.”

“맞아. 현재 최대의 접속자를 가진 PC게임이지. 앞으로는 최대의 접속자를 가진 모바일 게임이 될 거고.”

“모바일에서 실시간 게임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기존까진 카드게임이나 자동으로 동작하는 게임이 강세였잖아요.”

“그야 모바일 네트워크 환경이 불안정했고, 기기의 스펙도 따라주지 못했으니까.”

“앞으론 다르다는 건가요?”

“물론이지. 누워서 할 수 있는 게임을, 누가 앉아서 하려 하겠어?”

수아는 이해했다는 듯 고갤 끄덕였지만, 완전히 납득한 표정은 아니었다.

“왜? 뭐가 궁금한 게 더 있어?”

“조금요.”

난 계속 말해보라는 듯 그녀에게 손짓했다.

“레전드 오브 리그가 유망한 게임이라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게임쇼의 메인으로 걸 정도로 대대적인 홍보를 할 게임인지는 모르겠네요. 기껏 해봐야 모바일 게임 중 하나일 뿐이잖아요. 차라리 유명IP를 쓴 게임을 내거는 게 낫지 않아요?”

“모바일 게임 하나의 매출이 6조가 넘어간다면?”

“에이, 설마요. 농담하지 마요.”

“농담 아닌데? 난 이번 게임으로 진지하게 매출 6조를 내다보고 있어. 모바일 게임 특성상 순이익률은 50%쯤 되겠지?”

수아가 나를 향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 그럼 3조?”

“닉스는 플랫폼을 직접 운영하니 그보다 이익률이 높을지도 모르겠네.”

언제나 그랬지만 그녀가 놀랐을 때의 반응은 퍽 귀엽다. 이러니 놀라게 하는 재미가 있지.

“아무리 그래도 순이익 3조는 너무 나간 거 아닐까요?”

“중국 시장을 잘만 파고들면 그보다 더 높을지도 몰라. 그 정도로 모바일 게임 시장의 잠재력은 어마어마하거든.”

실제로 텐센트는 LOL과 비슷한 모바일 게임인 왕자영요를 만들어 분기당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게 된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LOL 모바일이라면 그보다 못하지는 않으리라.

“현우 씨가 하는 말이지만 못 믿겠어요. 순이익 3조 원이면 KG전자의 영업이익보다 높은 수치잖아요.”

“뭐,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아이참. 그게 뭐예요.”

“꼭 대박을 못 치더라도 상관없지.”

내가 부연설명에 들어가자, 입을 삐죽이던 수아는 곧장 경청 모드에 들어간다.

“게임을 지고는 못 사는 게이머들이, 기기 성능 때문에 졌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될까?”

“아하! 그럴수록 게임에 최적화된 닉스OS폰으로 갈아타겠군요?”

“맞았어.”

이미 스마트폰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소비자는 변화를 싫어하는 성향이 있고 그 결과로 애폴OS를 쓰던 사람은 계속 애폴OS를, 안드로이드OS를 쓰던 사람 역시 같은 OS를 고수한다.

후발주자인 닉스가 이런 흐름을 비틀어 부수려면 강력한 외부요인이 필요했다.

게임은 내가 준비한 외부요인 중 1차전에 해당했다.

자, 그럼 2차전으로 넘어가 볼까.

* * *

배기태의 기조연설이 끝나자, 진짜 게임쇼의 막이 열렸다.

전통의 강호라 불리는 모바일 게임사들의 AA급 게임과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인디 게임들. 거기에 스팀에서 이식된 게임들까지 곁들여지자 볼거리가 풍성한 게임쇼가 펼쳐졌다.

많은 게임이 쇼에 참석했지만, 단연 메인은 기조연설에 등장한 LOL 모바일이었다.

시작부터 많은 사람들이 체험 부스에 줄을 섰으며, 취재 열기도 그 어떤 부스보다 뜨거웠다.

나 역시 체험 부스에 참석해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미리 테스터로 참석했던 경험이 있어선지 손쉽게 도전자를 물리치고 있었다.

“와우! 대니얼이 벌써 6연승이야.”

“이런 속절없이 졌어. 뭔 CEO가 게임을 저렇게 잘하는 거야?”

“뭔가 치트라도 쓴 게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이리 강할 리 없잖아. 난 PC판 LOL 골드 티어란 말이다.”

“난 플레티넘인데도 졌거든?”

부스 중앙에서 게임을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관심이 몰린다. 기조연설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인파였다.

내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애폴 발표회가 끝나기도 전에 기자들이 넘어왔나 보다.

그들이 발표장을 빠져나갈 때, 애폴 관계자들의 표정이 어땠을지를 생각하니 픽하는 미소가 절로 흘러나왔다.

사람이 더는 못 모일 정도가 됐을 무렵. 체험 부스를 빠져나와 단상 쪽으로 걸어간다.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보안요원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런 내 모습에 기자들도 분주해진다.

“대니얼이 움직인다. 분명히 뭔가 있어. 빨리 다른 팀에도 연락 돌려.”

“다른 팀은 애폴 발표회장에 있을 건데요.”

“이 멍청아, 거긴 나올 거 다 나왔잖아. 여긴 이제 시작이야. 장비 다 이쪽으로 돌려, 어서!”

기자들의 움직임은 기민했다.

내가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쥐는 시간보다 그들이 객석을 메우는 속도가 더 빨랐을 정도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안녕하십니까. 닉스의 대니얼입니다.

쉴새 없이 플래시 세례가 터졌지만, 이제 면역이 됐는지 눈이 따갑지도 않았다.

-제가 이 자리에 선 것은 여러분에게 깜짝 발표를 준비해서입니다만, 어째 기자분들 표정을 보니 벌써 예상하신 것 같네요.

내 손짓을 신호로 실내조명이 꺼진다.

그리고 백 스크린에 새로운 모습의 스마트폰이 등장한다.

-여러분. 그동안 오래 기다려 주셨습니다. 닉스폰 3세대를 소개합니다.

디자인과 간략한 스펙 설명이 영상으로 소개된다. 그 와중에 기자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생각보다 바뀐 게 없네?”

“우리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닉스도 애폴처럼, 기술적 한계에 도달한 거지.”

그들의 말처럼 디자인적 변화는 거의 없었다.

군더더기를 깎아내고 베젤을 최소화해서 더 날렵한 인상을 준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닉스폰 3세대의 진짜배기는 기능적인 부분이었다.

영상이 끝나고 내가 있는 쪽만 조명이 비춰진다.

난 한 발 앞으로 나가, 새로운 닉스폰을 손에 들었다.

-여러분.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지난 몇 년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디지털카메라, MP3, PMP, PDA 시장이 스마트폰에 흡수됐고, 게임도 모바일 분야가 PC와 콘솔을 앞질렀습니다. 더는 통신사에 문자메시지 요금을 내지 않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뭔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여기서 뭔가를 더 할 수는 없을까요?

다시 조명이 꺼진다.

영상은 스마트폰의 신호로 실내 온도와 공기청정기가 제어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거실로 나서자 TV가 중요한 뉴스를 잡아준다. 그러는 동안 토스터는 미리 넣어뒀던 식빵을 굽고, 커피머신은 커피를 내렸다.

출근 시간이 임박하자 자동차는 미리 히터를 틀어 예열에 들어간다. 현관을 나섬과 동시에 집의 모든 전기가 차단되고 보안 시스템이 가동된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법한 광경들이다.

하지만 광고 따위에서 흔히 보던 풍경이었기에 기자들의 반응은 조용했다.

-영상의 모든 것은 인간의 개입 없이 이뤄졌습니다.

그제야 객석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난 손을 들어 움켜쥔 스마트폰을 가리킨다.

-이곳에 탑재된 녀석이 사용자 개개인의 생활패턴을 학습하고, 예측해서 저절로 이뤄낸 미래의 기술인 것이죠.

기자들의 집중한 시선이 느껴진다.

기대받고 있다는 중압감은 흥분감으로 변해간다. 그것에 의해 목덜미가 오싹오싹할 정도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기술의 집약체, 닉스가 개발한 인공지능인 자이(xi)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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