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IT 재벌 141화
“그, 그게. 대표님이 뭔가 오해를 하신 거 같은데. 오성이 제게 그런 요청을 할 이유가…… 그리고 그러니까…… 요청했어도 제가 들어줄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송태석 사장은 버벅거리며 말을 늘어놓는다.
그의 시선이 나를 의식적으로 피하는 건 덤이었고.
내가 장담컨대 열 살짜리 꼬마애도 송태석 사장보단 거짓말을 잘할 거다.
“오성이 사장님께 왜 그런 요청을 하냐고요? 그걸 몰라서 제게 묻는 건 아니시죠?”
“지, 진짜 모릅니다.”
헛소리. 모르긴 뭘 몰라.
베가 레이서N은 닉스OS를 앞세워 내수에서만 50만 대씩 팔리고 있다.
여기서 팬틱이 증산까지 해버리면 안방이 털릴 위기였으니, 오성은 속이 바짝 타들어 갔을 거다.
그러니 무슨 수를 써도 써야 했겠지.
“다시 한번 묻습니다. 오성에서 베가 레이서N의 출고량을 줄여 달라고 했습니까?”
“…….”
“대가로는 뭘 준다고 하던가요? 어설프게 돈을 준다고 하진 않았을 테고, 사외이사 자리? 아니지, 거긴 보통 퇴직하고 돌리는 게 정석이죠. 우선은 모바일 사업부의 임원 자리를 약속했겠군요.”
송태석 사장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뜬다.
내가 어떻게 이걸 아느냐고?
오성이 경쟁사의 사장이나, 주요 개발진을 회유해서 무너뜨리는 방법은 앞으로도 수없이 써먹는다.
그 때문에 도산한 기업의 임직원들이 자살한 뉴스는 포털 일면 거리도 안 될 정도였다.
“저는 당신에게 기회를 드렸습니다. 그건 이대로 망해서 나자빠질 회사를 일으켜 세울 만한 기회였지요.”
“그런 게 아니라. 강 대표님, 뭔가 오해를 하시는 거 같은데…….”
“입 다물고 내 말부터 듣습니다.”
의도치 않게 언성이 높아진다.
“일어날 기회를 줬으면 잘 받아먹기나 할 것이지. 사장이라고 앉아 계신 분이 돕지는 못할망정, 호흡기를 떼려 듭니까? 예?”
“대, 대표님.”
“그래놓고 직원들에겐 고통을 분담하라고 급여를 삭감하고, 휴가까지 반납하라고, 지껄였겠죠. 본인은 회사를 팔아서 한 자리 만들었으면서. 당신, 정말이지…… 인간쓰레기네요.”
송태석 사장이 의자서 내려온다. 그리곤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다.
“대표님,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한 번만 모른 척 넘어가 주십시오. 제발, 제발 한 번만! 앞으로 팬틱에서 납기 단가를 더 낮춰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납기 단가를 낮춘다고요?”
“예, 현행 66%에서 60%까지 낮춰서 납품하겠습니다. 그러니 이번 한 번만 눈감아 주십시오.”
속에서 쓴 물이 올라온다.
제 몸 하나 살아 보겠다고 또 한 번 회사를 팔아먹는, 이런 인간 버러지 같은 새끼가 사장이라고……. 그 아래서 일하는 직원들은 무슨 죄란 말인가?
지금 내 앞에서 싹싹 비는 이유도 내가 지레짐작한 게 아니라 확실한 물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겠지.
그의 역겨운 면상을 더는 보고 있기 힘들다.
당장에라도 토악질이 나올 것만 같았으니까.
“나가세요.”
“대표님, 한 번만 자비를…….”
“꺼지라고 했습니다.”
그는 여전히 망부석처럼 자리를 지킨다.
난 목청을 높여서 소릴 질렀다.
“보안팀!”
샤오후를 필두로 한 보안팀 직원들이 문을 박차고 들어온다.
상황을 보니 아까부터 집무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나 보다.
“예, 대표님.”
“송 사장님 밖으로 모시세요. 다시는 닉스로 못 오게 하시고요.”
“알겠습니다.”
송태석 사장이 버티려고 안간힘을 쓴다.
“강현우 대표님!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그러나 키가 머리 하나는 더 큰 장정들이 끌어내는데 어쩔 도리가 있나. 발버둥을 쳐도 허공만 휘저을 뿐이지.
그는 꼴사납게 끌려가면서도 목소리를 높인다.
“강 대표님, 나중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마음이 풀릴 만한 물건을 꼭 가져올 테니 그때까지만 기다려 주십시오. 꼭 부탁합니다!”
쿵.
보안요원들이 놈을 끌고 나갔음에도 역한 감정이 가시지 않는다.
이것이 월급쟁이 사장의 한계란 말인가?
전문 경영인이 오너 일가보다 풍부한 경험과 전문 지식이 있는 건 인정하지만, 그들에게선 가장 큰 하나가 결여돼 있다.
그건 바로 회사를 키운다는 욕심이다.
오너 일가는 기업을 사유화하고 그곳에 자신을 투영한다. 그렇기에 기업을 키우겠다는 욕심만은 그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
물론 오너 일가 중엔 욕심만 있고 능력이 없어서 헛발질만 하는 놈들도 있다.
그 경우, 기업을 통째로 말아먹는 일도 비일비재했기에 뭐가 정답이라 할 순 없다.
하나, 적어도 이번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잠시 소파에 기대 눈을 감는다.
크게 심호흡을 몇 번 반복하니 복잡한 감정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러자 이어서는 상황을 이렇게 만든 오성에게 화살이 쏠렸다.
“정용재, 이딴 식으로 나오겠다 이거지.”
당장 그에게 찾아가,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다.
가능하다면 귀싸대기라도 한 대 올려주고 말이다.
하지만 여긴 한국이다.
닉스가 컸다곤 하나, 한국은 오성 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성의 힘은 절대적이다.
격양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찬찬히 생각해 본다.
오성을, 그리고 정용재를 엿 먹일 가장 확실한 방법이 뭔지.
전기차 부품공급을 끊는다?
아니다. 그건 오성에게 채운 목줄이다.
당장은 타격이겠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오히려 오성에게 득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고민하는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내 두뇌는 이런 방면으로 최적화돼 있었기에, 딱 들어맞는 방법과 적임자를 대번에 떠올려 줬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정용재, 아주 진흙탕 싸움을 하게 해주마.
* * *
오사카에 자리 잡은 SG컴즈 일본지사.
본래는 도쿄에 지사 건물이 있었지만,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국 직원들의 근무 기피 현상이 일어나면서 위치를 오사카로 이전했다.
이곳에선 포털인 트와일라잇과 동영상 서비스인 클립TV가 운영 중이다.
이 때문에 말이 일본지사지, 실제론 한국에 있는 SG컴즈 본사보다 규모만 따지면 더 컸다.
“강 대표님,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오사카 빌딩엔 첫 방문이었기에 로비 직원의 안내를 받아 위로 오른다.
도쿄에선 건물을 임대해서 썼지만, 이번엔 직접 빌딩을 사들여서 꾸민 탓인지 실내 장식부터 휘황찬란하다.
걸음을 멈춘 일본인 데스크 직원이 유창한 한국말을 꺼낸다.
“이곳에 사장님이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난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가장 먼저 날 맞이한 건 코를 찌르는 담배 냄새였다.
“오, 현우. 어서 와라. 직접 얼굴 보는 건 오랜만이네.”
“오랜만은 무슨.”
난 허락도 없이 소파 상석을 차지했다.
신용화는 이런 건 이제 신경도 안 쓰는지 인터폰부터 집어 든다.
“뭐 마실래? 커피? 홍차? 역시 커피겠지?”
“담배 냄새 안 나는 커피로 부탁합니다.”
녀석은 픽 웃더니 음료를 주문하고 맞은 편에 앉는다.
“담배 끊는다고 안 했습니까?”
“그러려고는 했는데. 딱히 필요가 없겠더라고. 오래 살고 싶은 생각도 없고, 내겐 잔소리하는 마누라가 있는 거도 아니잖아.”
“슬슬 결혼할 때가 된 거 아닙니까? 재벌가는 보통 상대가 정해져 있는 거로 아는데.”
신용화는 갑자기 턱을 치켜세운다.
“어릴 적부터 내정된 사람은 있었지. 그런데 내가 요즘 좀 잘 나가잖아?”
“결혼이랑 잘 나가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쉽게 말해서 급이 안 맞게 된 거지. 그쪽에선 어떻게 해보려고 계속 연락을 해오는 데, 아버지가 단칼에 끊어버렸다. 흐흐.”
비일상적인 일이지만 이게 재벌가다운 풍경이겠지.
“지금의 신용화 씨와 급이 맞는 신붓감은 누굽니까?”
“흠…… 너희 누님 정도?”
“예?”
“외모도 그쯤이면 합격이고 글로벌 커피 체인의 소유주에다가, 결정적으로 잘 나가는 닉스 사장의 혈육이기도 하지.”
난 말 없이 책상 위의 재떨이를 집어 든다.
통짜 글래스 재질이라 묵직한 게 뚝배기 깰 용도로는 딱 적당했다.
“어, 어이. 농담이야. 농담도 못 해? 이미 임자 있는 거 안다고.”
“농담도 정도라는 게 있는 겁니다.”
그때, 문밖에서 똑똑하는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신용화는 이거다 싶어 잽싸게 소리쳤다.
“들어오세요.”
천천히 문이 열리고.
한 손에 쟁반을 받쳐 든 여직원이 들어온다.
“말씀하신 음료 가져 왔습니…… 히익!”
놀란 그녀의 입에서 쥐어짜는 소리가 나온다. 아무래도 내가 든 재떨이를 봤나 보다.
“심 주임, 놀랄 거 없어. 이거 장난이야. 장난. 여기 커피 놔 주면 돼. 현우, 인마. 너도 언제까지 들고 있을 셈이야?”
각자 앞에 커피가 놓이고, 여직원이 방을 빠져나간다. 신용화는 특유의 실실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다.
“짜식, 평소엔 장난 좀 쳐도 그냥 넘어가던 놈이. 이런 부분에선 민감하게 반응하네.”
“제가 수아를 주제로 장난치면 어떨 거 같습니까?”
일순간 방안에서 대화라는 녀석이 사라졌다.
신용화는 궐련 담배를 능숙하게 세팅해서 입에 문다.
착, 하는 라이터 소리에 이어 연기가 흘러나온다. 그는 한 모금 깊게 폐부에 밀어 넣고선 입을 뗐다.
“사람마다 역린이 있는 법이지. 그래, 이 부분은 내가 잘못 했다. 인정하마.”
어쩐지 느낌이 묘하다.
그에게 사과를 바란 건 아니었다.
충분히 장난으로 넘어갈 수 있는 대화였는데, 왜 이렇게 행동했던 걸까? 누나에겐 해줄 만큼 해줬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부채의식이 남아 있었나 보다.
“저도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 거 같습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
신용화는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는 궐련을 비벼끄고,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온다.
“자, 사적인 일은 이쯤에서 접어두고. 이제부터 일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 우리 강 서방이 무슨 일로 일본까지 찾아왔으려나.”
“강 서방요?”
“왜? 아직 이런 호칭은 일러? 계속 이름으로 불러 줄까?”
이 사람. 매번 뺀질거리지만 이래서 미워할 수가 없다.
그는 내 표정을 보더니 어금니를 드러낼 정도로 웃으며 이야길 이어나간다.
“네 용무가 급한 거 아니면 내 이야기부터 들어 줄래? 나도 마침 네게 볼일이 있었거든.”
“뭡니까?”
“우리 형 기억하지?”
“SG에너지의 신석호 부사장 말입니까?”
“어, 그래.”
“그분이 왜요? SG텔레콤을 돌려 달랍디까?”
그는 커피를 한 번 홀짝이며 잠시 뜸을 들인다. 그리곤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돌려 달라는 건 아닌데, 회삿돈으로 큰 건을 하나 벌이고 있다. 하이넥스라고 들어봤지?”
하이넥스라면……?
하이넥스는 한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이다.
전신은 대현전자로 IMF 당시 빅딜 정책을 바탕으로 KG반도체까지 흡수하며 몸집을 불렸지만, 그 후엔 부채가 쌓이고 쌓여 인수처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앞으론 반도체 호황기가 찾아와 승승장구하지만, 이 당시의 하이넥스 인식이 얼마나 안 좋았는지. 어느 기업이든 하이넥스를 인수한다는 소문만 퍼지면 여지없이 주가가 폭락했을 정도다.
신용화는 날 관찰하듯 쳐다보더니 의뭉스러운 미소를 머금는다.
“네 표정을 보니, 이번 하이넥스 인수가 나쁘지 않은 결정인가 보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무슨 말이긴, 하이넥스가 글러 먹은 기업이었다면 네가 관심 없다는 표정을 지었겠지.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아닌 거 같은데?”
난 속내를 들킨 탓에 괜히 시선을 피하고 중얼거렸다.
“지레짐작하지 마시죠.”
“그래. 뭐,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신용화는 깊이 캐묻지 않고 주제를 이어나간다.
“문제는 이번 거래를 주도적으로 밀고 있는 사람이 석호 형이라는 거야. 보나 마나 하이넥스를 인수해서 꿀꺽할 속셈이겠지. 돈은 내가 운영하는 SG텔레콤에서 빼가면서 말이야.”
하이넥스의 인수가는 3조가 넘는다. 그런 뭉칫돈이 SG텔레콤에서 빠진다면 신용화로선 억울할 만도 했다.
난 그를 슬쩍 떠볼 속셈으로 질문을 던진다.
“노리는 기업이 많은 거 같던데, 다른 곳에서 채갈 수도 있잖습니까?”
“하, 채간다고? 대현이나 STX에서 인수전에 참여한다 만다 말이 나오고 있지만, 걔들은 들러리나 마찬가지야. 한참 전부터 우리가 인수한다는 결정은 났고 남은 건 가격을 후리는 중인 거지.”
뜬구름 잡는 소문인 줄만 알았는데, 그게 사실이었단 말인가? 난 마른 침을 꼴딱 삼키곤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제게 바라는 게 뭡니까?”
“네가 판단했을 때, 그게 호재라고 생각된다면…… 닉스에서 막아 달라고.”
“악재라면요?”
“그대로 둬. 형이 전부 뒤집어쓰도록.”
3조 원의 손실이 나도록 두라고?
난 말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신용화의 눈을 바라본다.
그의 눈동자는 일체의 흔들림도 없었다. 마치, 잠잠한 호수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경영권 쟁취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그룹이 손상되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다는 건가?
시선을 받은 그는 대수롭잖게 말한다.
“이번 인수는 그룹의 사활이 달린 문제야. 여기서 석호 형이 성공한다면 내 입지는 단숨에 좁아지지.”
“이미 SG컴즈는 신용화 씨가 장악했잖습니까? 평가만 보자면 SG텔레콤과 거의 비등할 정도로 성장했고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텐데, 인제 와서 신석호 부사장을 견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내 최종 목적은 SG그룹이야. 난 그걸 위해 태어났고, 그걸 위해 살아가고 있어.”
그의 말에 오싹함이 느껴진다.
그들은 경영권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마다치 않는다. 부모를 배신하고, 혈육을 파멸시킨다. 심지어 자신이 손에 넣게 될 그룹이 망조의 길을 걸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일반인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이것이 재벌이라는 족속의 생각인가.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그래, 작은 일은 아니니까.”
내 대답을 기다리던 신용화는 가만있기가 힘들었는지, 새 궐련 담배를 꺼내서 세팅하기 시작한다.
천장에 새하얀 연기가 가득 차고, 그의 궐련이 거의 끝까지 타들어 갔을 때 즈음 내 입이 열렸다.
“제가 하이넥스를 인수하길 원합니까?”
“굳이 인수까진 필요 없어. 중간에 개입해서 가격을 끌어올리든, 시간을 끌든 우리가 인수만 못 하게 하면 OK다.”
“좋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날 바라보는 신용화는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다.
“처음부터 팔 하나 내줄 각오는 하고 꺼낸 말이야. 어서 말해봐.”
“하이넥스는 제가 맡을 테니, 신용화 씨는 팬틱을 인수해 주시죠.”
“팬틱? 왜, 거기 사장이 말을 안 듣디?”
“오성이랑 붙어먹었네요.”
신용화는 오성이라는 말만 듣고도 다 알겠다는 듯 킬킬거린다.
“그럴 거 같더라. 그러게 평소에 단도리 쳐놨어야지.”
“제가 그런다고 오성에서 못 채갔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뭐, 어쨌든 팬틱만 내가 인수하면 조건은 클리어라는 거지?”
“인수뿐만 아니라 투자도 추가로 해주셔야 합니다. 오성이 애지중지하는 내수를 빼먹는 게 목표거든요.”
오성이 관여된 일이라니까 신용화도 흥이 나서 적극적으로 달라붙는다.
“흐흐, 정용재 그놈. 이번엔 임자 제대로 만났네. 네가 기술을 깔아주고 내가 통신사 파워로 밀어주면 정신 못 차리겠는데?”
“정신 못 차리는 수준이 아니라 곡소리가 나게 해줄 겁니다. 이참에 저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히 보여줄 생각이니까요.”
“네가 그런 말을 하니까 좀 무섭다. 설비를 얼마나 깔아달라는 거야?”
“10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으면 됩니다.”
“연간 1000만 대면, 오성이 깜짝 놀라긴 하겠네. 작년 갤럭시스 판매량이 1000만 대였으니까.”
“아뇨.”
내가 고개를 젓자. 신용화의 표정에 설마? 라는 감정이 묻어난다. 난 그에게 씩 웃어준 후 말을 잇는다.
“연간이 아니라 월간 1000만 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