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IT 재벌 173화
하루를 자고 일어나면 2배로.
또 한밤을 보내면 4배로.
지금의 가상화폐 시장을 정의하는 단어는 단연 ‘광기’라고 할 수 있다.
그것 외엔 400달러였던 씬의 시세가 불과 열흘 만에 2,000달러까지 치솟은 이 현상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이쯤 되자 가상화폐에 대한 이해도가 전무한 사람들까지 돈을 싸 들고 가상화폐 시장에 문을 두드렸다.
잠시 주춤했던 채굴시장도 다시 과열 양상으로 번져가, 채굴에 효과적인 CPU와 그래픽카드는 암시장에서 4배 값으로 거래될 정도였다.
이런 투기 현상의 중심에는 중국의 대형 채굴장 회원들이 뭉친 가상화폐채굴협회가 있었다.
그들은 닉스와 자신들의 채굴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개함과 동시에, 협회가 채굴기를 대폭 증설했다는 소식을 광범위하게 홍보하고 나섰다.
실제로 채굴 능력이 답보 상태인 닉스와는 달리, 협회의 채굴량은 시시각각 늘어갔다. 그 때문인지 투자자들은 ‘닉스가 패배할 것이니 씬에 투자하라’는 말로 더 많은 투기자본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미국 ABU방송국.
이곳은 생방송으로 펼쳐지는 ‘제이 팰런의 데일리쇼’ 촬영 현장이다.
눈이 시릴 정도의 조명과 수십 개의 카메라들.
스텝들은 최종 점검을 하느라 바빠 보였고 PD들은 목에 핏대를 세우고 뭐라 고함을 쳐댄다.
전쟁통과 같은 곳에서 나 혼자 멍하니 앉아 있자니, 왠지 주변과 격리된 느낌이 밀려온다.
주변 관찰도 슬슬 싫증이 나던 차에, 쇼의 호스트인 제이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생방송인데도 긴장한 기색이 없군요. 혹시 연기라도 배웠습니까?”
“저는 인생 자체가 연기라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그는 킥킥대며 웃더니 쥐고 있던 대본을 팔랑거린다.
“꼭 대본대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방송사고까지만 안 나면 뭐든 OK니까요.”
“이 쇼가 점점 마음에 들어 가는데요?”
“마음에 들면 다음에도 출현해 주세요. 요즘은 대니얼 같은 거물을 모셔오기가 너무 힘든 시기거든요.”
그때였다. 스튜디오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의 소리가 들려온다.
“시작 1분 전입니다!”
갑자기 스튜디오의 분위기가 착 가라앉는다.
마치 폭풍전야의 항구를 보는 듯했다.
“10초 전! 5초 전!”
“자, 시작합니다!”
생방송이 시작되자 호스트인 제이는 간단한 멘트와 함께 쇼를 이끌어 나간다.
“오늘의 게스트는? 두구두구두구. 화제의 인물이죠. 닉스의 CEO인 대니얼 강입니다!”
제이가 내게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반갑습니다, 대니얼.”
“제이 오랜만입니다.”
난 그가 내민 주먹을 능숙하게 맞대며 어깨까지 부딪혀 보인다.
“와우! 여러분. 저와 대니얼이 오랜 친구 사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방금 리허설에서 처음 만났어요. 놀랍지 않아요?”
“무슨 소립니까? 우리 구면 아니었던가요?”
“엥? 그랬어요?”
“TV에서 매일 같이 봤잖아요.”
“아하. 저도 대니얼을 뉴스에서 자주 봤습니다. 우린 진짜 구면이었군요.”
객석에서 웃음보가 터진다.
제이의 익살스러운 진행 능력 탓인지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자, 힘들게 스페셜 게스트를 모셨으니 우선 밥값부터 해야겠네요.”
“무슨 밥값요?”
“이겁니다. 요즘 모르는 사람이 외계인 취급받는다는 핫 아이템.”
제이는 탁자 아래서 기다란 막대기를 꺼내 든다.
그건 이번 닉스폰 2세대에 증정되는 셀카봉이었다.
“오, 셀카봉!”
“여러분. 여기 자사 제품보고 깜짝 놀라는 CEO가 있습니다. 리액션만 보면 완전 배우나 다름없다니까요.”
“제이, 쓸데없는 소리 스킵하고 제품이나 홍보해 줘요. 저는 이거 때문에 쇼에 나왔다고요.”
“솔직해서 좋군요.”
“오늘 컨셉입니다.”
어깰 으쓱인 제이는 셀카봉 끝에 닉스폰을 가져다 댄다. 그러자 자동으로 폰을 감지한 집게가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고정을 마쳤다.
“이제 이 버튼을 누르면.”
본래의 싸구려 셀카봉이 수동으로 길이를 조절해야 했던 것과 달리, 닉스 셀카봉은 자동으로 신속, 정확하게 거리를 조절해낸다.
“조작법이 굉장히 직관적이군요. 아주 멋집니다.”
“버튼이 하나밖에 없으니까요.”
우린 셀카봉 쪽으로 쳐다보며 포즈를 취한다.
화면에 비친 얼굴 크기에 비례해서 셀카봉이 앞뒤로 거리를 조절해댄다.
피사체가 사내놈들이라 그런지 셀카봉은 한참이나 멀어진 뒤 OK 사인을 보내온다.
“자 그럼 찍습니다. 하나, 둘, 치즈.”
찰칵.
결과물은 썩 나쁘지 않았다.
피부색은 더 밝게, 얼굴의 윤곽은 더 선명하게. 카메라 성능의 한계로 흐리게 나온 부분은 이미지 보정이 들어가 그럴싸한 후처리까지 이뤄졌다.
미래에는 1,500만 화소 듀얼 카메라가 전면으로 넘어오지만, 지금이 2013년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다.
“와우! 정말 멋지게 나왔군요. 닉스 셀카봉이 괜히 핫 아이템이라 불리는 게 아니었습니다.”
“사진이 마음에 드시면 액자로 만들어 드리죠. 집에 걸어두세요.”
“아니, 그건 좀.”
“농담입니다.”
만담에 가까운 이야기가 좀 더 오간 뒤.
무대 중앙에 노트북이 등장한다.
생방송의 묘미인 실시간 시청자와의 Q&A 시간이었다.
“게스트가 연예인이 아닌 기업가라서인지 기술과 관련된 질문이 많습니다. 이런 주제도 괜찮으신가요?”
“상관은 없습니다만, 시청자분들이 듣다가 잠들지도 몰라요.”
“어흠, 그건 안 되죠. 어디 보자…… 첫 질문으로 닉스 셀카봉을 따로 판매할 생각은 없냐는 거로 시작해 볼까요?”
난 꼬았던 다리를 반대로 하며 답했다.
“팔 수야 있다만, 별 의미가 없는지라 개별 판매 계획은 없습니다.”
“의미가 없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방금 써보셔서 아시겠지만, 셀카봉을 쓰면 제법 먼 거리에서 촬영됩니다. 전면 카메라에 공을 들인 닉스폰으로 찍어도 흐릿하게 나올 정도의 거리죠.”
“방금 사진은 쨍하게 나왔던 거 같은데, 아닌가요?”
“그건 무대 조명과 폰에서 자체적인 이미지 처리를 해서 그렇습니다. 현대 기술로는 아직 저 거리에서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없어요. 거기다 호환성 문제로 타사 기기에서는 자동 거리 조절도 안 되니 사실상 셀카봉이 아니라 집게 달린 막대기 기능밖에 안 남게 되는 거죠. 그런 물건을 99달러에 팔 수는 없잖아요?”
제이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죠. 음…… 이번은 좀 민감한 주제인데 괜찮으세요?”
“뭐든 상관없습니다.”
“쿨해서 마음에 드는 게스트군요. 질문은 최근 화제의 투자상품이죠. 가상화폐에 관한 것입니다.”
다시 한번 내 눈치를 살피는 제이. 난 고갤 끄덕여 계속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저는 가상화폐에 투자했던 에이미입니다. 열흘 전 닉스의 공식 의견서를 보고 가상화폐를 다 팔았는데요. 400달러던 시세가 2,000달러까지 올랐어요. 이대론 배가 아파서 도저히 안 될 거 같아요. 대니얼이 공식적인 사과를 하든, 뭔가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라고 올려 주셨네요.”
“흠, 화가 단단히 나셨나 보군요.”
“이게 얌전한 댓글이에요. 다른 건…… 어후. 방송용으로 쓸 수가 없을 정도네요.”
제이는 농담처럼 말했지만 절대 농담이 아니었다.
지금도 방송 게시판에는 닉스와 나를 욕하는 글이 도배되다시피 올라오고 있었다.
“우선, 에이미 양. 제가 사과를 하는 일은 없을 거 같습니다. 오히려 감사 인사를 받아야 할 테니까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멘트에 지켜보던 제이의 표정이 헉하고 바뀐다.
“씬의 가치가 폭등한 건 채굴협회의 선동 때문입니다. 투자자분들은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만약 씬이 휴짓조각이 되면 그들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대니얼은 언제든 가상화폐 시장이 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군요.”
“제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에라도 망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이 자리에서 마지막으로 경고합니다. 보유 중인 모든 가상화폐를 매각하십시오, 당장.”
게시판에 올라오는 댓글은 욕설 천지다.
날 거짓말쟁이라고 비방하는 댓글은 양반이었고,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원색적인 비난이나 닉스가 가상화폐 판을 키우려고 바이럴마케팅을 한다는 음모론까지 올라왔다.
보고 싶은 것들만 보는 사람들.
그들은 이 판이 끝날 때까지 헤어나오지 못하리라.
“어…… 음…… 대니얼?”
“말씀하시죠.”
“댓글 중엔, 당장 없앨 수 있다면 지금까진 뭘 했냐는 질문이 많습니다. 이에 대해 답변이 가능합니까?”
“닉스는 한시도 가만있던 적이 없습니다. 지난 열흘간 닉스는 3회의 공식 의견서를 냈으며, TV에는 60건, 신문에는 500건, 인터넷 매체엔 2,000건이 넘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에 집행된 예산만 3백만 달러가 넘을 정도였죠.”
“와우, 3백만 달러.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투자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군요.”
“욕망에 눈이 멀면 코앞의 낭떠러지도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분위기가 당초 예상보다 더 험악하게 흐르자, PD 측에서 이만 주제를 돌리라는 싸인을 보내온다.
“대니얼, 마지막으로 질문의 당사자인 에이미 양에게 한 말씀 하고 끝내시죠.”
“그러죠.”
난 상체를 바로 세운다. 그러고는 정면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에이미. 당신은 옳은 판단을 한 겁니다. 당신이 400달러에 팔았던 씬은 이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휴짓조각보다 못한 데이터 쪼가리로 변해 있을 테니까요.”
* * *
내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씬의 시세는 견고했다.
지금까지 시장에 남아 있는 투자자들에게 가상화폐란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부를 가져다주는 종교의 영역까지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방송이 거의 끝나갈 무렵. 본디 32% 남짓을 차지했던 닉스의 컴퓨팅 파워가 97%까지 치솟았다.
투자자들은 이런 현상이 일시적인 버그인 줄만 알았으나, 닉스의 보유지분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보고서야 현실임을 깨달았다.
방송 중 2,300달러까지 치솟았던 씬은 순식간에 반의반 토막인 500달러까지 내려왔다가 거래소가 먹통이 되면서 거래 자체가 막혀 버렸다.
그 누구도 사려는 사람은 없고 팔고자 하는 사람만 줄을 섰으니, 거래소로서는 남은 돈을 들고 달아나는 판단을 한 셈이다.
채굴장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대형 채굴장들은 투자자들의 돈을 들고 잠적해 버렸으며, 투자자들은 버려진 채굴기라도 가져가기 위해 서로 아귀다툼을 시작했다.
사실 이 싸움의 결과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닉스는 아마존을 인수하면서 세계 최대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인 AWS(Amazon Web Services · 아마존 웹서비스)를 손에 넣은 상태다.
전 세계의 컴퓨팅 능력을 처리하는 AWS와 중국 채굴장 모임을 비교하면 개미와 코끼리 수준의 격차가 났으니.
코끼리인 AWS가 발을 살짝 구르자, 개미굴과 같은 씬의 생태계는 한순간에 파탄 나고 말았다.
이처럼 간단히 해결될 사태를 열흘이나 질질 끌었던 이유는 일종의 면피 효과를 위해서였다.
채굴에 AWS를 쓰면 닉스가 이번 사건을 일으켰다는 건 만천하에 알려진다. 그렇게 되면 모든 책임의 화살이 닉스에 몰릴 게 뻔한 일 아니겠는가?
그걸 피하기 위해서라도 여론몰이를 통해 ‘닉스는 가상화폐에 대한 경고를 거듭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닉스를 욕할 놈들은 어차피 뭘 한들 욕을 해댈 테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삑- 삑-
연구소의 슈퍼컴퓨터들이 불을 반짝인다.
AWS는 개인적으로 오래 쓸 수 없었기에 채굴을 멈췄고, 지금은 오직 연구소 기기들로만 채굴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과는 달리 경쟁자들이 사라졌기에 무난하게 51%를 넘기고, 방금 66.9%까지 확보를 마쳤다.
그럼에도…… 내가 기대했던 변화는 없었다.
역시, 씬을 만들었던 인공지능은 사라져 버린 건가?
천천히 의자 등받이에 기대고 위를 응시한다. 천장에는 환기를 위한 대형 팬이 끝없이 돌고 있었다.
뭔가 허무한 결말이다.
허무하고도 허무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멍하니 팬의 날개를 쳐다보길 얼마나 지났을까?
“현우 씨.”
고개만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쳐다본다.
그곳에선 예쁜 두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 해요?”
“관찰하고 있어.”
“음? 천장에 뭐가 있어요?”
“응, 하늘에 떠다니는 먼지들.”
수아는 내 시답잖은 말에도 쿡쿡거리며 웃어댔다.
여자들은 나뭇잎 떨어지는 것만 봐도 박장대소한다더니 그 말이 딱 맞는 거 같다.
“무슨 일이야?”
“아, 그게요. 제가 뭘 하나 만들었거든요. 한번 평가 좀 부탁해요.”
더는 채굴기 관리에 신경을 쏟을 필요가 없었기에, 그녀는 최근 들어 취미 삼아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는 했다.
“이번엔 어떤 거야?”
“블록체인 기반의 보안키예요.”
“엥? 그건 만들기 어려울 텐데.”
“일단 봐봐요.”
그녀는 대답 대신 내 팔을 끌어 자신의 PC 앞에 앉힌다.
난 별 기대 없이 모니터를 훑었다.
“뭐야? 이거 진짜잖아?”
아직 어설픈 부분이 없잖아 있었지만, 닉스페이에 적용된 블록체인 기술이 그대로 구현돼 있었다.
그녀가 블록체인을 접한 건 불과 한 달이 채 안 됐다. 그런데 이걸 혼자서 만들었다고?
놀란 내가 돌아보자, 그녀는 “에헴” 하는 소리를 내고 팔짱까지 껴 보인다.
“수아, 너 혹시 천재였어?”
“그럴 리가요. 제 실력은 현우 씨가 더 잘 알잖아요.”
“그럼 이건 어떻게 만든 거야?”
수아는 자신의 뒤, 그러니까 슈퍼컴퓨터가 가득 놓인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씬이 가르쳐 주더라고요.”
“뭐?”
수아는 내 옆에 의자를 끌어서 붙이더니, 무서운 속도로 키보드를 두들겨 댄다.
처음엔 그녀가 뭘 하나 싶었는데, 가만 보니 나도 알 수 있을 정도의 간단한 예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었다.
“이거 C#이지?”
“네. 현우 씨도 배운 적 있죠?”
“닉스챗 초기 시절에 조금 배웠었어. 스칼릿이 가르쳐주면서 어찌나 면박을 주던지, 한 달도 못 돼서 때려치웠다니까.”
“후후, 잘 보세요.”
그녀는 흥흥거리는 콧노래를 부르며 코드를 이어나간다. 그러다 어느 한 지점에서 손을 멈추는데.
내가 고갤 갸웃거리려는 차에, 특정 부분에서 붉은색 밑줄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예, 씬이 가르쳐 주는 거예요. 일종의 어시스턴트 역할이죠. 틀린 부분을 알려줄 때도 있고, 제가 계속 이어나가지 못하면 그에 맞는 정보를 찾아주기도 해요.”
“잠깐만 수아야.”
난 그녀를 옆으로 밀어내고 키보드 앞에 섰다. 그러고는 일전에 내가 개인적으로 연구했었던 기록들을 불러온다.
“이거 현우 씨가 하던 배터리 연구 기록이잖아요?”
“맞아. 일명 리튬에어배터리, 충·방전 중에 생기는 불순물 때문에 효율이 떨어지는 것만 빼면 완벽한 녀석이지.”
“그걸 씬에 물어보려는 거군요.”
“맞았어.”
연구 기록을 띄우고 모니터를 노려본다.
블록체인 기술은 현존하는 기술이지만 완벽한 신소재 배터리 기술은 이 세상에 없다.
존재하지 않는 것도 녀석이 가르쳐줄 수 있을까?
“…….”
시간이 흘러도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혹시? 라는 마음이 역시로 바뀌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나도 참, 뭐 하자는 건지. 이게 될 리가 없잖아.”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자리서 일어선다.
“현우 씨, 어디 가요?”
“바람 좀 쐬러. 머리에 산소가 부족한가 봐.”
“저도 같이 가요.”
자리를 뜨기 전 내려받았던 연구 기록을 묶어 삭제 키를 누른다.
[실행 중인 파일은 삭제할 수 없습니다.]
“갑자기 왜 이래?”
다시 삭제 키를 눌러보지만 떠오르는 메시지는 같았다. 실행 프로그램을 재차 확인해 봤으나 열었던 파일은 다 꺼진 상태.
아예 PC의 전원을 내려 버릴 요량으로 종료키를 누르려는데, 모니터 상단에 붉은색 글씨가 떠오른다.
[산소의 성질 문제 외 29건의 오류발견.]
뭐야? 되는 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