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IT 재벌 134화
6월 11일.
산호세 몰긴 컨벤션 센터에서는 WWDC가 개최됐다.
일각에선 잡스의 죽음 때문에 WWDC가 미뤄질 거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애플은 예정대로 행사를 강행했다.
“휘유- 인파가 장난 아니네. 역시 애플이라고 해야 하나.”
앞을 봐도 사람, 옆을 봐도 사람. 사방이 사람으로 빼곡한 것이 콩나물시루에 갇힌 느낌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번 행사장을 산호세에서도 크기로 손꼽히는 장소로 잡았기에, 실내가 온실처럼 더워지진 않았다는 거다.
이번 WWDC에 사람이 기존보다 더 몰려든 이유는 애플에서 중대발표를 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행사장은 개발자만으로도 붐비는데 거기에 전 세계의 기자들까지 가세해서 미어터진다는 말이 들어맞는 수준이 됐다.
난 애플에서 미리 지급해준 VIP입장권을 집어 든다.
[VV-35]
알파벳 VV는 VVIP석, 그러니까 가장 앞자리라는 뜻이고 뒤에 숫자 35가 내가 앉을 좌석번호였다.
“35번 자리, 35번 자리…… 음? 어디까지 가야 하는 거야.”
한참이나 걷다가 무대 구석에 마련된 35번 좌석을 찾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무대가 가장 잘 보이는 중간에, 거기다 일행까지 몇 명을 포함해서 자리를 선정해줬던 걸 생각하면 푸대접도 이런 푸대접이 없었다.
그래, 잡스는 세상에 없어. 이제는 받아들여야겠지.
난 씩씩하게 35번 자리에 앉았다.
자연스럽게 정면의 무대를 바라보는데, 어째선지 잡스가 무대 위에 나타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곤 짜쟌! 하고 소리치며 “모든 건 이번 행사를 위한 서프라이즈였습니다! 자, 지금부터 올해의 WWDC를 시작하겠습니다!” 라고 외칠 것만 같은, 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도 떠오르고 말이다.
“나도 참.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난 의식적으로 신경을 돌리고자, 준비해온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베가 레이서N.
팬틱에서 닉스OS를 탑재시킨 첫 해외 진출 모델이다.
외관은 기존의 베가 레이서와 다를 바 없었지만, 뒤판에는 닉스의 로고와 함께 [Nix OS]라는 영문이 음각돼 있다.
더불어 기존의 1GB 램을 2GB 램으로 업그레이드시켰으며, 내부 저장소 역시 32GB 수준으로 대폭 확장했다.
기존의 팬틱이었다면 내실을 다지기보다 실리를 챙기는 쪽으로 부품비를 아껴서 저가 공세를 펼쳤지만, 난 딱 잘라서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베가 레이서N의 초기 출고가는 749달러.
애플폰4S의 799달러보다는 50달러 저렴하게 책정됐다.
기기의 해외 유통과 마케팅은 전적으로 닉스에서 담당하기로 했으며 홍보비를 포함한 닉스의 마진은 33% 수준인 247달러다.
닉스가 가져가는 마진이 과하게 책정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팬틱은 내수시장에서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었기에 500달러에도 흔쾌히 도장을 찍어줬다.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주무르고 있는데, 어디선가 들어봤던 목소리가 들려온다.
“바쁘신 몸이 여기까지 찾아와 주셨군.”
기분 나쁜 가래 낀 목소리.
애플의 CMO인 제프 베이커였다.
“친히 애플에서 자리까지 지정해주셨는데 참여해야지 않겠습니까?”
“그래, 이렇게 나와야 재미있지.”
그는 낄낄거리며 의자를 끌어와, 내 바로 앞에 마주 앉았다.
“오후에는 닉스에서 발표한다며? 그 이름이…… 닉스 게임 컨퍼런스라고 했던가? 장소까지 바로 옆에서 진행하다니 용기 하나는 가상하군.”
“이름까지 기억해주시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건방지게 우리와 같은 날에 발표한다니. 무슨 생각인 거지?”
“남이야 옆에서 발표하든 춤을 추든, 신경 쓰지 안아주셨으면 하는데요.”
제프는 내 말을 실실 웃으며 받아냈다.
“애송아, 주제도 모르고 설치지 마라. 닉스는 애플과 비빌 급이 안 되는 기업이야.”
“뚜껑은 열어 봐야 아는 법입니다.”
“흐흐, 좋아. 마음대로 생각하라고. 그럴수록 더 큰 좌절을 겪을 테니까.”
그는 자리서 일어나려다, 뭔가가 생각났는지 멈칫하며 입을 열었다.
“오늘은 닉스를 위해 준비한 멘트가 있어. 기대해도 좋아. 아주 즐거울 테니까.”
“앱을 도둑질했다는 자수라도 하는 겁니까?”
도둑질이라는 말에 시종일관 여유 있던 제프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흔해 빠진 모바일 메신저를 가지고 닉스의 고유 기술이라고 주장할 셈인가?”
“저는 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만, 뭔가 찔리는 게 있으니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 아닌지요?”
“뭐?”
난 그가 뭐라 할 새도 없이 말을 이어갔다.
“이번 발표에서 애플이 자사의 모바일 메신저를 소개하리란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어떤 사업이든 후발주자의 추격은 당연히 따라오는 일이니까요. 다만 그 방식이 닉스를 애플에서 배제하는 거라면…… 저는 말리고 싶습니다.”
“이제야 겁이 나나 본데.”
난 일부러 크게 코웃음을 쳐 줬다.
“제가 왜 겁이 납니까? 겁은 당신이 내야죠.”
“내가? 왜?”
“애플은 닉스챗과 공정한 경쟁을 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을 겁니다. 괜히 파트너사인 닉스를 깔아뭉개는 건 모양이 빠지는 일이니까요. 그러니 이번 WWDC에도 저를 초대했을 테고요. 제 말이 틀렸습니까?”
제프는 뭐라 말하려 입을 우물거렸지만 그걸 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딱히 반박해봐야 얻을 게 없다고 생각했겠지.
“그런데 애플 메신저를 담당한 책임자가 닉스 챗을 도둑질하려다 들켰던, 전과가 있다는 게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요? 애플은 당연히 아니라고 잡아떼겠지만…… 여론은 그렇게 흐를까요?”
“너, 이 자식이 뚫린 입이라고…….”
제프가 자리서 벌떡 일어서는 차에, 그의 뒤에서 찰칵, 하는 셔터음이 들려온다.
“뭐야?”
사진을 찍은 사람은 커다란 DSLR 카메라와 배낭을 짊어지고 있었다.
“지디넷의 로버트 댄입니다. 두 분이 같이 나온 사진을 구하려고 무례를 무릅쓰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급히 도망가려는 기자를 내가 불러 세운다.
“기자님, 잠시만요. 만난 것도 인연인데 멋지게 한 컷 연출해드리죠.”
“아, 그래 주시겠습니까?”
기자가 환하게 웃으며 돌아온다.
방금까지만 해도 날 잡아먹으려던 제프는, 카메라 앞에서자 180도 달라진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물러터진 과일처럼 썩어 있었다.
“물론 그래 드려야죠. 자, 대니얼 어떤 포즈가 좋겠습니까?”
“무난하게 악수하는 모습으로 하죠.”
“좋습니다. 이리로.”
우리가 손을 맞잡자 기자는 능숙하게 카메라를 치켜든다.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좋습니다. 자, 다시 한번…….”
기자는 이게 웬 떡이냐 싶어서 열심히 셔터를 눌러 댄다.
제프는 카메라 앞에서 입가가 파르르 떨렸지만, 끝까지 웃는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난 부들거리는 그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제프, 잘 들어. 예전에도 말했지만, 닉스가 애플은 힘들지 몰라도 너 하나 모가지 날릴 힘은 충분해. 그러니 허튼짓을 하려면 잘 생각하고 하는 게 좋을 거야.”
“이놈이…….”
제프가 뭐라 말을 하려 했지만 그럴 시간은 없었다.
행사장 입구서부터 우릴 발견한 기자들이 몰려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WWDC의 시작을 알리는 기조연설은 신임 CEO인 톰 쿡이 진행했다.
그는 연설에 앞서 잡스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올해 출시될 애플폰5가 그의 유작이라는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았다.
그들이 잡스를 전면에 내세워서 신형 애플폰을 홍보하리란 건, 이번 행사를 강행했을 때부터 예상했던지라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이어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오늘의 주인공인 애플폰5가 공개됐다.
요란한 등장과는 달리 애플폰5의 실물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난했다.
디자인은 전작인 애플폰4S에서 조금 다듬어진 정도에 그쳤고, 액정 크기와 해상도 향상, 이어서 새롭게 탑재된 음성비서를 거창하게 소개하는 것으로 발표는 마무리됐다.
쿡이 내려서자 뒤이어 제프가 단상에 올라서 무대를 이어 나갔다.
그의 발표는 이번에 탑재될 애플OS 5.0을 중점으로 다뤘다.
애플 클라우드 서비스와 새로운 사진 편집 기능 그리고 내가 걱정하던 애플 메신저도 그의 입에서 발표됐다.
모바일 메시지는 물론이고 일반 문자메시지까지 통합해서 관리가 가능한 강력한 애플 메신저가 발표되자, 실내에 수군거림이 들려온다.
닉스 챗의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탓에, 내 반응을 보려고 주변에서 힐끔힐끔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물론, 여기까진 내 예상 범위 안이었기에 끝까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다만 마지막으로 발표된 앱스토어 관련 발언이 마음에 걸렸다.
-애플OS 5.0부터는 더 전문적으로 앱을 관리 할 것입니다. 대상은 앱스토어에 게시된 모든 앱이며, 특수한 필터링을 적용하여, 문제가 있거나, 불법적인 여지가 있는 모든 앱을 걷어내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불법적이거나 문제가 있는 앱을 걷어내는 건, 플랫폼 관리자인 애플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문제는 제프가 발언하면서 내 쪽을 의식적으로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다는 거다.
어째, 그가 말했던 ‘특수한 필터링’에 걸릴 불량 앱에, 닉스 챗이 포함될 것 같다는 건 내 억측일까?
* * *
오전 10시에 시작했던 WWDC의 기조연설이 끝나고 오후부터는 본격적으로 WWDC 행사가 진행됐다.
그와 같은 시각.
WWDC 행사장 바로 옆 센트럴 리치 컨벤션 홀에서는 닉스가 주관한 닉스 게임 컨퍼런스가 열렸다.
개발자가 주축을 이뤘던 WWDC와는 달리, 닉스 게임 컨퍼런스에는 전 세계에서 찾아온 게임 기자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우, 우와.”
무대를 훔쳐보던 배기태는 내게 다가와 호들갑을 떨어댄다.
“대, 대표님. 사람이 엄청 많은데요? 1,000석을 준비했는데 꽉 찬 거로 모자라 통로에도 사람 천지예요.”
“당연한 거 아닙니까.”
“기자만 1,000석이 넘었는데, 이게 당연하다고요?”
“지금껏 제가 직접 발표하는 날엔 항상 특종이 떴잖습니까. 그러니까 바로 옆 WWDC에 참석했던 기자들도 뭐 하나 건져볼까 하고 전부 몰려든 거죠.”
“아하, 그래서 WWDC와 같은 날에 행사를 준비하셨군요.”
난 대답 대신 천천히 자리서 일어섰다.
언제나처럼 다가오는 떨림이 느껴진다. 이건 무대에 오르기 전에만 느낄 수 있는 흥분감이었다.
마이크를 쥐락펴락하며 가슴을 진정시킨다. 아무런 효과는 없었다. 심장이 더 빠르게 피를 쥐어짤 뿐이다.
“후우- 시간 얼마나 남았습니까?”
“어…… 3시에 시작하기로 했으니 10분 정도 남았네요.”
“좋네요. 바로 시작하죠.”
“예?”
난 배기태가 뭐라 말릴 새도 없이 무대로 튀어 나갔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닉스의 대니얼 강입니다. 지금부터 닉스 게임 컨퍼런스를 시작하겠습니다.]
약간 텀을 두고 뒤편 스크린에서 닉스의 이미지가 따라온다. 영상팀도 당황해서 타이밍이 늦었나 보다.
객석에서 박수 소리가 잠잠해질 때쯤, 다시 마이크를 들어 올린다.
[우선, 이 자리에 대해 어떠한 정보도 없었음에도 초대에 응해주신 관객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닉스 게임 컨퍼런스는 닉스에서 직접 개발한 게임을 공개하는 자리가 되겠습니다. 백번 말해봐야 한 번 보는 것만 못한 법. 바로 소개 영상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조명이 먼저 꺼졌고, 이어서 스크린마저 까맣게 변해 장내가 완전히 암전된다.
당황한 객석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오고, 그마저 잦아들 때쯤, 까만 스크린에 떠오른 것은 진홍색의 구슬 7개와 진녹색의 드래곤이었다.
[드래곤RPG N]
떠오른 이름을 보고 객석에서 흘러나오는 반응은 충격과 경악이었다.
게임이라곤 만들어 본 적도 없는 닉스라는 회사에서 만들 드래곤RPG라니. 기대되면서도 걱정이 되는, 그런 모순적인 감정들이 그들을 뒤덮은 것이다.
이어서 멋지게 뽑힌 인트로 영상이 흘러 나온다.
주인공 사이어인들이 엉켜서 격투를 벌이다 마지막은 서로 에너지파를 쏘아댄다. 뒤이어 드래곤RPG N이라는 글귀와 함께 영상이 끝난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광경이었지만 감탄사를 터뜨리는 사람은 없었다.
모든 사람의 관심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만화가 닉스의 손에서 어떻게 재구성됐을지, 거기에만 집중돼 있었다.
짧은 인트로 영상이 끝난 후,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렸던 게임 인플레이 영상이 나왔다.
2D 도트로 개발된 드래곤RPG N은 무난한 JRPG였다.
턴제 전투지만 캐릭터마다 주어진 행동력으로 싸우는, 속칭 리얼타임 전투방식은 FF시리즈에서도 채택했던 만큼 신선하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특이점이 있다면 카드를 뽑아서 캐릭터를 강하게 한다는 것 정도일까?
“기대했던 것만큼 특별하진 않다. 그치?”
“닉스가 게임에서는 신생이라는 걸 감안하면 잘 뽑힌 거지. 캐릭터들 움직임 한 번 봐봐. 저건 3D로 만들면 비용이 확 줄었을 텐데, 일부러 2D 도트로 찍은 거네. 돈을 아주 때려 부은 게 보일 정도야.”
“닉스처럼 돈이 많은 회사가 이 바닥에 들어온 게 축복이지. 어떤 회사가 비효율적인 2D 도트로 저런 게임을 만들어 주겠어.”
“나도 동감. 그나저나 이거 어떤 플랫폼으로 나오는 거지? PC 아니면 PS3?”
반응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요즘 같은 3D 게임이 주력인 시장에서 2D 게임을 출시한 닉스를 격려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닉스가 손익분기점을 못 넘겨서 손을 털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우려였다.
객석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엔 진심이 느껴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은 취재 나온 기자이기 이전에 진실한 게임 팬이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영상이 끝나고 바로 다음 게임이 소개된다.
이번 게임은 메탈슬러그 런이었다.
이때부터 객석에서는 설마? 하는 반응이 새 나온다.
“어, 잠깐만. PC게임이 아닌데? 조작이 점프와 슬라이드밖에 없다는 건…… 그거 아니지?”
“에이, 아닐 거야. 모바일에서 이런 퀼리티 게임은 나올 수 없다고. 기껏 해봐야 고전 게임 이식이 전부지.”
“그렇다는 건 아까 드래곤RPG N도 모바일로 나오는 거 아냐?”
“그러지 마. 나 소름 돋았잖아.”
“이거 시연용 영상 아닐까?”
기자들이 눈 앞에 펼쳐진 인플레이 영상을 못 믿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지금은 스마트폰 보급이 덜 된 시기였고 기기마다 성능의 편차가 컸다.
그래서 게임 개발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3년 전 스마트폰인 애플폰3를 바탕으로 게임을 제작하곤 했는데.
그 때문에 마켓에는 앵그리버드가 부동의 1위 차지하고 있었으며, TOP 20에 심심찮게 바둑이나 체스 앱이 올라올 정도였다.
상황이 이럴진대 닉스에서 선보인 게임은 최신 스마트폰에서만 구동하는 닉스OS 전용으로 개발됐으니, 게임의 질적 차이가 기자들에겐 문화충격으로 다가올 정도였다.
이어서 닉스 마블, 닉스팡 같은 퍼즐 게임이 소개될 때 사람들은 확신했다.
지금 발표되는 건 모바일 게임이다. 닉스에서 또 일을 냈구나, 같은 확신이었다.
총 4개의 게임이 소개되고 다시 실내가 암전된다.
이제는 적응이 됐는지 사람들은 조용히 다음 게임이 소개되길 기다렸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무리 기다려도 스크린이 켜지지 않았다.
“발표가 끝난 건가?”
“어이, 좀 기다려 보라고. 닉스에서 뭔가를 준비했겠지.”
“충격 때문에 그로기 상태야. 여기서 뭔가 더 나오면 버틸 힘이 없다고.”
“궁금한 게…… 이것들 전부 애플OS로 나오겠지?”
“그렇겠지. 대작들은 애플OS로 나오는 게 정석이니까.”
“그것만은 안 돼. 내 껀 안드로이드OS란 말이다. 게임 때문에 폰을 바꾸긴 좀 그렇잖아.”
그때였다.
장내에 퍽, 퍽, 하는 부서지는 효과음이 들려온다.
어째선지 부서진 건 벽돌일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효과음이었다.
[닉스 스튜디오의 다음 파트너는?]
스크린에 떠오른 글귀에 사람들이 긴가민가하고 있을 때, 또 한 번 효과음이 들려온다.
띠링- 띠링-
동전 떨어지는 소리.
여기 모인 사람들이 모를 리 없는 소리였다.
화면이 확 밝아 지면서 익숙한 콧털 아저씨가 튀어나왔다.
콧털 아저씨를 뒤이어 귀엽게 생긴 노란색 꼬리가 실룩인다. 볼 빨간 녀석은 슬쩍 뒤를 돌아보더니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피카! 피카!
[닉스 스튜디오의 다음 파트너는 NTD!]